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안전관리 팀장이 쫓아 내려오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홀의 문이 닫히자 느긋하게 일어선 주인이 느린 손길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난데없이 밀쳐진 접대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른 고객을 찾아 움직였다. 우주인이 클럽에 오면 꼭 찾는 접대부였던 만큼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이런 식으로 한번 흥이 식으면 어떤 방법을 쓴다 해도 늘어져 놀던 난봉꾼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빈말로라도 힘쓰게는 생기지 않은 클럽의 안전관리 팀장이 먼저 쓰러진 고객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제야 이 황당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한 남자는 상스러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항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컷 즐기러 오는 것이 클럽이었다. 더군다나 분기별로 한 번씩 있는 클럽 데이가 아니던가. 고로 클럽 안에 준비된 모든 것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분쟁이나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저 좆만한 새끼 뭐야. 홍 팀장. 저 새끼 뭐야!”
“…….”
길길이 날뛰고 있는 남자에게 클럽의 안전관리 팀장이라는 남자는 난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팀장이라는 사람도 갑자기 난입해 이 사달을 일으킨 청년의 정체를 모르는데 어쩌겠는가. 분명 오늘의 파티를 위해 고용된 외부 접객원들 리스트에도 그런 청년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주인인지 외계인인지가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내려오기는 했어도 몰매 맞은 사내만큼이나 안전관리 팀장의 기분도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좆만한 새끼 내 머슴이거든?”
그렇게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우주인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노련한 안전관리 팀장은 낯빛을 바꾸며 비틀거리는 남자를 어떻게든 자신의 뒤로 감추려 했지만 기회를 포착한 맹수처럼 소리도 없이 달려드는 주인의 습격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성질 같아서는 다쳤거나 말았거나 휙 집어던져라도 놓고픈 심정이지만 고객에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인이 가볍게 무릎을 꺾어 올려 사내의 낭심을 걷어차자 사내는 그야말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우시장인지 우사장인지 더하면 내 손에……. 죽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내뱉는 말이지만 위력적인 기세로는 ‘죽습니다.’가 아니라 ‘디진다?’ 라는 협박처럼 들리는 말이 안전관리 팀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에 주인도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수긍의 의사를 표시했다. 아무리 성질 더럽고 제 꼴리는 대로 행동하는 우주인이라지만 무서운 사람이 적어도 두 명 이상은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안 해. 안 해. 팀장까지 내려왔는데 더 해서 매 벌 생각 없어.”
“잘 생각 했네……요.”
현격한 체격의 차이는 있지만 안전관리 팀장과 우주인은 눈이 부실만큼 예쁘게 생겼다는 공통점 또한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을 잘 아는 사람들은 성질 머리 또한 미친개에 버금간다는 것을 또 다른 공통점으로 꼽았다.
일어나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는 사내에게로 우주인이 다가서자 안전관리 팀장은 미심쩍은 눈길을 보냈지만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가 허점을 노리는 비겁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내 팬티 빨아 주는 머슴이거든. 넌 있냐. 팬티에 풀 먹여서 빨아 주는 머슴.”
“으으으…….”
안전관리 팀장의 작은 머리통이 갸웃하고 기울어졌다. 쓰러진 남자와 안전관리 팀장 그리고 말하는 당사자인 우주인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주인이 말을 이었다.
“한 달 안에 디질 테니까 알아서 주변 정리 잘해라. 응?”
“……?”
“너 좋아하는 히로뽕하고 가루를 입 안 가득 넣어 줄게. 게거품 흘리면서 죽을 테니까 보기는 좀 그래도 뽕사잖아. 뽕사. 그거 복상사만큼 뿅 간다던데?”
“우 사장!”
안전관리 팀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던 주인은 다시금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뻔뻔하게 대답하는데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안 해. 안 한다니까? 이건 엄연히 ……인도주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설명해 주는 거뿐이잖아.”
“어디가 인도냐. 사람 다니는 인도?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인도? 맹인 인도견 할 때 그 인도?”
“생리해? 히스테리 장난 아니네.”
안전관리 팀장이라는 남자는 순간 욱! 하는 얼굴을 했지만 곧 이성을 되찾았다. 주인은 체격이 작은 팀장이 손가락으로 홀의 입구 문을 가리키는데 더 이상 그를 골나게 해서는 몇 대 맞겠다고 생각했다. 야들야들하게 보이지만 이런 규모의 클럽에서 안전관리 팀장까지 하고 있는 남자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가.”
“다음에 봐.”
문제는 아무도 우주인의 살인 예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한 사람도 그것을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다.
차예진이 깁스를 했다.
콩밭 계약을 위해 양 여사와 같이 시골로 내려갔다 밭두렁에서 굴렀단다. 그런데 재수가 없었는지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해야 했다. 불행하게도 그녀가 다친 발은 오른쪽 발이기 때문에 깁스를 풀 때까지는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양 여사는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주인이 기대해 마지않던 콩잎은 따오지도 못했다. 분명 무 농약으로 콩을 재배한다고 장담했던 콩밭은 실제로 상당량의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 여사는 기분이 나빴고, 차예진은 입원을 했다.
