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방송 일곱 달째(9)
“밖이 꽤 요란하네?”
“바, 방을 잘 못 들어갔어요...”
내 말에 손으로 입가를 가린 아람님이았지만, 눈이 웃는 것 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 모습에 가볍게 짜증이 나서, 볼을 조금 부풀렸다.
“리에라답네!”
“그으게, 저 다운건가요...?”
힘없이 볼풍선을 터트리고는 기운없이 대답했다.
무언가 굉장히 억울했지만, 마냥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서러웠다.
손을 들어올려, 소매로 눈을 가려보려 했지만, 치렁치렁한 소매가 무거웠다.
“우...”
“어울리긴 하네.”
“읏...!”
가람님의 말에 흘겨보자, 시선을 돌려서 닭다리를 하나 쥐고는 딴청을 부리는 가람님.
꿍얼거리자, 아람님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근데 진짜 어울리긴 해! 리에라 이뻐!”
“...그만둬주세요...”
진심으로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특히, 이 짧은 치마는 과연 옷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막말로 수건 한 장을 이 치마대신 둘러놔도 이것보단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얌전히 오므려봤지만,그러고도 허전하고, 이상한 기분에, 허벅지를 비볐다.
무언가 굉장히 불안했다.
양손으로 치마 끝을 살짝 눌렀다.
지금 나랑 정면으로 위치한 가람님 아람님에게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럴리 없겠지?
그나저나.
“...네모미님은 항상 이런 걸 입고 방송하시는 건가...”
내 중얼거림에 드래곤님이 맥주를 마시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쟤는 저걸로 장사하는 얘니까.”
“네모미님 대단해요...”
“...대단하긴 하지, 여러모로...”
나는 얌전히 드래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여러 의미로 참 대담하신 분이었다.
비록지금은 이렇게 술에 취해서 주무시고 계시지만 말이다.
“근데, 너 컨텐츠 찾는다고 했잖아?”
“아, 네!”
잠시,생각이 헛돌았지만, 내가 이곳에온 목적은 컨텐츠를 찾기 위함이었다.
무언가, 진지한 조언을 해주실 것 같아, 나는 상체를 드래곤님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 좀, 부담스러우니까, 너무 달라붙진 말고...”
“아, 네...!”
내가 부담스럽구나,...
나는 잠시, 내 꼴을 바라봤다.
치렁치렁한 상의와 엄청나게 짧은 치마.
상의가 너무 큰 탓일까, 치마가 너무 짧은 탓일까.
잘만하면 상의가 치마를 모두 삼키고, 아래 아무것도 안 입은 꼴이 될 것만 같았다.
확실히 부담스러울만 했다.
“조, 조심할게요...!”
낑낑거리며 치마를 조금 더내렸다.
엉덩이 골이 살짝 노출된 것 같았지만, 상의가 덮여있는 곳이니 무난하게 가려지리라.
내 꼼지락거림이 멈추자, 드래곤님이 말을 시작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인데, 일단 네가 제일 많은 조회수 기록한게 뭐지?”
“어... 방송사고...”
설탕물 마시고, 고양이랑 놀고, 노래 부르고 했던, 초창기 동영상이 아직까지 내 영상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었다.
조회수부터 남달랐다.
어제 확인했을 때가, 148만.
조회수만 높았냐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좋아요, 싫어요 비율이 100:1 이었다.
되게 좋은 비율.
다른 영상들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기본 조회수 3만에, 좋아요 싫어요 비율이 나쁘면 10:1 까지 가니까.
이것 또한 많이 나아진 것이었다.
혜진이 나를 공격하기 이전에는 좋아요 싫어요 비율이 1:1을 넘어서 좋아요보다 싫어요가 더 많았던 적이 종종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왜 물어보시는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드래곤님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차분히 설명해줬다.
“일단, 그 방송사고영상이 특별한건 알지?”
“네.”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방송사고라는 특이성이, 그리고 내 이상한 행동이, 그리고 서예님의 뛰어난 편집 실력과. 알고리즘의 선택이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우연의 우연이, 그리고 또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만들어낸 결과 인만큼.
나 또한 그런 것을 매번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건 빼고, 다음으로 조회수 높은게 광고영상이지?”
“...네.”
이번에는 잠시 뜸을 들였다.
무언가, 살짝 불안했다.
하지만, 숨긴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고, 숨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데, 드래곤님은 기지개를 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광고영상인데도 그렇게 조회수가 잘나오면서, 좋아요 싫어요 비율도 좋은건 흔치 않거든?”
