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58)

“기분 나빠. 너무 기분이 나빠. 다 때려 부숴 버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나빠.”

“음마. 영화 잘 보고 왜 이런대유?”

말은 퉁명스럽지만 작은 손은 주인의 어깨너머로 뻗어 와 그의 등을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꼭 아이를 어르는 듯한 손짓이지만 그것이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우리 아자씨가 왜 일케 기분이 나쁠까유. 그지유?”

“그래. 거지같아.”

주인은 삼봉을 번쩍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게 했다. 몸을 일으키자 의자의 등받이가 세워진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입술을 훔치고 턱과 목덜미를 핥아 대자 나른한 한숨 소리가 삼봉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삼봉은 아주 건강한 스무 살의 청년이라서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했다. 그것은 상대가 우주인이기 때문에 훨씬 정직하게 부딪혀 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굶주린 짐승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탐닉했다.

한참 만에 둘의 얼굴이 떨어졌을 때 삼봉의 벌린 입에서는 할딱이는 숨소리가 크게 울렸다.

“참말……. 누가 봤시믄 야한 영화라도 본 중 알겄시유.”

“훗.”

“……아자씨.”

삼봉이 미적거리며 가만히 우주인을 불렀다. 어쩌면 그는 여지껏 우주인 길들이기에 사용한 뒤로 일주일 패가 아니라 앞으로 한 달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픈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인은 그를 품에 안은 채 벌떡 일어섰다.

“건너뛰자.”

“야?”

“섹스. 해야겠어. 안 그럼 널 뜯어먹어 버릴지도 몰라.”

“식인종이어유?”

어둠에 빌어 얼굴을 붉힌 삼봉이 교태스럽게 주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사실 교태스럽다라든지 요염하다는 말과는 백만 광년도 더 떨어진 정삼봉이지만 주인은 지금 품 안에 젊은 사내가 참으로 야하다고 생각했다.

건강해서 야했고, 정직해서 또 야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섹스 심볼로는 충족되지 않는 상냥하고 싱그러운 교태가 정삼봉에게는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침실로 갔다.

엎드려 두 다리를 꼭 붙여 모으게 한 뒤 주인은 젤을 듬뿍 바른 제 성기를 앙상한 엉덩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머리는 기억 못 하는지 몰라도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그런 자세를 취하게 하면서부터 슬금슬금 문질러 주는 삼봉의 성기에서 파르르한 떨림이 느껴졌다.

살집이 없어 앙상한 다리 사이는 이런 자세로 절정을 느끼는 것이 부족하겠다 싶지만 주인은 상관하지 않았다. 꼭 다문 밀지의 회음을 지나 퍽퍽! 소리가 날만큼 삼봉의 음낭을 쳐 대는 성기의 끝으로 바짝 약이 오른 쾌감이 발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두 차례나 사정한 삼봉의 성기 밑동에서부터 미묘한 떨림이 느껴지며 주인의 움직임을 보채고 있었다.

“아……. 아…….”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듯 주인의 움직임은 더 난폭하게 변했다.

울컥하며 세 번째 사정을 하며 파르르 떨리던 삼봉의 어깨가 풀썩 주저앉자 꼭 다문 허벅지 사이를 맹렬하게 쑤셔 대던 주인의 성기가 미끄덩하며 그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하지만 초보자 주제에 이 정도로 버틴 것만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정삼봉의 체력이 제법 탄탄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아……. 아자씨…….”

“왜.”

“별이 뵈네유.”

“아직 멀었거든?”

주인은 기력이 떨어진 삼봉을 똑바로 눕게 하고는 그의 발목을 한 손에 모아 잡아 왼쪽 어깨에 걸쳤다.

“불알 깨지겄시유. 고만 좀 후드려 패유.”

“넌 재미 다 봤으니 더 볼일 없다 이거냐?”

“지도 의리는 아는구먼유. 대신 좀 살살 혀유.”

