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방송 열 한달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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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덧방송을 한 지11개월째, 유튜브 첫 영상을 기점으로 한다면 무려 1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점.
평화로웠다.
그렇게 표현하기에 적절했다.
사건이나 사고가 터진 것도 없었고, 유튜브는 꾸준히순항 중, 곧 구독자 수 20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슨 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평화.
이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내 사건은 흐릿하게 남아 외출도 자유로웠다.
닭고기 패티가 어느 순간부터3장이 된것만 빼면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상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햄버거 하나로아침 점심 저녁이해결되네.”
패티를 다 꺼내서 빵과야채만먹어두고, 패티는 아침, 점심, 저녁,밥 먹을때마다 치킨가스 먹는 느낌으로 잘 먹고 있었다.
“하암...”
방송도 끝났겠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온몸이 노곤해져서 녹아내릴 것만 같다.
그래, 조금 다르게 말해서 따분했다.
방송이 재밌고, 그간 평소에 워낙 많고도 자극적인 일들이 있었기에, 일반적인 일상은 그저 따분할 뿐이었다.
그렇다고또다시방송을켜버리면 다음 날방송을 할 체력이없어져 버리니...
“다른 분들은 쉴 때 어떻게 보내고계실까...?”
일단네모미님은짧게나마 함께 살아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밥 먹고운동,밥 먹고간식하고 운동.
그것의 무한 반복.
적어도 나와 어울리진 않는다.
네모미님이운동하라고 신신당부해서 요즘 스트레칭 겸, 간단한요가 동작을하곤 있지만. 이것만으로도충분히 힘들었다.
“아람님에게물어볼까...?”
운동을안 하기로유명하지 않은가.
적어도 체질은 나와 같았다.
망설일 것도 없었다, 지금 시간은아람님이방송할 시간이 아니니까.
가끔,가람님과계신 것인지, 서로 얼굴이 붉혀질 때가 있어서 일단 문자로통화 가능하냐고묻자 ‘ㅇㅇ’이라는성의가 없는대답이 도착했다.
적어도가람님이랑계시진 않는구나,안심하고는어색하게 패드를 눌러아람님에게전화를 걸었다.
딱 4번의 전화음이 들렸을 때.
느에... 거리는힘 빠지는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혹시제가 귀찮게한 건...?”
왜 이렇게목소리에 기운이 없단 말인가.
병들어서 다 죽어가는 병아리의 울음소리도 저것보단기운찰것 같았다.
이런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목소리만들었을 땐드래곤님의동생보다병약해 보였다.
“감기...?몸살...?”
“으에...?”
아람님은힘 빠진소리로웃어 보이곤부스럭부스럭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듯 조금 더 사람다운 목소리를 던졌다.
“그냥늘어져 있던 거뿐이야. 난서연이처럼병약하지 않다고?”
“...저 튼튼한데요!”
“네에네에, 그래서 전화는 왜? 놀아줄까?”
“아니,그런 건아니고요...”
과연아람님에게묻는 것이 올바른선택일까 아주잠시 고민했으나, 딱히 말을 할 사람도 없었다.
“아하하... 쉴때 뭐하고쉬어야 하냐니그런 말이 어딨어?”
“그,그런가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소리 내웃는아람님의목소리에 조금은 몸을 움츠렸다.
하긴, 나 같아도누군가가 나에게쉬는 법을 가르쳐달라 하면 이상하게 보겠지.
아람님은넓은 아량으로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러면 나처럼 해봐.”
“아람님처럼요?”
“몸에 힘을쭉 빼는 거야.”
일단 몸에 힘을 빼라고 하니, 나는 침대에 누워 온몸에 힘을 쫙 풀었다.
지금 내 상태는 해파리와 다름없을 정도로 흐물흐물했다.
“네에에...”
“그리고 죽은 척”
“네...?”
죽은 척이라니?
당황스러워서 의문 음을 내뱉었지만아람님은그저 자기 할 말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안 하는 거야.”
“그냥자는 거잖아요오...”
“응,자는 게제일좋은거얼...”
내 힘없는 말에,아람님도다시 늘어지신 건지 목소리가 축 늘어졌다.
아람님은혼자 집에 있을 땐늘어져 있구나 라는 쓸데없는 정보만 얻은 채로 통화가 끝났다.
나는 도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
아람님말대로 축 늘어져서 눈을 감아봤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답답하고 따분함만 증가하여 미묘한 짜증만이 올라올 뿐 아닌가.
“누구한테말해보지...?”
