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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목에 방울 달기 외전-2화 (118/135)

외전 02

그 말에 끄덕끄덕 고갯짓하며 이림범은 두 손을 바삐 움직였다. 우선 하련솔의 셔츠를 완전히 벗겨 구김이 지지 않도록 탁탁 털고,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각이 잡힌 바지 또한 순식간에 벗겨 버리고 접어 정리했다. 잠깐 사이 거의 나신이 되어 버린 하련솔은 정신없이 몽롱했다. 속옷 안을 차근차근 탐닉해 들어오는 손 때문이었다.

“아, 잠시만…, 잠시만. 다 벗을 필요는 없잖아.”

횅하니 공기가 살결에 닿는 느낌에 하련솔은 등이 보이도록 몸을 뒤집었다. 이림범은 그런 애인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사타구니로 두 손을 미끄러뜨렸다.

“옷 구겨지면, 다릴 시간이 없어서.”

그러면서 그는 큰 몸을 지붕 삼아 하련솔을 덮고, 두둑한 하반신을 둔부에 바짝 맞댔다. 그는 당장 기자들 앞에 설 수 있을 만큼 멀끔한 차림새인데, 하련솔은 맨피부를 다 내놓고 허둥지둥했다.

“잠시만…, 범아. 이러다 누가 보면….”

“방금 확인했어. 아무도 없어.”

제 빈틈없는 성격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림범이 빠르게 대꾸했다.

“여긴 녹화도 금지된 구역이야. 사전에 세 번씩 확인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걸 왜 세 번씩 확인한 건데?”

“당연히 확인해야지. 여기에 형도 있고, 나도 있고, 침대도 있는데…?”

“…….”

어리둥절하다는 듯 돌아온 소리에 하련솔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짓을 하게 될 줄 알았다는 양 당당한 이림범의 태도가 황당해 코웃음을 흥 흘리는데, 이림범은 그것도 좋다며 따라 키득키득 웃었다.

“기분 좋게 해 줄게, 형. 그럼 씻은 듯 나을 거야.”

그래도 하련솔의 모난 양심은 도통 둥글어지질 않았다. 덩치 큰 연인의 품에 쏙 안겨 제 가슴이며 속옷 안을 더듬거리는 손길을 받으면서도, 그는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허리를 뒤틀어 댔다. 그런 하련솔에게 이림범은 개미지옥이었다. 하련솔이 소극적으로 버둥거릴 때마다 이림범은 그를 더더욱 제 품 안에 끌어당겼다.

헐떡이는 숨소리만 번갈아 흘린 끝에 먼저 힘이 빠진 이는 단연 하련솔이었다. 무릎을 세울 기운마저 잃어버린 그의 아랫배를 이림범이 바짝 당겼다. 그 가벼운 동작에 하련솔은 고개를 흔들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그의 허벅다리에 엉덩이를 풀썩 주저앉히고, 너른 품에 등을 기대었다.

이내 하련솔은 두 눈을 꾹 감아 버렸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 와중에도 꾸준히 자극받은 성기는 속옷 안을 덥게 했다. 이림범은 그의 속옷 밴드를 망가뜨릴 작정인 양 큰 손을 비집어 넣곤 남성을 망설임 없이 움켜쥐었다. 그가 손을 느릿느릿 흔들기 시작하자 하련솔의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학…, 범아….”

하얀 속옷 밴드가 이림범의 손목에 걸려 늘어나는 듯하더니 손등을 타고 아래로 쑥 끌어 내려졌다. 그 바람에 하련솔은 정신이 아찔했다. 바짝 오른 열로 답답해진 성기에 바깥 공기가 닿는 감각이 후련하다가도, 낯선 공간에서 발기한 물건을 내놓고 있자니 머릿속이 홧홧해졌다.

“아… 읏.”

수치심과 성욕 사이에서 하련솔은 갈팡질팡했다. 심장이 멋대로 팔딱대고 성기로 피가 쏠렸다.

개화병에 걸린 뒤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두 눈으로 볼 수도 미리 알 수 없어도 촉감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단 점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나 성행위에 접어들면 예상치 못한 애무는 그 자체로 억센 물결이다. 오감 중 하나를 잃고 나면 여섯 번째 감각이 뜨인다는 말은 순 낭설이라지만, 하련솔에겐 아주 조금은 맞는 이야기였다. 그의 몸은 희뿌옇게 잠겨 버린 시야 대신에 솜털과 피부로 세상을 읽으려 들었다.

사실 하련솔은 아주 둔한 사람이었다. 크고 작은 사고로 다치거나 앓으면서도 두 눈만큼은 환하던 ‘한솔’ 시절부터 그래 왔다. 어차피 남들은 저에게 관심이 없어 다가오지 않고, 아예 유령 인간 취급을 하며 신경조차 쓰지 않음을 알기에 그랬었다. 그러나 이림범은 달랐다. 처음부터 그는 하련솔에게 온 신경과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둔한 하련솔의 감각을 긁고, 두드리고, 흔들면서 자꾸만 날카롭게 일깨웠다.

