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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목에 방울 달기 외전-3화 (119/135)

외전 03

이림범을 이루는 가장 큰 축인 하련솔은 그렇게 아이 같은 데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건 남 앞에 내놓지 않는 뒷면일랑 꼭 달의 뒷면처럼 울퉁불퉁하니 추잡하기 나름인데, 하련솔의 뒷면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공백이었다. 그 공백을 못된 비밀로 메우는 일은 오직 이림범의 몫이었다.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래? 응?”

어르고 달래듯 그렇게 묻자, 하련솔은 얌전히 고개만 끄덕였다.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쏟아지려는 웃음을 애써 삼키며 이림범이 말했다.

“형…. 우리 여기에서 2박 3일을 지낼 건데, 그동안 나랑 한 번도 안 할 자신 있어?”

“…….”

“이왕 나쁜 짓을 할 것 같으면, 순교자의 땅에 내리기 전에 해치우는 게 좋지 않겠어?”

“…….”

하련솔의 밋밋한 침묵도 이림범에겐 대답이었다. 이가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그는 멈추었던 애무를 이어 나갔다. 왼손으로는 약한 심장이 최선을 다해 달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더운 살덩어리를 움켜쥔 오른손은 다시금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아, 흑, 앗.”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영역을 하나 꼽으라면, 이림범은 주저 없이 하련솔의 몸을 손짓할 것이었다. 그 ‘누구’에 당사자인 하련솔을 포함시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물기 섞인 소리가 나도록 오른손을 흔들면서, 이림범은 하련솔의 왼 가슴을 슬금슬금 꼬집었다. 반듯한 셔츠 칼라로 가려질 목덜미를 싹싹 핥고, 빨고, 깨물기도 했다. 그러곤 네 손가락으로 성기를 아주 꽉 움켜쥐었다가, 귀두 끝을 엄지로 굴리듯이 문지르며 놓아주었다.

간지러움과 성욕 사이에서 줄을 타는 시간은 잠깐이면 족했다.

“…헉, 읏…! 응.”

입을 벌리고 몇 초간 헐떡이는 듯하다 하련솔은 고개를 아주 푹 숙였다. 이마가 시트에 닿도록 고꾸라지면서 그는 마른 허벅지를 잘게 떨었다. 잇자국이 남은 목덜미가 사과처럼 빨개졌다가, 삽시간에 하얗게 색이 빠졌다. 그리고 사정했다.

“…….”

이림범의 손바닥에 대고 울컥울컥, 두어 차례에 나누어 정액을 뱉어 내며 하련솔은 연신 흠칫거렸다. 딱딱하게 섰던 남성이 말랑하게 풀어지고, 불길처럼 치밀었던 열이 떨어지자 이제는 몸이 추웠다.

사정 후의 만족감에 취해 있기도 그러나 잠시였다. 하련솔은 곧 엎드린 제 엉덩이에 닿은 단단한 압박감을 느꼈다. 멍하니 풀린 눈으로 그는 어린 애인을 돌아보았다. 반듯하게 빗어 넘겨 고정한 머리칼 한 올조차 흐트러짐 없이, 미울 만큼 완벽한 젊은 황제가 그의 등 뒤에서 웃고 있었다. 굵은 목덜미에 피어오른 약간의 홍조만이 흥분의 흔적으로 남았을 따름이었다.

하련솔은 가만히, 안개가 걷힌 듯 말끔해진 눈동자에 이림범을 담았다. 개화병 증세가 도졌다곤 하나 고작 반나절이었고 그마저도 잠을 자며 보냈다. 그래도 이림범의 얼굴이 보기 예쁘고 반가웠다.

“…….”

짧은 고민 끝에 엎드린 상체를 제대로 일으켰다. 그가 무릎으로 시트를 딛고 서자, ‘손장난’의 마무리를 예감한 듯 이림범이 티슈를 뽑아 제 오른손을 닦았다. 그러곤 손수건을 꺼내어 하련솔의 젖은 사타구니를 닦아주려 했다.

“범아, 너도….”

이림범의 손목을 붙잡으며, 하련솔이 말했다.

“너도… 해.”

벗겨진 속옷을 무릎께에 걸고 건넨 말에 이림범이 제 아랫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그러곤 광대가 올라가도록 웃으며 답했다.

“그럼 15분으로 안 끝나.”

그를 따라 하련솔도 작게 웃었다.

“그건 나도 잘 알지. 그러니까 내 말은, 넣지 말고… 해도 되잖아.”

“넣지 말고… 어떻게 하면 되는데?”

“…….”

말꼬리를 물어온 질문에 하련솔은 눈을 좁혔다. 야릇하고 은밀한 짓이라면 뭐든지 저와 하길 좋아하는 이림범이, 제 말뜻을 다 알면서 얄미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서였다. 때문에 그의 표정을 살필 새도 없이 손만 뒤로 뻗어, 잡히는 바지 지퍼를 끌어 제 쪽으로 당겼다. 이림범도 그에 응하며 제 허리띠와 버클을 풀고 속옷을 얼른 끌어 내렸다. 이미 충분히 단단해진 성기가 반쯤 튀다시피 하며 허공에 벌떡 섰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하련솔은 피가 쏠린 만큼 크고 열 오른 살 기둥을 주섬주섬 뒤로 쥐었다. 그러곤 제 양 허벅다리를 맞붙인 틈에 슬며시 끼워 넣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시도였지만 거침없었다. 여태껏 침대에서 벌인 도전 가운데 실패의 기록 따윈 없어서였다. 모두 이림범의 물건이 아주 크고 열기 넘치는 덕분이었다.

