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18/23)

2.

정리할 문제도 제법 있었고 편히 휴식하고 싶기도 했지만, 태헌은 그럴 수 없었다. 한주연과의 면담 때문이었다. 짐을 기숙사에 갖다 두고 간단히 샤워를 한 태헌은 곧바로 본부장실로 향했다.

연오의 동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태헌의 의문을, 연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가이드 본부장님이 나도 오라고 하셨어. 두 분 같이 계신 것 같던데.”

“그래? 새해 인사 겸인가?”

모두가 들뜬 연말이었다. 내일이 새해 첫날이니 얼굴 볼 겸 불렀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완된 예측기를 언론에 알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두 사람이 그렇게 한가할 리는 없었다. 연오는 뻔히 알면서 다른 소리를 하는 태헌을 잠시 바라보았다.

“네 몸 때문이겠지.”

“별일 아닐 거야.”

연오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태헌의 상태에 대해서는 그가 병원에 있는 동안 간단히 전해 들었다. 힘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폭주해서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 깨졌다는 소리였다. 적극적인 가이딩 몇 번이면 괜찮을 거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한주연과 김현철은 그 ‘적극적인 가이딩’을 권하기 위해 둘 모두를 부른 게 아닐까.

본부장실까지는 금방이었다. 균열 러시를 이겨내며 지친 에스퍼와 가이드는 모두 일주일 넘게 휴식하고 있고,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시간을 뺀 사람도 많았다. 보완된 예측기는 적어도 1월 첫째 주까지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알렸으므로 다들 느긋한 상태였다.

두 사람, 한주연과 김현철만 빼고.

“연오야. 정태헌.”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짤막하게 인사를 건네는 한주연은, 누가 봐도 안쓰러움을 느낄 정도로 얼굴이 상해 있었다. 그건 옆에 앉은 김현철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다 상부에, 또 언론에 어지간히도 시달린 게 분명했다.

책임질 게 많은 사람은 정말 힘들겠다, 그런 생각이 연오의 마음에 약간의 동정심마저 심어주려던 그때.

“빨리 말씀하세요. 연오 아침 먹어야 하니까.”

“…….”

태헌은 그 기막힌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었다. 그러나 창피함에 얼굴이 시뻘게진 사람은 연오뿐이었고, 한주연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태헌이 연오에게 각인한 데다 둘이 마음을 합하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센터의 모두가 정태헌의 유난을 알게 될 것이다. 한주연도 김현철도 그걸 예견하고 있었으므로 밥 타령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왜 그러느냐고 눈빛으로 태헌을 타박한 연오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강연오 가이드, 좀 괜찮아요? 어때요.”

“괜찮습니다.”

“우리가 신경을 못 써줬네.”

“바쁘신데요, 뭐.”

아무리 가이드 본부를 맡고 있다 해도, 김현철이 가이드 전부에게 신경을 기울일 순 없었다. 말이라도 고마워서 연오는 엷게 웃었다. 더 오래 알고 지낸 건 한주연인데 이런 부분에서 세심한 쪽은 김현철이었다. 가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제 불능으로 날뛰는 에스퍼를 잡아 눌러야 하는 사람과, 그런 에스퍼로부터 가이드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의 차이 같기도 했다.

그때 연오와 태헌을 번갈아 바라보던 한주연이 몸을 쑥 기울였다.

“둘 다 들었지? 정태헌 몸 상태.”

“네.”

“일단은 거기서 밖으로 힘이 폭발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잘된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너희도 알겠지만 에스퍼의 ‘충전도’를 측정하는 기술은 아직 없어서, 정태헌이 최대한 예민하게 자기 몸을 살펴봐야 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기적이고 적극적인 가이딩이고. 이런 일 있을까 봐 내가 정태헌 균열 가기 전에…….”

“본부장님.”

태헌이 그녀의 말을 뚝 잘랐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저희끼리 상의해 볼게요.”

한주연은 쏟아지는 한숨을 참았다. 자기 가이드를 건전지 취급하는 놈들도 싫지만 태헌처럼 내내 싸고돌기만 하는 놈들이 훨씬 더 골치 아팠다. 에스퍼가 목숨을 걸고 균열에서 싸우듯 가이드에게도 나름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쉽게 넘어갈 문제 아니야. 에너지가 흐르는 파이프에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하면 돼. 기껏 가이딩 해도 줄줄 샐 수도 있다고. 손잡고 가이딩 백 번 하는 것보다 성 가이딩이 근본적인 치료에는 훨씬 더…….”

“크흠.”

태헌의 얼굴이 일그러진 순간, 김현철이 헛기침을 해 한주연의 말을 끊었다. 한주연도 정태헌도 성격이 순한 편은 아니니 정말 큰소리가 나기 전에 적당한 중재가 필요했다.

“균열 러시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으니 당분간 잠잠하겠지만, 언제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미리 대비하라는 뜻이니 괜히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괜히 쓰러지기라도 하면 문제가 커지니까.”

“알겠습니다.”

태헌이 김현철의 말까지 썰어버리기 전에 연오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주연의 안도하는 표정을 보니 왠지 개 목줄을 잡은 견주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좀 이상해졌지만.

“그럼 가봐도 될까요?”

“그래요, 그래요……. 가서 쉬어야죠. 둘이 가이딩 의논도 해봐야 할 테니까.”

김현철은 피곤한 몸을 일으켜 문 앞까지 배웅도 해주었다. 가이딩 문제를 의논해 보라는 당부가 덧붙은 후에야 문이 닫혔다. 태헌은 그걸 제대로 듣지도 않은 듯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병원에서 도시락 와 있겠지? 아침부터 먹고 좀 더 자. 너 피곤해 보여.”

“그래? 잘 잤는데.”

