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58)

“아줌니. 쥔 아자씨가 등신인 중 알어유?”

“……?”

“말을 안 혀서 그렇지 다 아는구먼유. 지가 맹근 음석이랑 아줌니가 맹근 음석 다 구분 혀유. 시방 그 장아찌 섞어서 낭중에 아자씨 놀릴라고 그라는 거지유?”

“눈치 챘니?”

양 여사는 조금도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말끄러미 삼봉을 보았다.

“그라지 마서유. 쥔 아자씨 실성한 양반 모양 넋 빼고 다녀도 속이고 그라는 거 나쁜 짓이구먼유. 참말 일을 그만두고 잡으시면 그만두시더라도 이렇게 쥔 아자씨 속이는 일은 지 맴이 좋지 않구먼유. 관두서유.”

“…….”

새침한 얼굴로 물끄러미 삼봉을 보던 양 여사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편드네?”

“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주인과 삼봉이 제법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양 여사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주인과 삼봉이 언제까지고 서로 으르렁거리며 이를 드러낼 상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극적으로 둘 사이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역시 아침저녁으로 삼봉을 불러다 앉히고는 ‘호-.’를 시킨 주인의 어거지가 큰 공을 세운 것일까?

문득 터질 듯한 즐거움이 그녀를 웃게 하였다.

“하지만 난 연말에 그만둘 거고, 그러면 사장님은 싫어도 니가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해. 미리 익숙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너나 사장님이나 덜 힘들지 않겠니?”

“참말 그만두실 건가유?”

“응. 이제 남의 밥 해주는 것도 진력이 나. 좀 쉬고 싶어.”

“그려두. 쥔 아자씨 고집에 다른 사람이 맹근 음석 입에 데려고나 하겄시유?”

“굶기면 다 먹게 되어 있어.”

말 안 듣는 어린 아들을 길들이겠다는 것처럼 양 여사의 목소리에는 하등의 존경심이 없었다. 그리고 삼봉 역시 굶기면 뭐든 먹게 되어 있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무릇 살아 있는 짐승 중에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굶어 죽는 생명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의 문제였다.

우주인은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 않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배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굶어 죽지는 않는다 해도 어지간히 성질을 부릴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아줌니는 쥔 아자씨를 아들같이 생각하지시유?”

“뭐?”

삼봉의 눈에 그녀는 주인의 엄마 같았다. 가끔은 혼내고 또 가끔은 그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을 다 받아 주면서 그의 곁에 있어 주는 엄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봉은 그녀가 주인을 떠나겠다는 말이 참으로 애석하게 느껴졌다. 삼봉은 가져 본 적이 없는 엄마였고, 그래서 주인이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주인이 잃어버리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쥔 아자씨도 아줌니를 엄니처럼 생각하는 것이 분명허구먼유. 그니께 아줌니한테는 성깔도 안 부리고 응석만 잔뜩 부리는 거 아니겄시유? 다시 생각해 주심 안 되겄시유? 아줌니 관두고 지 혼자서 저 아자씨 성질 머리를 워뜨게 다 받아주남유. 생각만 혀도 앞이 깜깜허구먼유.”

“깜깜해도 그건 니 사정이고.”

“야?”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삼봉은 양 여사를 마치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던 어미를 따르듯 기대고 의지하지만 양 여사측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게 잘라 내는 상황 말이다. 사실 삼봉은 양 여사 또래의 아주머니들에게 상당히 취약하여 그녀들의 부탁이나 사정 같은 것을 쉽사리 무시하지 못했다. 그것은 암만 영악하고 욱하는 성질 머리가 고약한 삼봉이라도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어미를 잃고 형들과 아비의 손에 길러진 삼봉에게 어미 또래의 여성들은 너무도 간절히 열망하지만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갈증과 같은 것이었다.

대번에 몹시 상심한 얼굴이 된 삼봉에게 아주 약간의 측은함을 가졌지만 양 여사는 인정이 그리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요리 솜씨는 어머니를 닮았니?”

“…….”

그리고 삼봉의 낯빛은 양 여사가 매정하게 그의 호의를 밀어냈을 때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생각보다 네가 음식을 잘해서 난 대단히 만족스러워. 덕분에 훨씬 홀가분하게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게 되었고 말이야. 그래서 난 되도록 너에게 잘해 주고 싶어. 혹시……. 이 집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업무가 더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거니?”

“그런 거 아니구먼유.”

“그렇다면 네 업무량에 합당할 정도로 사장님은 네 임금을 조정해 주실 거야. 일하는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사장님 방침이고, 네가 다 하지 못할 만큼 일이 많아진다면 네 일을 도와줄 사람도 채용하실 거야. 적어도 네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딜 가서도 사장님 밑에 있는 것보다 낫지 못할 거야. 입 좀 집어넣는 게 어떠니?”

삼봉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대답했다.

