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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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를 찾아라 

(1) 

나에게는 악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말 여우같은 새끼... 아니, 악마새끼 같은 동창이 한명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김 태식은 같은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같은 반이된 적이 상당히 많았었다. 

운명이 나, 강 지운의 편이라면 정말 둘도 없이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인연이었건만... 

불행하게도 하늘은 나와 태식을 둘도 없는 원수사이로 점찍어 준 것이 문제였다. 

악연의 시초는 초등학교 첫날 선생님의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으로 기억한다. 

내입으로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어렸을 때 난 여자아이로 오해받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겼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 마디 하시게 됐다. 

“어머. 지운이는 정말 예쁘게 생겼네.” 

한 아이가 관심을 받게 되면 주위의 시샘을 받는다는 것은 아마 자연스러운 일 일 것이다. 

분명! 내 앞에 앉게 된 김 태식이 날 향해 분노를 활활 태우며 노려보는 것이 비정상인 것이다. 

그 후에도 인정하긴 싫지만 선생님들은 날 약간씩 편애하셨고, 나의 뛰어난 사교성과 애교로 학우들 역시 내 주위에 몰리게 되었다. 

반면 태식이는 유난히 투명한 피부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때려죽이고 싶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태식 덕분에 우리 둘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신경전이 이루어졌고, 

그 팽팽하던 신경전은 내가 반장으로 뽑힌 순간 끊어져 버렸다. 물론 태식에 의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놈은 너무 이른 나이에 외모차별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집안에 의해 깨달아버린 것이었다. 

이남일녀 중 혼자만 아버지의 외모를 혜택 받지 못한 태식은 어딜 가나 비교당하는 미운오리새끼였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태식은 자연스레 잘난 외모를 가진 인간들을 향해 질투심과 증오심을 키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원한을 풀 곳은 없었고, 마침 학교에서 자신의 원한을 풀 완벽한 대상을 만난 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외모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나, 바로 강 지운을 말이지. 

만일 모르는 사람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동정심일 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증오의 대상인 내가 정말 눈곱만큼이라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억울하고 나 스스로가 불쌍할 뿐. 

내가 반장이 된 후부터 태식의 행동은 완전히 바뀌었다. 주위로 뿌리던 음침한 기운을 걷은 후 제일 먼저 그가 취한 행동은 

-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면서도 진부하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도 그놈은 여전히 유치하다) - 내 발을 살짝 걸어 넘어트리는 것이었다. 

내가 넘어지자 당연히 아이들이 몰려와 날 일으켰고, 아이들은 태식을 향해 비난의 눈초리를 날렸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사과를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후로도 태식은 내 옷에 음식을 묻히는 둥 공책을 찢는 둥 실수를 가장한 태클을 꾸준히 걸어왔고, 

그때마다 녀석은 애처로운 얼굴로 사과를 해왔기 때문에 착했던 난 울며 겨자 먹기로 괜찮다고 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것도 이유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데 말이다. 

결국 녀석이 내가 아끼는 파워렌져 크레파스의 대부분을 부러트려버린 순간 난 태어나 처음으로 화라는 것을 내게 됐다. 

딸을 가지고 싶어 했던 부모님은 삼형제 중 그나마 제일 딸 같던 막내인 날 유난히 예뻐하셨고, 형들 또한 나에게는 모든지 한수 접어 줄 정도로 날 귀여워했다. 

물론 밖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한마디로 난 화(火)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체로 키워진 순둥이란 소리다. 

뭐~ 내가 천성이 순하다는 말은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내가! 얼마나 시달렸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얼마나 억울했으면! 난생 처음으로 화를 냈겠는가! 

하지만 어이없게도 생소한 감정을 처음으로 터트린 후 돌아온 것은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의 비난이었다. 

유난히 뽀얀 피부와 평균보다 작던 체구. 

그리고 유명한 배우였던 아버지에게서 유일하게 물려받은 듯한 연기력을 적절하게 이용해 만들어낸 ‘

보호본능 100% 일으키는 청순가련한 병약한 소년 이미지’ 의 완벽한 승리였던 것이다. 

잘못은 태식이 자식이 하는데도 아이들은 그 자식을 감싸돌기 시작했고, 

난 선생님들이 약간 편애 좀 한다 해서 자기 잘났다고 유세떠는 재수 없는 놈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여우같은 놈... 빠드득!) 

시간이 흐르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난 녀석에 의해 약자를 괴롭히는 못된 악당으로 낙찰되었고, 그놈과의 치열한 전쟁역시 천천히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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