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8화 〉 방송 열 두 달째(6) (138/143)

〈 138화 〉 방송 열 두 달째(6)

* * *

약간의 질투의 시간과 이상한ppl의시간이 지나고.

우린 전부캠 앞에모여앉았다.

이두 명과함께 있으니까 내 얼굴이쭈꾸미같이돼버린것은 분명 기분 탓이 아니리라.

“너무해요...”

칭얼거려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아람님이나네모미님이갑자기 못생겨지거나 내가 갑자기 이뻐지는 일은.

아마도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이뤄지지않을 터.

그저 조그마한 질투로 툴툴거리고 있자,아람님과네모미님이슬금슬금 양쪽에서 조여온다.

“에이, 서연이도 귀여워!”

“맞아 솔직히리에라그,아동 모델해도잘 어울릴걸?”

“아동 모델...”

나를 위로해주려 한 말이겠지만, 오히려 조금 상처를 받아버렸다.

사실, 내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나보다 작은 사람 또한 존재했다.

가령, 143cm 여성 스트리머분이던가.

그분은 나와10cm 정도차이 나기도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주하면 그분을 동생으로 생각하고 말을 놔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앳되고 귀여우신 분.

하지만, 그런분조차나처럼악기 취급을받진 않는다.

훨씬 귀엽고훨씬어려 보이는데, 어째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마도 나이 탓이리라.

어렸을 적 이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저 이제 곧어른이니까요...”

고개를 푹 숙이고 내뱉은 말.

이제 나이가 18살에 도달했다.

앞으로 이제 2년만 참으면이 아기 취급을벗어날 수 있다.

입술을삐죽 내밀고는불만을 표시하자아람님과네모미님이내 양쪽 볼을 잡아당겼다.

“으에에에에에...”

“자자,표정 풀어1주년 방송이야!”

“좋은 모습 보여줘야지?”

“우에에에...”

꼬집히고 늘어나 붉어진 볼을 양손으로 문지르며눈물 고인눈동자로 둘을 힐끔거리자,두 분은가볍게 웃어 보이셨다.

“우... 방송킬게요?”

잡담은 끝, 시간이 되었다.

방송 시간까지앞으로 40초 정도 남은 상황.

나는두 분에게허락을 구하고는 손을 뻗어 키보드를 꾹 눌렀다.

그와 함께 켜지는 방송과 캠.

캠으로비치는화면이 송출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00명, 300명.

유례가 없을정도로 빠르게 치솟는 시청자의 숫자.

금방 500명을 돌파했고. 500명을 채우는 속도보다 빠르게1000명을돌파했다.

“어어...?”

예상외의 화력에 당황하여 머뭇거리고 있자,아람님이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내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그제야정신을 차리고서 내뱉은 인사말.

“리,리하...!”

바보같이 더듬어 버리고 말았다.

예상보다 더욱 부끄러워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숙이자, 양쪽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하!””

양쪽에서 내 손을 꼭잡아 온다.

안정된다, 안심된다, 적어도지금 이 순간만큼은누구보다 믿음직한 사람들이었다.

“저, 저,저... 그으... 1주년방송기념이에요...!”

“리에라말 너무더듬는다...”

내 볼살을 손가락으로 꾹 찌르는아람님, 그리고 옆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연신 웃음을 내보이는네모미님.

“오늘 방송은 방제 그대로!리에라나데나데방송이야!”

“나쁜 말 하면그대로 밴처리할 테니까그렇게 알고!”

네모미님의오늘 방송콘텐츠설명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협박 같은말을 내뱉은아람님.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채팅창을 보면 오히려 조금 더 활기차졌다.

­나데나데

­리에라나데해줘야해

­리에라는아가야

­응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주년ㅊㅊ

1000명이머무르는 채팅창도 이젠 제대로 읽고 소통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건 화력이 너무 강해서 읽고소통할 수없었다.

시청자 수를보니6000명.

내가 예상했던 수치를 훨씬 뛰어넘어버렸다.

방송에아람님이랑네모미님이나와서 그런 걸까.

아니다, 두 분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지금 시청자 숫자로 봐선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6000명에서멈췄으면 모르겠지만,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지 않은가.

6300, 6400, 6600.

가속도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단순히 기분 탓이겠으나, 방송이 살짝버벅거리는 것같은데...

예상 밖의상황을 예상하긴 했으나, 그 예상마저 뛰어넘었다.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한데, 그만큼 이상하다는 뜻이다.

“말도 안 돼...”

시청자가7000명이라니...

“리에라가귀여워서 오시는 분들 아닐까?”