“이깟 일 암 것두 아녀유. 지는 아줌니가 관둔다는 게 서운해서 그라는구먼유. 변호사 선상님도 비서 형님도 셋방 누님도 지는 참말 좋구먼유. 아줌니는 말할 것도 없구먼유. 아줌니가 있어서 월매나 의지가 되는지 모르는구먼유. 그런디 아줌니가 인쟈 관둔다 허니께 지가 맘이 많이 안 좋구먼유. 사실 여그 쥔 아자씨 성질 머리가 개떡 같아도 다른 분들은 다 참말로 좋은 분들이라서 지가 꾹 참고 있구먼유. 특히 아줌니는……. 우리 엄니가 살아 계셨으면 꼭 아줌니 같을 거구먼유. 지는 꼭 그런 생각이 들어유.”

“……?”

“고냥 여그 계시면 안 되는감유? 지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돕겠구먼유. 아줌니 몸 안 좋으시면 지가 다 할 꺼구먼유. 음석하는 것도 갈챠만 주시면 지가 다 하고 또…….”

사나이 자존심에 응석 같은 것은 부리고 싶지 않았지만 삼봉은 절박하게 매달리는 심정으로 양 여사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 역시 이 집에서 부리는 고용인의 입장이라는 것. 삼봉이 그녀를 붙잡을 명분도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라는 사실은 그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야.”

“돌아가셨니?”

“야.”

“언제?”

삼봉의 진심 어린 사정이 양 여사에게는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제법 반듯하고 차분한데다 행동거지 하나까지 별반 흠잡을 곳이 없는 삼봉이 어미 없는 아이라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을 뿐이었다.

“지를 낳고 이레 만에 돌아가셨시유. 그랴서 큰형이랑 아부지가 동네 댕기면서 지 젖동냥을 해서 키우셨구먼유.”

“아…….”

이제야 이해가 된다.

암만 효자라도 요즘 세상에 아비의 내깃돈 대신 머슴 살러 선뜻 나서는 아이가 어디 있나 싶었는데 그만한 사정이 있으면 그럴 만도 하다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면에서 그녀가 언제나 삼봉에게 갖고 있던 의문도 하나 풀린 것 같았다.

“그래서 성격이 제멋대로구나.”

“야?”

삼봉은 어찌 들어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기도 한 양 여사의 말에 동그랗게 눈을 떴다. 어디 가서도 성질 머리 제멋대로라는 말은 듣지를 못했다. 욱하는 성깔이 있어서 잘못 건드려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듣기는 했어도 살아오면서 삼봉이 타인에게 들은 평가는 대체로 착실하고 싹싹한데다 영리하다는 말들이었다.

“이 젖 저 젖 먹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성격이었나 보네. 이제야 의문이 풀린다.”

“이 젖……. 저 젖이유?”

“그래. 소젖 먹고 자란 사람은 성격이 소 같고, 급한 젖 먹고 자란 사람은 성질이 급하지. 씨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젖만 할까. 대체로 사람 바탕이 그렇거든. 그런데 암만 봐도 네 성질은 가늠을 못하겠다는 거 아니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네.”

좀 전까지 아줌니 가지 마유. 지랑 있어유 하는 신파로 흐르던 분위기가 난데없는 젖타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삼봉은 정작 자존심까지 접어 두고 양 여사를 붙잡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로서는 처음 들어본 젖타령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것이다.

“난 아들이 하나밖에 없어. 너도 사장님도 아들처럼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나한테 엉겨 붙지 마.”

“아줌……니.”

양 여사는 삼봉이 지금까지 함께 지내며 보았던 그 어떤 얼굴보다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 보는 눈을 더 키우는 게 이로울 거야. 이 집에 착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아……. 예진 씨 정도가 아직 유예기간이라고 해야 할까? 예진 씨도 머잖아 선택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넌.”

“……?”

삼봉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배 변호사도 구 비서도 차예진 씨도 그리고 양 여사도 그의 눈에는 마냥 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삼봉은 아직 경험치가 미숙했다.

“넌 아마 끝까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일 거 같구나. 그게 사장님한테는 아주 좋을 거야.”

양 여사는 주머니에 넣어 온 행주를 꺼내 장아찌 양념이 묻은 그릇 가를 깨끗이 닦고는 돌아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삼봉은 멍하니 넋을 빼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했지만 여전히 그녀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좀 이른듯 싶은 장마였지만 어쨌든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삼봉은 날 듯한 기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유럽이나 영국 사람이라서 볕만 보면 환장하고 드러눕는 것이 본능도 아니면서 해만 쨍쨍 내리쬐면 홀랑 벗고 정원에 자빠질 생각부터 하는 우주인의 작태가 밸이 꼴려 비나 쏟아지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정원에 나가 혼자 벗고 자빠져 있으면 그나마 참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은 그렇게 나가서 잊어 먹지도 않고 꼭꼭 삼봉을 불러냈던 것이다.

뭐 하려고?

호- 해 달라고.

그러니 욱하는 성질 머리 개떡같이 숨기고 있는 삼봉으로서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머리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할 일이 아니겠는가.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화색이 만연한 삼봉을 보면서 양 여사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허나 우주인 씨께서는 이제는 그놈에 ‘호-.’ 그만 해줘도 되겠지 싶었던 삼봉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짓밟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금 뿌리고 흙 뿌려 놓고 자근자근 밟아 주시기까지 하셨다.

