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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생소한 느낌에 몸이 잔뜩 경직된 체 그의 입술을 받았지만....
시간을 들여 부드럽게 내 입술을 살짝 빨아 당겼다 놨다 하는 그의 애무에 몸의 긴장이 조금씩 빠져 나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의 촉촉한 혀가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살살 쓸 때는 어느새 따뜻한 기분에 빠져 은근슬쩍 나도 즐기고 있었다.
내 어깨에 머물던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 속으로 천천히 파고드는 게 느껴진다.
내 뒤통수를 감싸 당기는 그의 손 때문에 아까보다 좀더 강하게 그의 입술과 혀를 느낄 수 있었다.
입술 위를 맴돌던 그의 혀가 어느새 내 치아와 잇몸을 쓸고 있었다. 그리고 스리슬쩍 내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지만.....
이미 그의 키스에 잔뜩 취한 난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혀를 순순히 받아 들였다.
그의 혀가 살살 입천장을 쓸자 왠지 간질 한 느낌에 내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그 순간 그의 혀가 수줍게 내려 앉아 있는 내 혀를 확 말아 올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란 난 눈을 번쩍 뜨고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며 머리를 뒤로 뺐지만 여전히 잡혀있는 뒤통수로 인해 빠져나올 수 없었다.
대신 그의 혀가 다시 입 밖으로 나와 놀란 나를 달래듯이 내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뿌려댔다.
그의 배려가 느껴져 다시 천천히 긴장을 풀고 그의 살짝 감긴 눈 아래로 퍼진 긴 속눈썹을 바라보며 다시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는 끈기 있게 내 입술을 애무하다 다시 한번 혀를 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처음과는 달리 조심스레 내 혀를 감싸 안았고 나 역시 이번에는 놀라지 않고 그가 혀를 돌리는 데로 내 혀를 맡겼다.
그렇게 내 혀를 애무하던 그의 혀가 쏙 빠져나가는 느낌에 아쉬움과 함께 눈을 살짝 뜨니 그의 갈색 눈이 욕망에 물들어 흐려져 있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안돼. 너도 같이 해야지....... 내가 했던 대로 해봐.”
아까보다 훨씬 낮게 가라앉은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왠지 섹시하게 들렸다.
재촉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의 입술로 내 입술을 가져갔다.
수줍게 나의 입술이 아직 촉촉이 젖어있는 그의 입술에 살며시 닿았다.
내가 그의 입술에 스스로 닿았단 사실에 왠지 온몸에 찌릿한 기분이 퍼졌다.
그가 내게 하던 대로 혀를 이용해 입술을 애무해 나가는 것 까진 좋았는데..... 차마 입술을 가르고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 나를 도와주듯 그의 혀가 살짝 나와 머뭇거리는 내 혀끝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의 유도대로 나는 천천히 그의 입술 사이로 혀를 넣고 기다렸다는 듯이 감아오는 그의 혀와 깊게 엉켜들어갔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나누던 키스가 어느새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 거칠게 변해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 나는 그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었고 그는 내 뒤통수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더욱 쌔게 끌어당겼다.
그렇게 서로를 갈망하듯 키스에 깊게 몰두한 체 시간이 흘렀고, 숨이 벅차오르는 걸 느낀 나는 마침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그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왔다.
“하아~ 하아~”
나의 거친 숨소리만이 우리 둘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도 약간 숨이 찬지 아까보다 빠르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쪽~!’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여전히 내 몸에 팔을 두르고 있는 그가 내 머리에 소리 나도록 키스를 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치니 그의 눈가를 부드럽게 휘었다.
“처음 치곤 잘하는데?”
“그, 그래요?”
그의 미소에 빠져 멍하게 있다 왠지 칭찬인 듯한 소리가 들리자 얼떨결에 반문을 해버렸다.
“쿡~!”
그가 왜 웃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다........ 곧 이유를 깨달자 내 얼굴은 이내 일그러졌다.
‘.......제길........... 내 입으로 첫 키스라고 인정해 버리다니...............’
그렇게 첫 키스를 치룬 후 준혁을 보는 내 시선이 아주 살~짝 바뀌었다.
아마 그 때 보여준 준혁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평소 내게 싸가지 없게 굴던 행동과는 다르게 그의 키스는 상당히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마치 날 굉장히 아껴주는......... 사랑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그렇기에 나 역시 상당히 즐겼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굉장히 좋았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키스는 아니었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경험이었다.
최고의 첫 키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키스라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자 은근히 지금까지 모르고 지내왔다는 것에 아까운 마음까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로도 그와의 키스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가 욕구불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럴 때면 마치 내 자신이 아닌 것 같아 당혹스러운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와 또 한번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때는 내가 미쳤음이 틀림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게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든 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다.]
준혁의 바리스톤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자 그에 반응하듯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네.”
제발 내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목요일 6시로 xxx역 있는 xx레스토랑에 예약해 놨다.]
바로 본론을 꺼내는 게 왠지 그답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알겠어요.”
분명 태식이놈과 만나는 날을 말하는 것이겠지. 용건도 전했겠다 분명 통화를 끝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키스하고 싶다.....]
“네에에에??”
가뜩이나 그와의 키스를 의식하고 있었구먼.......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의 말에 얼굴이 ‘화르륵’ 하고 단번에 불이 올랐다.
[쿡. 난 무척 좋았는데 넌 안 그랬나보지?]
뻔뻔스러운 건지 능청스러운 건지 알 수가 없는 그의 말에 더 이상 붉어질 수도 없을 정도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말 전화이기를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땠어? 말해봐.]
짓궂게 재촉하는 그가 정말 얄미워지려고 한다. 어째 키스로 간신히 만회한 점수까지 깎아먹으려 드는 건지......
[싫었으면 앞으로 안하고.]
‘헉! 그건 싫은데................’ (은근히 밝히긴.....)
“그................좋...았어요......”
다시 한번 전화중이란 사실이 진심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하자 그의 억눌린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큭큭~ 그럼 앞으로 원 없이 해주지.]
‘......제길.............. 내 무덤을 내가 팠지.....’
그날 밤 꿈에... 키스를 해주겠다는 준혁에게서 도망을 다니다 결국 잡혀 입술이 수박 만하 게 부르틀 때까지 키스를 받는 아주 무서운 꿈을 꿨다..........
는 건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