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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의 시점-
강아지가 불쑥 찾아왔을 때는 반가운 기분도 들었지만 동시에 무슨 일로 찾아왔나 의아함이 역시 들었다.
그리고 녀석이 깜찍하게 눈동자를 굴리더니 쩔쩔매며 내게 친구를 만나달라고 했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날 필요로 했던 이유라는 걸 알았다.
물론 난 녀석의 놀이에 확실히 장단 맞혀 주고 대가까지 받기로 했으니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허락했을 때 녀석이 보너스로 지어 보인 미소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대가고 뭐고 무슨 부탁이라도 다 들어 줄 수 있겠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내 혼을 빼놓은 것도 모자랐는지 강아지는 결국 내게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그게 뭘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도 못 꺼내 얼굴만 붉히고 있는지....... 도저히 참을 수가 있어야지. 솔직히 그런 부탁이라면 천번 만번 들어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봐, 귀염둥이. 넌 내가 네게 뭘 해줄 수 있고, 네가 내게서 어떤 것들을 얻어낼 수 있는지 자각이 없는 것 같구나.
도저히 이 귀여운 강아지는 놀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가 없게 만든다.
전부터 날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았던 나는 이 기회로 내 이름을 부르도록 해보았다.
역시나 날 실망시키지 않고 귀엽게 입을 오물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자 가슴이 간질간질 해진다. 나 역시 녀석을 따라 강아지의 이름을 처음으로 입에 담아 보았다.
‘지운아....’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녀석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자주 불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강아지를 더더욱 놀리고 싶은 마음에 키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강아지는 날 내가 아니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잠시 깜빡했다.
장난으로 시작한 키스일지는 모르나...... 계산에 넣지 않은 강아지의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 때문에.......
난 나도 모르게 점점 더 깊이 녀석을 탐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갔다.
처음이 아니라고 어설프게 둘러댈 때 이미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막상 녀석과 키스하며 어설프게 내 키스에 반응하는 녀석을 보니 다시 한번 확신을 하는 동시에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내 안을 채웠다.
그렇기 때문일까.... 난 녀석의 첫 키스를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다는.... 정말 나답지 않은 생각을 했다.
얼마동안 달콤하게 녀석의 입을 탐했을까..... 가만히 내 키스를 받고만 있는 녀석이 나와 같은 욕망과 열정으로 내게 키스를 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순진한 강아지가 도망가지는 않을까 했는데 기특하게도 녀석은 내게 수줍게 키스를 해왔고 결국 녀석과의 키스는 내 통제를 벗어나버려
난 정신없이 녀석의 입을 깊숙이..... 좀 더 깊숙이 탐했다.
탐하면 탐할수록 만족스러움과 동시에 뭔가 부족한... 알 수 없는 갈등이 날 붙잡아 녀석을 쉬이 놔 줄 수 없었다.
결국 강아지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아쉬운 마음으로 어쩔 수 없니 놔줬지만 해소되지 않은 갈증에 난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느껴야했다.
강 지운..... 넌 도대체 내게 뭐지......
약속 날에는 먼저 장소에 도착해 강아지를 기다렸는데....... 정작 온 것은 얼굴에 가면을 쓴 여우 한 마리였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족속...... 내가 가장 많이 접하며 또한 꺼려하는 족속중 하나다.
이런 여우가 강아지의 친구라고? 뭔가 수상스러웠다.
‘와~ 지운이랑은 어떻게 만난 거예요? 걔가 너무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런 면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제가 챙겨줘야 했거든요.
그게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남모르는 제주가 있긴 있었나 봐요. 이렇게 든든한 애인을 만들었으니 이제 한 숨 놓겠어요.’
은근히 걱정하는 투로 말은 하지만 그 밑에 깔린 가시를 내가 못 집어낼 리 없었다.
내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의 험담을 서슴없이 꺼내는 저 여우와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지만...... 강아지의 부탁도 있고.....
내 자신과의 협상도 있고 해 애써 예의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웃으며 대꾸해줬다.
너무 늦어지는 강아지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해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전화해 보려는데....
‘어? 지운이에게 전화해 보려고요? 그럴 필요 없어요. 걔가 원래 시간약속을 잘 못 지키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올 거예요.’
