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7)

프롤로그

사람은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외모는 험상궂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마음이 무척 여리다거나, 덩치는 큰데 벌레를 무서워한다거나. 발톱에 무좀이 있다거나 네 번째 발가락이 안으로 휘었다거나.

열등감이 있다거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나. 이성에게 차였다는 것이나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나. 짝사랑 중이거나 혹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이나.

그리고 평생 베타로 살 줄 알았다가 갑작스럽게 오메가가 되었다는 것도.

* * *

스무 살 여름,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목 안쪽이 간질간질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온몸이 펄펄 끓어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열은 높아져 갔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오한이 들어 손발이 후들후들 떨렸다. 감각마저 극도로 예민해져 옷에 닿은 살갗도 아프게 느껴졌다.

흐릿한 눈을 깜박였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마저도 뜨겁게 느껴졌다.

밤이 되어서도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태에 어쩔 수 없이 응급 센터에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갔다.

열을 재보고 상태를 본 의사는 정밀 검사를 해보자더니 예상치 못한 진단을 내렸다.

열성 오메가로 발현하였다고.

평생 베타로 살아갈 줄 알았다. 태어나자마자 받은 유전자 형질 검사에서도 발현할 가능성을 0%대로 아주 희박하게 보았다.

그런 중에 일어난 이상 반응.

페로몬은 너무 미약해서 스스로 낼 줄도 몰랐고, 누군가 발산하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베타 같은 오메가로 살 줄 알았다.

그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여름, 널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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