“야! 코딱지. 와서 호 해줘!”

“아 그놈에 좆대가리 여즉도 아퍼유?”

“너도 은근히 즐기는 거 아니었어?”

시트를 갈러 들어갔는데 턱 하니 돌침대에 누워서는 바지 까 내리고 하는 말이 기막히지 않은가.

사람이 황당해서 죽으면 ‘황사’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삼봉은 목 졸린 한숨을 푹푹 내쉬기만 했다.

“지가 미쳤시유? 아자씨는 지정신이 아닌 중 몰라두 지는 멀쩡하구먼유. 지가 뭣 한다고 남의 아랫도리 대가리 박고서 호호 하는 것을 즐긴대유? 참말로 아자씨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가끔 쪼개서 열어보고 싶다니께유?”

“너 바보냐?”

“뭔 말이래유?”

삼봉은 참말로 말 안 들어 처먹는 우주인 다루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고, 비켜 달라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불을 쑥 잡아당기면서 양껏 인상을 썼다. 꿈지럭 꿈지럭 굼벵이처럼 기어 침대를 내려온 우주인이 손가락으로 삼봉의 머리를 꾹꾹 누른다.

“사람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겠냐. 당연히 뇌가 들어 있지. 그걸 꼭 쪼개 갈라 봐야 아냐?”

“허이구 복장 터져.”

“복장?”

꼴을 보아하니 저 무식한 양반이 또 ‘복장’이란 말이 뭔지 모르는 거다. 저 정도면 무식의 한계를 넘어 경이로운 백치미에 가깝다.

신께서 공평하셔 머릿속에 아무 것도 든 것이 없으니 저리 멀쩡한 면상이라도 주었는가 보다 하면서 삼봉은 침대 시트를 싹 끌어내 새것으로 갈아 끼우기 시작했다.

“야!”

“복장이 뭐냐면유. 여그 가심 한복판을 말하는 거여유. 그니께 복장이 터진다 그러면 여기 가심이 뻥 터질 거 같이 답답하다 이런 말이구먼유.”

이제 물어보지 않아도 대답해 주는 경지에 이른 삼봉은 시종일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침대 시트 갈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우주인은 기괴한 눈으로 삼봉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양 여사를 좋아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것을 요구하든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록 보통의 경우 결코 응하지 않을 부탁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는 구 비서도 좋아했다. 유능하고 일 잘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호들갑스럽게 굴지 않는 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배 변호사도 좋아한다. 그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를 살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차예진이나 정삼봉은 경우가 달랐다.

차예진은 필요에 의해 채용한 고용인이었고, 정삼봉은 어쩔 수 없이 떠맡은 머슴이었다. 둘의 입장은 비슷했지만 삼봉이보다 육 개월은 먼저 이 집에 들어온 차예진과 삼봉은 우주인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랐다.

차예진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대신 주인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이 한 일의 대가로는 월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법도 없고, 주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삼봉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설교하고 그리고 귀찮게 들러붙어서 쟁쟁 댄다. 시끄럽고 못생기고 그리고 성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봉은 누구보다 빠르게 주인의 패턴을 따라잡고 있었다.

양 여사도 구 비서도 배 변호사도 이처럼 빨리 우주인이라는 인간에게 적응하지는 못했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공황 상태에 빠진 것처럼 낯설어 했고, 공포와 감사를 동시에 표현하면서 아주 천천히 격한 마음의 동요를 잠재웠다. 경우의 수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우주인이 경계하지 않으며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정삼봉은 매우 특별한 속도감으로 주인에게 자신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욕을 하고 잔소리를 하고 설교를 늘어놓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주인의 취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난 옷차림 말하는 줄 알았어.”

“우리나라 말 잘 못혀유?”

시트를 다 갈았는지 빨랫감을 잔뜩 끌어안은 채 삼봉이 여상하게 물어 왔다.

“내가 잘 못하는 게 있는 거 신기하지? 그렇지?”

“그니께 잘 몬한다는 말이지유?”

“…….”

곧 죽어도 제 입으로 뭘 못 한다는 말은 하기 싫은 우주인이 입을 다물자 삼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한숨을 내쉰다.

“워디 딴 데 살다 왔시유? 다른 나라 살다 온 거여유?”

“……응.”

“아……. 몰렀구먼유. 진즉에 말을 해 줬시믄 지가 무식하단 소리 좀 들 했지유. 아자씨도 참말 답답한 사람이구먼유. 모르면 모른다고 말을 혀야 할 꺼 아녀유.”

“나 한국말 잘한다.”

“음마. 누가 몬 한대유? 한국말 잘하는 거 허고 사투리까정 죄다 알아듣는 거 허구는 영 다른 야그지유. 그랴서 아자씨가 자다 봉창 뚜들기는 소리를 많이 했구먼유?”

우주인은 이번에는 ‘봉창?’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자신이 삼봉에게 양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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