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9화 〉 방송 열 달째(1) (119/143)

〈 119화 〉 방송 열 달째(1)

* * *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원래 집, 그러니까서예님집으로복귀했지만. 뒤룩뒤룩 찐 살덩이는어찌할수가 없었다.

몸무게는 기어이48kg를달성해버렸고, 뱃살이 눈에 띄게 나와 버렸다.

뼈가 만져져야 할 곳에, 말랑말랑한 촉감이라니.

그래도, 위안이 된 것이 있다면 무려, 속옷을 새로 샀다는 점이다.

지금은 C컵.

이제 나도 ‘오우야‘소리를들을 수 있는 그런 기준점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네모미님의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

네모미님이보고 싶다면서 시키신 말이 의외로 입에달라붙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것.

“허­접­!”

한 달이라는 시간은 다른 사건들이터지기에 충분한시간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슬슬 식을 때였다.

하여, 내 방송은 다시 정상화가 되었고 지금은1500명가량이내 방송을 보고 있었다.

종종 욕설이 올라오긴 했지만,서예님이관리를 하여 잡아내고 있으니,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한 방송.

다만, 내 말투가 조금은 바뀌었다.

네모미님의영향이리라.

꼴사납게 죽는 시청자의리플레이를보고 얄밉게 웃으며한 손으로입을 가리곤 내뱉은 말에 채팅창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리에라가삐뚤어졌어...

­메스가키그자체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간 나는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예의를 차렸지만,네모미님이조언해줬다.

시청자들은 매도당하는것을 조금 더 즐긴다고.

말도 안 되는소리라 치부해버렸지만,네모미님이나를메스가키라부른 직후부터 나에겐 재능이 있다면서 그 표정과 말투를 연습시키셨다.

처음엔 걱정스러웠으나, 정말로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이게 맞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저렇게좋아하시는걸.

나는 정말 이런 방송으로도 괜찮냐는 말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뻔했지만,컨셉을지켜야 하기에, 조금 더 얄밉게 웃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폭발하는 채팅창.

대다수의 채팅이때리고 싶다­ 같은 것이었으나, 진심이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를 위해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사람들 아닌가.

응원해주고, 내방송 관련하여인터뷰 또한 해준 시청자가 존재했다.

더열심히 방송해야지.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어째서 나는 이런컨셉을지키고 있는 거고, 어째서 시청자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시는 걸까.

근본적인 의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결국 나는 이 이상한컨셉을풀어버리고는 조금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 지, 진짜이런게조으세요...?”

­컨셉풀지마!!!!!!!!!!!

­들어가리에라!!!!!!!!!!!!!!

­아ㅋㅋㅋㅋ

“그엑...”

생각보다 거센 반발에 움찔­ 놀라면서도 깨졌던컨셉을다시 수습하여 뒤집어썼다.

그리고그제야조금 의문이 풀린 기분이었다.

내시청자층은네모미님과절반 이상이겹쳤고,네모미님의방송 스타일을 보면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운명이겠지.

아예 포기하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스트리머의 사명 아닌가.

그날 나는 무려 7시간가량메스가키가되었고, 시청자들은 수많은 클립을 뜯어가셨다.

과연 그 클립들이 얌전히 개인 소장이 될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의 방송으로 넘어갈지.

그건 아마 시청자들만이 아는 이야기 아닐까.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묵직하게 걸어오는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볼 때마다신기해.”

주인님이 걷는 것이 힘들어 나에게 다가오다 말고 배를 까뒤집고 드러누웠다.

폭신폭신한 털,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물컹물컹한 살.

한 달이라는 시간, 나만 살찐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주인님의 손톱에 상처가 나면서도 식단 조절을 해 정상체중까지 빼놨던 주인님이 과장 없이 3배는 몸집이 불어난 것 같았다.

이러면 오히려 살을 빼기 전보다 심해지지 않았나.

도대체 누가! 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

내가 여기 없을 때, 누가 이 집을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가.

예빈이랑서예님.

서예님이그랬을 리는 없으니,필히예빈이겠지.

여기서 같이 지낼 때도 주인님을엄청 귀여워해서나 몰래츄르같은간식을 계속 주지 않았나.

토실토실해지다 못해 뚱뚱해진 주인님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옹­ 아마도츄르를달라는 듯, 누워서 울음소리를 내뱉는 것이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아니, 대단하다고해야 할까.

어떻게 한 달, 엄밀히 말하면 한달도 안 되는시간에 주인님을이 모양으로만들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손가락으로 주인님의 배를 살짝 찔렀다.

하악­기분 나쁘다는듯이 위협을 내뱉었지만,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주인님의 행태는 그야말로 우습기 그지없었다.

아니, 뭔 고양이가 몸도못 가눈단말인가.

내가 집에 왔을 때 주인님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웃기려 하는소리가 아니라 주인님은어디 가고웬 조그마한 새끼돼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허어어...”

