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먹었어? 거기 있는 내 머슴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아……. 예! 예. 알겠습니다. 우주인 사장님. 곧……. 여보세요? 여보세요?”
경비원 A씨는 제 용건만 말하고 뚝 끊어 버린 전화를 향해서도 비굴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해야 했다.
삼봉은 곱게 전화기를 들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 엘리베이터까지 그를 안내하는 경비원들의 급변한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주인에게 핸드폰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주인은 자신의 주변으로 엉겨 붙으며 한껏 아양을 부리는 남자들을 흡족한 마음으로 희롱하고 있었다. 구 비서가 친분을 쌓아 놓으라고 말하던 녀석에게서 전화번호를 받으려고 했을 때 자신의 전화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친김에 그 녀석에게서 전화기를 빌려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코딱지가 받는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클럽까지 오는 길에 무려 세 차례나 접촉 사고가 있었던 것이 몹시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칠칠치 못하게 소지품을 흘리고 다닌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때부터 그는 기분이 나빠졌다.
사색이 되어 발발 떨고 있던 코딱지의 모습이 확실히 기억났기 때문인 거 같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인데 까만 콩처럼 빤질빤질한 것이 좀처럼 기죽을 줄 모르는 코딱지 주제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 떠오르니 기분은 더 나빠졌다. 딱히 코딱지를 챙기고 신경 쓸 이유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는 짜증이 났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처럼 길게 수다를 떨어 대는 목소리도 꼭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건 몸이 아플 때 금자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면서 왕왕 짖어 대는 것과 같은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하는 녀석의 전화로 자신의 전화에 전화를 걸었으니 굳이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말할 이유는 없었다.
“짜증 나.”
여러모로 신경 쓰이고 시끄럽고 귀찮은 코딱지였다. 정말 코딱지였으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파내 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귀찮음이었다.
“예?”
“응?”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옆구리에 찰싹 엉겨 붙어 콧소리를 내던 접대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어 온다. 그는 그러한 표정이나 미소를 하루에도 백 번쯤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딘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인위적인 미소가 싫증났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주인은 언제나 이렇듯 귀엽게 애교 떠는 남자 쪽을 훨씬 선호했다. 지금껏 좋아라 하던 것이 어느 날 싫어질 리 없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잖은가. 주인은 작게 고개를 털어 내고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미소와는 별개로 응큼한 손이 사내의 볼기짝을 덥석 움켜쥐었고, 기름 바른 것처럼 유들유들한 혀가 발칙한 요구를 했다.
“빨아.”
“예?”
“목구멍 깊숙이 넣고 빨아.”
“사장님도 차암.”
부끄럽다는 듯 몸을 뒤틀던 사내가 폭신한 쿠션 더미를 헤치고 아래로 내려갔다. 홀 안 여기저기에서는 지금 우주인의 행색과 별반 다르지 않은 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었다. 아예 흘레붙어 헐떡대고 있는 짐승들도 있었고, 머리와 꼬리가 뒤엉켜 누구의 다리이고 팔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고깃덩이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슈트와 타이까지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양새로 담소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입술로 바지 지퍼를 끌어내리는 사내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바지는 벗기지 마.”
“훗…….”
사내는 주인의 요구대로 그의 바지를 벗기지 않았다. 선홍빛 혀와 뜨거운 입술이 속옷 사이를 헤집으며 목표한 것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달아오른 입술이 발기한 성기를 찾았을 때 주인은 흡족한 미소를 띠며 사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떼씹을 하러 오는 거라고 말한 거와 같이 오늘의 이 자리는 그야말로 떼씹을 위한 자리였다. 그리고 우주인은 그 파티의 일원으로 초대받아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성적 판타지를 실험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긴 밤을 서둘러 일찍부터 진을 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른한 쾌감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불길처럼 성기를 시작으로 느리게 흩어지고 있었다.
상류층을 위한 회원제 클럽의 파티였다.
그런 만큼 초대 손님뿐만 아니라 접대를 위해 고용된 접객원들마저도 금방 잡지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차림과 몸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었다. 미인 혈통으로 굳게 지켜진 재벌가의 자손들도 엄격하게 선별된 접대부들도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려 들었다. 비록 그들의 생활은 결코 뒤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겠지만 껍데기는 훌륭하게 조화되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
그 안으로 뛰어든 코딱지만이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워진 공간에 떠도는 점처럼 선명했다.
“역시 못생겼단 말이야…….”
“예?”
“아냐. 계속해.”
주인은 킥킥대며 웃었지만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들어 자신을 보는 남자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것으로 육체의 욕구에 충실했다.
비교적 홀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던 주인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홀 안의 풍경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입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코딱지의 얼굴은 창백하지 않았다.
