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7화 〉방송 일곱 달째(8) (117/143)



〈 117화 〉방송 일곱 달째(8)

회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아주 잠깐의 침묵이 룸에 내려앉았다.

다만, 그것도 아주 잠시일 뿐, 드래곤님이 손가락으로 가람님을 가리켰고.

가람님은 이내, 익숙하다는 듯 닭 날개 뼈를 발라내며 말을 내뱉었다.

“저번 달과 비교해서 조회 수 늘었어, 대략적으로 20%정도?”

 날개를 이내 전부 먹어치운 가람님은 맥주잔을 집고는 말을 이었다.

“저번 달에 아람이랑 합방을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네”
구독자 수가 불어난  아니니까.

드래곤님은 가람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람님을 잠시 바라보았다.

별 다른 행동은 없었지만, 아람님또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

“나도 대체적으로 10%정도 상승했어, 뭐... 중간에 광고영상 하나가 4만 따리긴 하지만, 광고영상이니까 별  없잖아.”

시청자들은 광고영상을 싫어하는 걸.

그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벌렸다가 이내 다물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

나는 광고영상이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오지 않았나?
무려 33만이라는 조회수가 찍혔다.

그리고 거기서 멈춘  또한 아니었고,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상승하는 중.

감히 예측하건데, 40만은 이번 달 안에 찍을 것 같고.

잘만 하면 50만을 넘어 60만까지 노려볼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방송사고 영상 이후로.

두 번째로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상이 될 것이다.

잠시, 혼자 만에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질문은 옆에서 내 볼살을 연신 만지작거리고 있던 네모미님에게 넘어왔다.

“...너는?”

“뭐야, 그 질문하기 싫다는 표정은?”

“난 네가 정말 싫어...”

 분은 사이가 안 좋은 걸까.

두 분 사이에서 끼어 있던 나는 안절부절 하다가  분의 손을 꼭쥐어주고는 어렵게 말을 건네었다.

“싸, 싸우면 안되요...!”

풉-

 행동에, 아람님이 웃음을 흘렸고, 네모미님과 드래곤님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양쪽에서 내 볼살을 잡아 당겼다.

“싸우는거 아니거든? 으이구.”

“얘는 진짜...”

“으에에에에에 아파여...”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자 그제서야 두 분은 내 볼을 놔줬고, 나는 붉게 부운 볼을 양손으로 감쌌다.

“우으으...”

내가 풀이 죽어서 축 쳐지자,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는 드래곤님.

그 행동에 잠시 올려보았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어쨌든 나는 조회수 많이 떨어졌어... 뭐, 저번 달에 내가  건전하게 살긴 했지.”

기본적으로, 노출도 있는 옷으로 끌어올린 구독자   만큼, 노출도가 없이 평범한 방송을 하면 나보다 조회수가 떨어졌다.

물론, 저러다가도 다시 노출도가 있는 옷을 입고,  방송을 하면.

100만조회수는 우습게 찍으니 내가 걱정할만한 것은 아니리라.

게다가, 후원금을 많게는 수 백 만원씩 받고 계시니까...

 상념을 깨는 드래곤님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내 차례지? 나는 저번 달이랑 비교해서 15? 20% 정도 깎여나갔다... 저번에 준비한 컨텐츠 있잖아, 2화까진 괜찮았는데 3화부턴 힘 빠지더니, 4화부턴 꼬라박히더라.”

15~20% 하락이 생각보다 큰 폭의 하락인 듯 했다.

하긴, 내 평균 조회수인 3만에서 15~20%가 깎이는 것과 드래곤님의 평균 조회수인 80만 가량에서 15~20% 깎이는 것은 확실히 다르겠지.

“아람 가람 너네는 그냥 합방만 꾸준히 하면 그게 연금이니까, 그냥 그대로 하면   같고...”

드래곤님은 아람님과 가람님을 잠시 쳐다보다 혀를 찼다.

‘부럽다’라는 뒷말이 귀에 들린 것 같았는데, 착각인걸까.

어쨌든, 드래곤님은 시선을 옮겨 네모미님을 잠시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너어는...”

깊은 한숨을  내뱉은 드래곤님은 휘휘- 무언가를 내쫓는 듯한 손짓으로 네모미님을 건너뛰었다.

“아니, 오빠... 아직도 삐져있는거야?”

“아니, 진짜, 저저번달에  때문에 영상 절반이 수익창출제한 받은  생각하면 혈압이 올라요 이년아...”

“히히...!”

“히히는 무슨... 하여튼, 너는 그냥 벗으면 기본 100만이니까 건너뛰고...”

나는, 뭐 생각해 둔게 있으니까 넘기고, 아직 안온 놈들도 넘기고.

“서연아 네 컨텐츠 이야기부터 해보자”

“저, 저요...?”

내 차례는 한참 남았거나,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내 차례라고?

잠시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람, 가람, 네모미, 드래곤님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그으... 저, 저는...”

“아니, 우리처럼 말하라는  아니고, 그냥 편하게 해도 괜찮아.”

드래곤님이 의자에 기대어 치킨 갈비부분을 뜯어먹으며 손을 휘적거렸다.

“저, 저는... 이번에 오게된게...”

“나! 나! 나!”

네모미님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을 어필했고, 나는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이 새로운 컨텐츠 만들고 싶데!”

