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4/36)

(16) 

역시 바닷가에 오면 회가 최고다.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간 우리는 자연산이라는 광어와 그 외 몇 가지 회를 시켰다. 

아... 물론 난 아직 붕대를 풀지 않은 상태이기에 포크로 회를 먹는 특이한 광경을 연출시켰지만...... 

그리고 도현이는 정말 내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건지 내 옆에 딱 붙어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그러는 와중에 태식이놈 역시 준혁에게 ‘이것 좀 먹어보세요’ 등등 가식스런 미소를 뿌리며 준혁을 챙기고 있었고...... 준혁은 그냥 묵묵히 먹기만 했다. 

비록 서울처럼 스키다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역시 바닷가에서 먹는 싱싱한 회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었다. 

모두들 만족스런 얼굴로 배를 채운 후 바닷가로 나왔다. 

가을의 바다는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마음에 들기도 했다. 

한 여름에 사람들이 빼곡히 해변과 바다를 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시원하기는커녕 질리는 마음이 먼저 들기 일쑤였는데........ 

한산한 바닷가와 시원한 파도소리는 마음을 시원히 탁 트이게 만드는 동시 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파도가 휩쓸어가는 듯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다들 같은 기분을 느끼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모두들 조용하고 여유 있게 해변을 거닐었다. 

왠지 바다를 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다에 살짝 발을 담가보았다. 

차가운 바닷물과 부드러운 모래가 내 발을 감싸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옆을 보니 도현이도 어느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다에 기분이 좋아져 첨벙거리며 파도와 놀고 있는데....... 기분 망치는 태식이놈의 비꼬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운아~ 조심해라~ 너 또 바다에 빠지면 어떡해~” 

‘지랄! 네 놈이 누군가 바닷가에 빠졌다고 해서 밥 먹다 말고 바닷가에 뛰쳐 들어가는 바람에 발에 쥐나서 그런 거잖아! 

그때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물에 빠져 죽었다고, 미친놈아!!’ 

그때의 열 받던 기억이 떠오르자 태식이놈에게 분노를 담아 째려보는데.... 

“형! 조심!” 

‘첨벙’ 

“켁~!” 

갑자기 제법 큰 파도가 내 뒤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가뜩이나 발이 모래 속으로 깊이 파묻혀있던 나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밀려 그만 물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이 순간 무릎과 손으로 땅을 짚어 얼굴까지 빠지지는 않았지만 옷은 홀딱 젖어버려 갑자기 몰려드는 한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쿡! 하여간 덤벙거린다니까....” 

못 말린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는 태식이놈이 너무도 얄미웠다. 

‘휙’ 

순간 내 어깨위로 재킷 하나가 둘러졌다. 

“여름도 아닌데 수영이 하고 싶었냐?.... 빨리 들어가자, 감기 걸리겠다.” 

준혁이었다. 

“그래요, 형! 빨리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뜨거운 차 한 잔 마셔요.” 

물속에서 나온 도현이 어느새 신발을 신고 내 팔을 당겨 난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를 덮고 있는 준혁의 재킷 앞섬을 꼭 쥐고 별장 쪽으로 걸어가지 시작했다.

하지만 바닷물을 가득 먹은 옷은 무겁게 날 내리누르지 모래 때문에 발은 푹푹 빠지지 내 발걸음은 힘들기 그지없었다. 

결국 보다 못한 준혁이 답답했는지 갑자기 날 번쩍 안아들어 어깨에 걸쳐 멨다. 

“우악~! 내려줘요!” 

“시끄러. 그런 속도로 가다간 감기 걸리기 딱이야. 쓸데없이 주위사람한테 피해주기 싫으면 잔말 말고 가만히 있어.” 

‘윽!’ 

윽박지르는 그에게 차마 반항하지 못하고 난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그저 고개만 수그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민망스러운 포즈가 아닐 수 없다. 가을이라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지. 

난 그리 작은 키도 아닐 뿐 더러 옷이 물까지 먹어 배로 무거울 텐데 준혁은 힘든 기색도 없이 그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겨 어느새 별장 앞까지 도착했다. 

“이, 이젠 내려줘요...” 

하지만 너무 조그맣게 말해 듣지 못했는지 그는 날 여전히 어깨에 걸치고 2층 욕조로 향했다. 