꽤 먼 거리였지만 주인은 그것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돈과 권력이라는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있는 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건강함. 귀찮고 시끄럽고 못생겼지만 그렇기 때문에 홀 안에 있는 어떤 사람과도 다른 코딱지는 한눈에 주인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코딱지를 붙들었고 작은 실갱이가 주변의 이목을 불렀던 모양인지 하나둘씩 굶주린 승냥이들이 삼봉의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 홀 안으로 클럽의 회원이거나 아니면 접대를 위해 고용된 사람이 아닌 다른 이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초라한 옷차림을 한 채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정삼봉을 접대부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일이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하며 우주인은 태연하게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철저한 관객의 자세를 했다.
그들은 시끄럽고 귀찮고 성가신 삼봉의 수다를 재미난 앙탈로 받아들이는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데서 훤하게 볼기짝을 까고 그 짓을 하는 인간들만으로도 눈이 튀어나오게 놀란 삼봉이었지만 자신의 등과 허리를 거쳐 엉덩이까지 느물거리는 손길이 닿자 본능적인 위기감이 그를 펄떡 뛰어오르게 했다.
“음마 왜 이런대유!”
“허라? 이 녀석 꽤 귀여운데?”
“워딜 만져유. 실성했시유?”
탈모의 기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남자는 기겁을 하는 삼봉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는 질색하며 몇 걸음 달아나려는 삼봉의 어깨를 꽉 붙들어 잡기까지 했다.
“전 사장은 어디서 이런 걸 찾아 데려왔지? 응? 딱 내 취향인데?”
“이 아자씨가 돌았나……. 이거 못 놔유? 놔유. 노란 말여유!”
“귀여운 것. 앙칼진 게 딱 내 취향이야. 응?”
힘으로는 도저히 사내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삼봉은 욱하는 그 성질 머리를 어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열이 확 뻗치면서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소름이 돋을 만큼 징그러운 손이 명백한 의도를 갖고 제 몸을 더듬었다.
“존 말로 헐 때 이거 놔유.”
“어쭈. 콩알만 한 게 잘하면 사람 치겠다?”
새파랗게 독이 오른 삼봉의 표독스러움도 사내의 눈에는 한낱 유희 거리에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단단히 삼봉을 틀어쥔 채 질척한 혀를 내밀어 삼봉의 통통한 뺨을 핥았다.
“으에엑!”
“야들야들한 게 좋아. 아주 좋아. 흐흐흣.”
으득 하고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세빠닥을 끊어 버릴 테니께. 계속 혀 봐.”
“하핫! 이 녀석 점점 더 마음에 드는 걸?”
사내는 진심으로 삼봉의 앙탈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 홀 안에 외부인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가정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모든 것이 설정되어 있는 쇼라는 가정 하에 삼봉은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아주 재미난 장난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농염한 섹스에는 약간의 폭력이 가미되는 것도 좋다 생각하는 남자에게 이 귀여운 장난감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순간에 대한 기대가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잘 계획되어진 플레이는 심지어 설정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장난감은 남자를 최고로 자극했다.
짝!
커다란 손이 삼봉의 따귀를 후려갈기자 작은 머리가 휙 돌아가 버렸다. 삼봉에 비한다면 고릴라처럼 커다란 남자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후려친 것이다. 하지만 삼봉의 표독스러운 시선은 곧장 되돌아와 사내를 노려보았다.
“한 대 쳤시유.”
“어쭈. 하핫. 그래. 근성이 있어야지. 이 정도로 우는소리를 하면 재미가 없을 뻔했어.”
짝!
두 번째로 삼봉의 따귀를 후려갈기자 작은 몸이 휘청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그는 여지없이 고개를 똑바로 세워 남자를 노려보았다. 앙증맞은 입술이 터져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피를 보자 굶주린 짐승처럼 아우성치는 남자의 욕구는 보다 강렬한 자극을 원했다.
“두 대여유.”
“귀여운 걸?”
퍽!
이번엔 주먹이었다. 주먹을 날림과 동시에 사내는 삼봉을 붙들고 있던 손까지 놓아 버렸고 삼봉은 거의 날아가듯 바닥에 처박혀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벌써 우는소리 하는 거야? 에이……. 실망인데?”
“…….”
남자에게는 그저 가벼운 유희에 불과한 일이었다.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아무리 특별한 사정이 있다 해도 그것은 남자가 알 이유도 알 필요도 없는 그저 타인의 사정일 뿐인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삼봉이 이런저런 상대의 사정을 다 봐줘 가면서 욱하는 성질 머리를 참고 있을 인간도 아니었다.
천천히 힘겹게 몸을 일으킨 삼봉의 입술이 이미 터져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새빨간 선혈이 코에서 인중을 타고 입술을 지나 턱 끝으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삼봉은 그 터진 입술을 하고 벙긋 웃는 게 아닌가. 선명한 붉은색의 피가 남자의 흥분을 고조시켰다. 피 흘리는 얼굴을 한 채 웃는 삼봉의 모습은 그것에 흥을 더하는 또 다른 여흥 거리였다.