병원에 있는 태헌을 걱정하긴 했지만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새벽에 이유 없이 눈이 떠지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눈 밑이 어두운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일상적인 피로에 불과하고, 전에 한참 몸이 안 좋았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음에도 태헌은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병원 도시락을 뜯었다. 그런 다음 밥과 반찬, 국을 하나하나 접시에 담았다. 남이 한 음식을 접시에 옮겨 담는 것뿐인데 표정은 중요한 요리를 하는 듯 진지했다.

연오는 갑자기 시중받는 처지가 되어 식탁에 멍하게 앉아만 있었다.

“그거 안 옮겨서 먹어도 되는데. 그냥 그릇에 그대로 먹고 나중에 설거지하면 돼. 이렇게 옮기면 괜히 설거지거리만 늘어나고.”

삼삼하게 간을 한 푸짐한 육개장을 국그릇에 덜던 태헌이 연오를 보지 않은 채로 조금 웃었다.

“그래도 기분이 다르잖아.”

정갈하게 옮겨 담은 음식을 보니 그 말이 맞기는 했다. 전에 태헌과 함께 살 때는 이게 참 당연한 일이었는데. 연오는 숟가락을 놓으려고 함께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퇴원은 네가 했는데 내가 간호받는 기분이네.”

“난 멀쩡해.”

숟가락을 챙기던 연오는 못 믿겠다는 투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태헌은 육개장이 들어 있던 포장 용기를 물에 헹구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이야. 예전에 비하면 천국 같아.”

이 천국을 위해 연오를 희생시켰다는 사실이 괴로울 뿐이다.

그 말을 삼킨 태헌이 연오를 자리에 앉혔다. 연오는 자기 앞에만 놓인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참치캔 하나를 따고 즉석밥을 돌리는 태헌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헌은 전자레인지를 등지고 돌아서다가 숟가락도 들지 않은 연오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왜? 입맛 없어? 식을 텐데.”

“넌 뭐 먹으려고?”

“간단히 참치랑. 김도 꺼낼까 했는데 없었어.”

연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병원에서 보내주는 도시락으로 생활하다 보니 집에 이렇다 할 반찬도 없었다. 태헌이 전자레인지에 넣은 즉석밥도 언제 사다 놓은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유통기한은 남았을 테지만, 오늘 퇴원한 사람에게 그런 음식을 먹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

“배달이라도 시키지.”

“배고파서.”

태헌이 머쓱하게 웃은 순간 마침 전자레인지가 멈추었다. 태헌은 커다란 그릇에 밥을 옮기고 그 위에 참치 한 캔을 전부 쏟았다. 따끈따끈하게 김이 오르는 밥과 기름진 참치를 비비면서도 태헌은 얼른 먹으라고 재촉했다. 그다지 입맛은 없었지만, 연오는 숟가락으로 따뜻한 국물을 먼저 떠먹었다. 태헌을 기다리는 동안 살짝 식었는지 딱 먹기 좋았다.

“태헌아, 반찬 같이 먹어.”

“너 다 먹어야 돼.”

그렇게 말한 태헌은 정말 연오의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자기 몫의 밥에만 집중했다. 연오와 전처럼 불편하지 않은 덕인지, 그는 지저분하거나 급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 퇴원한 사람치고는 참 보기 좋은 먹성이어서, 그리 아프지 않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깨작거리며 지켜보기만 했는데 자기 입맛도 도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연오의 식사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앉아서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있으니 좋았다. 자기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뿐이던 전보다 음식도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먹어야 해서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는 기분이었다.

‘좋다.’

비어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 한구석이 천천히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포만감도 유난히 기분 좋았다.

“태헌아.”

연오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물로 입을 축이는 동안 태헌은 말없이 기다렸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평화로웠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연오는 매끈한 식탁을 검지로 괜히 쓱쓱 문지르다가 운을 띄웠다.

“몸 어떤 것 같아?”

“멀쩡해.”

태헌이 정말 너무 멀쩡하게 대답해서 연오는 혼란스러워졌다.

에너지가 흐르는 파이프에 구멍이 난 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닌 걸까. 본부장이 직접 불러 성 가이딩을 권유할 정도면 이렇게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그릇을 치우는 태헌의 움직임은 너무나 일상적이었다. 어조는 흥얼거림 같기도 했다.

“내가 S급이라 센터에서 좀 지나치게 케어하는 거야. 성 가이딩 필요할 정도는 아니야.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연오는 설거지를 시작하려는 태헌의 뒤로 다가갔다. 상판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태헌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픈 건 아니고?”

“괜찮다니까.”

“해도 되는데…….”

착각이었을까, 태헌이 쓰게 웃었다. 그러나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소리, 어수선한 움직임에 가려 그 표정은 금세 사라졌다.

“오늘 연말인데 나랑 쇼핑해주면 안 돼? 새 신발도 신어 보게.”

“그거 아직도 안 신어 봤어?”

뜻밖의 이야기에 연오도 잠시 성 가이딩 문제를 잊었다.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니 신발이야 언제든 신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까워서.”

“뭐야.”

“괜히 닳을 것 같고 그랬어.”

“많이 줄 테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신어. 오늘 신고 나가면 되겠다.”

“많이 줄 거야?”

태헌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연오를 바라보았다. 내려다보는데도 묘하게 올려다보는 듯한, 애교 섞인 시선이었다.

그러니까 욕실에서의 일이 떠오른 건 연오 탓이 아니었다. 물소리, 여린 살과 살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조이는 감각과…….

나 지금 왜 이런 생각 하는 거야?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는 사람 보고! 연오는 자기도 모르게 확 뒤로 물러나며 태헌의 시선을 피했다.

“나, 나 옷 입어야겠다.”

연오는 후다닥 침실로 달아났다. 태헌과 함께 살면서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욕실에서 태헌이 한 일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떠오를 때마다 평정심이 흔들렸다.

