소설리스트

〈 115화 〉방송 일곱 달째(6) (115/143)



〈 115화 〉방송 일곱 달째(6)

“이, 이상하진 않죠?”

“이뻐요, 괜찮아요, 손잡을까요?”

서예님이 다소곳 내민 손을 잠시, 내려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긴장되긴 하되, 유아퇴행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해를 끼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몸에 맞지 않은 커다란 백팩을메고는 크게 심호흡했다.

“하필 오늘 일정이 있어서 같이 못가네요...”

서예님은 아쉽다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나는 괜찮다는 듯 양손에 힘을 쥐고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포즈를 쥐어 보였다.

“...그런 포즈는 어디 가서 하지마세요.”

“에, 네...?”

“되게, 그... 하찮아 보여요.”

“네에...”

나는 힘없이 손을 축 내리고는 살짝 울상을 지어보였고.

서예님은 그런 나에게 다가와 볼살을 몇 번 만지고는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무슨  있으면 연락해요, 바로 도와줄 테니까.”

“그럴 일이 생길까요...?”

어디 이상한 곳을 가는 것도 아니고, 지인들 모임 아닌가.

물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인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고, 그분들의 직원들까지 모이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분들이 나에게 해코지를 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 엄청 아낌 받고 있지 않은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둔감한 나라고 한들,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아낌 받고있었다.

“응응...”

그런 곳에 가는데,걱정은 필요 없으리라.

내가 지금 잘게 떨고 심호흡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간다는 것에 대한, 떨림, 설렘, 두려움 따위 때문이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횡단보도 건널때는 손들고!”

“저는 유치원생이 아니에요...!”

나름 서예님에게 소리치고는 뒤뚱거리며 집밖을 나섰다.

모임의 장소는 부산이었다.

부산까지 가는 기차에 올라타서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기차 안은 북적였다, 휴일이라서 그런 걸까.

 옆자리에서 주인이 있었음으로, 백팩을 끌어 안았다.
위쪽 짐칸에 올릴 정도의 힘이 나에게는 없었다.

묵직한 백팩의 무게에, 불편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가 주는 안정감에 백팩에 얼굴을 묻었다.

“멍!”

“...?”

내가 잘못 들었나?
웬 개소리가 난단 말인가.

지금은 기차내부였다.

강아지가 짖을만한 곳이 아니라는 소리다.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환청?

그럴 리가 없었다, 환청도, 환각도 안보이고,  들린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무엇보다, 최근에 한껏 쓰다듬당했으면 당했지,스트레스를 받은 일은 없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또한 없었다.

하여, 그런 증상이 재발될 일은 없었다.

...

하지만, 그럼 방금 내가 들은 소리는 뭐란 말인가.

“멍!”

그래, 지금같이...

나는 생각을 멈추고는 시선을내려 옆자리를 쳐다봤다.

“...?”

잠시, 생각이 멈췄다.
뇌가 3초정도 정전이 된 듯,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지?”

10초 가량 지났을 무렵, 내가 겨우 꺼낸 말은 ‘뭐지’

아니, 진짜 뭐지?

여기에 왜 개가 있단 말인가.
이런 견종을 뭐라고 말하더라?

“어...”

나는 침을성을 삼키며, 머리를 싸매었다.
지금 상황을 직시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상한 밥을 먹을 때도, 후라이팬으로 맞을 때도 이렇게 아무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그러니까...”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핫도그빵 사이에 들어가면 적합할 것 같은, 길쭉하고도 작은 강아지였다.

“어이! 개를 데리고 타면 어쩌자는 거야?!”

옆 좌석 아저씨가 나에게 버럭 소리쳤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고.

5초, 11초, 그리고 30초가 지났을 무렵, 나는 겨우겨우 한마디를 땔수 있었다.

“제 강아지 아니에요...!”

“응...?”

아저씨도 내 말에, 짜증을 내다가당황하고는 나를 쳐다봤고, 나또한 뭐라 더 할말이 없어,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그런 내 행동에,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건지, 갑자기으르르- 소리로 나를 위협하는 핫도그 강아지에 창가자리로, 찰싹 달라붙었다.

“으우우...”

벌써부터 난관이었다.

물리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이 상황자체가 힘들었다.

영문 모를 개 한 마리, 그리고 나에게 쏠리는 곱지 않은 시선들.

강아지가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고, 으르르- 위협소리는 조금 더 커졌다.

물린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정말 물린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아가! 기다렸어?”

듣기거북할 정도로 콧소리를 담은, 애교소리에 나는 질겁하며눈물을 글성였다.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상황이 그려졌다.

저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자리에 두고, 과자 따위를 사러 갔다 온 것이리라.

아주머니는 내 옆자리에 강아지를 품에 끌어안고는 자리에 앉았고, 나에게 말을 툭 던졌다.

“과자 드실래요?”

“아, 아니... 그...”

과자가 문제가 아니고, 나는 소심하게 강아지를 가리키고는 말을 더듬었다.

“개...개...그... 어째서...?”

“어머? 강아지 싫어하세요?”

아니, 강아지를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기차에 원래 강아지를 데리고 탈 수 있던가?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잠시 상식이 개변될 뻔했지만, 이내 상식을 되찾았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보다, 이 아주머니 향수냄새가 너무 강했다.

과장되게 말해서 코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그으...”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어 강아지에 대해 물었다.

“개, 개는 여기에 타면 안 되는...”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안내견도 아니었다.
만약 그런 안내  이었다면,내가 이렇게 기겁하지도 않았겠지.

 강아지는 그냥, 단순히 아주머니가 데리고 탑승한 것이었다.

“저희 개는 순해서 안 물어요.”

나를 안심시키려 말한 것이었겠지만,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으르렁 거리면서 나를 물려하지 않았나?

절대, 절대로 순한 개는 아니었다.

지금, 강아지는 순하게 아주머니의 얼굴을 연신 핥아대며 화장을 벗겨내고 있었지만.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거 먹고 한번 봐줘요, 우리 아기가나랑 떨어지는 걸 싫어해서 그래”

억지로 나에게 안겨준 과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과자가 문제가 아니고, 내가 개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기본적인 도덕에 관한 문제였다.

“아, 시발 애가 싫어하잖아! 개새끼 데리고 꺼지라고!”

방금 옆좌석에 나를 뭐라 그러던 아저씨가 신경질 적으로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아주머니 역시, 빼액 소리쳤다.

“어머! 방금 뭐라고 하신거에요?!”

주인이 소리를 쳐서 그런 걸까.
강아지도 가만히 있지않았다.

멍! 멍! 멍! 멍! 멍! 멍!

개소리가 기차 칸에 울려 퍼졌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일어나, 고함을 쳤다.
개는 목줄 없이, 자리에서 뛰어내려 기차 칸을 헤집고 다녔다.

“서예님... 도와줘요...”

백팩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자, 승무원이 나타나 제지에 들어갔지만.

그런다고 말을 들을 사람이었다면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으리라.

“아니,  아저씨가 나한테 먼저 욕을 했다니까요?!”
“아, 좆같은 년이 개새끼를 데리고 탄거부터 잘못이지!”

“두, 두 분 다 진정하시고요...”

인생 첫 기차여행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많이 설레었는데.

이게 현실인걸까.

아니면, 지금 상황이 이상한 걸까.

나는 자리를 슬그머니 옮겼다.

휴게실 비슷  칸이 있다고 했으니, 그곳으로 몸을 피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내 도달한 휴게실에서 나는 멈춰섰다.

“내~ 나이가~! 어때!!!!서!!! 어린 놈의 애새끼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취객이었다.

“...나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서예님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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