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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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까지 내 뜻대로 된 일 하나 없듯이... 하늘은 여전히 나에게 냉정했다. 

막상 큰소리는 탕탕 쳐놨지만 어디서 그놈의 콧대를 꺾어 놓을 만한 남자를 찾는단 말인가. 

며칠 째 대책 없이 게이바에서 죽때리며 눈에 불을 켜고 사냥에 나섰지만, 눈에 차는 목표물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괜히 어설퍼서는 오히려 그놈 놀림감만 된다.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성격이면 성격, 모든 면에서 3박자가 맞는 완벽 그 자체인 남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3박자는커녕 1박자 맞는 남자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괜한 배짱을 부린 건가? 과연 그런 남자가 있기는 한걸까...’ 

난 점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애인을 못 만들 경우 여우새끼한테 받을 비웃음이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냥 평소대로 무시했으면 지금 이런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아냐. 지금까지는 몰라도 이건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절대 포기 하면 안돼.’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태식이 자식은 잊지 않고 비웃음을 날려 내 신경을 충분히 자극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그런 남자를 찾는단 말이야~~’ 

온갖 생각이 교차하는 머리를 쥐어 잡고 속으로 절규해봤자 특별한 해결책은 나올 리 없었다. 

“우앗~ 또 졌네. 나 더 이상 못 마시겠는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한 테이블에서 술가지고 게임을 하는지 와작지걸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웅~ 정말 못 마시겠어. 나 흑기사 부를래. 지석아, 부탁해~” 

‘흑기사라.... 후~ 정말 날 이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줄 흑기사가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 

멍하니 지석이란 불린 남자가 일행들의 야유 속에서 묵묵히 대신 술을 마셔주는 모습을 바라봤다. 

‘훗~’ 

순간 떠오르는 과거의 한 조각에 자조적인 웃음이 세어 나왔다. 

‘한 지운. 아직도 그 따위 유치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 거냐.’ 

씁쓸한 기분에 남아 있던 술을 모두 입안에 털어놨다. 오늘따라 술이 유난히 쓰게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게이바에서 허탕만 친 난 정말 완벽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세 가지 조건을 적당히 충당만 할 수 있는 남자면 아무나 좋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점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맘엔 들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어디서 그런 남자를 찾을 수 있는지 아무리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는 않았다. 

기껏 생각해낸 방법은 그냥 무작정 길가다 부티 나고 잘생기고 성격 좋아 보이는 남자를 잡는 건데... 

설.사. 찾는다 해도 누가 같은 남자새끼를 애인으로 삼아 주냔 말이다~~ 

애인인척만 해달라고 부탁해도 이건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 좋다. 맞지 않으면 다행인거지. 

다시 한번 내가 요령 없는 놈이라는 게 실감된다. 

과거에도 내가 조금만 요령이 있었다면 태식이놈한테 그리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수학여행이나 축제 등의 무슨 날이면 그놈은 빠짐없이 나에게 잊지 못 할 악몽을 하나씩 선사하곤 했다. 그

리고 난 녀석이 분명 뭔 일을 꾸밀 것이라 걸 알면서도 매번 당했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왜 난 요령껏 피해가지 못했을까... 

(요령을 따지기 전에 그놈의 잔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나 내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난 믿고 싶다......) 

‘휴~’ 

과거일 떠올려봤자 기분만 나빠지니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나한테는 해결해야할 좀더 중요한 일이 눈앞에 닥쳐있으니. 

‘띠리리리~’ 

수업이 없는 날이라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위해 머리를 싸잡아 매고 있던 내 귀로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큰형인 지한이었다. 

“여보세요.” 

[나다.] 

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굵고 부드러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우리 귀염둥이 막내가 집에서 혼자 밥 먹을 생각을 하니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형이 점심 사주려고 그러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가족들은 여전히 날 얘 취급하지만, 이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내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 요즘 고민 때문에 상태가 약간 이상한(?) 날 신경 써주는 것이겠지. 

“쿡쿡, 알았어. 12시 까지 호텔 앞으로 가면되지?” 

나보다 여섯 살 많은 형은 서울에서 제법 큰 호텔에 지배인으로 있다. 연애 한 번 안하고 공부랑 일만 죽어라 하더니 제법 빨리 성공을 했다. 

[그래. 그럼 좀 있다 보자.] 

“응.”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되어갔다.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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