한편 혼자 밖에 남은 태헌은 조용히 설거지를 마쳤다. 그릇을 엎어 놓는 동안 연오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해도 되는데…….’

싫지만 참을 수 있다는 뜻이었을까. 균열 러시 직전처럼, 빨리 해치워버리자는 뜻이었을까.

“태헌아, 근데 너 차 키 가져왔어?”

목덜미에 붉은 기가 남은 연오가 불쑥 문을 열고 나왔다. 태헌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무장갑을 벗었다.

“갖고 있어. 얼른 나가자.”

이제는 나랑 하기 싫으냐고, 그런 한심한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태헌아?”

새로 산 옷을 전부 옷장에 걸고 샤워까지 하고 나왔는데, 거실이 너무 조용했다.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잠든 태헌 때문이었다.

편안하게 잠든 태헌이라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파에도 제대로 눕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는데. 관계가 이만큼 진전된 게 놀라웠다.

연오는 바닥에 앉아 잠에 빠진 태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웅크리듯 몸을 말고 있었다. 누운 방향으로 쏟아진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이마를 덮어 평소보다 더욱 유순해 보였다. 눈에 힘을 주면 한없이 강하고 단단해 보이는데 이렇게 잠든 모습은 새순처럼 온화했다. 짙고 긴 속눈썹 아래 곧고 또렷한 코, 살짝 벌어진 입술 안쪽으로 들여다보이는 여린 살.

연오의 시선이 그의 입술을 덧그리듯 따라갔다. 미운 말도 많이 했던, 그러나 끝내는 사랑에 물들었던 입술이었다. 안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고…….

“태헌아.”

또 괜한 생각이 들기 전에 연오가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들어가서 자. 아니면 네 방으로 올라가든지.”

“…….”

“많이 피곤해? 그래도 소파에서 자면 안 돼.”

거듭 불렀지만 태헌은 힘없이 흔들리기만 할 뿐 반응이 없었다. 연오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도 그때였다.

“태헌아. 정태헌?”

이럴 리가 없다. 운전하고 올 때까지만 해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멀쩡했는데. 연오는 본능처럼 태헌의 코 아래에 손가락을 갖다 대 보았다. 숨결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굳게 감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태헌이 갑자기 소파에서 잠든 것도 이상했다. 옷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소모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오 분, 십 분 남짓이었다. 그사이에 잠들어 봤자 얼마나 깊게 잠든다고.

“정태헌!”

연오는 지나친 패닉에 빠지지 않으려고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은 병원에 연락하자. 병원에서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손을 잡고 가이딩을 해 보자. 몸을 다친 건 아니니 가이딩 문제일 확률이 높고, 일단 응급 처치가 가능한지 알아본 다음 본격적인 가이딩을…….

“연오야…….”

꺼질 듯한 목소리가 겨우 연오에게 닿았다.

막 전화를 걸려던 연오가 화들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가물가물 눈을 뜬 태헌이 색색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연오는 그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너 왜 그래? 괜찮아? 아픈 거야?”

달싹거리는 입술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모르겠어, 잦아드는 음성이었다. 숨은 뜨거운데 몸에 열은 하나도 없었다. 몸 안쪽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손 꽉 잡아. 가이딩해 줄게.”

연오는 핸드폰을 팽개치고 자신의 두 손으로 태헌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에너지도 태헌을 돕지는 못했다. 태헌은 자기가 깨진 독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연오의 에너지가 안에 고이지 못하고 죄다 빠져나가고 있었다.

구멍이 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 얘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연오의 에너지가 다 바닥날 때까지 이 지경이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흐려지는 정신을 붙들고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입술이 겹쳐졌다.

이미 벌어졌던 입으로 따뜻한 혀가 들어왔다. 그러자 메말랐던 땅에 비가 쏟아진 듯 온몸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균열 러시 전에 나누었던 키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가이딩을 위한 키스, 점막 접촉 자체에 목적을 둔 키스였다.

에너지는 해일처럼 일어나 태헌을 덮쳤다. 태헌은 흠뻑 젖은 채 본능처럼 연오의 목을 끌어안았다. 연오가 소파로 올라왔는지 옆이 움푹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되는 양 입맞춤이 더욱 깊고 농밀해졌다.

연오가 위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라 몸이 눌렸는데도 호흡이 어렵지 않았다. 샤워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바디워시 냄새가 났다. 이대로 연오를 바짝 끌어안고 하나가 되면 얼마나…….

‘안 돼.’

태헌은 갑자기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양 정신이 들었다. 곧바로 연오를 밀어낸 그의 가슴팍이 숨 가쁘게 오르내렸다. 갑자기 밀쳐진 연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체를 반쯤 일으킨 태헌을 내려다보았다. 빛을 등진 연오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없어서 더 무서웠다. 아까는 생각에 불과하던 것이 언어가 되어 튀어나왔다.

“안 돼. 하지 마.”

“뭐?”

연오의 얼굴에 당혹이 넘실거렸다. 에너지가 넘어가는 게 느껴졌는데, 가이딩은 제대로 되고 있었는데 태헌이 거절했다. 심지어 그는 연오 아래서 빠져나가려고 상체를 거의 일으키기까지 했다.

“갑자기 왜 그래?”

태헌이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때, 연오의 두 손이 강하게 어깨를 눌렀다. 일으켰던 상체가 무너지며 연오의 그림자가 그를 덮었다. 가까이서 본 연오의 얼굴은, 태헌의 예상과는 달리 두려움에 젖어 있지 않았다.

“너 지금 가이딩 필요해.”

연오의 눈빛은 마음까지 꿰뚫어 볼 듯 깊고 강렬했다. 충분히 밀치고 일어날 수 있는데도 올무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던 태헌이, 고개를 옆으로 틀며 괴롭게 중얼거렸다.

