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2화 〉 힐링방송스트리머 ­ 메리 크리스마스!!! (142/143)

〈 142화 〉 힐링방송스트리머 ­ 메리 크리스마스!!!

* * *

나는 쭈뼛거리며 서예언니의 집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깔끔하고, 여전히 넓은 집.

내가 독립한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

과장을 조금 포함하면, 한층 한층이 저택과 다를바 없었다.

이제야 조금은 서예언니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리에라님.”

“네, 네?”

서예언니의 말에 화들짝 놀라 더듬거리며 대답을 내뱉자 서예언니가 싱긋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무언가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뒷걸음질조차 하지 못하고 서예언니를그저 떨리는 동공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요.”

내가 잠깐 겁먹은 것과는 다르게 사근사근 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나를 꼭 끌어안아주는 서예언니.

품이 따스했다.

우리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에 한 번씩 전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씩 만남.

평범한 사이라면 이 또한 많은 횟수라 치부하겠지만, 우리가 단순히 평범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부족했다.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나는 서예언니의 온기를 느끼며 쭈뼛거리면서 손을 뻗어 서예언니의 등을 토닥여줬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기할 거리는 수없이 많았다.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심지언 크리스마스 이브 조차 아니라는 것이, 그리고 그런 날에 산타복장을 입고 있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어쩌겠는가, 헷갈렸는걸.

나는 주섬주섬 내가 가져온 종이가방을 뒤적거려 보들보들한 무언가를 꺼냈다.

선물이 나라고 한들, 그저 장난일 뿐이었고, 진짜 선물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겠는가.

나는 손에 쥔 보들보들한 것을 서예언니에게 내밀었고, 서예언니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직접 엮은 목도리.

중간에 조금 이상하게 꼬아진 것도 있기도 하고.

어쩌면 유치할수도 있는 분홍색이었지만, 나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서예언니가 뭐라고 했던가.

저번에 만났을 때 꽤나 쌀쌀해 졌다고 목도리를 하나 사줄까 라며 권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떠올린 것이다.

선물 받지 말고 직접 선물하자고 말이다.

받은 것은 무한하다 할 만큼 많은데, 정작 나는 제대로 한 것이 없지 않은가.

나는 목도리를 내밀면서도 서예언니의 눈치를 살폈다.

조잡한 솜씨, 괜히 직접만든다고 까불었던 것은 아닐까.

차라리 좋은 걸로 사드려야 했을까.

하지만, 서예언니는돈이 무지하게 많지 않은가.

비싼 것을 사드린다 한들 서예언니의 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래서 내린 도박 수.

서예언니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원래 이토록 두려운 것이던가.

나에겐 좋은 말만해주던 서예언니 아니었나.

차마 서예언니의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아버리자, 서예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귀여운 목도리네요...”

웃음기 섞인 말, 귀여운 목도리.

일단은 나쁜 평가는 아니라 실눈을 뜨고 몸을 움츠린 채로 서예언니를 바라보자 서예언니가 생긋­ 이쁘게 웃으며 내 머리를 토닥여줬다.

“그러보니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 했어요.”

“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아니다 나는 이번에 산타로서 선물을 주러 온 것이지 받으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고개를 강하게 절레절레 저으며 저항해봤지만, 서예언니의 ‘땍!’에 침몰되었다.

“우으으... 이번엔 선물만 드리러 온 건데...”

“뭐, 사실 저도 오늘 올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해서 미완성이긴 하지만, 지금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설마 크리스마스 날짜까지 리에라님 답게 틀릴 줄은 몰랐죠.

장난 삼아 툭 던진 말이 왜 이렇게 상처가 될까.

울상을 지었지만, 서예언니는 흥얼거리며 방안에서 무언가들 들고 나오셨다.

생각보다 작았다, 내 손가락 두 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

USB.

“어어...?”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서예언니는 뭐라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듯, 잠시 망설이다가 혀를 차면서도 말을 툭­ 내뱉었다.

“이건 오롯이 제가 준비한 선물은 아니에요.”

“그게 무슨...?”

서예언니가 준비한 선물이 아니라면 도대체 뭘까.

얼떨결에 받아든 USB를 멀뚱히 바라봤다.

“드래곤크루가 모두 합심해서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

“어어...?”

뭔가, 심상치 않은 물건 같아 한손으로 들던 것을 양손으로 공손히 바로잡았다.

“어, 언제...?”

무심코 나온 말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궁금했다.

나도 이제 드래곤크루였고, 그중에서도 나름대로 큰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모를 정도로 이렇게 은밀하게?

뭔가 따돌려 진 것 같아 우울해지면서도 도대체 무슨 선물일지 두려워졌다.

내가 직접 겪은 드래곤크루는 정말로 장난기가 심한 사람들이 모인 곳 아닌가.

물론, 사람들이 다들 착해서 도를 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음음, 그건 직접 집에 가서 확인하고, 이제 제 선물이에요.”

“무, 무슨...”

선물이 왜 계속 나온단 말인가.

“아, 안주셔도... 이, 이번엔 제가 드리러 온 거니까...!”

“네...?”

아직 네모미님 선물, 드래곤님 선물, 아람님 선물, 가람님 선물, 오휘님 선물에 아직 드릴게 많은데요?

서예언니는 의아하다는 듯, 닫혀있던 어느 방문을 열어 보였고, 그 속은 엄청난 숫자의 상자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새하얗게 질려 뒷걸음질 쳐봤지만, 그래봐야 서예언니의 집안이었다.

“아직 드릴 선물은 엄청 많아요?”

“히이익...!”

폭격과도 같은 선물세례에 기겁하며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