주인님의뒤룩뒤룩찐 살을 바라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걸 빼려면 주인님과 피가낭자하는사투를또다시벌여야 하리라.

그리고.

고개를 숙여, 뱃살을 바라보았다.

네모미님은지금이 딱 보기좋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 많이 살이 찐 것이었다.

“우리힘내자...!”

주인님을 바라보며파이팅자세를취해 보이자, 내가츄르를주지않으리라 생각한것인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로 향하는 주인님.

보통 고양이의 걸음걸이라 하면사뿐사뿐이겠지만, 주인님은뒤뚱 뒤뚱이었다.

그래, 마치 저 멀고도 먼 곳에 있는 펭귄을 보는 것 같았다.

고양이에게 펭귄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그렇게밖에말할 수 없는저주받은어휘력이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 이, 비참한 심정을 도대체 어떻게표현해야 할까.

“잘모르겠어...”

주인님은 저러다 병이라도 나는 거 아닐까.

예빈이얘는 도대체 뭘먹인 걸까.

츄르나사료만 먹어서 한달 만에저 몸이 가능하기나 하냔 말이다.

예빈이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한 달넘도록 집에도못 들어간애한테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아...”

결국 돌고 돌아서 한숨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주인님을 다이어트 시킬 때 가장 힘든 것이 있다면 주인님의하악질도아니고냥냥펀치도아니고, 밥 달라고 애처롭게 우는 것이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밥을 달라고 애원하는데,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거절할까.

하지만 기어이 이겨냈고, 정상적인 몸무게로 돌려놨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심해졌다.

어떻게해야 할지앞이 막막하다.

친척들이야 가만히 있었더니자연 발화해서타 죽어버렸다지만, 이건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허접고양이.”

나는 노력과 재능으로 단련된 얄밉고, 한 대 때리고 싶은 표정을지어 보였다.

고양이한테 통할까 싶었지만,허접이라고말하자마자귀가쫑긋거리더니, 뒤를 돌아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악­!

하익질까지 하는것을 보니 정말로 화가 난듯했다.

다만, 예전에 주인님은 굉장히 날렵해서 내가 졌다지만, 지금은 흔한 말로쿰척쿰척했다.

게다가 주인님은 나를 때릴 때 웬만해선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다.

발톱을드러내지도 않고느리기까지 한 고양이에게 질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격돌했고, 그 결과는 내 패배로 끝났다.

느렸지만 그만큼파워가세질 줄이야...

한 대 맞으니, 예전 이모부에게 맞았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이게 진짜 고양이는맞는건지.

내가 삵을 주워온 것인지.

진지하게고민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어진다.

예빈이가 미안하다며 보내온 치킨을 받아들고뚱­ 하게 치킨 앞에 앉자, 주인님이 치킨에 욕심을 보였다.

한 번도 사람 먹을 것에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예빈이가 설마 사람 먹을 걸줬나...?

들은 적은 있었다.

고양이가사람 먹을것을 먹으면뭐 때문인지몸이부어오른다고.

망설일 것도 없이전화로연락을 취하자 예빈이가 당당하게도 ‘응!’이라고대답해와서 주먹에힘이 들어갔다.

“괜찮아, 제대로 알아보고 고양이가 먹으면안 되는 건안 줬어!”

“야!”

“아, 나섬네일그려야 하니까끊는다?”

뚝­ 제멋대로 끊어진 전화에 인상을 찌푸리다 주인님을 바라봤다.

사람 먹을 것까지 탐내기 시작하는 이 돼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내가치킨박스에손을 얹자 고양이의 솜뭉치가 내 손위로텁­ 하고 올라왔다.

그 상태로 주인님과 눈싸움,

눈이 따끔해질 정도로 버티자 주인님이 슬그머니 물러갔다.

이긴 건가...?

그 생각도 잠시 주인님이 내 어깨를 타고머리 위로올라섰다.

무언가 불편하거나, 불만이 있을때마다 하는행동이라는 것을 함께 살면서 배웠다.

목이 꺾일 것같다...

“주인님내려와 주면안될까...”

애옹­ 싫다는 확고한의사 표현.

“...네모미님네가져다주면한 4인분 정도 나비탕이 나오지않을까...”

물론, 정말로 그럴 생각은없었지만 홧김에내뱉어본 말.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영리하고, 사연 있고, 안쓰러운 귀여운 고양이였는데.

지금은어째서...

우리 집에 고양이가 아닌 맹수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얘를 방송에서 보여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 주인님이라곤 절대 생각하지 못하실 거다.

털색빼곤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지 않은가.

아마도 내가 다음에예빈이를만나게 된다면 손이 아닌 멱살을 잡게 되지 않을까.

“후우...”

답답한 밤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날 나는 치킨을 먹지 못했다.

“뭐,됐어... 살도빼야 하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장치킨이었지만, 살은빼야 하니까.

한 달만의 복귀였다.

짧은 시간이 분명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쉽게적응할수 없었다.

주인님의 변화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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