“너 하기 싫잖아.”

“……뭐?”

“하기 싫은데, 가이딩 때문에 억지로 하는 거잖아.”

연오가 눈을 깜빡거렸다. 시선을 맞대지 않는 태헌의 뺨을 뚫어지게 바라봐도 그의 생각을 읽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기 싫다는 말을 한 기억은 없다. 균열 러시 전에도 자신이 먼저 하자고 했고. 물론 가이딩 때문인 건 사실이지만, 죽도록 하기 싫은데 눈 딱 감고 하겠다는 마음은 절대 아니었다.

연오가 태헌의 생각을 읽을 수 없듯 태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피했던 시선을 되돌려 연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에 박힌 고통이 별처럼 반짝거렸다.

“전에는 사랑해서 했는데.”

“…….”

“이제 아닌 거면…….”

태헌이 연오의 가슴팍을 지그시 밀어냈다. 연오가 자기 손으로 태헌의 손을 덮었다. 손등과 손바닥이 만나며 온기가 얽혔다.

“태헌아.”

딱 한마디 부름이었을 뿐인데 태헌의 움직임이 멎었다. 연오는 자기 가슴에 닿은 태헌의 손을 부드럽게 떨쳐내며 상체를 내렸다. 둘의 얼굴이 무척 가까워졌다.

“지금도 사랑해서 하는 거야.”

태헌의 숨이 멈추었다.

그는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고 연오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면 얼굴 너머에 감춰진 진심을 볼 수 있기라도 한 듯이. 그러나 그가 볼 수 있는 건 연오의 눈, 그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눈이 자신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현실뿐이었다.

깍지처럼 각막을 덮고 있던 두려움이 톡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연오가 제대로 보였다. 성적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목까지 붉어지던 연오. 허둥거리며 침실로 가 버리던 연오. 몇 번이나 성 가이딩을 하자고 먼저 말했던 연오.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거나 억지로 하는 연약하고 무력한 가이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강연오.

연오가 웃었다.

“억지로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

태헌의 두 팔이 다시 연오를 감았지만 아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도였다. 연오는 순간 그의 가슴에 눌려 찌그러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태헌의 힘은 금세 느슨해졌고, 그는 굶주린 것처럼 입술을 겹쳐 왔다. 숨이 몹시 뜨거웠지만 아까 같은 위험한 느낌은 없었다.

연오 역시 눈을 감고 태헌을 끌어안으려던 그때.

몸이 확 일으켜졌다. 태헌은 연오를 안고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일어섰다. 얼결에 허공에 뜬 연오가 낮은 비명을 지르며 입술을 떼어냈지만 태헌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섞이는 혀와 타액, 태헌은 연오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은 채 침실로 갔다.

연오는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침대에 걸터앉게 되었다. 거실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들었고, 그 빛이 다가오는 태헌의 손을 비춰 주었다. 당연히 셔츠부터 벗길 줄 알았는데 태헌은 그러지 않았다. 연오가 의문을 품기 무섭게 태헌이 무릎을 꿇었고, 거의 동시에 바지 버클이 풀렸다.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오싹할 정도로 선명했다. 속옷을 내리고 반쯤 선 성기를 꺼내자마자 태헌이 흐려진 눈으로 연오를 올려다보았다.

“저, 정태헌.”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연오가 급히 그의 어깨를 잡았다. 밀어내려고 했는데, 태헌의 날숨이 닿은 것만으로도 성기가 바짝 섰다. 미친 거 아닌가. 연오는 지나간 자극을 다시 달라고 보채듯 일어난 성기를 외면하며 더듬거렸다.

“하지 마. 너 쓰러졌다 방금 정신 차렸는데 지금 이게 먼저가 아니고…….”

“이것도 점막 가이딩이야, 연오야.”

태헌이 보채는 개처럼 연오의 성기에 뺨을 비볐다. 부드러운 뺨에 문질러지는 가벼운 자극이었을 뿐인데 연오의 허벅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태헌은 긴장한 곳에 입술을 떨어뜨리더니 혀를 내밀었다.

“아……!”

연오가 이를 악물며 허리를 뒤로 뺐다. 따뜻한 혀가 선단부터 뿌리까지 길게 핥아 내렸다. 태헌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음낭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었다. 그러는 중에도 손으로는 성기를 살살 문지르며 흔들어서, 연오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러면 가이딩을 못…….”

“해줘, 연오야.”

“…….”

“나 가이딩 받고 싶어.”

태헌이 성기 끝을 몇 번이나 핥았다. 이러는데 무슨 가이딩을 하느냐고 말하기도 전에 태헌이 성기 끝을 얕게 머금었다.

“태헌아.”

크게 소리치지도 못하고 속삭인 소리에 태헌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맞닿은 점막을 통해 조금씩 넘어오는 에너지를 달갑게 들이켤 뿐이었다. 욕실에서처럼 연오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고 있었지만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가 오직 연오의 쾌감만을 위한 봉사였다면 지금은 전희였다. 연오와 하나가 되기 위한 준비였다.

“하지 마, 이러다가, 읏!”

쌀 것 같다는 말이 들리기 전에 태헌이 곧바로 입 안을 조였다. 선단을 핥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깊이 물었다. 연오가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두 무릎을 단단히 잡고 혀를 움직일수록 기운이 솟았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일이 마치 전생 같았다. 펄펄 날 수도 있을 듯한 태헌이 연오의 다리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가며 목구멍을 열었을 때.

“정태헌!”

연오가 정말로 태헌을 밀쳤다. 이번에는 말뿐인 거절이 아님을 알아차린 태헌이 곧바로 입을 뗐다. 그는 가볍게 헐떡이고 있었다. 쳐다본 연오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나. 저번보다 못했나. 그 생각에 가슴이 철렁한 순간.

“너, 너 그거 하지 마.”