“그으... 그런가요...?”
“당장 아람이부터 광고영상이 4만따리인데 말 다했지.”
“아니, 오빠 나는 왜 끌어들여?”
“응 4만따리.”
4만 따리라는 말에 아람님이 으르렁거렸지만, 드래곤님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에게 손가락 3개를 펼쳐보였다.
“이건 내 생각인데, 앵간 해선 맞을 거야.”
손가락을 접으며 드래곤님은 하나하나 이야기를 건네줬다.
코스프레.
귀여운 포즈.
평소와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
“일단, 너는 부정하겠지만, 본판이 되게 귀여운 편이거든?”
너는 컨텐츠를 굳이 찾을 거라면, 코스프레를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솔직히 게임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귀여움원툴이잖아?
“에에...?”
코스프레라는 말은 둘째치고.
귀엽다는 말이 이렇게 면전에 대고 할 수 있는 말이었나?
채팅으로, 후원으로, 댓글로 많이들어봐서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그것도면전에서 듣는 것은 익숙해 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에...악...으...우...”
이상한 괴성을 내뱉으면서 고장나 있자, 드래곤님이 아프지 않게, 내 정수리를 꽁- 쥐어박았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눈물을 주르륵 흘러나왔고, 뒤로 자빠져서 네모미님을 밀쳐버렸다.
‘으어?’소리를 내뱉으며 잠에서 깨어난 네모미님이 나를 넘어가지 않게 잡아주셔서.
그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야 했지만, 그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몰려왔다.
“으아아...!”
가로등에 박았던 곳에, 볼록하게 혹이 하나 올라온 것 같았다.
그리고 드래곤님은 그곳을 정확하게 가격한 것이겠지.
뭐가 됐던 말로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 눈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뭐, 뭐야...?”
“왜 애를 때려?!”
아람님이 정말 놀란 것인지, 왜 그랬냐는 듯, 큰소리로 말을 내뱉었고.
“으에...? 서연이 괜찮아...?
잠에서 깬 네모미님이,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내가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것을 보고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 네모미님의 행동에 걱정을 끼치긴 싫어서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괘, 괜찮아요... 호, 혹이...”
잠시 내 모습과 드래곤님의 당황함을 본 네모미님은 가만히 상황을 분석하다가 이내 드래곤님을 노려봤다.
“우와... 오빠는 여고생한테 개 짖는 소리 내게 한 다음에 때리기 까지 하는 쓰레기구나...”
네모미님의 잠에서 막 깨서 나른한, 말투에 드래곤님이 화들짝 놀라면서도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라면서 반박해 왔지만.
이 방에서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드래곤님의 편은 없었고.
드래곤님 또한 나를 바라보면서도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아파할 줄은 몰랐나보다.
아니, 이건 나도 신기하네.
고작 혹이 난 곳에, 쥐어 박혔다고 이렇게 아파하다니.
고통에 익숙해지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안락함에 익숙해지는것은 찰나의 순간이면 충분한 듯 했다.
안락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움에 익숙해진 몸이, 예전이라면 가볍게 버텼을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미, 미안...”
“괘, 괜찮아요...!”
드래곤님이, 어색하고 투박한 손길로, 내 머리를 만져왔고, 이내 기겁했다.
“혹이잖아!”
드래곤님이 벌떡 일어나서, 내 머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나는 당황하면서도,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웃어보였다.
“네에... 헤헤, 그, 오는 길에 부딪쳐서...”
내가 상황을 애써 무마시키려는 순간, 룸의문이 열렸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이내 드래곤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을 몇 번 반복.
“후에...?”
“어, 어? 왔냐?”
드래곤님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반겼다.
말을 들어보면, 지각했다는 스트리머들 같았다.
지각한 스트리머들은, 조금 짜게 식은 표정으로 드래곤님을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봤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형, 그, 좀, 그러네...?”
“으아아악! 아니야!”
“오빠, 음, 리에라님이 귀여운 건 알지만, 나이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리에라님은 미성년자...”
“아니라고!”
드래곤님이 이렇게 당황한 건 처음 본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이상한 기분은.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 눈물이 고였지만, 그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재밌었다.
“헤헤헤...”
헤실거리며 웃어보이자, 드래곤님이 삿대질로 방금 들어온 사람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나에게 버럭, 큰 소리를 내질렀다.
“좀 말 좀 해봐!”
정기회의는 어느 순간 드래곤님 매달기로 변질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