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36)

(6) 

‘꿀꺽~’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것 같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이상형이 눈앞에 있다니!!! 

180cm 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키와 적당히 벌어진 어깨는 세련된 양복을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또한 뒤로 부드럽게 넘긴 갈색 머리칼 덕분에 하얀 얼굴 위의 이목구비가 확실히 부각되었고.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빛은 묘한 카리스마를 풍겨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난 시선을 그에게서 땔 수 없었다. 

남자는 어느새 절제된 발걸음으로 문 앞에 서있는 내 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가 한발자국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상쾌한 향수냄새가 나를 스쳐가는 순간.... 

그가 한쪽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올리며 바보같이 넋을 잃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이미 그가 호텔 안으로 사라진 후에도 나는 그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이런. 이러고 있을게 아니잖아!’ 

기적같이 나타난 이상형을 이렇게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급하게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막 코너를 돌고 있는 그가 보였다. 

혹시라도 놓칠세라 난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 

혹시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을까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물론 카펫이 깔려 있어 발소리는 나지 않았으면서도...) 

그가 향한 곳은 다행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무슨 행사인지 세미나인지를 준비하고 있는 연회장이었다. 

차마 그 안까지 따라가지 못한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그를 관찰했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 얘기를 모습이 귄위적이면서 여유 있어 보였다. 

‘허걱!’ 

넋을 잃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볼일이 끝났는지 남자가 몸을 돌려 다시 입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우왓! 어떡하지!’ 

연회장으로 향한 통로는 길고 곧게 뻗어있어서 몸을 숨길만한 구석이 없었다. 

결국 이리저리 둘러보다 입구 옆의 나무 비스무리 한 게 심어져 있는 큰 화분 뒤로 몸을 숨겼다. 이파리가 넓고 풍성해서 대충 몸이 숨겨질 듯 했다. 

다행이도 남자는 눈치 채지 못한 듯 나를 지나쳐 다시 복도를 거슬러 올라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난 다시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도대체 따라가서 어쩌자는 거야.’ 

대책도 없이 무작정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머리 한구석에서 이것이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와 그만둘 수가 없었다. 

또다시 그가 코너를 돌고 있었다. 혹시 코너를 돈 사이 다른 곳으로 사라질까 발걸음을 서둘러 나도 코너를 돌았는데........... 

‘쿵!’ 

“우왁!” 

단단한 기둥에 부딪친 듯 한 느낌에 난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뭔가 해서 얼얼한 코와 가슴을 어루만지며 앞을 보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크 넥타이가 보였다. 

‘헉!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넥타이의 주인을 바라봤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 

내 눈 앞에는 내가 미행했던 남자가 비스듬히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왜 난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여 또다시 넋이 나갔는지......... 

나를 응시하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한테 무슨 볼 일 있나?” 

듣기 좋은 바리톤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난 더더욱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 

“.......” 

내가 아무 대답 없이 멍하니 자신만 쳐다보자 기분이 상했는지 그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그때서야 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헉! 죄, 죄송합니다!” 

뒤늦게 찾아온 당황감에 난 허둥지둥 사과를 하고 뒤로 돌아 그 자리를 도망쳐 나오려고 했.었.다. 

‘터억!’ 

“켁!” 

어처구니없게도... 뒤돌아 한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그에게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목덜미를 잡은 체 내 몸을 돌려세우는 그의 억센 힘이 느껴졌다. 

“어딜. 내 질문에 대답은 하고 가야지.” 

느긋하게 말하는 그의 낮은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위협적으로 들렸다. 

“엄청 허술하게 미행하는 걸 보니 스파이는 아닌 것 같은데... 왜 날 미행했지?”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는데 티가 많이 났었나보다....... 

“아.... 저, 저.... 그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 정리가 안 된 체 뒤죽박죽이 되어있었다. 

‘뭐라고 하지?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애인역 좀 해주세요? 아냐아냐.. 힘도 쌔 보이는데 맞으면 어떡해. 그냥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안 믿어줄 것 같은데... 아아아악~! 도대체 뭐라 해야 하는 거야!’ 

내 맘속의 절규를 아는 건지 그는 참을성 있게 내 대답을 기다리며 날카롭게 눈을 번득였다. 

‘에잇! 이렇게 된 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도박이라 치고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자!’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을 다잡고 주먹을 굳게 쥐었다. 

태식이놈한테 평생 쥐어뜯길 바에 최악의 경우 이 남자에게 맞기밖에 더하겠어... 라며 시도라도 해보자는 의도였다. 

비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그의 한쪽 눈썹이 비스듬히 희어 올라갔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머릿속에 맴돌던 말을 외쳤다. 

“제 애인이 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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