“뭘?”

“안…… 안에까지 넣지 말라고. 목 다쳐.”

뭐야, 그거였어?

태헌은 다쳐도 괜찮다거나 안 다친다는 말 대신, 이미 축축하게 젖은 연오의 성기를 몇 번이나 핥았다. 자극의 강도가 줄어들자 연오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 태헌은 성기에 입술을 바짝 붙인 채 속삭였다.

“전처럼 입에 싸줘. 그런 다음에 하고 싶어.”

입술 안쪽의 연한 살과 이빨이 예민한 곳에 닿았다. 그 낯선 감각이 연오를 곤두서게 했다. 발끝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허리가 저려 왔다. 젖은 성기에 닿는 숨결은 차가웠고, 미지근한 혀가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웠다.

태헌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연오를 삼켰다. 그의 손이 매끈한 허벅지를 쓸고 지나갔다. 살그머니 손톱을 세우자 연오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러면 가이딩을 어떻게 하느냐고 겨우 속삭였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에너지는 착실히 넘어가고 있었다.

“너 매번 이럴 거야?”

마구 터지려는 신음을 겨우 삼키고 묻자 태헌이 성기를 입에 문 채로 눈매를 접어 웃었다. 그런 다음 연오가 더는 아무 질문도 하지 못하도록 입술을 오므려 강하게 성기를 빨아들였다. 미끈하게 젖은 것이 이를 감추느라 말린 입술을 지나 곧바로 목에 걸쳐졌다.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일인데도 연오는 두 손으로 시트를 세게 움켜쥐었다.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않았다면 태헌을 걷어차 버렸을지도 모른다.

태헌은 저번처럼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입과 혀, 목을 더 썼다. 입만 조여서 가게 할 작정인 게 분명했다. 연오의 손이 태헌의 머리카락을 파고들었다. 밀어내려고 한 건데, 본능은 정직하게 그의 머리를 더 잡아당겼다. 거의 끝까지 삼켜진 성기가 전기라도 오른 양 황홀하게 저렸다.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연오가 머리를 잡아당겨 고정하자 태헌은 더욱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매번 이럴 거냐는 타박보다는 확실한 흥분의 표현이 태헌에게 불을 붙였다. 그가 입과 목을 동시에 조이자 연오가 더 견디지 못하고 사정했다. 태헌은 끝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끝났다, 연오가 묘한 탈력감에 잠겨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뒤로 넘어가더니 갑자기 다리가 붕 떴다. 어느새 태헌이 침대로 올라와 있었고 자신은 하늘을 향해 두 발을 모두 들고 있었다. 태헌이 오금을 손으로 쥐고 하얗고 마른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자 치부가 모조리 드러났다.

“뭐, 뭐 하는…….”

그러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혀가 절대 닿아서는 곳에 닿았다. 닿기만 한 게 아니라 핥고 지나갔다.

“야!”

태헌을 이렇게 부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태헌이 ‘이런 짓’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연오가 왜 이러느냐고, 미쳤느냐고 하기도 전에 태헌이 입술을 구멍에 바짝 붙였다. 핥고 빨아들이고 잘근거리는 몸짓이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으로서 학습한 것이 모조리 던져지고 짐승처럼 달라붙는 태헌의 모습이, 연오에게도 불을 붙였다. 다리가 저절로 벌어지며 구멍이 울컥 무언가를 쏟아냈다. 붉은 혀가 샘이라도 찾은 듯 그것을 핥아 마셨다. 활짝 벌어진 연오의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경련했다.

“정태헌, 이거…….”

“마음에 들어?”

태헌이 연오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웃었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왜, 젖은 거지. 이유를 알아차리자마자 연오의 얼굴이 타는 듯 붉어졌다. 대답 없는 입술에서 긍정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읽은 태헌이 상체를 얽어 왔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몸을 들인 그가 연오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잘근잘근 씹고 빠는 입술에서 뜨거운 숨이 끝없이 쏟아졌다. 바지가 벗겨지고, 태헌이 순식간에 나신이 되었다. 그에 반해 연오는 여전히 윗옷을 입고 있었다. 달아오른 하체가 얽히는 느낌이 아찔해, 연오는 눈을 질끈 감고 신음하며 두 다리로 태헌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지 말아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느낌에 태헌이 정신을 잃고 흥분했다. 그는 연오를 안은 그대로 몸을 뒤집어 자신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건 딱히 연오의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연오를 아래에 둔 채로 했다간 정말 그를 뭉개버릴 것 같아서였다.

연오는 둔부 사이를 철썩철썩 두드리는, 거의 몽둥이 같은 성기의 존재를 느끼고 멈칫했다. 전에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신을 부서지도록 끌어안고 한입에 삼키지 못해 안달이 난 지금은.

그러나 거부할 마음만큼은 들지 않았다.

“지금, 넣어도 돼?”

태헌이 허리를 흔들자 성기가 아슬아슬하게 자극되었다. 연오가 상체를 일으키려고 바둥거렸지만 태헌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열기가 넘실거리는 목소리가 애틋하게 재촉했다.

“연오야, 넣어도 돼?”

목소리와 행동이 딴판이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넣지 않을 것처럼 조르고 있는 주제에 성기가 구멍에 정확하게 맞춰졌다. 오래 하지 않았는데 감각만은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흣…….”

뜨거운 뭔가가 문질러지는 느낌에 연오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허락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지만 태헌은 그대로 연오를 꿰뚫었다.

“아!”

연오의 신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은 뜨겁고 좁고 황홀했다. 태헌은 연오를 안은 팔을 풀고 그가 몸을 일으키도록 내버려 두었다. 붉어진 얼굴, 어쩔 줄 몰라 벌어진 입, 살짝 풀린 두 눈을 보고 싶어서였다. 연오는 중심을 잡기 위해 손톱을 세워 태헌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엄청난 것이 뒤에 들어왔는데 앉기까지 하니 압박감이 훨씬 심해졌다. 연오는 멈추지 못하고 신음하며 반쯤 흐느꼈다.