“싫어.”

심술궂게 말했지만 주인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삼봉을 더 끌어올려 그의 무릎이 자신의 어깨에 걸쳐지도록 위치를 잡았다.

세 번 정도 가게 해줬으니 이제 슬슬 본론에 들어가 볼까 싶었던 것이다. 자유로운 두 손이 살집은 별로 없지만 꽤 구미 당기는 볼기짝을 한 움큼씩 움켜쥐자 오른손 엄지에는 오글오글 주름진 구멍이 가 닿았다.

화들짝 놀라며 눈이 화등잔만 해진 삼봉이 괴상한 소리를 질렀지만 주인은 상관하지 않았다.

삼봉의 정액으로 미끈거리는 손가락은 목적한 바를 실행하기에 적당했다.

이제 어린 애인의 가랭이 사이보다는 비밀스러운 주름에 더 흥미가 끌린 주인이 왼손으로 삼봉의 다리를 잡아 확 꺾어 올리자 ‘꾸엑!’ 하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뭐, 뭐 하는 거여유. 시방!”

“이제 슬슬 본게임 들어가야지.”

“뭔 본게임이유. 시방까정 했자녀유.”

“장난하냐? 그건 몸 풀기지.”

“아니. 거시기에 몸 풀기 본게이……. 으엑! 워딜 만져유 시방.”

오글오글한 주름이 꽤나 귀엽다. 한사코 불은 꺼야 한다면서 난리 발광하던 삼봉이 아니었다면 아예 조명등까지 설치해 놓고 자세히 보고픈 기분이었다.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어 어떻게든 손가락을 피해 보려 노력하는 것 같지만 노련한 주인에게 그런 미약한 반항은 별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얌전히 있어. 여길 풀어 줘야 피 보는 일 없지. 네가 지금까지 사내 수십을 잡아먹은 경험자가 아니면 조용히 있어.”

“그니까 왜 넘의 똥구녕을 자꾸 만지냐구유!”

“응?”

“야?”

“그야…….”

“변태여유? 왜 안경 쓴 사람한테 홀랑 넘어가고 여자 스타킹에 환장하는 그런 사람들처럼 아자씨도 넘의 똥구녕에 환장하는 그런 거여유?”

“……?”

한 사람은 노련하게 상대의 주름진 구멍 사이에 손을 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야말로 두 눈 똥그랗게 뜨고 따지는 모양새. 그건 꽤나 우스운 광경이지만 삼봉은 정말 심각했다.

“뭐 아자씨가 그런 거래두 지가 십 리 백 리 달아나지는 않을 꺼구먼유. 허지만 지가 맴의 준비를 헐 시간은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감유? 우리가 시방 그 짓까정 하기로 한 마당에 감출 것이 뭐가 있겄시유. 똑바로 말을 혀봐유.”

“으응?”

어쩐지 취조 당하는 기분이었다. 양껏 높아진 성적 고조감이 천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주인은 진심으로 믿고 싶지 않았다. 제 상식으로는 가당치도 않을 고백을 할 때, 손잡고 끌어안고 입 맞추는 등의 순서를 밟아 가면서 정삼봉은 진정 게이 섹스가 어떤 것인지조차 알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컴퓨터만 켜면 알고픈 정보를 얼마든지 알 수 있는데 이 게을러터진 자세는 대체 뭐란 말인가.

다른 때만 같았으면 벌써 큰소리가 나고 움켜쥔 주먹으로 몇 번을 을러 위협할 일이지만 적어도 침대 위에서만큼은 우주인이 꽤 신사적인 남자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이었다.

“너 바보냐?”

“어따. 시방 황당한 것이 누군데 질더러 바보라고 하는 겨?”

“원래 여기로 하는 거잖아! 여길 넓혀 놔야 나중에 찢어져 피 보고 그런 일 없지. 설마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거냐?”

“어디로 뭘 한단 말여유?”

“하!”

