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58)

“얼레? 장화는 왜 신는데유?”

“장화?”

“콘돔 말여유.”

“안전한 섹스. 넌 그것도 모르냐?”

“아…….”

젤을 충분히 바른 성기가 삼봉의 주름진 구멍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가자 주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초보자답게 역시나 제법 탄탄한 저항이 있었던 것이다. 잘못하면 찢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우주인은 꽤 노련한 섹스 파트너였다.

“힘 빼.”

“기분이 드럽구먼유.”

“이……! 힘 안 빼면 다친다. 숨 내쉬면서 힘 빼.”

정말이지 이십칠 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까지 황당한 파트너는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때려치우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래도 삼봉이 순순히 긴 숨을 내쉬며 주인을 받아들이자 주인의 성기는 마치 처음부터 거기가 제자리였다는 듯 비밀스러운 입구로의 입성을 성공하였다.

“너 불감증이지?”

“야?”

“아니야. 세우고 싸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 모양이야.”

“뭔 소리래유?”

“불감증.”

“아. 뭐래는 거에유. 시방!”

“불감증.”

“아. 진짜!”

주인은 천천히 움직였고 내도록 말좆이라 놀리던 물건이 제 뱃속으로 들어와 요동을 치자 삼봉 또한 정신이 쏙 빠져나갈 정도였다. 그래도 입은 살아서 둘 다 지지 않고 내도록 ‘불감증.’이니 ‘닥쳐유.’라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다.

주인은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최고로 어이없는 섹스를 했다. 아주 황당했고, 그리고 따뜻했다.

“양 여사. 미안한데 말이야…….”

“엄마! ……깜짝이야.”

“놀랐어?”

우주인은 그녀가 저렇게 깜짝 놀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나 봤지 근자에 들어서는 처음이었다. 하긴 놀랄 만도 했다. 장승같은 남자가 제 방문 앞에 버티고 서서 문이 열리자마자 말을 거니 놀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놀라지 안 놀라? 무슨 짓이야. 아침부터 남의 방문 앞에 보초를 다 서고.”

가슴을 쓸어내린 양 여사가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차가운 표정으로 묻자 주인은 사고 쳐놓은 어린애 같은 얼굴로 헤헤헤 웃었다.

“난 홍차 한 잔 마시고 시작할 건데. 사장님도 줘?”

“음……. 응. 줘.”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식탁에 앉아 양 여사는 자신과 주인을 위한 차를 만들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주인을 위해 쿠키 단지에서 쿠키도 잔뜩 꺼내야 했다. 아침에 차를 마시면서는 쿠키를 먹지 않지만 평소에 차를 마실 때 그녀는 입가심으로 쿠키를 항상 준비했다. 그녀가 가지는 아주 작은 사치였다.

“옥황상제가 와도 안 준다고 하던 과자를 내주는 거야?”

“유효기간이 지났거든.”

“상하진 않았는데?”

“그러니까 얼른 먹어 치워야지. 삼봉이랑 예진 씨한테도 인심 쓸까 했는데 사장님이 다 먹어 버리겠네.”

“아! 저기 양 여사.”

“왜.”

주인은 홍차 향을 즐기는 양 여사를 보면서 잠시 망설이듯 미간을 모았다.

그는 사실 그녀에게 삼봉의 아침 식사까지 부탁하려 했다. 어쩐지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첫 경험이라고 하지만 주인과 같이 노련한 상대를 만났으니 삼봉의 몸에는 타격이란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그건 어젯밤 기절하듯 떨어져 버린 삼봉의 구멍을 직접 꼼꼼하게 확인해 봐서 안다. 그리 난폭하게 굴지도 않았고, 어이없는 와중에서도 암컷을 위해 지킬 것은 모두 지켰다. 오랜만에 쌓인 것을 풀어서인지 기분 좋게 일어나 ‘삼봉의 아침까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양 여사의 얼굴을 보니 ‘내가 왜?’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양 여사는 주인의 밥만 해 주는 사람이다. 처음 그녀를 데려올 때부터 약속한 바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어겨 본 적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망설여?”

“망설이기는……. 내가 그럴 일이 뭐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데? 어제 드디어 삼봉이를 잡아 드셨어?”

주인은 해맑게 웃었다. 너무 해맑게 웃었기 때문에 아마 배 변호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대갈통을 후려갈겼을지도 모른다.

“응!”

“좋겠네?”

“……좋기는. 코딱지만한 놈이 어찌나 말이 많은지 환장하는 줄 알았어.”

“말 많은 건 원래 알고 있었으면서 왜 새삼 짜증이야?”

“분위기 잡을 시간을 안 주잖아.”

“그래? 음……. 하긴. 그건 꽤 곤란했겠다. 그래도 잘 잡아먹고 짜증내면 안 돼.”