“정, 태헌, 너 이렇게, 갑자기…… 하윽!”

“미안.”

전혀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그가 허리를 흔들었다. 성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오며 연오의 말을 잘라냈다. 균형을 잃으려는 연오를 위해, 그가 일어나 앉으며 연오를 끌어안았다. 그렇지만 몸을 뒤로 빼려는 연오의 움직임을 허락하진 않았다.

“키스해도 돼?”

“흣, 잠깐…….”

이번에도 허락이 아니었는데 태헌이 입술을 겹쳤다. 타는 듯 뜨거운 입술이 맞붙으며 하나가 되었다. 키스가 꼭 섹스 같았다. 타액이 섞이고 혀가 붙들렸다. 입이 막혀서, 뒤를 쑤시는 속도를 좀 늦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뭉개진 신음을 달게 받아 삼키며 태헌이 연오와 빈틈없이 몸을 붙였다.

둘의 머리카락이 금세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다. 태헌은 연오의 뒤통수를 붙들고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허리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연오의 몸을 튕겼다. 이 정도면 성기가 빠져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없었다. 태헌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연오가 자지러지게 울며 다리를 떨었다. 그 몸짓이 태헌을 더욱 자극했다.

연오가 더는 거부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 태헌은 키스를 멈추고 하얀 목과 어깨를 마구 물고 빨았다. 연오의 성기를 쥐어 백탁액이 줄줄 흐르는 것도 확인했다. 연오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그때쯤에는 태헌이 깨물어도 아프지 않았다. 그저 달콤했다. 감각 기관이 고장나 아픔을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일까. 몸을 휘돌던 에너지가 빠르게 흘러나가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뭉친 것을 뱉어낼 때처럼 개운하기까지 했다.

연오가 태헌의 등을 감싸 안았다. 땀에 젖어 미끄러운 등에서,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손톱을 세우자 그나마 버틸 만했다. 태헌 역시 자극에 흥분해 숨이 거칠어졌다. 연오가 자신을 꽉 껴안아 주었다는 사실에 자극받은 그가 그대로 자세를 바꾸었다. 연오는 다시 그의 아래로 내려갔다.

“태헌아, 흣…….”

다리가 수치도 없이 잡아 벌려졌다. 은밀한 곳을 혼자 차지한 태헌이 욕심껏 성기를 처박기 시작했다.

“아악! 흑, 아흣, 아!”

안이 빠듯하게 벌어지며 익숙한 곳이 뭉개지듯 눌렸다.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하며 갈 길 잃은 손이 애꿎은 이불을 쥐어뜯었다. 태헌은 연오의 두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게 하고 그 하얀 손을 잡아주었다.

“나 사실, 힘들어, 연오야.”

허리를 움직이는 걸 보면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호소하는 어조만큼은 간절했다. 이쯤 되자 연오도 어느 쪽이 진짜인지 헷갈렸다.

“내일까지 계속하고 싶어.”

“너 진짜 미쳤, 아흣!”

“해도 돼?”

진짜 허락받을 마음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서.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태헌이 연오의 발목을 한 손에 모아 쥐었다. 허리가 한쪽으로 돌아가며 둔부를 고스란히 보이고 옆으로 누운 자세가 되었다. 이불에 뺨을 묻은 연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닥쳐오는 감각은 예상보다 더했다. 굵고 뜨거운 선단이, 방금과는 전혀 다른 곳을 뭉근하게 문질렀다. 내벽을 긁는 느낌에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발목이 잡혀 버둥거릴 수도 없어서, 연오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감각을 견뎠다. 슬퍼서도 아파서도 아니고 쾌감이 너무 강해서 울다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이성적인 생각이 불가능했다.

접합부에서 물이 흘렀다. 질척하게 문질러지고 또 축축하게 젖어 드는 감각이 연오의 의식을 완전히 휘발시켰다. 태헌이 깊이 찌르고 들어온 순간에, 그는 거세게 사정했다. 벌써 두 번째 사정인데 태헌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태헌, 그만…….”

겨우 어깨를 밀어냈는데 손이 붙들렸다. 태헌이 그대로 연오의 검지를 빨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의 여린 살이 문질러지는 감각에 다시 허벅지 안쪽이 조여들며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늘어졌던 성기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난 아직인데.”

“잠깐만, 쉬었다가, 흣!”

“알았어. 쉬었다가 하자.”

의외로 성기가 쑥 빠져나갔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라 연오가 축 늘어지려는 순간.

“쉬는 동안 깨끗하게 해줄게.”

태헌이 연오의 성기를 덥석 물었다.

“……!”

신음도 나오지 않았다. 태헌은 정액과 땀으로 더러워진 성기를, 사탕이라도 되는 듯 쪽쪽 빨며 한없이 기쁘게 ‘청소’했다. 정염에 젖은 얼굴에 이성은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연오가 질겁하여 버둥거리자 그가 곧바로 발목을 잡아 왔다.

사정한 탓에 정액 범벅인데 태헌은 더럽지도 않은지 다리 사이에 내내 고개를 처박고 개처럼 핥아 댔다. 심지어 고환에까지 입을 맞추고 젖어서 번들거리는 허벅지 안쪽에도 입술을 댔다. 흔적을 남기는 일은 없었다. 정말 연오를 쉬게 해 주려는 사람처럼 정성껏 할짝거릴 뿐이었다.

“야, 너, 너 진짜…….”

“다 쉬었어?”

“…….”

“이제 깨끗해졌어.”

