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방송 열 한달째(9)
* * *
자리에서 쓰러져 움직이질 못하자 처음엔 나를 놀리던 시청자들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내 걱정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3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들어온서예님이방송을 종료하고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허리가 삐었다.
안정을 취하라는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운동 중 허리에서우득소리가 날 것이라곤예상치 못하지 않았나.
아니 이걸 누가예상할 수있을까.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심지어 내 잘못 또한 아니다.
굳이 이 상황에서 잘못을 따지자면 내 허약한 몸이겠지.
“서예님...”
“움직이지마세요...”
서예님은어이없다는 것 반,걱정스러움 반을담아 나를내려다보며허리에 파스를 붙여줬다.
“아읏...”
“아니, 입문난이도 아니었어요?”
“입문이었는데요...”
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입문 난이도를 고른 것이 맞았다.
설마 이아이들이라는것이, 육상부 아이들 기준인 것은 아닐까.
합당한 의문을 품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흔들어 보였다.
앞면으로 쓰러져서 코와 바닥이 맞닿아 코피가 흘렀었다.
콧속이답답하고 매웠다.
아마도 피가 말라 딱지가 앉았으리라.
“킁...”
“에휴...”
서예님의한숨 소리에몸을 움찔 떨었지만,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저운동을 하려 했을뿐이었다.
그렇다고 내 주제에높은 난도를고른 것도 아니고 입문자 난이도를 골랐다.
나는 당당할 필요가 있었다!
“그, 우쭐한 표정그만둬요... 꿀밤때리고 싶어지니까.”
“네에...”
서예님의냉혹한 말에 다시 시무룩해져서는서예님의무릎을 베고 엎드렸다.
서예님는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셨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힘을 쥐면 부서질까 조심하는 것이 느껴져 웃음이새어 나왔다.
“웃지도 마요.”
“네...”
양손으로 입술을 잡아 닫아버리고는 가만히서예님의손길을 받아들이기를 30분 정도.
서예님이몸 좀 챙기라며 신신당부를 하고는 돌아가셨다.
현관을 힐끔힐끔 바라봤다.
다시 들어오시진 않으시겠지?
그나저나.
“...휴방인가...?”
휴방.
요즘 휴방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닐까.
내 방송이재미없다고 한들, 매번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다 대고 내 방송은 원래 재미가 없으니까휴방해도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글러 먹은생각 아닌가.
게다가, 이번에 쉬게 된다면 공지도 없이 무단휴방이 돼버린다.
“...끄앙.”
몸을 일으켜보려 했으나누군가 허리를 진심으로 가격한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결국 포기하고 털썩, 드러누워 흐느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1300명앞에서링피트입문자 난이도를 하다가 이 꼴이 된 것이 말이다.
“후으으...진짜...”
평소에 운동 좀 하고 살걸.
뒤늦은 후회를 해봤지만, 영양가 없는 행위였다.
그보다, 진짜로 오늘방송 못 하나?
안 되는데...
휴방도 하나의 습관이었다.
그런 나쁜 습관은 나에게 필요 없지 않은가.
“끄으응...”
다시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정확히는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허리 삐끗한 것과 별개로 온몸에 근육통이 생겨버렸다.
고작 그것 했다고 말이다.
“방송... 방송하고싶다...”
시청자들이랑 이야기하고 싶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갑자기 고꾸라져서방송 종료한후로 공지도 없지 않은가.
방송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냥 바보 같은해프닝이라고웃어 보이고 싶었다.
“...잠깐만”
방송하고싶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폰을바라봤다.
신형기기로바꾼 지 얼마 되지않아기스조차 나지 않았다.
“...폰방송?”
내가 말하고도 그럴듯했다.
요즘 핸드폰으로 방송도 할 수 있다고 광고도 하지 않았는가.
만약 안 된다면 과장광고로 신고를 넣어 버릴 테다.
애꿎은 곳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나는 앱을 조작해보았다.
그리고 구석진곳에 있는방송기능을 20분 만에 찾아내어 군침이 도는 표정으로 실행.
“리,리하...! 되는건가...?”
잘 모르겠다.
일단 화면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면된 거같기도하고...?
된 건지 안 된 건지헷갈려 할때.
방송을 켜졌다는 알림에 나를 걱정하는수많은 시청자가몰려들었다.
방송을 켜자마자140명.
그리고 그 숫자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리하!
