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5화 〉 방송 열 한달째(2) (125/143)

〈 125화 〉 방송 열 한달째(2)

* * *

차이나 드레스의사이즈는알맞았다.

네모미님이입었다면 아슬아슬하고 야릇했겠지만, 몸집이 작은 내가 입으니평범한...

“차이나 드레스를 입는 거부터 평범하지않아...”

허벅지까지트인 옷이라니.

도대체 이 옷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누굴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필히성욕이 왕성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옷을 만들어 낼 리가 없지 않은가.

“하아...”

캠을 바라보았다.

비친내 모습은 그야말로 괴상하다 표현하기 딱 좋지 않은가.

내 몸집에 비해 거대한게이밍의자, 다리는 바닥에 닿지 않아 붕 떠서 흔들거리는 꼴.

그런 주제에섹시하다말할 수 있는 차이나 드레스를 입었다.

허벅지가 살짝 보였으나 이상하게도 야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 몸이라서 그런 걸까.

조금 웅얼거리다 셀카를 찍어 예빈이에게 보내보니 ‘ㅋ’로도배를 해버렸다.

볼만해?

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귀엽네ㅋㅋㅋㅋㅋ’.

지금이라도 갈아입을까 생각했지만,그럴 수는없었다.

방송의 위기, 내 체면을따질 때가아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나에게 체면이라는 것이 남아있긴한가 하는의문이 살포시 고개를 들었지만, 애써내리눌렀다.

방송을 시작했다.

붉어진 얼굴로 손을흔들어 보였다.

“리하...!”

내가 상상하던 부끄러움보다 더욱 커다란 무언가가 몰려왔으나, 혀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참아냈다.

잠시, 얼굴을 가리고 심호흡으로 심란한 속을 달래고 채팅창을 바라보자 이상함을 느꼈다.

“어...?”

채팅이 올라오지 않는다.

시청자 수가없냐 하면그것도 아닌 것이 76명이나 들어와 있지 않은가.

단순오류인 걸까?

가끔 채팅창이 굳어버리는 경우가종종있었음으로그렇게 생각하려는 것도 잠시.

채팅창이 말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옷뭐야

­커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이나 드레스?

­여러분 허벅지가 보이는데 전혀꼴리지가 않아요.

­정상입니다.

“뭐랄까,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열받는데요...”

내가 성욕의 대상이 되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싶은 이 찝찝한 기분을 뭐라설명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 저번엔 반응 미적지근하더니왜 이렇게반응이좋아요...?”

의문이었다.

저번엔 ‘그래, 그래.’라며 대충 넘기는, 진짜로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이라곤 복장의차일 정도.

하지만 이게 그렇게 큰 차이냐 하면 모르겠다.

­저번에 뭐 있었나?

­몰?루

“아니...”

내가 코스프레를 한것까지까먹었다고?

아니 그냥유입인 걸까.

그래, 그걸 까먹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지만,닉네임이익숙했다.

250명가량 때부터 줄곧 내 방송을 시청해주신 분들.

전부 외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익숙한닉네임과그렇지 않은닉네임정도는구분할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냥 놀리는 걸까.

아니면 그날만방송을 안 보셨다던지...

“우으읏...”

맹렬히 회전하는 생각에 과부하가 걸린 듯 머리가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결국 생각을 그만둔 나는 캠을 바라보고는 옷매무새를 다듬어서 허벅지를 조금이나마 가렸다.

­ㅋㅋㅋㅋㅋㅋ진짜귀엽네

­ㄹㅇ귀여움원툴로구독자 수20만찍었자너

“아직 20만아니거든요...!”

그보다 귀여움원툴이라니, 나는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눈엔 단단히콩깍지가 씌어서내가 아무리 진실을 말한다 한들 들어주지도 않지만 말이다.

부끄러우면서도 아픈 말이었다.

그콩깍지가 씐시청자조차 나에게볼 건귀여움 밖에 없다고말한 거나다름없지않은가.

“에휴...”

한숨을 푹 쉬고는 허전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어때요이옷...?”

­귀여움

­귀여움

­커여움

“아니, 귀엽다고만 하지말고요... 콘텐츠로이런 옷들 많이 입어볼생각인데...”

­우리야 좋은데 왜?

­좋지ㅇㅇㅇ

­ㄹㅇㅋㅋ

­근데 왜?

“아니, 저콘텐츠도없고,캠이고노가리하는 게전부잖아요... 여러분들이질려해서 떠나면 어떻게 해요.”

속에 담긴 말을 담담하게 꺼냈다.

사실 숨길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혹여나 이분들 중에서 누군가 좋은 아이디어를 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

­우리가리에라를왜 질려함

­이 방에서 질려할 사람없을걸

­ㄹㅇ그냥딸 하나 키운다 생각하고 보는 중.

“딸이라니, 혹시 나이 아니,연세가...?”

­15살

이건 또 뭘까.

나는 굉장한 표정으로 채팅창을 내려봤지만, 의외로 채팅창은 그 시청자를 나무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리에라님이사람이라도 죽이는 게 아닌 이상 이방은 죄다콘크리트라ㅇㅇ...

