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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화 〉 방송 열 두 달째(3) (135/143)

〈 135화 〉 방송 열 두 달째(3)

* * *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방식은꿔바로우였다.

근 1년간 먹어왔던 방식이잘못되었다는말에 시무룩해졌지만.

이미 소스에 부어져서 눅눅해진 탕수육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로, 나흘이 지났다.

쿠키 500개.

모양이 이상하긴 했지만, 영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못난이 쿠키라던가 못난이 빵이라던가, 그런 것도 나오는데이 정도면양호한 것 아닌가.

“하암...”

졸린 눈을 비비고는 시계를 바라봤다.

나름 고급스러운 포장을 끝냈다.

1명당 5개씩.

쿠키치고는 조금 큰 편이었는데, 시청자들이 과연 이걸 받고 좋아해 줄지는 알 수 없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이런것보단문화상품권이라던지, 조금 더 물질적인 것을좋아해 주지않을까 하는 생각.

반대로 생각해서 내 쿠키가문화상품권 이상, 혹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그것은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쿠키를만드는 데 실패한쿠키 부스러기를 입에 털어 넣으며신음을내뱉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터져나갔지만, 답답한 마음은 더해갔다.

“으으응...”

추첨선물은 이것으로 끝났다.

잘 보관했다가 당일 추첨을 받아서 100명에게 보내주기만 하면 끝.

하지만, 아직 1주년 방송 때 뭘 할지는 정해두지 않았다.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사실, 그냥 아무것도안 하고 축하만받을 수도 있었다.

찾아보니까 생일같이 넘어가는 분들이 계셨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욱 많았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1주년 동안 시청자들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까?

1주년이라는 시간이그저그냥 방송한다고이뤄진 걸까.

아니라고 본다, 시청자가 있었기에 방송을 지속할 수 있었다.

시청자가 없는 방송을 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면, 1주년이라는 시간은 오롯이 스트리머만이축하받을일일까.

그간 나를 봐준 시청자들의 공을 무시해선 안 되리라.

“하지만...”

어떻게 감사함을 표할지, 어떻게보상해야 할지, 어떻게 기쁘게 해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하물며, 1주년이 지나면,더는신입 스트리머가 아니니까.

나도 이제 많이 성장했으니까, 어리숙한 모습을보여선 안 되겠지.

1주년의 끝.

사라지는 신입이라는 호칭.

한 사람으로서, 하나의 방송인으로서 평가받을 때였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당당할 수 있을까.

이상한 불안감, 답답하다.

하지만,그렇다고 한들부정적인 감정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1주년이라는 설렘.

1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받은 행복함.

분명잘 해낼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벌써 이렇게 시간이지났구나 하는새삼스러운 감정까지.

뒤죽박죽 뒤섞어 알 수 없게 된 감정을 다스리며 나는 내가 포장해둔 100개의 상자를 바라보았다.

“...편지라도 하나씩 넣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걸로 넘어가기엔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손 편지라면어떤가.

나 스스로 뭐라도 된것 마냥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내가 좋아서 오는 시청자들인 만큼, 내손 편지를받으면 적어도 버리시진 않을 것 아닌가.

100개의 포장지, 100개의 편지.

단순히 생각해도 금방 끝날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이좋아해 준다면고생 따위야 할 수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을 끝낸 상자의 끈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오늘온종일해도 다 못 끝낼 것 같은 양.

편지의 내용은동일하게한다고 하더라도최소한 한 면은 꽉꽉 채우고싶었으므로생각보단 고된 일이 되겠지.

“...그런데못 받은사람들은 어쩌지?”

내가 신도 아니고,모든 사람을챙길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되도록많은 사람을챙겨주고 싶다.

쿠키를 더구울까...?

막말로 모든 시청자의 수만큼 쿠키를 구우면 되기야 하겠지만, 그건 조금 너무 나간 것 아닌가.

내 시청자 수, 대략1500명.

1주년 기념 방송이 일반적인 방송보다 시청자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생각하면2000명, 어쩌면 그 이상.

“한 명당5개니까...”

만약 정말로 전부줄 거라면쿠키1만 개라는수치가 나와버린다.

아니, 굽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걸 포장하고 다시 배송하는것까지생각하면 이건 정말 아니었다.

“좋은방법 없나...?”

나도, 시청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끄응­ 앓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미 진작 누군가 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해 낼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았다.

“어쩔 수없나.”

혼잣말을 툭 내뱉었다.

