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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화 〉방송 일곱 달째(7) (116/143)



〈 116화 〉방송 일곱 달째(7)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차에서 내렸다.

한숨도 못자고몇 시간을 신경을 곤두선 채로 왔다.

내 자리를 버리고 도망쳤음으로 편히 앉아있지도 못했다.

아주머니와 강아지는 강제 하차 당했지만, 문제는 강아지가 내 자리에 오줌을 지려놨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아...”

원래 기차여행은 다 이런 걸까?

아니면 이번이특별히 고약했던 걸까.

뭐가 되었던, 기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생겨난것만은 확실했다.

터덜터덜 역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손부채질을 하며 드래곤님이 보내준 장소를 확인했다.

“치킨매장이라고 했는데에...”

잠시지도앱을 눌러보자 2km라는 거리가 찍혔다.
그다지 멀지 않았다.

40분정도 걸릴까?  걸리려나?

길을 몰랐기에 지도 앱을 보느라 고개를  숙였다.
터벅터벅- 여기서 오른쪽일까?

별생각 없이 걷다가, 무언가에 부딪쳤다.
거짓말 하지 않고 쾅!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으악...!”

골이 울리는 것 같았다.
고개를 푹 숙였기에, 정수리로 들이 박았다.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휘청거리면서도 뭐에 부딪쳤는지, 확인하기 위에 고개를 들어보았고.

이내,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가로등이었다.

“우으으으...”

그나마 다행인걸까.
차량에 박았다면, 혹시 모를 수리비에 울상이 아니라 눈물을 흘렸어야 했을 수도 있었다.

아프긴 했지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나를 보고는 웅성거리고 있었다.

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저기 괜찮아요...?”

나에게 어색하게 다가와서 괜찮냐고 물어오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말에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뜀박질로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쪽팔려...!

멀리까지 와서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기차에 탔을 때부터 무언가 되는 것이 없는  같았다.
흔히 말하는 ‘안되는 날’이라는 걸까?

“으...!”

2분도 뛰지 않았는데 숨이 차올랐다.

“허억...하으...!”

점차, 속도를 늦추고, 허리를 숙여, 무릎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이 살짝 노랗게 변색되는 것은 착각만은 아니겠지.

“...근데 여긴 어디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다시금 휴대폰을 확인하니 어째서인지  반대로 뛰어 왔다.

“진짜... 으으...”

누굴 탓할 일은 아니었다.

그저, 혼자 이상한 짓을 한 것에 불과하니까.
다만, 조금씩 불안해졌다.

지금 휴대폰 배터리가 29%.

이 안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

스스로 확답을 못하는 상황이 바보 같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아니, 고작해야 2km였다.

학교 다닐  왕복5km를 걸어 다닌 것을 생각하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것일까.

“하아...”

한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개가 아프도록 높게 세워진 건물들이 쭉 뻗어있었다.

잠시, 진정하기 위해서 멈춰섰지만, 가슴이 오히려 더욱 답답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리에라님...?”

“우으으...”

“리에라님 맞으신가요?”

“...?”

잘못 들었나?
아니, 그보다 어두워진 것 같았다.

하늘을 쳐다보니,구름이  것은 아닌데...

의아함을 지니고 뒤를 돌아보자, 웬 정장을 입은 키 큰 남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어어...?”

혹시 저번처럼 내 시청자인걸까?

“누, 누구세요...?”

겁먹은 기색을 내비치며 뒷걸음질 치자, 남성은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 드래곤님 편집자입니다...”

“니, 닉네임...!”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들은 듯 시원하게 웃은 남성은 자신을 ‘곰팡이빵’이라 소개했다.

그래,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닉네임이었다.
드래곤님 매니저를 겸하고 있는 닉네임이었으니까.

“아... 헤헤... 안녕하세요...!”

내가 경계심을 풀고는 헤실헤실 웃어보이자, 곰팡이빵님이 잠시 입을 살짝 벌리고는 나를 잠시 내려다 보다 말을 툭 던졌다.

“지금 모임장소로 가시려는 거죠?”

“아...네...!”

“같이 갈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지도 앱만 믿고 가기엔 막막하던 참 아닌가.

게다가 보고 가더라도 중간에 배터리가 나가면 답도 없었다.

이런 숨이 턱 막히는 상황에, 나를 도와준다며 내민 손을 거절할 만큼, 나는 당당하지 못했다.

“네...!”

“그럼 가죠!”

나는 그렇게 곰팡이빵님의 뒤를 새끼오리처럼 졸졸 뒤쫓았다.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곰팡이빵님의 걸음거리를 맞추느라 조금 숨이 차긴 했지만, 덕분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으니 나쁘지만은 아니었다.