쿠키를 한가득 입안에 쑤셔 넣은 주인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아무래도 양 여사에게 삼봉의 아침밥까지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싫었다.

“그럼 삼봉이는 정오가 될 때까지 못 일어나겠네?”

“아마도.”

“그래. 알았어. 그 말해 주러 온 거야?”

“응.”

“배려 깊은 고용주네? 내가 잘 키웠어.”

“양 여사 만나기 전부터 난 더 커 있었거든?”

“무밥 해줄까?”

“……?”

양 여사는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자신은 다 커 있었다고 외치는 우주인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심술을 부리려고 하다가도 맛있는 거,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금세 갈기를 누그러트리는 저 짐승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녀였던 것이다.

“고기도…….”

“소고기 양념해서 넣어?”

“응.”

“그래. 소고기도 넣고 무밥 해줄게.”

저 초딩이 만족해서 일어나는 것은 눈에 빤히 보인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그는 쉬운 남자였다.

기분이 좋아져 방으로 돌아간 주인은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있는 삼봉을 꽤 그럴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참으로 괜찮은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실내 온도 설정을 25도로 바꿔 놓았다. 그 덕에 이불을 다리 사이에 돌돌 말고 엎어진 개구리처럼 자고 있는 삼봉의 볼기짝과 등이 훤하게 드러나 있어도 추운 것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젤이 말라붙어 삼봉의 볼기짝은 압축 비닐로 포장해 놓은 것처럼 뺀질뺀질했다.

“얼마나 살기 좋냐. 따뜻하니까.”

“흐응…….”

잠결이라도 불만스러운 듯 뭐라 잔소리를 해대려는 삼봉의 볼기짝을 두 손으로 잡고 슬그머니 벌리니 주름진 입구가 훤하게 공기 중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깜짝 놀란 듯 오므라들다가 굼싯굼싯 풀어졌다.

“좋아. 안 찢어졌어. 역시 난 훌륭해.”

“……넘에 궁둥이에다 대고 뭐 하는 짓이래유. 시방?”

잠기운이 남아 있는 목소리가 이번엔 제대로 대답했다.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잖아.”

“좀 냅둬유. 씨…….”

“씨이?”

불평할 만도 하다. 신나게 엉겨 붙을 때는 알지 못하지만 섹스란 것은 대단히 심한 노동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체격으로는 거의 두 배는 된다 싶을 만큼 큰 차이를 갖고 있는 남자와 거의 새벽이 될 때까지 합체(?)해 있어야 했다. 삼봉은 잔뜩 인상을 쓴 채 돌아누우려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악! 아구야. 아부지. 내 허리 작살났시유.”

“부실한 놈…….”

“뭐유. 시방? 이게 다 아자씨 때문이자녀유.”

주인의 핀잔에 삼봉은 그야말로 두 눈 똥그랗게 뜨고 대들었다.

이게 무슨 아프리카식 사랑 법이냐. 거시기 하고 나면 안면 몰수하는 것이 아프리카식 사랑 법이냐 하며 따지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아프리카식 사랑 법이기는 했다. 짝짓기를 끝나면 대부분의 수컷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짐승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니 허리가 부실해서 그렇지. 일어나!”

“몬 일어나유. 허리가 두 동강 난 거 같은데 워뜨케 일어나남유.”

“게으름 피우면 오늘 하루 일당 월급에서 깐다!”

“맘대로 해유. 아그그그……. 나 죽네. 아이고. 다리야. 허리야. 머리야. 팔이야.”

“허! 야.”

“야?”

“다리, 허리, 팔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머리는 왜 아프냐?”

사실 그렇게 심하게 나 죽네 어쩌네 할 만큼 아픈 곳은 없었다. 그건 정삼봉이 양껏 엄살을 피울 때 으레 떠들어대는 후렴구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정곡을 찌르는 주인의 말에 삼봉은 짐짓 화가 난 사람처럼 눈을 흘겼다.

“왜 아프겄시유. 어제 아자씨가 지를 막 벽으로 밀어 붙였자너유. 월매나 벽에다 머리를 찧었으면 머리까정 아프겠냐구유!”

“아……. 그래?”

“히잉…….”

“어쨌든 일어나. 근육통은 움직여야 낫는다.”

“오늘부터 아자씨가 지 아들이구먼유. 아부지. 하고 불러보셔유.”

“내가 왜.”

“어제 그랬자너유. 아프면 아자씨가 지 아들이라고.”

“흥!”

평생 아버지는커녕 어머니도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코딱지만한 아버지를 둘 마음이 있을 리 없다. 주인은 야비하게 웃었다.

“그건 구멍이 찢어지거나 피나거나 아플 때 그렇게 한다는 말이었지.”

“야?”

“근육통은 너처럼 운동이라고는 안 하는 녀석한테 당연한 거 아니냐? 빨리 일어나서 이불 개고 방 청소하고 환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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