더욱이 그 날 이후 싸늘하게 굳어진 정삼봉은 주인과 말도 섞지 않으려 들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데 주인은 대체 코딱지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상대가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하니 그 화를 풀어 줄 방법 또한 없었다.
어색하게 굳어진 공기로 버석거리는 집안에는 더 이상 모든 이들을 한데 불러 모아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는 존재가 없다.
무료한 일상이 지나가고 있었다.
“분위기 왜 이래?”
“분위기가 왜요.”
“뭔가……. 좀 이건 아니다 싶은데?”
거의 한 달 만에 귀국한 배 변호사는 공항에서 바로 왔다며 한 보따리나 되는 선물을 풀어놓고 있었다.
마침 새로 짓고 있는 실버타운 일 때문에 서류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온 구 비서와 한참 전부터 거실에 나와 책을 읽고 있던 양 여사. 그리고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핼쑥한 얼굴을 한 채 양 여사와 마찬가지로 소파에 기대앉아 있던 차예진 씨.
그들은 모두 한결같았다. 그리고 배 변호사도 그들을 일러 뭐라 한 것이 아니었다.
배 변호사의 눈에 걸린 것은 그들을 제외한 두 사람이었다.
옷장에서 한 보따리 속옷을 들고 나와 가볍게 지랄 발광을 해 주시는 우주인과 팬티의 비를 맞으며 심드렁하게 서 있는 정삼봉.
“팬티가 없잖아. 팬티!”
“금 시방 손에 들고 있는 건 팬티 아니고 뭐여유.”
“이렇게 흐물흐물한 걸 어떻게 입어! 너 같으면 입겠어?”
“야. 지는 만날 그러고 입는구먼유.”
“이게 진짜!”
딱히 시즌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못해도 우주인이 얼마나 열 받아 있는 상태인지는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제대로 발광해 주시는 우주인 앞에서도 외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정삼봉이 대단한 것일까? 아니면 저렇게까지 속을 뒤집어 놔도 큰소리만 꽥꽥 질러 대지 정작 삼봉에게는 다가서지도 못하는 우주인의 전력이 약해진 것일까.
“이게 진짜. 미쳤냐? 너 미쳤어? 왜 이래.”
“…….”
그들이 딱히 거실에 모인 사람들 보라며 저러고 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침실 문 밖에서 그렇게 대치하고 있는 것뿐이고, 그런 그들의 모습이 거실에서 아주 살짝 엿보이는 것이었다. 구 비서나 배변. 양 여사와 차예진 씨는 이제 배 변호사의 선물에서 주의를 돌려 내도록 침묵하는 삼봉의 대답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거 같구먼유.”
“뭐?”
“지가 생각 혀도 지가 좀 미친 거 같구먼유. 암만해도 아자씨 실성한 것이 전염된 모냥이어유.”
“어이……!”
대놓고 사람을 더러 실성했다고 하면서도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이다. 주인은 이제 팬티보다는 코딱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야. 코딱지…….”
화를 내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애매하다 표현될 그런 음성이었다. 아무도 우주인이 저렇게까지 망설이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었다.
“속상해 죽겄구먼유…….”
“……뭐가.”
내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삼봉이 가만히 얼굴을 치켜들었다. 콩처럼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첨에는 그냥 지가 덮쳤으니께 지가 책임진다는 생각밖에 안 했구먼유.”
“응?”
가만히 내뱉어지는 삼봉의 말은 우주인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요란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벌떡 일어서려는 배변의 어깨를 양 여사가 가만히 짚어 눌렀고, 소리 지르려는 그의 입은 구 비서가 틀어막았다. 배 변호사의 눈만이 ‘삼봉아! 그건 안 돼!’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삼봉에게 말없이도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아자씨는 개 돼지처럼 놀아나지. 지는 그걸 말릴 힘도 능력도 없구먼유. 지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인디. 다 팽개친 미친놈처럼 부끄런 것두 모르고 노는 아자씨를 지는 말릴 수가 없어유. 근디 뭣보담 지가 참을 수 없는 건 말여유.”
“…….”
“그런데두 지는 아자씨가 좋다는 거여유. 신경 쓰이고, 속상허고……. 뭐가 문젠지는 몰러두 인쟈 아자씨가 그렇게 자학적으로……. 그려유! 스스로를 망가트리면서 그러고 사는 건 관두게 해주고 싶은디 지한테는 아무 능력도 없다는 게 화가 나 미치겄구먼유. 하루 죙일 아자씨 생각만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 죽겄구먼유. 아주 돌아 버리겄시유!”
애정 고백이라기에는 상당한 박력을 갖고 있었다. 박력뿐만 아니라 기발함까지 있어서 달콤한 밀어라 보기에는 대단히 문제가 많지만 삼봉의 얼굴은 귀까지 붉어진 채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인의 유치 발랄함은 이런 순간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놀긴 내가 뭘 놀았다고 그래! 내가 정말 너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클럽에서 쫓겨난 거거든? 그 뒤로 쪽팔려서 클럽에는 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뭘 짐승처럼 놀았다고 이 지랄이야!”
