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힐링방송스트리머 메리 크리스마스!!!! 끝
* * *
선물폭격 세례끝에 나는 집까지 끙끙거리며 선물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상자, 단순히지인들을 넘어팬들이 보내준 선물들 또한 있었다.
이게 왜서예언니에게갔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야,서예언니가지금까지시럽단이라는팬분들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
어느 순간부터시럽단은양지에 올라와 내 공식 팬카페를 자칭하며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그래도...”
탑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선물을 보낼 줄이야.
질겁하면서도 나는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시청자들과 함께언박싱을하면 더욱 좋겠지만,그럴 경우이틀을 밤새도 다 까지 못할 정도의 양.
차라리 미리까보고 인상적인것만 다시 재포장한 후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나을 듯싶었다.
선물하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은아니었느냐, 물리적으로 이것을 한 방송에서 전부 열어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선물에 전부 손 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니더욱더 극성인것 같은데, 단순한 착각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선물에 답장을안 하는것은 또 아니지 않은가.
보내준 성의가 있는데 말이다.
“우와...”
상자를 까보자 툭 튀어나오는실타래 뭉치.
분홍색이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손으로실타래 뭉치를쓰다듬어보자 보들보들한 것이 기분이 좋되, 잘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고, 이걸로 어떻게해주세요 같은요청도 없지 않은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이것은 내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님!”
내 외침에 주인님이 어슬렁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덩치가 무슨 삵을 뛰어 넘어버렸다, 한걸음내디딜때마다호랑이의포스가 느껴진다.
애옹 왜 불렀냐는 듯, 나를 바라보며 눈을꿈뻑이는주인님에게 실타래를 툭, 던져주자 주인님이 실타래를 드리블하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꽤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일단, 첫 번째 선물부터주인님 거인가.
볼을 멋쩍게 긁적이면서 다음 상자를 열어보자 무려츄르가한 박스.
이번 역시 주인님 선물이었다.
“주인님도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네?”
츄르는주인님이안 보는 사이,침대 아래숨겨놓았다.
주인님은 이제 내가 굳이츄르를주지 않더라도 직접츄르를먹을 수 있는 경지에올라서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구멍을 뚫어놓고 양발로 끄트머리부터 눌러츄르를짜 먹는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것 영상으로 찍어 올려놨더니 무려1000만조회 수를찍어버렸다.
하지만,조회 수 보단주인님의 건강이 먼저 아닌가.
겨우겨우 정상체중으로 빼놨는데츄르만보면 알아서 먹으니, 살찌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상자를하나둘씩확인하다 보니도저히 끝이 없다.
진이 잔뜩 빠져서는 드러누워 주머니에 든 USB를꺼내 봤다.
도대체 안에뭔가든걸까.
설마 바이러스가 들어있진 않겠지.
드래곤크루에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사람들의 선을 넘지 않는.
정확히는 아슬아슬한 장난들은 경계하기에 마땅하지 않은가.
무언가 꺼림칙하게, USB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컴퓨터로 걸어가 USB를꽂아 넣었다.
그리곤 USB를 확인하자여러 개의영상들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응...?”
네모미, 예빈, 아람,가람,드래곤등,드래곤크루의닉네임으로정해진 영상들.
나는 궁금증을 품고는 가장상단에 위치한네모미언니의영상을 눌러보았다.
딸깍 거리는 마우스클릭 음과함께, 켜지는 영상.
영상은 시끄러웠다, 어딘가에 모여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뒤편에드래곤오빠로추정되는사람 또한지나다녔고, 이는 분명 내가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회의 때잖아...?”
격월 단위로 진행되는크루회의 때영상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걸 찍는 걸못 봤는데?
나는 영상을 멈추고는 잠깐 영상을 자세히 훑어보았고,영상 속창문 너머가 밝은 것을 보고는 내가 도착하기 전, 찍어 놓은 것임을 깨달았다.
“우...”
무언가 따돌림을 당한 것 같은 미묘한 감정에 입술을삐죽 내밀고는다시 영상을 재생시키자네모미언니가입을 열었다.
뭐야, 지금찍고 있어?
응
어,그러면...
네모미언니는어색하게 양손을 카메라를 향해 흔들면서도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를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을까.
서연아 안녕! 벌써 5년째야, 아니6년째지...
네모미언니는귀엽게 웃었다, 세월이 지난 만큼,네모미언니는성숙미를 더해갔다.
같은 성별인 내가 바라보더라도 푹 빠져버릴 매력.
과연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터넷방송인.
심지어는 이제 완급조절도 잘해서 유일한 흠이었던노딱도잘 안먹지 않는가.
네모미언니의이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헤실헤실하게웃어 보였다.
음음, 즉석에서하는 거라말이 조금 어수룩해도 이해해줘!
나는서연이를처음 만났을때,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었어.
네모미언니의말에 나는움찔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누구든 그런생각이 안 들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서연이에게 푹 빠져있었다?
“너무갑작스러운 거아니에요...?”
중간과정을 다 뛰어넘고 내가 좋아졌다니, 물론 나도네모미언니를좋아하긴 하나, 너무 갑작스러운고백 아닌가.
얼굴이 뜨거운 것이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다만,네모미언니의첫 말을 보면 정말로 기획한 것이 아닌, 즉석에서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를 어째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다음 영상을 확인했다.
네모미언니의영상은 ‘서연아 좋아해!’라면서낯 뜨겁게끝났다.
영상길이는 1분도 안 되는 57초.
귀여워서 웃음만 나왔다.
다음 영상은드래곤오빠.
드래곤오빠는한숨을 쉬며네모미언니와자리를 바꿔 앉는 것부터 영상이 시작되었다.
으음... 미안하고앞으로도 잘 부탁해.
짧게 끝내려는 것을네모미언니가영상 속에나타나 일어나려는드래곤오빠를억지로 앉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결국 다시 자리에 앉은드래곤오빠.
무언가, 애인에겐 약한 타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살 이상차이 나는애인이니까그럴 만도한가?
아직 연애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드래곤오빠는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재차 푹 내쉬며 카메라를, 나를 쳐다봤다.
그, 아, 조, 좋아한다, 아니,씨이발, 아, 그만 찍어, 쟤들이나 찍어라 쟤들.
네모미언니의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저 좋아한다는 말은네모미언니가시킨 것이리라.
“히히...”
무언가, 대체로 다 짧은 영상이었다.
진지하지도 않았다, 다만, 진지하지 않아서, 가벼워서.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
기겁하고 싫어하던드래곤오빠조차, 나에게좋아한다 라고말을 해줬을 때.
분명 진심이 느껴졌다.
다음은아람언니랑가람오빠.
둘 역시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던져줬다.
가람오빠는오그라들어서죽으려 했지만, 그 말을 듣는나로선그보다 더욱 듣기 좋은 말이 없었다.
길어봤자 2분도안 넘는영상들.
2분이라는 것은 짧은 시간임과 동시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기도 했다.
단 2분이면, 마음을 전하는데 충분한시간 아닌가.
“...저도 여러분 정말좋아해요...”
헤실헤실 웃으며 영상들을 보는 것도 잠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지금시간에 노크라니.
새벽 1시가다 돼가고있지 않은가.
나는 의아함을 품으면서도별생각없이 현관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너머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어...어...?”
아람언니,가람오빠,드래곤오빠,서예언니,네모미언니...
밀려 들어오는사람들에 나는 그대로밀려 나갔고,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어... 메, 메리크리스마스에요...!”
얼떨결에 답한 대답.
그 대답이 흡족한 듯, 모두가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