욕조에 도착해서야 날 내려줬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준혁이 갑자기 내 옷을 벗기기 시작해 날 또 당황케 했다. 

“제, 제가 할게요!” 

허둥거리며 내가 얼른 앞섬을 움켜쥐었지만 또다시 그의 윽박만 되돌아 올뿐이었다. 

“손도 다쳤는데 어떡케 씻으려고 해! 상처에 물이 다면 쓰리다고.” 

‘윽!’ 

거참 할말 없게만 만드네....... 

“왜 당신이 형을 씻겨! 내가 할 거야!” 

뒤늦게 쫓아온 도현이 이 상황을 보고 펄펄뛴다. 

“그래요. 제가 할게요.” 

태식이놈도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당황한 듯 덩달아 말린다. 

“둘 다 그 덩치로 이 녀석을 어떡케 감당하겠다고 그래. 그리고 내 애인 몸 내가 씻기겠다는데 왜들 난리야. 신경 끄고 가서 난로나 펴봐.” 

역시 할말 없게 만드는 말만 골라하는 준혁이었다. (참고로 내 키는 거의 180cm, 태식 174cm, 도현 168 정도 되 보인다) 

‘큭큭큭~’ 

차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얼굴만 시뻘게지는 태식이놈을 보니 십년 묵은 체중이 쑤욱 내려가는 듯했다. 

큰소리로 웃을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도현의 벌게진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결국 태식이놈은 웃음 참는 내 얼굴을 잠시 노려보더니 고개를 휙 돌리고는 욕실에서 나갔고, 도현이도 분한 얼굴을 한 채 씩씩거리며 나갔다. 

통쾌하게 속으로 웃던 나는 그제야 내가 웃고만 있을 처지가 아님을 깨달았다. 

“저.... 정말 괜찮은데..... 나중에 붕대만 갈면 되요.” 

“잔만 말고 팔 올려. 소금물 때문에 상처가 더 쓰라릴 거다.” 

아닌 게 아니고 정말 소금물 먹은 붕대 때문에 상처가 상당히 쓰라려 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팔을 올리자 내 스웨터와 그 속에 입고 있던 반팔을 머리 위로 한번에 휙 벗겨버렸다. 

단숨에 맨 상채가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팔로 몸을 가렸다. 

“쿡!”

그런 내 행동이 웃겼는지 준혁이 짧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의 손이 이번에는 바지 섬으로 가자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덥석 잡아버렸다. 

“그러 길래 누가 멍청하게 물에 빠지래.” 

손가락으로 이마를 튕기며 약 올리는 듯한 그의 말투에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씨~” 

“아이씨~?” 

따끔한 이마를 매만지며 나도 모르게 짜증스런 말투가 나갔고 역시나 그냥 지나칠 준혁이 아니었다. 

또 무슨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서둘러 두 팔을 저으며 변명을 했다. 

“아이 씨~ 라고요....I see~ you see?" 

.........역시 인간의 생존본능은 위대한 것인가....... 이 인간을 만난 후로 느는 것은 잔머리요 비굴함이었다........ 

“쿡쿡쿡쿡~ 큭큭~ 귀여워서 봐줬다.” 

내 어이없는 변명에 그가 못 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뜀박질 하는 게 느껴진다.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얼굴을 들킬까 다시 내 바지를 벗기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돌려 얼굴의 열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속옷까지 벗겨버리자 벌게진 얼굴은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불타올 랄 뿐이었다. 

황급히 손으로 내 중심을 가리자 다시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내 손을 하나씩 들어올려 손바닥에 감긴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난 자신이 나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눈앞에 보이는 준혁의 내리 깔은 긴 속눈썹을 홀린 듯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왠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서야 스스로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스스로의 생각에 민망해하고 있는 동안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준혁은 물을 받아놓은 욕조 안으로 날 밀어 넣었다. 

차갑게 식은 내 몸을 욕조 안 따뜻한 물에 담자 절로 만족스런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천천히 욕조 안에 몸을 뉘이고 눈을 살짝 감았다. 

‘슥슥’ 

샤워수건에 잔뜩 거품을 낸 준혁이 천천히 내 몸을 닦기 시작했다.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내 몸을 씻기기는커녕 은밀한 부분을 내보인 적도 없기에 절로 몸이 긴장되었다. 