마른 입술을 연신 할짝거리며 하련솔은 고개를 푹 숙였다. 불긋해진 제 성기가 먼저 보였고, 그 아래로 허벅다리에 낀 물건의 귀두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 물건의 길이며 크기에 익숙해지기까진 아마도 평생이 걸리리라 짐작하며 하련솔은 양 무릎을 맞붙였다. 그대로 허벅다리에 힘을 주자, 말랑했던 살이 빳빳하고 단단해졌다. 이제 하련솔이 할 일은 이림범이 마음껏 움직이며 제 허벅지에 사정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그런데 이상했다. 저는 이림범의 사타구니에 엉덩이를 바짝 당겨 붙이고 대기하는데, 등 뒤에선 거친 숨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 하련솔은 뒤늦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빨강으로 완전히 뒤덮인 어린 애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 어?”

하련솔이 예상했던, 짓궂은 미소며 얄궂은 농담 따윈 없었다. 놀란 듯 또 당황한 듯, 그러면서도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양 새빨개진 얼굴로 이림범은 침묵했다. 그 당혹감이 하련솔에게 옮아 왔다. 제 행동이 뒤늦게 부끄러워, 하련솔도 얼굴을 붉히며 자세를 고쳤다. 그 바람에 맞붙은 허벅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부드럽던 살결이 팽팽해지며 제 성기를 꽉 조이는 감각에 이림범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그대로, 그는 하련솔의 허리를 와락 감싸 안았다. 포슬포슬한 머리칼에 코를 박고, 샴푸 냄새를 대놓고 맡기도 했다. 그러곤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였다.

“요새… 방중술 배워? 형….”

감각을 만끽하느라 드문드문 건넨 질문에 하련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림범은 만족스러웠다. 허둥지둥하는 도리질, 부끄러운 듯 붉어진 귓불과 더욱 빨리 뛰기 시작한 심장 박동, 제 양물을 앙다물듯 꽉 조이는 허벅다리 근육에 이르기까지, 그는 하련솔의 모든 게 좋았다.

덩달아 흥분한 형이 흘리는 숨소리로 귀를 적시면서, 이림범은 병풍 너머 시계를 힐긋 살폈다.

“얼른, 얼른… 해, 범아. 참지 말고.”

이림범의 허리 짓에 앞뒤로 흔들거리며 하련솔이 재촉했다. 이림범은 ‘아’ 소리 내며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빨간 귀를 입에 넣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귓바퀴를 싹싹 핥아 올리고 여린 귓불 살을 깨물어 대면 허리를 퉁기는 하련솔을 알기에 애가 탔다.

“참는 거 아냐.”

다가오는 시간제한을 성욕을 태우는 장작으로 쓰면서, 이림범은 하련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하아…. 벌써 집에 가고 싶다….”

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연신 얕게 입 맞추는 소리를 따라, 초침이 똑딱똑딱 걸었다.

***

누런 개의 꼬리가 좌로 살랑, 우로 살랑 여유롭게 흔들렸다. 겨울의 초입, 정수리에 닿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하늘은 낮고 가로수는 멀찍이 느껴지는 오후였다.

문정궁의 정문이 지닌 화려한 활기에 비하자면 좌측에 홀로 선 닥나무 자리는 참 고요했다. 공기가 어는 계절이 와도 소나무는 얇고 튼튼한 잎을 꼭 움켜쥐건만 늙은 닥나무는 둥그스름한 잎을 가을과 함께 떠나보낸 뒤였다. 쓸쓸한 나무 곁에 마련된 2인용 벤치에 앉아, 하련솔은 눈에 보이도록 새하얀 입김을 길게 내쉬었다.

하련솔을 따라 벤치 앞에 선 누런 개, 더덕이는 근방을 살피기 바빴다. 제 보호자의 발을 감싼 목화 신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벤치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식이었다. 잘 익은 귤색을 띤 등줄기 털이 삐죽 서도록 집중한 모습이었다.

하련솔은 더덕이를 순 예뻐만 하며 키웠다. 안내견과 같은 역할은 기대한 적도, 따로 교육한 적도 없었다. 덕분에 더덕이는 ‘손’도 할 줄 몰랐고 ‘앉아’나 ‘엎드려’는 간식 앞에서 제가 원할 때만 했다. 그래도 더덕이는 아주 충직한 개였다. 하련솔이 두툼한 옷을 구해다 입혀 주면 얌전히 소매에 앞발을 집어넣었고, 몸통을 가로지르는 산책용 하네스도 아주 잘 찼다. 사람의 보폭에 맞추어 느릿느릿 걸을 줄도 알았고, 오늘처럼 하련솔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낼 때면 보초도 자진했다.

근방에 수상한 기척이나 냄새가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더덕이는 하련솔의 목화 옆에 궁둥이를 대고 앉았다. 무언가 제 뒤통수를 간질인다 싶어 고개를 들었다가, 하련솔의 외투에 달린 노리개임을 알곤 다시 자세를 고치기도 했다. 순한 개의 정수리를 하련솔은 검지와 중지 끝으로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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