­아ㅋㅋ사람죽여도내 집에숨겨주지ㅋㅋㅋㅋㅋㅋ

­그건 좀;

시청자들은 내 고민을 쓸데없는 고민이라 축약해버렸지만,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이 나를좋아해 주는마음을 내가 모르겠는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행복한 거고.

다만, 모든 것이 그렇듯 콘크리트라던가,영원이라던가는없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끼리 내뱉는 말을 보면 평생사랑한다고 하는데결국 깨진다.

이건사촌 동생이직접 증명해줬다, 베란다에 갇혔을 때, 통화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큰 소리로 ‘평생사랑해!’라고외친 지고작2주 후헤어지고 화풀이로 나를 때렸었지.

그만큼이나사람 마음은흔들리기 쉬웠다.

지금 당장은 내가 귀엽게 보이고 좋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런 방비도 없이 손을 놓고있으면분명히 몰락할 것이리라.

“어쨌든, 일단은 좋다는 거니까, 앞으로 이런 옷들로 많이준비할게요...!”

­옷이뭐뭐있는데?

­신청받음?

­바니걸바니걸바니걸바니걸바니걸바니걸바니걸바니걸

­위에 밴 좀

“옷있는게... 잠시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에서 옷들을한 아름안고 되돌아와펼쳐 보였다.

“네모미님이못입는 거라고이렇게 주셨어요,이 중에서원하는 거 있으세요?”

원하는 대로 입을게요!

메이드복,바니걸, 간호사,로리캐릭터코스프레옷, 유치원복은 아까 던졌는데 왜 또 여기에 끼어있는 걸까, 그리고 수녀복에 이것저것 종류를 세자면 한참 걸릴 듯싶었다.

­비키니

­비키니

­메이드복

­비키니

­학교수영복

“비,비키니요...?”

옷 중에비키니가 있던가?

황급히 캠을 가리고는 옷을 뒤적거리자, 끈으로 묶는 비키니가 정말로 튀어나왔다.

이게 왜 있지, 아니, 그전에 옷들 사이에가려져 있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본거지?

가끔느끼지만 시청자들의시야는 정말로 비정상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으로 입어준다고했지만 비키니는조금 많이 아웃 아닌가.

나는 비키니를 끄집어내서거실로 집어 던졌다.

방송 끝나면 주워서 안 보이는 곳에 정리해놔야지.

“쨔잔헛것을보신 거에요!”

­비키니!!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비키니

“비키니 안입어요...”

계속되는 비키니를 향한 집착에 입술을 삐죽였다.

솔직히 비키니와 속옷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아무리 방송의 위기라 한들, 속옷만 입고캠 방송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할 것 같았다.

내 말에 시무룩해지는 약800명의 시청자들의채팅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른침을 삼키고는 조금 용기를 내기로 했다.

차이나 드레스옆트임 부분을살짝 벌려 허벅지를 조금 더노출하자다시 한번 채팅이 불타올랐다.

­가려!!!!!

­리에라!정신나갔어!?

­가려!

­함부러그러는 거아니다ㄹㅇ

“아, 아니,제 살이보고 싶은거에요,아닌 거에요...”

비키니를 입어달라고 하면서,허벅지 노출엔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다니.

­보여주고 싶음?

나는 한 시청자의 말에 나는 내가 했던 행위를 뒤늦게 깨닫고는 얼굴이달아올라재빨리 다리를 모아 허벅지를 최대한 가리면서도 시청자들의 기준이 뭔지 진지하게 궁금해졌다.

“비키니가 더야하잖아요...”

내가 아까 이상한 짓을 했다지만 비키니의 노출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키니에 비하면 말이다.

노출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가 아니라.

­아니지ㅇㅇㅇ비키니랑차이나 드레스옆트임은다른거지

­ㄹㅇ그게어떻게같은거임

­ㄹㅇㅋㅋ

“이해를 못 하겠어...”

시청자들의 심오한 패션 철학은 아직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벅찬 것이었다.

“어쨌든이 중에서입을 거없어요...?”

이번 기회 다신 없을지도 몰라요?

내가 임의로 입고 나오겠지, 시청자가 옷을 골라주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 비키니를 선택하는 시점에서 시청자들의변태력은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분명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한 사람들이었다.

­비키니

“한 번만 더 하면 밴할 거예요...”

왜 이렇게비키니를 좋아하시는 걸까.

차이나 드레스 옆트임에는 민감하신 분들이.

나를 아끼는 건지, 막대하고 싶은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토끼후드

­토끼귀후드티

­후드ㅇㅇ

“아니... 그건평소랑다를 바없잖아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용기 내서두근두근 거리는심장을 참아내고 있는데, 말하는 것이 원래대로라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물어볼때마다 엄청나게 피곤해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솔직히 차이나 드레스 좋고 예전에 코스프레도 좋은데,리에라하면토끼후드지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본

“저는 그런 근본 만든 적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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