연오는 아득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태헌이 기억을 잃기 전에도 하기는 했다. 그래, 하기는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한 적은 없었다. 태헌은 늘 선을 지켰고 대체로 매너 있는 편이었다. 가끔 뭔가 치솟은 듯 달려들었다가도 금세 절제하곤 했다. 뒤를 핥거나 청소 운운하며 성기를 목구멍까지 삼키는 일은 절대 없었다.

“나 이제 힘들어서, 안 돼…….”

움직이는 거야 태헌이 많이 움직였으니 피곤할 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이나 파정한 뒤라 정말 더는 성적인 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뺨을 붉힌 채 고개를 가로젓는 연오를 보던 태헌이 머리를 갸웃했다.

“섰는데.”

“…….”

그거야 네가 빨아대니까 선 거고!

소리치기도 전에 몸이 뒤집혔다. 지치지도 않는지 능숙하게 연오를 엎드리게 한 태헌이 곧바로 몸을 겹쳤다. 둔부를 잡아 벌리는 손이, 크고 뜨겁고 단단했다. 무엇도 침입한 적 없다는 듯 단단히 다물린 입구로 거대한 선단이 문질러졌다. 땀에 젖은 살이 서로 부딪혀 질척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태헌을 더욱 흥분하게 하는 것 같았다. 연오는 자기도 모르게 엎드린 채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나 태헌은 개의치 않았다.

굵은 성기가 좁은 구멍을 가르며 침입했다.

처음과 너무나 달랐다. 아주 느리고, 아주 느긋한 움직임이었다. 거의 몇 초가 지나는 동안 성기는 반도 들어오지 못했다. 태헌은 일부러 얕은 곳에서 시간을 끌며 사람을 애태웠다.

“흣, 태헌아, 아…….”

연오가 어쩔 줄 모르고 허리를 들썩인 후에야 성기가 조금씩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뿌리까지 빠듯하게 밀어 넣기 위해, 태헌은 연오의 엉덩이를 좀 더 벌렸다. 그래도 안은 여전히 좁아 성기를 사방에서 꽉 조였다.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연오는 어느새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태헌은 의도적으로 연오의 절정을 막았다.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야 느끼는지 훤히 알면서 일부러 꾸물거렸다. 연오가 직접 움직일 때까지,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성기를 받아들이려 끙끙 다리를 벌릴 때까지.

“연오야.”

널 사랑해.

그때부터 둘은 하나였다.

연오는 완전히 자신을 버리고 태헌에게 맞춰 흔들렸다. 태헌도 마찬가지여서 곧 둘의 움직임은 똑같아졌다. 몸을 지탱하던 연오의 팔이 무너지자 태헌이 성기를 더 깊이 밀어 넣으며 목과 어깨, 등을 씹었다. 욕실에서 봉사할 때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던 일을, 그는 마음껏 했다. 강연오는 그의 것이었다. 그의 연인, 그의 유일한 가이드, 그를 살리고 앞으로도 살게 할 유일무이한 존재.

사라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가이드는 에스퍼에게 각인하지 않는다. 심장에 연인의 이름을 새긴 건 태헌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연오의 길고 흰 목에, 또 둥근 어깨에, 땀에 젖은 등에, 판판한 배와 허벅지 안쪽, 매끈한 종아리, 발목과 발등에까지 전부 붉은 자국을 남기면 되니까. 태헌은 그의 온몸을 물어뜯고 핥고 싶었다. 아무리 핥고 빨아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몸이라 좋고 또 아쉬웠다.

쉼 없이 입술을 떨어뜨리던 태헌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긴 흉터가 남은 복부를, 몸에서 타 버린 칩을 제거하기 위해 칼로 갈라야 했던 그곳을 더듬는 손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래, 연오에게도 지워지지 않을 흔적이 있기는 했다.

“아파?”

꿰맨 자국이 선명한 그곳에, 태헌이 입술을 붙였다. 오래전에 아문 흉터니 통증이 있을 리 없는데 그는 마치 아픈 곳을 다루는 양 조심스러웠다. 그가 말할 때마다, 따뜻한 입김이 맨살에 부서져 간지러웠다. 그곳에 흉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던 연오는, 별다른 생각 없이 태헌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게 허락이라도 되는 듯, 태헌이 혀를 내밀어 몇 번이고 흉터를 핥았다. 연오는 그가 손뿐 아니라 온몸을 떨고 있음을, 그토록 메마르게 울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놀랍게도 조금 웃음이 났다.

“하나도 안 아픈데.”

“…….”

“다 나았잖아.”

연오가 고개를 들자 둘의 눈이 마주쳤다. 태헌은 더 견디지 못하고 다시 키스했다. 그러면서 연오가 입을 벌리지 않고는 못 버틸, 가장 깊은 곳을 정확히 뭉갰다. 흐르는 신음을 남김없이 삼키며 태헌이 눈을 감았다.

날 사랑해서 용서해 준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얻었으므로 태헌은 반복해 묻지 않았다.

-

연오는 기묘한 이물감과 함께 눈을 떴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자신의 가슴 앞에서 교차된 단단한 두 팔에 붙들린 채였다. 허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팠고, 움직임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등 근육까지 묵직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뒤에서 느껴지는…….

‘미친 거 아니야?’

연오는 자신의 안에 머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꿈틀거렸다. 그러나 태헌의 포옹이 너무 단단했다. 이 정도면 포옹이 아니라 구속에 가까웠다.

“왜, 연오야?”

그는 기나긴 섹스의 여운에 취한 사람처럼 나직하게 속삭였다.

“목말라? 물 가져다줄까?”

“지금…….”

지금 목마른 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려고 했는데,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몇 번이나 헛기침을 했지만, 하도 소리를 지르고 울고 신음한 탓에 완전히 가 버린 목은 곧장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연오는 평소의 목소리를 내는 걸 포기하고 중얼거렸다.