습관적인 혼잣말에 답변이 돌아올 리 없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것은 시청자들 또한 이해해 주지 않을까.

볼을 긁적이면서도 편지지와 봉투를 사러 밖으로 나섰다.

알아보는 사람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간혹가다가알아보는 분이 계셔서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

솔직히연예인 병걸렸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편지지랑 봉투 말고 또살 게있나...?”

나온 김에 필요한 것들을사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할인 마트로걸음을 옮겼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 선선한마트 내부엔사람 없이한적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 걸까.

일단은 살 것부터 사자며 발을 재촉한 끝에, 금방 찾아낸 편지지와 봉투, 그리고냉동식품 쪽을살펴보다 냉동꿔바로우라는 것을 발견했다.

돼지고기 튀김에 새콤한 소스.

“탕수육과 뭐가 다른거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냉동꿔바로우라는제품을 꺼내 확인하자 의외로 싼 가격에 놀랐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서예님카페의직원분들이말하길, 내가 탕수육과꿔바로우를착각하고 있다고 했었지.

먹어보면 알게 되리라, 뭐가 다른지 말이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마트를 둘러보았고, 이내카페인 음료두 개를 추가구입해집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 바로쓰는 거야!”

파이팅자세를 취하고 책상에 의자를끌고 와앉아 펜을 들었다.

그리고 30분 뒤, 내가 쓴 것은 ‘시청자님’ 단4글자.

“...글쓰는 거왜 이렇게 어려워.”

어떻게시작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감사함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투성이.

예전에 부모님에게 줬던 편지와 비슷한 걸 쓰면 될까 싶었지만, 그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아니었다.

감사함을, 감정을 담아서 하나 쓰고, 99개를 베껴 쓴다는 생각이 시작부터 어긋나버렸다.

글 쓰는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예상외 고난에 머리카락을 쥐어뜯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도 이틀.

이틀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하물며, 편지만 써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방송에서 해야 할 것도생각해야 하고, 적당한멘트도준비해야 하고, 못 받는 시청자들을 위한 것도 떠올려야 했다.

“우으으읏...”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고민이 깊었던 적이 있던가?

책상에 코를 박으며 웅얼거렸다.

“아,검정고시도...”

방송 준비외에도 해야 할 것이 더 있다.

언제까지고 중졸로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마땅한 일이 없다면 최소한 고졸은돼야 하지않을까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방송을 시작할때까지만해도. 검정고시는 아예 생각해 두지도 않았었다.

그야, 돈이 다 떨어지면 죽을 생각이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살고 싶었다.

방송이 남아있는 한 나는 살고 싶었다.

살고 싶었고, 살고싶을 때에는삶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하여 처음 목표로 잡은 것이 검정고시.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기엔 학교라는 장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기에 선택한 방법.

중학교 1학년때까지, 우등생이었음은 사실이었지만.

공부에서 손을 놓은 지도 꽤 됐고,망가져 있던시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초등교육부터 다시금받는중이었다.

“...편지 다 쓰면 공부도 마저 해야지.”

무언가, 요즘 삶이 굉장히 촘촘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은 아니리라.

허리를 두드리며 다시금 편지지를 바라보고 펜을 쥐었다.

시청자분들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

시청자분들께못 전한 말.

“첫 문장은...”

사랑하는­ 이 좋겠다.

실제로도 나는 시청자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연애 감정은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툭툭­ 편지지에 무의식적으로 펜을 두드렸다.

잉크가 살짝터져나가편지지에새겨 졌다.

“앗...”

뒤늦게 깨닫고는 편지지를 살펴봤지만, 잉크는 이미 더럽게 번져있었다.

꾸깃꾸깃 꾸겨서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는다시 한숨.

“서연이 뭐해?”

“편지요....?”

응...?

지금 누가 말한 거지?

오싹해져서 뒤를끼긱거리며바라보자네모미님이내 뒤편에서 있었다.

“우와아악!”

“에이, 뭘 그렇게놀라고 그래, 오늘 온다고 했었잖아?”

“그,그랬죠...”

오신다고 했었다.

현관 비밀번호야 내가 알려드린 적이 있었고.

쿵­ 떨어진 것 같은 심장을겨우 겨우토닥였다.

그런데 이렇게 소리도 없이 뒤에서 있으면놀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나도 왔어!”

네모미님뒤에서쨔잔하고 나타난 사람.

“아,아람님...?”

아람님도오신다고 했었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자네모미님과아람님이헤실거리며웃어 보였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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