으엑­ 혀를 내밀고는 헛구역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방비를 전혀 하지 않아 명치를 후려갈기는 듯한 거부감이 올라왔다.

그저귀엽다는칭찬이면 기분 좋게 듣겠으나,7000명앞에서귀엽다는소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아람님의소매를 슬그머니잡아당겨무언의 항의를 표했지만,아람님은씩­ 웃고는 나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으븝...?!”

“아 진짜 귀엽지 않아요?”

누구에게 한 말인가 싶었지만, 금방 시청자들을 향해한 말이라는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데나데방송이라더니이건수치플방송이잖아.

나는아람님품에서 벗어나 숨을 몰아쉬고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정확히는 의자를 뒤로 밀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 허공에 휘적이는 꼴이 된 것이지만 말이다.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양손을 교차하여가슴 부근에가져다 대었다.

X자를 만들고 고개를 최대한 강하게 절레절레 흔들어 최대한거부 의사를표명했으나네모미님이내 양손을 잡고 쭉 내려버렸다.

“우...”

“서연아,땍!”

내 본명은 나에게만들릴 정도로작게, 그리고땍은모두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기게 바로 베테랑 스트리머의 목소리 조절일까.

나는 기세에 못 이겨 주눅이 들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깨닫기까지그리오랜 시간을필요로 하지 않았다.

[1주년축하님이10,000원 후원!]

­리에라귀여워리에라귀여워리에라귀여워리에라귀여워리에라

“앆!”

짧게 비명을 질렀지만,아람님과네모미님은뭐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 함박웃음을지어 보였다.

“1주년축하님리에라정말 귀엽죠?”

아람님이콧소리를 내며 흥얼거리듯 말했고, 채팅창은그에 긍정해버린다.

아니, 시청자8000명의채팅을 어떻게 읽고소통하는 걸까.

대단해 보인다, 아니.

대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것이 맞았다.

본받아서 나도시청자들과 소통해보려애써 눈을 부릅뜨고 채팅창을 바라봤고.

­리에라최고야

­여신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

­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

­그만귀여워리에라!

“웩...”

나도 칭찬 좋아한다.

귀엽다는 말을 좋아하고 이쁘다는 말을 좋아한다.

세상에 어느 누가 칭찬을 해주는데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정도를 넘으면 그것은 사실상 고문에 가까웠다.

나는 그것을 지금 깨달았고, 얼굴을 붉히며 눈물이 고였다.

툭 치면또륵­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도대체 뭐라고 말을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수치스럽다.

모두맞는 말이되, 마음 한구석에선 뿌듯하고, 조금 더 칭찬해줬으면 하고, 조금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혼란스러웠고, 혼란스러워 마음을 다스리는 사이 후원이 연달아터져 나왔다.

[여신리에라님이100,000원 후원!]

­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여신!

[호에엑님이50,000원 후원!]

­1주년 축하드려요!

[찍먹비용1님이43,500원 후원!]

­혹시모여명이라고들어보셨습니까? 주인공이리에라님만큼 귀여운 갓 소설입니다.

[종이님이5,000원 후원!]

[노벨쨩님이9,900원 후원!]

[피아쨩님이9,900원 후원!]

[유튜브최고의귀여움님이3,000원 후원!]

­리에라만큼귀여운사람ㄹㅇ없다ㅇㅇ

중간중간 이상한 것이 끼어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 부끄럽고도 기쁜 말.

일단, 지금 방송의 주인이자, 지금 방송의 주인공이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고, 나는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고,고마워요...”

목소리가 떨린다.

목소리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 잘게 떨린다.

몸이 떨린다.

이제 고작 18살 나이.

세상을 오래 살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사랑받기를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극복한 과거라고 말한다고 한들, 있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 나는 사랑받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고, 호의를 거부한 적이 있었으며, 삶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포기할 것을 포기하니. 포기하지말아야 할것도 포기하게 되었다.

어쩌면 당연한수순이겠으나, 나는 그것을 몰랐으며.

이내 눈을 떠 보니 나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죽음을 기다리는 시체로서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었다.

방송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렇게 죽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드래곤님의동생이 건네준 작은 호의로 다시 일어섰다.

성장했고, 호의와 사람을 받았다.

친한 지인이 생겼다.

친구가 생겼다.

조력자가 생겼다.

팬들이 생겼다.

과거를 말하고, 현재까지 오게된 과정을설명하자면 끝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을 좁히고, 지금당장의말로 모든것을 대신할수밖에 없었고.

내가 내뱉은 말은, 지금 내 감정과 생각을 대변했다.

“방송하길 정말잘했다...”

헤실거리는 미소를, 사람들에게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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