부단한 담금질 끝에 하련솔은 잠깐의 애무에 다리오금이 축축해지도록 달아오르게 됐다. 목덜미를 타고 더운 땀이 고였다가 흘러내렸다. 가슴팍이며 얼굴, 성기 끝을 빨갛게 익히며 극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몸을 떨었다.

그가 흘린 프리컴으로 손바닥을 적시며 이림범은 성기 기둥을 감싼 손바닥에 슬며시 힘을 줬다.

“아…, 흣, 범아!”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이며 하련솔이 도리질을 쳤다. 약한 애무에 팔딱팔딱 놀라는 그의 반응은 이림범을 그저 즐겁게 했다. 형이 부르는 제 이름에는 멈추어 달란 애원이 실린 줄 알면서도 그랬다.

하련솔의 마른 어깨에 턱을 괴며, 이림범은 손안에 쥔 그의 성기를 위아래로 흔들며 어루만졌다. 그러자 헉… 얄팍한 헛숨이 작은 진동과 함께 흘러나왔다. 그대로 작은 요도 구멍을 엄지로 틀어막듯이 꾹 누르고, 말랑한 피부를 손금으로 간질이듯 쓱쓱 문질렀다. 와락 치미는 자극에 하련솔이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두 손으로 이림범의 양 팔뚝을 움켜쥐고 밀어 내려 하였지만 잘되진 않았다.

“악….”

입술을 꾹 다물고 소리를 참으려 애쓰다가, 하련솔은 조급하게 소리쳤다.

“자, 잘 안 보여도 괜찮아! 앗, 앗… 잘…, 나, 잘 보이는 척 할 수 있어!”

두 번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의 귓가에 이림범이 속닥거렸다.

“안 돼. 형이 직접 보고 전부 기억해야지.”

“왜…, 왜?”

한쪽 눈을 움찔거리며 하련솔이 되물었고,

“해외여행은 처음이라며.”

이림범은 손안의 성기를 보다 빠듯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작은 마찰음이 울리도록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러… 아주 아름다운 곳으로 정해서 온 거야. 형 눈에 담고, 기억에 새길 가치가 있게….”

속삭임 끝에 하련솔의 몸이 들썩 들렸다. 이림범이 그의 허리를 덥석 잡아 들고는 방향을 튼 것이었다. 붕 떴던 몸을 재차 침대 시트에 가라앉히며 하련솔은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들자 비행기 창문이 보였다. 공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활주로에 놓인 덕에 전세기 창밖 풍경이 아득했다. 개미처럼 조그매 보이는 건물들은 땡볕 아래 아지랑이처럼 땅에 붙어 있었고, 그 위로 새파란 하늘이 양껏 크고 높았다.

시력이 빠르게 돌아오자 눈을 깜빡였다가 뜰 때마다 구름의 모양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치 구름에게 발이 달려 있어, 성큼성큼 움직이며 저에게로 다가오는 듯했다. 친근한 하늘에 낯선 땅을 지닌 타국의 풍경을 멍하니 눈에 담는 그의 귓가로 이림범의 속삭임이 내려앉았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만 생각나게 해 줄게.”

두 뺨은 열기로, 눈시울은 작은 감명으로 달아오른 채 하련솔은 느리게 입술을 벙긋거렸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응?”

“…어차피 맨날 네 옆자리에 있을 텐데.”

“하….”

이럴 때면 이림범은 하련솔이 그저 신기했다. 그는 언제든, 무엇으로든 제 기분을 좋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넘치는 애정을 소화하느라 ‘끙’ 소리 내며 이림범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곤 하련솔의 남성을 거듭 쓰다듬고 자극해 댔다.

“아, …아.”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 같았더라면 벌써 제 손을 더럽히고도 남았을 하련솔이 두 눈을 꽉 감고 사정을 참는 것이었다. 그를 따라 상체를 푹 숙이고 살펴본 관자놀이에는 약한 핏대가 섰고 눈가엔 구김이 졌다. 달뜬 신음성에도 인내와 고통이 섞였다.

이림범은 혀를 크게 찼다.

“왜 참고 그래? 참지 마.”

그러자 하련솔이 허둥지둥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상황이… 여, 여기선 좀….”

아픈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그 모습에 이림범은 실소했다. 하여간 솔이 형은 너무 순진해서 탈이라고, 내심 귀여워하기도 했다.

유명한 성씨를 달고 뉴스에 얼굴 팔린 이들 전부, 그저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때로 추잡하고 때로 난잡하다. 그런 치들이 정장을 빼입고 연기하는 곳이 이림범이 아는 정치판이었다.

그러나 인구 밀도 높은 서울에서조차 순 외톨이로, 자기만의 세상을 지키며 살아온 하련솔은 그런 생리에 대해서는 조금도 몰랐다. 그러니 대단하신 유명 인사들을 만나러 나온 길엔 남몰래 손장난도 쳐선 안 된다고, 겉으로 그렇게 가장하듯이 내면도 맑아야만 한다고 굳게 믿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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