몸은 좀 어떰;
우득소리장난아니던데
휠체어행임?
왜이리근접샷임
“그냥 조금삔 거에요,그으... 걱정 끼쳐드려죄송합니다...”
주눅이 들어 조그맣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진심이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 따위를 전해줘야 하는인터넷 방송인이걱정을끼쳐서야 되겠는가.
시청자들에게한없이미안했다, 예전의사건·사고야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공격을 받은 것이라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이 통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오롯이 내책임 아닌가.
물론, 나도 억울하긴 했다.
허리가 그렇게 돼버릴줄이야...
하지만 억울한 것과 죄송한 것은 어디까지나 별개였고, 하여 나는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435화찍먹님이3,000원 후원!]
한 번 더 미안하다 하면언팔함
“아앗... 죄,죄송...!”
죄송?
언팔드가자
???????
언팔을이야기했는데죄송????
“그엑... 그으으...죄....아니아니... 안죄송...아니이게아니라...”
버퍼링 걸린 영상처럼버벅거리다가혀가 꼬여 혀를 씹어버렸다.
알싸하고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고통이 올라왔다.
“후에엑...”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허리는 움직이면 아프고, 시청자들에겐 아픈 티를 내기싫었으므로소리 없는비명을 내지르며 억지로 침과 함께새어 나온피를 삼켰다.
맛없어...
생각보단 약하게 씹은 듯 피는 금세멎었지만 입안엔기분 나쁜 미적지근한 온도의 비릿한 향이 감돌았다.
“으으... 근데저도 이런 꼴을보일 줄몰랐어요...”
우리도링피트하다가우득소리 내면서엎어질 줄몰랐음
ㄹㅇㅋㅋ어케아는데
몸은 좀 괜찮음?
“몸은괜찮아요...! 소리는컸지만 조금 삐끗하거라의사 선생님말로는 길어봐야 일주일이래요!”
와!리에라가병원을 간다!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참내
옳바른리에라다
“...저도아플 땐병원 가거든요?”
저 반응은 뭘까.
나라고 모든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꾀병이 심하고 과장되게 아픔을 표현하는,글러 먹은사람 아닌가.
나라는 사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저기... 여러분에게저는 도대체 어떤 이미지에요?”
드러누워서 고개만 올리는 꼴이 이상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궁금했다.
시청자들이 보는 내 모습은 도대체 어떤 걸까.
[이미지님이11,000원 후원!]
영상후원
“어... 이미지님만 천원감사합니다... 멍멍!”
뭔가, 이리액션오랜만인 거같다.
나는폰을조작해 링크를 눌러보았고, 그 링크는 내가 모르는 다른 스트리머의영상 클립이었다.
아 천장을 기어이찍네시발... 오늘만큼은0.6리에라만큼불행하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내 이름을 언급하며불행하다는말을 한 스트리머.
“저 이상한 단위는뭐에요...”
불행한 일 있으면리에라단위로말하는 게유행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100리에라가최대다
“...왜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있는 거예요, 아니 유행이라기엔 제 주변 지인분들은 그런 말안 하는데...?”
그을쎄...
“했구나...”
내가 방송을 안 볼 때했구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이름 자체가 유행어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잠깐만 왜불행 단위가리에라인건데요... 저행복해요!행운아예요! 불행하지 않아요!”
가능하다면 몸을 일으켜 크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항의는휴대폰잡은 손을 제외한 남은 손으로 침대를 툭툭! 치는것밖에 없었다.
님과거가....
어...음...
“자,따라 해보세요... 리에라는비틱이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주워들은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에라는비틱인가????
“리에라는 운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씨...”
따라 하라는말에도 들은 척도안 하고비웃다니, 조금은 얄밉다.
하지만, 이내 나 또한 헤실헤실하게 웃어 보였다.
시답지 않은 일에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로 운이 좋지 않은가.
근데, 그건 그거고 바로 잡을 건 바로잡아야지.
나는 이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일념으로 표정을 굳히고는 크게 외쳤다.
“리에라는 행운아다!”
시청자들이 따라 할 때까지 시도해버릴 것이다.
뭐가 됐던, 한분쯤은따라 해주시겠지!
그렇게 3시간이 지난 후, 나는제풀에지쳐서 방송을 종료했다.
결과?
3시간 내내 외친 내 목만 쉬었다.
단 한 명조차 따라 해주지 않았다.
“테에엥..."
오늘만큼은조금 불행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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