아
탄성을 내뱉고는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내친구 있지않는가, 동갑에, 처지도 비슷하고 말도잘 통하는친구!
예빈이!
나는지체없이예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1분이 지날 무렵, 핸드폰 너머로 퉁명스러운 말투가 흘러나왔다.
“아 왜.”
“예빈아...심심해...”
“끊어 나섬네일그리느라 바빠.”
뚝 끊긴 전화.
혹시 실수로 끊긴 것은 아닐까,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10분 정도를 기다렸으나 전화가 다시 오는 일은 없었다.
그 후로많은 사람에게통화를 했으나,아람님을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여러 이유로 바빴다.
“혹시 나만 한가 한거야...?”
조금 충격적이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은 대부분 다들 잘나가는 인터넷 방송인들 아닌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대부분의인터넷 방송은널널하고, 한가하지 않았다.
특히나 인기가 쌓여가고 인지도가 쌓이면 그에 따른 책임이 생기기 마련이고.
갈수록 바빠진다.
오히려 지금 내 상황이비정상적이리라.
이제 구독자 수가 18만하고도5000명.
나도 원래는 지금쯤 바빴어야 했다.
이렇게 따분함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라.
“허엉... 나, 진짜날먹이었네...”
내콘텐츠가없으니 준비할 것이 없었고.
늘상방송을 켜면내 주도하에 진행이된다기 보단시청자들에게끌려다니기일수이니.
따로 생각할 것도 없었다.
물론,콘텐츠는매일같이 고민하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시청자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은 내 방송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탓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심각하게 아무것도안 하고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경) 아무것도안 함(축’ 고양이사진이 떠올랐다.
“와아...”
내가 지금 그 꼴이었다.
문제였다.
근데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지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콘텐츠가하루 만에뚝딱 나오는 것도아니고...”
벌써 몇 개월째 똑같은 고민이었지만한 걸음도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건 내가글러 먹은것보단, 거의 모든 방송인의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유독 내가 심한 것 또한 맞는 말이었다.
뭔가, 나 자신이 싫어졌다.
예전처럼죽고 싶어진것은 아니었으나 죽고 싶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내가 생각하고도 잘 모르겠다.
과거처럼 나를 자학하고스스로를비웃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상한 자괴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도 이제하꼬라는이름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구독자 수20만 가까이되는하꼬가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미 튜토리얼은 끝났다.
이젠 실전으로 나는 이제하꼬가아닌 어엿한 전업 스트리머.
이런 것은 이제 위험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그에걸맞은노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과로이어져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으으... 콘텐츠,콘텐츠...”
어정쩡한콘텐츠는안 된다.
장기적으로 리에라는 이런콘텐츠지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시그니쳐콘텐츠.
물론, 사람의 상상력이란 다 비슷비슷해서신박하다고생각하는것조차이미 있는콘텐츠일수도 있겠으나, 뭐가 됐던 지금 당장 내 방송이 위험하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시청자들은 나를 놀리고귀여워해 주는것만으로도 만족하는듯했지만.
이걸 1년 넘게 끌고갈 순없었다.
언젠간 질린다.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근데... 콘텐츠도대체 어떻게해야 하는 거냐고...”
칭얼거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네모미님이추천해준 코스프레콘텐츠는미적지근한 반응이나와버렸으므로안 된다.
...
“아니...”
메인 콘텐츠가아니라메인 콘텐츠를찾기 전까지 코스프레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반응이 미적지근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 나쁜 것 또한 아니지 않았던가.
충분히해볼 법했다.
수치심과 창피함 따위는 내 방송의 위기 앞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가 인식하고 있지 못한 사이에, 방송 최대의 위기가 들이닥쳤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18만 구독자,1년 차스트리머가콘텐츠가없어...?”
내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게 뭔가.
캠 하나만으로 먹고 들어가려면네모미님정도로 예뻐야, 뭐가 될 텐데 난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테에엥...”
따분함은 가셨다.
그 대신에 등에서식은 땀이타고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벌떡 일어났고, 그런 내 행동에 놀란 주인님이 나를 잔뜩 경계했지만, 무시하고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구석진 곳에박혀있던네모미님이건네주셨던 옷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흔히 말해,로리캐릭터의 옷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하늘색 티에 노란 치마, 노란 모자. 흔히 말하는 유치원 옷은 일단 제외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희미하게 남아있는인간성 또한그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내가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손에 쥔 것은 차이나 드레스였다.
꿀꺽
마른침을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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