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8
할짝, 할짝…. 잇자국을 반지처럼 두른 이림범의 손가락을 핥고 또 핥으면서, 하련솔은 자세를 뒤척였다. 남은 네 손가락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고 두들기며 이림범은 인상을 썼다. 제 체중에 떠밀려 몸이 접히다시피 한 애인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당장 깨물어 주고픈 충동을 삼키느라 그렇게 됐다.
“…그렇게 좋았어? 형.”
그러자 하련솔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슬픔이 아닌 쾌락으로 흘린 눈물이 그의 콧대에 한 방울 고였다. 이림범은 키스로 그것을 닦아 주었다. 그러곤 축축해진 엄지 끝마디로 하련솔의 아랫입술을 닦아 주고, 터질 듯 발기한 제 성기를 뒤로 빼어 냈다.
“으, 응.”
격렬하고 짧았던 교합 끝에 하련솔의 몸은 예민하게 달아올랐다. 특히나 뒤는 발갛게 부어서, 굵은 성기가 빠져나가자마자 움찔움찔 빠르게 오므라들었다.
토정을 참고 관계를 멈춘 이는 이림범인데, 아쉬운 듯 눈알을 굴리는 이는 하련솔이었다. 힘이 빠져 덜덜 떨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추스르면서 그는 이림범의 눈치를 연신 살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어여뻐서 이림범은 이가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괜찮아.”
서로에게 서로가 처음이었다. 이림범에게 하련솔이 모든 일의 처음이듯이, 하련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몸을 섞는 행위는 영원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었다. 그리 생각하면 이림범은 크게 안달 나지 않았다. 하련솔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그러했다. 막무가내로 제 욕망을 풀어 댔다가 하련솔이 몸살을 크게 앓는 바람에 나흘간 금욕한 일이, 벌써 네 번이나 있질 않았던가.
독점욕을 불 피워 그의 몸 안에 성기를 쑤셔 박고 사정한 날엔 예후가 더욱 좋지 못했다. 말로는 괜찮다면서도 하련솔은 꼭 배앓이를 했다. 먹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 음식마저 가리는 모습은 이림범의 마음을 처참하게 부숴 놓았다. 그래서 올해에 접어들어서는 반드시 그의 피부 밖에 사정했다.
그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늘 이림범은 평소보다 조금, 아주 많이 참기는 했다.
“…왜 그래, 나 괜찮아. 더 해도 되는데….”
하련솔도 그리 느끼는지 두 무릎을 세우며 언질했다. 대자로 뻗었던 그의 두 다리가 좌우로 벌어지고, 옅은 선이 그인 회음부와 살 맞은 자국이 남은 둔부, 그리고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
더운 한숨으로 욕정을 대신하며, 이림범은 하련솔의 두 종아리를 덥석 잡았다. 그리고 쭉 뻗게 고쳐 주었다. 뜻밖의 거절에 하련솔이 발가락 끝을 꿈질거렸다.
괜한 착각을 남기지 않고자 이림범이 말했다.
“나 진짜 괜찮아, 형. 오늘따라 형이 많이… 약해 보여서 그래. 내일 뻗을 게 뻔해 보여서.”
그러면서 그는 두 손을 착실히 움직였다. 녹진녹진하던 애무 대신 부드러운 안마를 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리저리 주무르며 달래 주는 손길에 하련솔도 어깨를 편히 늘어뜨렸다. 딱딱하게 굳었던 골반을 주물러 줄 때엔 안도한 듯 긴 숨을 내쉬기도 했다.
“고마워, 범아….”
그런 하련솔의 이마에 이림범은 입술을 꾹 맞댔다. 욕정으로 크게 부푼 제 성기를 급한 대로 티슈로 덮어 가렸다. 그러곤 닦아 내는 시늉하며 침상 옆으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하련솔의 발치로 가 자위로나마 성욕을 해소할 생각이었다.
한데 뜻밖에, 하련솔이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의아함이 실린 이림범의 눈짓을 모르는 척하며 그의 어깨를 잡아 제자리에 주저앉도록 꾹 눌렀다. 체중을 실어 힘껏 누르는 손길에 이림범은 얌전히 이불 위에 앉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하련솔이 제 어깨에 입을 맞추는가 싶더니, 점차 허리를 숙이며 배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다.
핏대가 울룩불룩 만든 길을 따라 하련솔은 시선을 느릿느릿 움직였다. 고개를 깊이 숙일 필요는 없었다. 사타구니 중앙에 선 남성이 워낙 길고 커다란 덕분이었다. 온통 쏠린 혈기로 인해 거의 휘다시피 발기한 것을, 그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었다. 기둥 아래를 받쳐 들듯 감싸 쥐고, 귀두 끝에 입술을 가져다 붙였다.
“형!”
화들짝 놀라 이림범이 소리 질렀다.
“뭐, 뭐, 뭐 하는 거야?”
그러자 하련솔은 제가 더 놀랐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그러곤 말했다.
“왜…? 나 네 거 빨아 주려고….”
“그, 그…. 그런 말 하지 마!”
이마까지 단숨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이림범은 하련솔의 입을 덥석 막았다. 그 모습을 하련솔은 어리둥절하다는 듯 지켜보다가, 풉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웃음이 이림범의 손금을 적셨다.