이번에 손을 다치는 바람에 형이 씻겨 준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는데...... 

처음에는 그의 손길에 잔뜩 경직 되 있었지만........ 

내 팔을 올리고 겨드랑이를 닦을 때 그만 간지러움에 몸이 웅크려지면서 웃음이 새어나와 버렸고 그도 그런 나를 보고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훨씬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천천히 긴장을 풀고 그에게 몸을 맡겼다. 

하지만 그의 손이 점점 하체로 갈 때는 다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 중심을 살짝살짝 건드리며 다리를 닦고....... 그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물결 역시 내 중심을 살살 쓸자........ 

내 중심이 점점 머리를 들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완전히 머리를 든 내 중심이 느껴지자 급히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앗, 따거~!” 

손바닥의 상처가 갑자기 뜨거운 물에 닿자마자 난 반사적으로 손을 번쩍 들어야했다. 

“큭큭~” 

발기한 중심은 가려야 하지만 가릴 것을 없고.... 창피한 마음에 얼굴만 달궈져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데...... 

“힉~! 주, 준혁씨!” 

그의 손바닥이 갑자기 내 중심을 감싸 쥐었다. 놀랜 내가 무릎을 그러모았지만 이미 내 중심을 잡고 있는 손이 빠져나갈 리 없었다. 

“그런 손으로 어디 풀 수나 있겠어?” 

‘풀려고 했던 게 아니야!’ 

“하지마.....으윽!” 

반박하며 그의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내 중심을 위아래로 살살 쓰는 느낌에 되려 그의 팔을 꽉 움켜잡아 버렸다. 

준혁이 손을 내 뒤통수로 가져가더니 열에 들떠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내게서 입술을 찾았다. 

“으음~” 

그의 혀가 바로 입안으로 들어와 내 혀를 감아올리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귀두 끝을 살살 문지르는 짜릿한 느낌에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준혁은 여전히 키스를 멈추지 않은 채 내 중심을 자극적으로 애무해 나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의 키스와 손길... 어디에 신경을 둬야 할지 몰랐다. 

“으윽....그...만....” 

그의 손길이 점점 빨라지면서 난 한계에 치닫기 시작하는 걸 느껴 준혁을 말렸다. 

“이....제....그...!......아으윽~” 

멈추지 않는 준혁의 손길에 한계를 느낀 난 그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결국 그의 손에 내 정액을 쏟아 버리고 말았다. 

욕구가 풀렸다는 만족스런 기분보다는 창피하고 민망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준혁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다리를 오므리고 그 위에 고개를 푹 파묻고 있는 내 머리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온몸이 벌겋게 물들은 내 몸을 꼼꼼히 씻겨주고 머리까지 감겨주어.......... 

난 다시 한번 준혁의 무쇠 신경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젠, 제가 할게요!” 

수건으로 몸까지 말려주려는 그를 황급히 만류해봤지만 재주도 좋게 내 손을 요리저리 피해가며 몸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계속 꼼지락거리는 내가 거슬렸는지 결국 한 소리 듣고 말았다. 

“가만히 못 있어!” 

‘콩’ 

“아얏!” 

덩달아 머리 위로 꿀밤도.......... 

‘우우~ 심술 대마왕~’ 

어느새 나는 아까의 부끄러웠던 정사도 잊은 채 머리까지 말려주고 있는 준혁을 향해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단순한 놈......) 

드라이기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준혁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머리를 매만지자 조금씩 수마가 몰려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 꾸벅 꾸벅 잠이 들고 말았나보다. 

멍하게 귓가를 울리던 드라이기 소리가 사라지면서 몸이 붕하고 뜨는 느낌을 받았고 곧 이어 부드러운 천위에 내 몸이 뉘어지는 걸 느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물 먹은 솜 마냥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두툼한 이불이 내 몸 위로 내려앉는 걸 느꼈다. 

그리고........ 

뭔가 따뜻하고 말랑한 것이 내 이마 위를 살짝 내리눌렀고 왠지 좋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입가가 살짝 위로 올라간 듯 하다. 

‘쿡쿡’ 

누군지 몰라도 낯익은 바리스톤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난 점점 어두워지는 수마에 완전히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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