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0화 〉 방송 열 한달째(7) (130/143)

〈 130화 〉 방송 열 한달째(7)

* * *

“아니... 안 어울린다니까요.”

시청자들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시청자들은 막말로 내가 기괴한 꼴을한다 해도귀엽다며 보듬어주실 분들 아닌가.

상어지느러미(손)를파닥거리며 항의를해보지만 씨알도먹히지 않았다.

“진짜그만해줘요... 생각보다엄청, 엄청부끄럽다고요...”

­아니 귀여운걸귀엽다하는데ㅋㅋㅋㅋㅋㅋ

­솔직히이쯤 되면받아들인 만도하다ㅇㅇ

“아니, 누가자기 자신보고나 귀여워!그래요...”

­아겸손 떠는 거다?

­스스로도귀여운거알고 있었는데 스스로 말하긴 좀 그렇다는소리잖아ㅋㅋㅋㅋㅋ

“아, 아니거든요!”

도대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저런 결론이나올까

가끔, 아주 가끔 드는 생각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사람이긴 한 걸까.

무례한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일단옷 좀갈아입고올게요... 이 옷따뜻하고포근하긴 한데, 너무부끄러워요...!”

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캠을 끄고옷장으로 가토끼 후드티를꺼내 입었다.

이것 역시정상적인 옷이라 하긴 뭣하지만, 적어도상어 잠옷보단훨씬 정상적이었다.

아마도.

축 내려온 토끼 귀를 양손으로 꾹 잡고 만지작거려 똑바로 세웠다.

이 귀가 내려오면 시야에 방해가 된다.

한두 번도아니고 이걸 입고 방송을해야 하는나로선거슬릴 수밖에 없었고.

해서, 나는 토끼 귀를조물조물거려세워놓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쨘...!”

캠을다시 켜자다시금 나를 반겨주는 시청자들.

­근데 솔직히뭘 입어도근본은못 이긴다

­ㄹㅇㅋㅋ

“토끼 후드티가근본이라니, 제 근본은 무언가뒤틀려있는 거같아요...”

­코나, 턱이나신체 부위가근본인 것보단낫지 않을까.

“차라리그런 게나은 거같기도해요...”

한숨을 내쉬고는기지개를 켰다.

으쨧­ 이상한기합 소리를내며우드득­ 허리쯤에서 나는뼈 소리.

시원해져서 축 늘어지자, 시청자들이 무수한 갈고리를 올리고 있었다.

­?

­?방금소리머임

­?????

­어디부러진거아니냐?

­??????????

“안 부러졌어요... 그냥기지개에요,기지개...”

우득소리가너무 컸나?

시청자들이 저렇게 물음표를 칠 정도라니.

“운동 좀해야 할까...”

확실히 가만히 앉아있는다해서 체력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 허리에 부담이 가기도 했다.

방송을오래 하고싶다면틈틈이 운동하는것이 정답이리라.

전에네모미님에게물어본 적이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말이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뭐더라.

‘하기 싫어도 해야지, 좋은 모습 보여주려면.‘

그 대답에 느낀 것이 많았다, 진짜 프로란 저런 것이구나.

그래 보면드래곤님도,아람님도가람님도,오휘님도그 외많은 지인들이 운동하고있었다.

운동을 즐겨서 하는것이라기보단해야 하니까 한다는 느낌.

“으응...”

나도 운동을해야 한다.

그 점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주인님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고양이에게 지는 인간이라니.

휠체어를 밀면서헉헉거리는인간이라니.

간혹 계단을 이용할 때면 숨이 막히는 것을 경험한다.

심각한저질 체력.

혹여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밀검사를 받아봤지만, 그냥 지독한운동 부족이라는결과만 나왔을 뿐이었다.

나는그것들을시청자들에게 이야기했고, 그 반응은 너무나당연한 것이었다.

­운동해리에라!

­운동 안 하면곧죽을 거 같은데

­심각하긴 하다;

“네에...”

운동해야겠다.

간단한 것부터 해볼까.

아침마다조깅같은것 말이다.

잠시 고민해봤지만, 이내 볼을 긁적였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조깅을하는 모습이 제대로 상상되지 않는다.

물론 상상되지 않는다고 운동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처음부터빡센것을하기보단천천히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으음... 어떤거부터할까요...?”

평생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잘 모르겠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상식적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세세하게 들어가면 그야말로 깜깜이지 않은가.

­그냥 방송에서링피트해보는 거 어떰

­오 괜찮네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링피트요...?”

나도게임 방송을목표로 했기에링피트에대해서 모르진 않았다.

지인들도 한 번씩 하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아람님,네모미님같은 경우에는 힘들어서신음을내었고, 그 결과 그 영상은노딱을먹기까지 했다.

오래전의 일이라기엔 불과 4달 전에 있던 일.

까먹으려야까먹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어어... 그럼그걸로...?”