“왜. 너도 그랬잖아. ‘형, 내가 빨아 줄게’, ‘내 얼굴에 싸도 돼’, ‘오늘따라 더 맛있어 보이네’, 이러면서 막….”
종알종알 빠끔거리는 하련솔의 입을 이림범은 더욱 단단히 틀어막았다. 해말간 얼굴로 여태 들어온 음담패설을 읊어 내리려다 하련솔은 ‘읍, 읍.’ 하고 항의했다.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며 이림범은 크게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이성과 따로 노는 양물에 대고 한탄했다. 야한 소리 몇 마디 들었답시고 더욱이 피가 쏠리고 흥분해 버려, 그의 성기는 아플 만큼 팽팽해진 상태였다.
“…하아.”
눈을 감고 갈등하기도 잠시, 이림범은 협탁 위에 놓인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제 성기 위에 주저 없이 물을 붓고, 젖은 이불을 당겨 귀두 주변을 슥슥 닦았다. 그 모습에 하련솔이 재차 크게 웃었다. 먹을 것도 아니고 잠깐 입에 넣겠다는데, 세상 더러운 것 씻는다는 양 물병을 비우는 이림범이 귀여웠다.
다시 한번, 하련솔은 침상 위에 몸을 엎드리며 그의 다리 사이로 기어갔다. 이번에 이림범은 큰 거부 없이 가만히 앉아 형을 기다렸다. 땀에 젖은 갈색 머리칼을 이마에 붙이고선, 제 것을 빨아 주겠다고 입을 벌리는 하련솔의 모습이 신기루 같았다. 그러나 귀두에 닿는 묘하게 말랑하고 또 까슬까슬한 혓바닥, 민감한 살갗을 감싸는 입술 살의 감촉,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타액의 온도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하아….”
이를 악물며 이림범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양물을 입에 머금고서 하련솔은 눈길만 올려 그 표정을 확인했다. 저에겐 벌써 몇 번이고 나서서 구음을 해 주었으면서, 받는 건 처음이라 새빨개지는 이림범이 귀엽고 예뻤다.
하련솔은 다만 제가 받은 애정을 나눠 주고 싶었다. 제가 느낀 성감을 이림범도 즐기기를 바랐다.
“우, 웁….”
크고 굵은 양물을 빠는 일은 그러나 예상만큼 쉽진 않았다. 크게 각오하며 최대한 입 안에 성기를 머금는데, 두 손에 잡히는 기둥 면이 아직 한참 많았다. 내심 당황하여 하련솔은 작은 입을 채운 귀두를 열심히 핥고 빨았다.
춥, 춥…. 친근한 한편 낯선 소리에 이림범은 허리가 뻐근해졌다. 턱에 파인 자국이 생기도록 어금니를 악물며 그는 아랫배에 힘을 줬다. 하련솔의 혓바닥, 입천장, 볼 안쪽의 여린 살, 더운 침…. 모든 것이 날 선 자극으로 닥쳐왔다.
그가,
“으, 으우….”
콧소리 섞인 신음을 흘리며 제 것을 빨기를 즐긴다는 사실마저 그랬다.
“흐으…. 형…!”
참다못해, 이림범은 하련솔의 머리를 두 손으로 덥석 감쌌다. 아랫도리를 울리는 색정적인 감각과 달리 손가락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머리칼의 감촉은 구름처럼 부드러웠다.
“헉….”
더운 숨을 크게 뱉으며 이림범은 인상을 구겼다. 그러곤 아주 약한 힘을 주어 하련솔의 머리를 쥐고 앞으로, 다시 뒤로, 살살 흔들었다.
“…….”
그의 의도대로 하련솔은 목의 힘을 빼고 입을 크게 벌렸다. 제 머리통이야 어떻게 움직여도 좋으니 그저 이림범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애정 어린 노력과 달리 하련솔의 구음 솜씨는 형편없었다. 입 안 가득 성기가 밀려들 때마다 요령없이 입을 벌리고서 흡, 흡… 콧김으로 이림범의 음모를 적시는 게 고작이었다.
그 소질 없는 구음이 미치도록 좋아, 이림범은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하아…, 하….”
하련솔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그는 고개를 추켜들었다. 더운 땀이 그의 가슴 근육을 타고 흘러내렸다. 치미는 사정을 억지로 참으며 그는 하련솔의 머리를 뒤로 밀어 냈다. 마르고 긴 목구멍 깊숙이 성기를 쑤셔 넣으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랬다간 하련솔의 목 안이 죄 헐어 버릴 것이었다. 그의 혓바닥 위에 토정하는 일 또한 매력적인 한편 몹시 싫었다. 어째선지 그 행위만큼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경계선처럼 생각됐다.
입 밖으로 성기를 뱉어 낸 뒤에도 하련솔은 내민 혀를 집어넣질 못했다. 그는 뒤늦게 꺽, 끅…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림범은 벗어 놓은 제 침의를 집어다가 급히 그의 혓바닥을 닦아 주었다. 아예 침의를 장갑처럼 손에 끼고, 침과 프리컴으로 축축해진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쓸어 주기도 했다.
“범아…, 기분 좋았어?”
나른한 목소리에 둔한 발음으로 하련솔이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림범의 굵은 성기를 두 손으로 재차 감싸 쥐었다. 찌걱, 찌걱… 타액으로 흠뻑 젖은 양물에서 젖은 마찰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