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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화 〉 방송 열 두 달째(5) (137/143)

〈 137화 〉 방송 열 두 달째(5)

* * *

모든 준비가 끝났다.

오늘이 바로 1주년 방송일.

두근거리는 떨림이, 살 떨리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쿠기와책을 준비했고,배송준비또한 마쳤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모두 끝냈고,방송콘텐츠는네모미님과아람님에게양도했다.

나데나데힐링방송이라는게도대체 뭔지지금까지도잘 모르겠으나, 어차피 곧 알게 되겠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해서라기보단, 기대가돼서,기대돼서 라기 보단,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서.

온갖 잡념이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어떻게 시작할까, 평소처럼 ‘리하’?

1주년인데, 너무 무난하지 않을까.

아니지, 무난하다는 뜻은 그보다 잘 어울리는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역시 ‘리하’가 좋겠다.

“쯧­”

인사말을 가지고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이 지나간 끝에, 짧게 혀를 차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알고는 있었다, 유난이라는 것을.

그냥평범하게 방송하고,평소처럼 방송해도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첫 생일, 아니.

첫 생일은 아니지, 지인분들이 유튜브 첫 영상기념 1주년 생일을 챙겨주셨으니까.

다만, 그것은 내가 주최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까먹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에 지금은 어떤가, 내가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내 손으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공지 또한 남겨두지 않았던가.

사연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그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뽑아 쿠키와 책을 보내주겠다고.

내가 처음 연 이벤트.

1주년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나 마찬가지.

두근거린다, 하여 잘해보고 싶었다,많은 사람이내 생일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축하받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이 발생했다.

이메일이 무려1900개가넘게쏟아져 왔다.

190개만 해도 성공적이라 할 텐데,1900개.

“으...”

그렇다고1900개로끝났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딸깍­ 새로 고침을 클릭하자 이메일이불어나 있었다.

1929개.

“자가증식...?”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1900개가넘는 수치가 절대로 낮은 수치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 엄청난 상품은 건 것도 아니었다.

못생긴 수제 쿠키와하얀님의책.

다른 사람들이 컴퓨터를, 고액의 상품권을 걸어놓는 것과 비교하면 창피할 정도로 초라한 상품들.

그럼에도이 정도화력인 것은 내 1주년이 내 생각보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많은 사람이내 생일에 관심을 준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그 반응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대략예상 시청자 수는4000명.

“으엑...”

물론, 예전에 이보다 더많은 시청자가몰려온적이 있었으나, 그것은 내 시청자가 아닌, 일방적인 호스팅이나사건·사고로인한 일시적인 증상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것은 그런 것과 별개.

다리를 떨면서 괜히 집을 두리번거렸다. 주인님이 생수 병뚜껑을 물고도도도­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보였다.

네모미님과아람님은언제 오실까.

혼자서 입술을 잘근거리는 것보다, 옆에 누군가가있어 주는것이 조금 더 안정될 것 같았다.

똑똑­

때마침 들려오는노크 소리.

아니, 근데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초인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전부 노크를 하는 걸까.

의아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나는 연신 갸웃거리며 현관으로 달려 나갔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 너머, 내가 알고 있던네모미님과아람님이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긴 이상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네모미님과아람님보다훨씬 이쁜 사람들이 나를 보곤 생글거리며 웃음 짓고 있다.

“그, 그모습은...?“

내 질문에 대답을 건네준 것은아람(추정)님이었다.

“응? 화장!”

“그러고 보니까서연이는캠방이면서화장을 안하네...”

“어리니까말이지...”

“어린 피부가부러워...”

“그러게...”

아니, 두 분 다 20대면서, 게다가네모미님은갓 성인되셨으면서...

내 표정이 너무 이상했던 것일까.

아람님이귀엽다는 듯, 손가락을 뻗어 내 이마를 짚었다.

살짝 몸이 뒤로 밀려나자두 분은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고 집으로 들어섰다.

“어...?”

“아, 이건 그냥 방송 도구야.”

방송 도구가원래 저렇게 많이 필요한 건가?

드르륵­ 드르륵­바퀴 소리를내며집의 한구석을차지한 여행 가방.

“서연아 오늘방송시작 시각까지몇 시간 남았어?”

“어어... 2시간!”

정말로방송 시간을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려 던진 질문에 나는 시계를 바라보며 대답을 건네줬다.

“응, 시간 아직괜찮네...”

뭐가괜찮다는 걸까, 멍하니 바라보자네모미님과아람님이내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고, 나는힘에 의해두 사람의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머리 다듬으러 가자!”

“개털 같아서 귀엽긴 한데 1주년이니까!”