네모미님의집에서 잠시 살았을 때늘어져 있던나를 보곤네모미님이링피트를빌려줄 테니 해보지 않겠냐 말했었다.

그러면링피트는네모미님에게빌리면 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평소 운동을 하는네모미님과아람님도그런 엄청난 꼴이 되었는데, 과연 내가 할 수는 있을까.

“으으음...”

고민은 생각보다 짧게 끝났다.

일이 이렇게된 거, 계속 피하기만 한다고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차피 나는 운동을 해야 했으며, 살을 빼야 했고,콘텐츠를찾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내가 운동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눈 감고 운동을 시작하면 무려일석사조.

“알겠어요...! 일단링피트방송은... 어, 일주일 후에 할게요!”

­리에라가운동하는 거볼 수있겠네ㅋㅋㅋㅋㅋ

­클립 딸준비하면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대해봄

“...너무 큰 기대는하지 마세요.”

내가 내방송에 기대하지말라니 무언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진심이었다.

운동은 중학교 시절체육 시간이전부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체육 시간마저 제대로 했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 주동자 역시 이미잡혔으므로말을 하진 않겠으나,꽤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에휴...”

몸이 찌뿌둥한 것이 요즘 느껴진다.

확실히 운동해야한다.

정론이었다,방송하고싶다면 운동을 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면 운동을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틀린 말은 아니되왜 이렇게하기가 싫을까.

나와 운동은극 상성에놓여있는 것 같았다.

게임으로 치면 운동이 물이고 내가불인 것과같은...

“우... 그만칭얼거려야지...”

어차피 해야 할 일 아닌가.

투덜거려봤자 기분만 안 좋아진다.

“그러고 보니까, 여러분 중에 혹시운동 쪽사람 있나요?”

­운동 쪽사람이 도대체뭔데ㅋㅋㅋㅋㅋㅋㅋ

­??????????

­말이 조금 이상한데

“어,어... 운동잘하는 사람!”

­나 3대 400

­있긴 할걸?

­1600명중에한 명이없을까.

­나 3대 400이라고

­없나?

­리에라방송 보는사람 중에운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더 신기할걸.

“어어... 있으면,그... 시참으로저 운동 좀 가르쳐달라하려 했는데...”

­아쉽네

­나 3대 400이라고

­없는듯ㅇㅇ

“우으... 기왕하는 거 같이 하는 게 어떨까 했는데, 아쉽네요.”

­별수 없지 뭐

­근데시참을굳이?

“저,게임 방송솔직히 말해서접었잖아요... 시참으로할 수 있는것 중가장쉬운 게게임인데.”

늘 아쉬웠다, 시청자 참여방송을 못 하는것에 대해서 말이다.

당연히시참을하라한다면다른 방법이야 많겠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사라진상황 아닌가.

시참할 때 만게임 방송을키기에도 애매하고 말이다.

“어쨌든, 일단,일주일 뒤는링피트 방송으로...!”

­리바

­벌써 방종임?

­ㅂㅂ

­리바

“리바!”

방송이 끝나고 침대에 드러누워네모미님에게연락을 취했다.

링피트를빌릴 수 있겠냐는 말에 흔쾌히 허락해준네모미님에게고개를 숙여감사 인사를전하고는마른침을삼켰다.

링피트의악명을못 들어본것은 아니었다.

다들 죽을 것 같다며 비명과 신음을 내뱉었으니까.

과연 그걸 내가잘 해낼 수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 진단했을 때, 나는 초등학생과 싸워도 질 정도로 형편없지 않은가.

“어쩌지...”

이미 내뱉은 말에, 그필요성 또한절절히 느끼고 있다지만,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링피트영상을 한번 봐볼까 싶어휴대폰으로몇 가지를 검색해봤고, 그 결과 두려움이20 정도증가해버렸다.

나는 조심스레 내 팔뚝을 바라봤다.

얇고, 말랑말랑했다.

근육이라곤 정말 하나도 없는 팔.

팔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전신이 말랑말랑했다.

종아리, 허벅지, 팔뚝. 전부.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근육만 존재한다.

상상해보았다,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온몸에 근육이 들어찬 모습을.

“...조금별로인 거같은데.”

아무튼, 이미 결정된 일.

무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일주일이라는시간 동안최소한의 몸은 노력해서 만들어놔야겠지.

일단은팔굽혀펴기부터.

나는 바닥을 짚고 그대로 팔을 굽혔다.

가슴이 바닥에 닿았다. 그야말로 정석적인 팔굽혀펴기.

다만, 그리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

팔굽혀펴기1개가 안 된다고?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아멍때리다가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윗몸일으키기로 종목을 바꿨다.

침대 틈에 발을 걸어놓고는 시작.

그리고 나온 결과.

팔굽혀펴기 0개,윗몸일으키기4개.

총합 4개.

“나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힘들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내 위로 주인님이 올라와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무거워.”

주인님이 무거웠다.

주인님이 무거운 것보다, 내 몸이 더욱 무거웠다.

"흐엥..."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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