“지금 목마른 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태헌은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얄밉기까지 했다. 연오는 홱 고개를 틀어 그를 노려보았다.

“당장 빼.”

그냥 넣고 있기만 해도 불편하고 황당할 텐데, 태헌의 것은 전혀 작아지지 않았다. 양심상 끝까지 넣지는 않았는지 압박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느낌이 편할 리 없었다.

“미안, 따뜻해서.”

“알았으니까 빼라고.”

“싫어?”

태헌의 어조가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싫다기보다는 그냥 이게 너무 이상하니까 그런 거지. 설명하기도 전에 태헌이 중얼거렸다.

“나 전부터 이거 해보고 싶었는데.”

“…….”

“너랑 처음 했을 때부터 계속.”

이게 뭐라고 저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나 싶어 연오가 헛웃음을 쳤다.

“그럼 말하지 그랬어?”

“허락 안 해줄 것 같아서.”

“당연히 안 하지.”

정상이라면 이걸 허락하겠느냐고, 연오가 중얼거렸다. 기운이 빠져서 다시 머리를 툭 눕히는데 자신이 이제껏 태헌의 팔을 베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두운 창밖을 보면 한참 이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에스퍼라 팔도 안 저린가. 그런 생각을 하며 빨리 빼기나 하라고 하려는 순간.

“근데 연오야.”

“응?”

“나 힘든 것 같아.”

연오의 어깨가 굳었다. 그는 바로 상체를 일으켜 태헌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태헌이 자유로운 팔로 연오의 어깨를 눌러 움직임을 막았다.

“뭐가 힘든데? 놔봐, 봐줄게.”

“다친 건 아니고, 가이딩 좀 더 받으면 좋아질 것 같은데.”

“…….”

“좀 더…….”

반만 걸쳐져 있던 성기가 다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짝 떨어졌던 몸도 바짝 붙었다. 연오는 정말 가이딩이 덜 된 건지 아니면 태헌이 수를 쓰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틈에 태헌이 연오를 엎드리게 했다. 길게 엎드린 연인의 몸에 올라탄 그가 땀이 식은 목덜미에 입술을 떨어뜨렸다. 구멍을 핥아 댈 때에 비하면 가벼운 애무인데, 이상한 간지러움과 열기가 피어나 연오의 발끝이 움찔거렸다.

“나 구멍 났어.”

“…….”

“고쳐 줘, 연오야…….”

애처롭고 애틋하고, 언뜻 듣기에는 아양을 떠는 것 같기도 한 어조에 강연오는 확신했다.

이건 연기다.

진짜 아프고 힘들었다면 태헌은 오히려 괜찮은 척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애교스럽게 에너지를, 아니, 섹스를 조르고 있었다.

“태헌아.”

한마디 하려던 연오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까 그렇게 해놓고 양심도 없냐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하지 말라고? 아니면 좀 쉬었다가 하자고? 그래, 이거다.

“알았으니까 좀 쉬었다가…….”

나오던 말이 뚝 멎었다. 아까 쉬자고 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었나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태헌이 연오의 귓바퀴를 질척하게 핥았다.

“쉬고 싶어?”

“……이게…….”

“쉬고 싶어, 연오야?”

난 쉬어도 돼. 태헌은 당장이라도 아까의 그 ‘청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듯 속삭였다. 연오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하지 말라고 밀어냈다면 고집부리지 않았을 태헌을 알면서도 왜 침묵으로 그를 받아들였는지, 연오도 몰랐다.

“연오야, 사랑해서 나랑 하는 거지?”

어쩌면 그 물음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는지도.

“그래.”

“…….”

“사랑해, 태헌아.”

관계가 회복되기 전이었다면 태헌은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침대 위였다. 그래서 그 짧은 고백은, 안 그래도 눈이 뒤집어진 태헌을 더 자극하는 기폭제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연오의 모든 것을 가지려는 사람처럼 깊은 곳까지 침범했다. 성기를 쥐고 애무하는 손은 꽃을 다루는 듯 조심스럽고 섬세한데 뒤를 쑤시는 몸짓은 흉포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아래에서 연오는 오랫동안 흔들렸다. 태헌은 연오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매번 이렇게 허락받을 수만 있다면, 몇 번쯤 더 폭발해도 좋을 것 같았다.

-

며칠 후, 한주연과 김현철은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정태헌의 폭발한 그릇에 대한 소견서였다. 에스퍼의 충전율을 알 수는 없지만, 매칭률 측정기를 이용해 정태헌의 에너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되는지는 분석할 수 있었다. 최인열의 사기 이후로 새롭게 고안된, 센터 나름대로의 가이딩 검사 방법이었다.

둘은 본부장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 장짜리 소견서를 읽었다. 그래프 몇 개가 첨부되어 있었고 복잡한 용어로 긴 문장이 적혀 있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정태헌의 그릇은 회복되었다.

“괴물은 괴물이네.”

한주연은 종이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한번 손상된 그릇은 회복되기 어렵다. 정태헌의 아버지 정한철도 그릇이 깨져 은퇴한 경우에 속했다. 한주연 자신도 여러 차례 폭주한 탓에 그릇에 금이 가 힘이 예전 같지 못했고. 대부분의 에스퍼는 전성기를 지나 그렇게 시들어 간다.

그러니 정태헌도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회복하고 있어.”

전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릇은 복구되고 있다. 망가진 장기가 제 기능을 해내는 것처럼.

그러나 김현철은 한주연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니야.”

“아니라니? 수치 좀 봐. 괜찮잖아.”

“내 말은, 정태헌 에스퍼가 괴물이라 회복된 게 아니라고.”

김현철은 잠시 연오를 생각했다. 그가 정태헌에게 얼마나…… 혹사당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도 둘은 연인이니 괜찮겠지. 아무래도 강연오에게 산삼이라도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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