“……세 대여유. 맞지유?”
“응?”
영문 모를 말에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삼봉은 근처를 지나던 연미복 차림의 웨이터를 불렀다. 커다란 쟁반에 음료 잔을 종류별로 얹고서 마구잡이로 얽힌 사람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웨이터는 터무니없는 모양새를 한 채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삼봉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지송허지만 오봉 좀 빌려야 쓰겄네유.”
“예?”
위로 치켜 올린 손끝으로 스테인리스 쟁반을 받쳐 들고 있는 웨이터는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잽싸게 쟁반을 가져가는 삼봉을 만류하지 못했다.
그 위에 위태롭게 얹혀 있던 음료 글라스들이 와장창 땅바닥으로 쏟아지는 광경. 그리고 무거운 짐을 털어 낸 스테인리스 쟁반은 허공을 가르며 지금껏 무방비인 정삼봉을 후려갈기던 사내의 머리통과 정감 어린 충돌 씬을 연출했다.
깡!------.
빈 스테인리스 쟁반과 빈 머리통이 작렬하는 순간은 꽤 요란한 소음으로 공명했는데 비록 이성을 잃어버린 채 흘레붙던 사람들이라 해도 그 소리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홀 안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삼봉과 사내에게로 일시에 모여드는 와중에도 삼봉은 으득으득 이를 갈고 있었다.
“그짝이 먼저 세 대 때렸으니께 시방부터는 정당 방위여유.”
깡!
첫 번째 타격으로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의 머리통으로 다시금 스테인리스 쟁반이 작렬했다.
“지가 얼없이 세 가믄서 처맞고 있었는 중 알면 오산이어유. 알겄시유? 워디 가서 함부로 시비 붙음 큰일 난다는 말 아부지 엄니한테 못 들었남유?”
깡! 깡! 깡 깡 깡!
“가을 독사라는 별맹이 개니 붙은 게 아닌디 왜 사람을 건드려 이 사달을 맹글어유. 맹글기는. 사람이 가만있으니 가마때기로 보여유? 보자보자 하니께 보자기로 뵈는감유?”
깡깡깡깡! 깡깡!
정삼봉은 자신을 때린 남자에게 신나게 복수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스테인리스 쟁반은 무거웠고, 커다란 그것을 휘둘러 저 실성한 미친놈을 후두려 팰 때마다 힘은 들었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새파랗게 독을 뿜어 대고 있는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홀 안의 사람들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망연자실 삼봉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삼봉을 희롱하던 남자는 영문 모를 매타작에 납작 엎드려 제 머리통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삼봉이 스테인리스 쟁반을 집어던지고 발딱 고개를 들어 독기 서린 눈초리를 보내자 그의 시선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맹금류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눈길이 홀을 둘러보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만큼 삼봉의 위세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홀 안의 사람들은 이 놀라운 사태에 그저 당황하고 있는 것일 뿐이기도 했다.
드디어 홀 저 안쪽에서 어떤 남자와 낄낄대며 놀고 있는 우주인을 발견한 삼봉의 눈이 더 무시무시해졌다.
그는 사람들의 숲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 우주인에게로 다가갔다.
“지 왔구먼유.”
“응. 봤다.”
말하는 주둥이를 확 꼬매 버리고 싶다. 삼봉은 떡 하니 말좆(?)을 꺼내 놓고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우주인을 한참 노려보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핸드폰이유.”
“거기 둬. 넌 뭐해. 안 빨아?”
“아…….”
우주인은 놀란 눈으로 삼봉과 주인을 번갈아 보고 있는 사내의 등을 슬쩍 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교 많은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삼봉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지가 한 마디만 혀야겄네유.”
“빨리 하고 가.”
주인은 표독스러운 삼봉의 시선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주눅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었는데 삼봉은 그런 미소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이딴 짓 하려고 여길 온 거여유? 아자씨 노는 데는 이런 데에유? 평소에도 이러고 놀았시유?”
“응.”
“하아……. 참말로 실망이구먼유. 지는 지금 뭐라고 말을 해야 허는지 모르겄구먼유. 지는…….”
“너 벌써 열 마디도 넘게 했거든?”
“야. 알았구먼유. 지도 지 나름대로 생각을 좀 정리혀야겄네유. 알았구먼유.”
얼음보다 차갑게 얼굴을 굳힌 삼봉은 팩하니 몸을 돌려 홀을 가로질렀다.
이 모든 사태의 한가운데 있는 우주인을 제외한 모두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홀의 문이 열려 정삼봉이 완전히 홀을 빠져나갈 때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주인만은 여전히 유유자적 즐거운 놀이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홀의 문이 닫히기 전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낄낄대는 우주인의 웃음소리가 정적으로 가득 찬 홀 안을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