주인은 기가 막혔다. 뭐 이런 게 다 있을까.

그는 삼봉의 다리를 쫙 벌려 자신의 양옆으로 갈라 내려놓은 그의 배 위로 자신의 두 손을 내밀었다.

왼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란 구멍을 만들고 오른손 중지를 세워 그 구멍을 푹 찌른다.

말로 설명하기 귀찮아서 몸으로 보여준 것인데 외설스러운 그 동작에 삼봉의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시, 시방……. 시방 아자씨가 하는 말은 그러니께…….”

“그래.”

“그러니께. 지 똥구녕에다 아자씨 그 말좆을……. 집어넣겠……?”

“그렇지.”

당연한 것을 물으니 여상하게 대답하고 난 후 주인은 다시금 삼봉의 두 다리를 잡아 밀어 올렸다.

“으엑! 아자씨! 아자씨 잠깐만유. 잠깐만유!”

이번엔 목소리가 제법 절박했다. 뭐…….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일이었다. 주인은 제 성기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는 자각 정도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왜!”

그렇다고 이 판국에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대답이 나가겠는가.

“허헛……. 아자씨. 그게 거그로 드가겄시유?”

“들어가.”

“안 드가유.”

“들어간다니까.”

“지는 젊은 나이에 똥구녕 벌어져서 똥 질질 세는 신세 되고 싶지 않구먼유. 고것만큼은 쫌 양해를 해 주셨시믄 싶은디. 아자씨 생각은…….”

“…….”

주인은 말없이 삼봉을 노려보기만 했다.

“물론, 아자씨 입장에서는 싫으시겄지만 지 입장도 생각을 좀 혀 주셔유.”

이제는 아주 비굴하게 싹싹 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참 열심히도 빌고 있다.

주인은 그저 못들은 척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으악! 아자씨! 아자씨!”

“아 왜!”

슬그머니 힘주어 밀자 손톱 절반 정도는 손쉽게 들어간다.

“왜 이러셔유. 지도 살어야지유. 야?”

“아프냐?”

“……?”

“지금 아프냐고.”

미끈거리는 손가락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드럽게 삽입되고 있었다. 삼봉의 얼굴은 기묘하게 일그러졌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 같은 것은 없었다.

“아프지는……. 않구먼유.”

“그래 안 아플 거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러니까 날 믿어.”

“지가 아자씨를 워뜨케 믿어유!”

“아프거나. 찢어져 피가 나거나 하게 되면 그날부터 내가 니 아들이다. 이래도 못 믿어?”

“……참말인감유?”

“이 판국에 내가 거짓말하게 생겼어?”

주인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발기해 핏줄까지 흉흉하게 서 있는 자신의 성기를 보였다. 그것은 보다 극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그건 정삼봉의 사정이었다.

“조, 좋아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겠지유. 대신 아자씨 말대로 아프거나 피가 나믄 그날부터 아자씨는 지 아들이구먼유. 약속 하시지유?”

“각서라도 쓸까?”

“건 됐시유. 어디 맘대로 혀 봐유. 먼저 반한 놈이 만날 손해지 워쩌겠시유.”

저도 사내라고 이쪽 사정이 급박한 것은 이해가 가는 모양이었다.

주인은 결코 삼봉의 아들이 되고픈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삼봉의 성감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긴 전희가 계속되는 동안 우주인은 눈에 핏발이 서는 것 같았다.

정삼봉은 분위기 깨는데 있어서는 거의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엉덩이를 깨물면 금자냐고 지랄지랄. 음낭과 회음을 거쳐 주름진 입구의 근처를 핥으면 그런 데를 왜 핥느냐고 난리 법석. 그럴 때마다 주인은 다 때려치우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손가락이 네 개까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꽉 다문 괄약근의 긴장이 풀렸을 때는 거의 이 섹스가 자신에게 욕구인지 의무인지 가늠할 수 없어졌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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