“뭐래유?”
힘겨운 고백 끝에 받은 대답치고는 어이없을 뿐이지만 그 어이없음 때문에 삼봉의 얼굴에 남아 있던 홍조는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나도 이야기 좀 하자. 남 잘 노는데 와서는 완전 대박으로 깽판 치고 나간 놈 입에서 나 논다는 말이 왜 나오는데. 뭐? 개 돼지? 니 눈에는 내가 개 돼지로 보인다 이 말이냐? 응?”
“개 돼지든 소 말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어유.”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 코딱지만한 네놈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서 욕구불만으로 뒈질 거 같은 거보다 중요한 게 대체 뭔데!”
“지가 아자씨를 좋아한다는 거유! 지가 아자씨를 좋아해서 시방 가슴이 터질 거 같은 거라고 말혔잖아유! 못 알아 들어유? 바보여유? 아자씨를 좋아한다구유!”
“…….”
아무도 귀먹은 사람은 없는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사랑싸움(?)을 해주시던 우주인과 정삼봉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삼봉의 얼굴은 시시각각 붉은색을 더해 갔고 주인은 그런 삼봉을 보며 소처럼 눈만 끔뻑이고 있었던 것이다. 거실 한켠에서는 뭔가 참견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배 변호사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손들에서 벗어나고픈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날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
하지만 우주인은 강했다.
비운의 여주인공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얼굴을 하고 있던 삼봉의 그렁그렁한 눈이 찌그러들었다. 그와 함께 간질간질하고 씁쓸하고 달콤하지만 함부로 맛볼 수 없는 그런 감정들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글쪼글 오그라들고 있었다.
“너도 머리라는 게 있으면 생각을 해 봐. 코딱지. 세상에 나정도 되는 사람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인간이 있을 거 같아? 아니. 그런 게 있다면 그게 과연 인간이겠어? 안 그래? 그러니 그건 당연한 거고. 대체 지난 한 달 동안 잔뜩 인상 쓰면서 사람 눈치 보게 만들었던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팬티도 안 빨아 주고 목욕도 안 시켜 주고. 너 알아? 서재에 문서 세단기가 빵빵하게 배 터져 죽으려고 그래. 그거 고장 나면 니가 책임 질 거야? 지금 니가 얼마나 문제 많은지 아직도 자각을 못 하겠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 보라고. 나한테 반했다 어쩐다 하는 그런 당연하고 시시한 거 말고!”
“……가 버려.”
삼봉은 ‘자뻑 외계인 따위 니네 별로 가 버려!’라고 중얼거렸지만 주인은 그 중 ‘가 버려.’밖에 듣지 못했다.
“뭐?”
“서재방 청소하고 올께유.”
“팬티도 빨아!”
“알았시유. 팬티도 빨고 목욕도 시켜 드릴께유.”
“진짜?”
주인의 얼굴이 대번에 화색을 드리웠다. 지금 현재로서는 팬티 빨아 준다는 말보다 목욕시켜 준다는 말이 더 반가운 모양이다.
“지가 아자씨 데리고 농짓꺼리 하겄시유? 워쩌겠시유. 반한 놈이 죄인이라고 하자녀유.”
“으하하하하하하. 니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그래. 내가 좀 잘나기는 했지. 흐흐흐.”
“야. 잘나셨시유. 너무 잘나서 진저리가 쳐지는구먼유. 자알나셨시유.”
“가서 서재 치워.”
온전히 맥이 빠져 축 늘어진 삼봉의 뒷모습에 대고 주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난 잘났어.’라든지 ‘난 진짜 멋져.’라고 지껄이지를 않나. 심지어는 ‘난 전생에 신이었을 거야.’라는 헛소리까지 지껄이던 그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이 거의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이 저 정도면 병원에서도 받아 주지 않을 거다. 그나마 저 인간에게 돈이 많다는 것은 불쌍한 축생을 배려하여 하늘에서 내려 준 유일한 장점인 것이 분명했다.
배 변호사는 열변을 토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야. 난 이 년 여기 차예진 씨는 이제 일 년 되었나? 구 비서와 여사님은 훨씬 더 오래 되었겠지만요. 지난 육 개월 동안처럼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난 적이 있었나? 왁자지껄하고 화기애애하고 뭔가 복닥복닥 지지고 볶으며 웃게 되고 화내게 되고 그런 분위기 말이야.”
“그래서 배 변호사는 지금 그게 삼봉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시종일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띠고 있던 양 여사의 질문에 배 변호사는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게.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네.”
“그런데 제가 한 달 출장 갔다 와 보니 이게 아니라는 거죠. 서로 안부 인사조차 하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의 원인이 대체 뭡니까.”
추궁이라도 당한 것처럼 차예진이 짤레 짤레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