2층짜리, 생각보다 큰 프랜차이즈 치킨매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대충 훑어봐도 20명이 넘었다.

“애들아! 리에라님 오셨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쭈뼛거리고 있자, 곰팡이빵님이 탁자를 탁! 치며 큰소리로 소리쳤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으아아...뭐하는거에요...!”

“리에라님이네?
“리에라다!”
“리에라! 리에라! 리에라!”
“리에라님이 오셨다!”

순식간에 나를 빙 두른 인간으로 이루어진 벽이 생겨났다.

“우아아아...”

당황해서 입을 헤- 벌리고 있자 용감하게 앞으로 나선 여성 분이 나에게 치킨 다리를 건네줬다.

“에...?”

“드세요...!”

“에...?”

나는 닭다리를 얼떨결에 받아들고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너희 뭐하냐...”

드래곤님의 목소리...!

나는 구원받은 것처럼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손을 뻗어 구해 달라 어필했고.

그런 내모습에 드래곤님은 한숨을 푹쉬며, 파리 따위를 쫓는 듯한 손짓으로 인파를 물렸다.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같았다.

“어? 서연이다!”

네모미님이 2층에서 두다다 뛰어와  목을 휘감고는 품에 끌어안았다.
등에 말랑말랑한 것에 닿았다.

“오랜만에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는걸까.
두리번 거리며 사람들을 찾자 네모미님이 음흉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해줬다.

“아람언니랑 가람오빠는 화장실!“

“나머진 이따 올걸?”

네모미님과 드래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두 사람의 손에 이끌려 구석진 룸에 자리잡았다.

먼저 입을 땐 것은 네모미님이었다.

“서연이도 이제 우리 크루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내가 불렀어.”

나는 그 말에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사실 이 모임에 나는 끼어선 안되었다.

드래곤님 말처럼 정식크루원이 아니지 않은가.

“컨텐츠 고민하고 있길래, 한번 와보라고 했지 뭐.”

“서연이는 코스프레 컨텐츠가 딱이라니까?”

“그으건 조그음...”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컨텐츠였다.

긴장으로 빠싹 마른 입술을 계속해서 핥자, 드래곤님이 탁자 위에 있던 맥주를 잡았다가.

이내 ‘아’ 소리를 내며, 콜라로 바꿔쥐고는 내 앞에 놓인 컵에 따라줬다.

“아... 감사합니다...!”

“근데 코스프레 컨텐츠가 어울리긴 할꺼 같긴해.”

마법소녀 옷도 잘어울리더만.

드래곤님의 뒷말에, 양손으로 콜라를 홀짝이는 꼴로 굳어버렸다.

“그, 그걸 보셨군요...!”

“귀엽더만?”

갑작스러운 칭찬에 얼굴을 붉히고는 괜히 콜라만 벌컥였다.
이내, 탄산이 올라와서 목을 따갑게 만들었다.

“으...!”

“오빠 잡혀가면  돼...”

내 반응을 잠시 보던 네모미님의 진지한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했고.

그 말에 드래곤님이 한숨을 푹 숙이며 소주병을 까서, 네모미님 앞에 놓인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와아...”

네모미님은 잠시 드래곤님을 노려보다가 이내 음흉하게 웃어보였다.

“나 술취하게 해서 어쩌게? 여기 서연이도 있는데에...”

“난 가끔 널 크루원으로 받은 걸 후회해...”

자주 저러고 노는 것일까.
 사람의 말이 꽤나 익숙해 보였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도착하면 말해야지하고 속으로,  백 번이고 생각했던 말을 몇 번 웅얼거리다, 뱉어냈다.

“초, 초대해주셔서 고마워요...!”

“에이 우리사이에 무슨!”

네모미님이 내 볼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치고.

드래곤님이 나를 가만 바라보다가   접시에 닭다리 두 개를 건네줬다.

“엑...?”

이렇게 되면 내  접시에 닭다리만 3개였다

네모미님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기에, 양보할까 하는 사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야? 오랜만이다?”
“와아 서연이!”

아람님과 가람님이 룸에 들어왔다.

가람님이 어째서인지, 기가 빨린 느낌인데, 괜찮으신걸까...?

“아, 안녕하세요...!”

나는 일어나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다 모이게 된 것은 말이다.
나는 헤실헤실 거리며 한 명 씩 눈에 담아내었다.

"지각한 애들은 일단 냅두고 슬슬 시작할까?"

드래곤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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