“개,개털...”

개털이라는 말에 나는 손을 올려 머리카락을 애써 눌러보지만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가려지지 않았다.

내 실책이다, 이벤트와콘텐츠만집중했지, 나 스스로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나를 보러 와준 시청자들에게 부스스하고꾀죄죄한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않은가.

외모를 가꾸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발생한 실수.

자책할 시간이 없었다.

시계를 바라보자 2시간 조금 더 남은 시간.

머리를 다듬고 오기엔 나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으려 윗옷을 반쯤 벗었는데,아람님의목소리가 들려왔다.

“움... 그냥내가 깎을까?”

“네...?”

“아, 언니미용 자격증있지?”

“에...?”

처음 듣는 소리에 멀뚱히 바라보자아람님이어색하게 웃으며 갈아입으려던 윗옷을 내려내민배를 가려줬다.

“그 옷은내리고... 리에라는진짜 어디 갈 때 조심해야 할 거 같아, 큼큼. 어쨌든 나한테 한번 맡겨볼래?”

자격증도 있다고하지 않았나.

못 믿을것은 없었다.

아니, 만약아람님이삭발을 시켜놔도 나는 딱히할 말이없는 입장이었다.

“조,좋아요... 그런데귀찮으시지 않아요?”

사람 머리카락 깎는 것.

나도 예전에 아주 예전에.

스스로 머리 깎긴 했지만, 이건 그냥 거슬려서 대충 깎은 거니,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또 다른 것이다.

“에이,귀찮은 거없어 오히려 내가리에라그...”

개­까지 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알겠다.

“개털 같은머리카락이요...?”

“어,응... 개털같은 머리카락다듬는 거좋아하거든...”

내가 스스로개털 같다표현할 줄몰랐던 것일까,아람님은꽤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웃어 보였다.

“그, 그러면잘 부탁드려요...!”

눈을 질끈 감고 내뱉은 말에아람님은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나와 함께 화장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정확히 40분 후.

깔끔해진 내 모습에 신기하여 연신 거울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나...?”

“되게TS 물주인공 같은 발언이네!”

“TS 물이요...?”

아람님이내뱉은 말에 몸을 움찔거리자아람님이다가와 핸드폰을 들이밀며, 웬 보라색 머리카락의 노란날개 모양머리핀을 찬 귀여운 여자아이를 보여줬다.

아마도 어떠한 사이트의 마스코트 캐릭터리라.

“개 쩌는소설들 보는데 월9900원!”

아람님은츄라이츄라이라며나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고, 그런아람님을제지한 것은네모미님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이트길래아람님이저러시는 걸까.

“언니 미성년자한테 그런숭한사이트 권하지마...”

“전 연령도많거든!”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오간다.

다시금 시계를 바라보자 1시간10분 정도.

“자, 이제 다들 옷 갈아입고 준비하자!”

짝짝­박수를 치며분위기를환기시킨네모미님이여행 가방을들이밀면서도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아 서연이는토끼 후드티국룰인거알지?”

“...저어는그으런국룰만든적이없는데요...”

“어허!”

“네에...”

토끼 후드입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시기는 한참 지났으나.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으로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별개 아닌가.

가볍게 툴툴거리면서도 옷장에서토끼 후드티를꺼내 입고는 둘을 바라보자 스스로가 초라해졌다.

이쁜 사람들.

사실 합방을 권하는 것이 나를욕보이게 하기 위해서아닐까 생각이들 정도로나와 둘의 차이는 극심했다.

특히나...

손으로 가슴을 문질러 보자, 말랑거리는 느낌은 있되,네모미님의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해진다.

“네모미님그... 사이즈가어떻게되세요...?”

“나? E컵.”

“허어어...”

한탄 소리를내뱉자,아람님이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나를 바라봤다.

으득­ 이빨 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리는 것이 착각은 아니겠지.

“음음, 죽여버린다?”

그렇다,아람님은나보다...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기에 뒷말은 생략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네모미님은팔짱을 끼며 가슴골을 더욱부각시켰다.

그리곤 요망하게 웃으시는데, 무언가 졌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몸매나,가슴 크기따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이럴까... 그냥다 같이한꺼번에 갈아입어 맨몸을 봐버려서 그런 걸까.

뭐가 됐던 방송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사그라들었지만, 기분이축 처지고말았다.

““에휴””

나와아람님의한숨 소리가집에 울려 퍼졌다.

“네가 말한 그숭한사이트 보다 네 몸이 훨씬 더음란해...”

아람님의짜증 섞인말이었고, 나는 그 사이트를 몰랐으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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