“들었어, 우리도.”

가람님이 심드렁하게 툭 내뱉은 말에도 네모미님은 기죽지 않고는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뒤적거렸다.

“쨔잔!”

“숭해라.”
“언니!”

아람님이 던진 말에 발끈한 네모미님이었지만, 나도 사실, 조금 야하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네모미님...

네모미님이 꺼낸 것은 옷이었다.
그런데, 그 옷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소매는 과하게 넓고 길어서, 입는다면 엄청나게 헐렁거릴  같았고.

반대로 치마는 너무나 짧았다.

대충, 눈대중으로 봤을 때,  허벅지 반 정도, 아니, 그보다는 조금 길수도 있겠다.

“이거 사실 이번 달에 내가 입으려 했는데, 사고 보니까, 치마가 너무 짧더라고, 엉덩이가 보이더라...”

히히- 웃으며 머쓱하게 말을 내뱉는 네모미님의 얼굴을 살짝 붉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큼큼- 목을 가다듬은 네모미님은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말이 뭐냐면- 이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옷 나 꽤 많아, 로리 캐릭터 복장, 내가 입는다면 분명 여기저기 짧아지니까, 아슬아슬해지거든, 반응도 좋고 해서..."

자주사는 편인데-

이렇게 가끔, 이렇게 못 입을게 오면 환불도 못하고 옷장에 쳐박히거든.

그런데.

“이거, 서연이가 입으면 어울릴 꺼 같지 않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치킨을 리필해주려 들어온 종업원까지.

나를 빤─히.

“저, 저기...”

“그으, 어울리실거 같아요.”

종업원은 그 말을 남기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룸을 도망치듯 나섰고.

나는 갑작스러운 수치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와! 제 3자의 인증!”

“네모미님 뭐가 그렇게... 신나...셨...”

아까부터 네모미님의 상태가 이상했다.

...혹시?

잠시, 네모미님 맥주잔을 바라보았다.
절반이상 줄어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 안에 있던  맥주가 아니고 소주였지...?

드래곤님을 흘겨보자, 내눈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취하셨구나...”

“나, 안! 취했어...!”

정말로 취하셨다, 손에 든 옷을 휘적휘적-
룸에 옷이 날아다녔다.

“그, 그으, 입을테니까 그만둬주세요...!”

말려보려 했으나, 힘에서 밀려 나가떨어지고는 네모미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나를 희생시켰다.

아니, 그보다 왜 이분들은 네모미님을 안말려준단 말인가!

원망스럽게 훑어보았지만, 그저귀엽다는 듯, 쳐다봐올 뿐이었다.

“자!”

결국, 네모미님이 당당하게 내민 옷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 들고는.

이 일에 원인인 드래곤님을 슬쩍 노려보았다.

그리곤, 네모님에게 조그마한 반항을 해보았으나.

“저어... 네모미님 취하신거 같은...!”

“서연아 언제입어? 지금입을 거야? 여기서? 빨리 갈아입자!”

성과가 있을리 만무했고, 오히려  저돌 적으로 변한 듯 했다.

“저, 이, 입고 올게요...!”

네모미님을 피해서 룸에서 도망쳐 화장실로 들어서서야 안도의 숨을  쉴수 있었다.

“우으... 어쩌지...”

얼떨결에 입는다고는 했는데, 사실 이걸 왜 입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최대한 양보해서, 이, 엄청 남아도는 상의는 그렇다 치고.

이 짧은 치마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

조용히 치마를 옷 위로 올려서 길이를 보자, 정말로,  허벅지 반까지 밖에 안 되는 길이였다.

“우...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닐까...?”

네모미님은 누가봐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
여기서 10분만 참고 나가면 잠을 자고 있을 확률이 충분히 존재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상한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거 아닐까?

약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어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이내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응... 그래선 안돼...”

여긴 애초에 내가 와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충분한 배려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네모미님이 나쁜 의도를 지니고 나에게 이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름대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려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신경써줬더니, 도망쳐서, 잠이 들 때 까지 버틴다면.

나는 인간실격이 아닐까.

볼을 짝짝- 아프지 않게 두드리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다리가 허전했다.

“... 이, 이상하지 역시...?”

화장실 칸에서 나와 거울에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울상을 지었다.

가슴께로 손을 올려보지만, 축- 쳐진 소매는 무릎까지 내려왔다.

“...코스프레 진짜 아닌거 같은데...”

심지어 상의는 그냥 ‘이상하다‘로 끝났지만, 이 짧은 치마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무언가, 아무것도 안입은 것 같은 부끄러움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다리를 오므려 허벅지를 비볐다.

이, 야시시하고 허전하고, 수치스러운 기분은 뭘까.

힐끔, 화장실의 문을 열어보고는 모두의 시선이 쏠리지 않을 때.

룸까지 전력으로 뛰었다.

치마가 힘없이 펄럭였기에, 양손으로 앞과, 뒤를 꾹 누른 채로 말이다.

“저, 저왔어요...!”

룸의 문을 벌컥 열고, 재빨리 닫아서,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채로, 룸을 둘러보았고.

...


...


...

“...죄, 죄송합니다...!”

빠르게 밖으로 도망쳤다.

잘못 들어갔다.

입술을 꾹 깨물어보지만, 수치스러워서 흐르는 눈물이, 뚝뚝- 서럽게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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