점점 한계를 느낀다. 이토록 누군가를 위해 인내를 해본 건 처음인거 같다. 지운아..... 내가 네 덕분에 새로운 걸 참으로 많이 격어 본다.....
너에게 어떻게 고마워하면 좋을까.....응?
오기만 해봐라, 강 지운!
그러고도 한참을 여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듣지 않고 강아지를 어떻게 괴롭혀줄까 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하고 있는데.......
여우가 강아지의 이름을 부른다.
드디어 왔나 싶어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봤는데.........
뛰어왔는지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땀을 뻘뻘 흘렸고 옷은 어디서 구르다 왔는지 먼지가 가득 묻은 채 엉거주춤 걸어오는 강아지가 보여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 있어나 싶어 오면 괴롭혀주겠다는 생각은 멀리 치워버리고 여우가 은근슬쩍 자기 옆에 앉히려는 강아지를 내 옆에 불러 앉혔다.
왠지 주눅들은 모습이 안쓰러워 손수건으로 강아지의 이마를 훔쳐 줬다.
처음에는 놀란 듯 싶었지만 이내 두 눈을 감고 내게 얼굴을 맡기는 모습이 귀여워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줬더니 눈이 댕그래져 펄펄뛴다.
주위를 살피며 내게 눈을 흘기는 모습 역시 너무 귀여웠고....... 또한 잘 보여야 하는 친구도(?) 앞에 있으니 내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생각 반,
놀리고 싶은 생각 반에 강아지의 바램대로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말을 걸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땀에 젖어 약간 축축한 머리칼이 느껴졌지만 불쾌하기는커녕 매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내 눈에 기분 나쁜 빨간 액체가 강아지의 손에서 포착되었다.
황급히 손을 뒤로 빼는 녀석의 손목을 움켜잡고 손가락을 펴보았더니 넝마가 되어 피를 흘리고 있는 손바닥이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분노가 일었다. 녀석의 손바닥을 이렇게 만든 놈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티도 내지 않고 있던 강아지에게.
불쑥 여우가 끼어들어 싸운 것이 아니냐고 묻자 강아지가 한번도 보지 못한 매서운 얼굴로 여우를 바라봤다.
순간 이 둘은 친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 둘이 무슨 사이지?
우선은 강아지의 손을 치료하는 게 먼저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녀석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빌딩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강아지를 불러 잡는 꼬맹이가 하나 있었으니....... 제법 귀엽게 생겼지만 눈이 치켜 올라간 게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꼬마였다.
(아무래도 집안이 동물원이다 보니 모두 동물과 연관시키고 있다)
하지만 강아지가 다치게 된 원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꼬마는 이미 내 눈 밖에 났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따라붙는 고양이까지 뒤에 달고 병원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상처가 심하단다.
손바닥에 박힌 자잘한 가시들을 뽑을 때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강아지를 보자 내 가슴이 쓰렷다.
강아지의 손을 치료받고 여우의 의견에 따라 우르르 식당에 들어갔다.
기껏 강아지 다쳐놓게 해놓고 뭐가 그리 좋은지 오늘 있었던 일을 열심히 설명하는 고양이를 보자 점점 기분이 저조 되면서
저 고양이 입을 틀어막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애써 관심을 돌리고 대신 지운과 녀석의 친구라는 태식이란 녀석을 유심히 관찰했다.
계속 지켜보았지만 강아지와 여우는 친구사이라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방해하고 식사가 들어왔고 음식을 앞에 놓고 한숨을 푹 쉬는 강아지 때문에 살짝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안 그래도 피를 많이 흘렸는데 영양보충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젓가락질 못하는 녀석을 위해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었다.
뭔가 감동한 듯한 얼굴로 야금야금 반찬을 받아먹는 강아지를 보니 왠지 흐뭇해지며 다음에는 내 손에서 직접 받아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며 제법 즐거운 식사를 했다.
저 맹랑한 고양이가 내게 덤벼오기 전까지는......
감히 내 것에 상처를 내는 것도 모자라 내 것을 넘봐?
사람도 가려가며 덤벼야지, 꼬맹아~
좋게 말해도 말길을 못 알아듣는 건방진 고양이에게 강아지가 누구 것인지 확실히 해둘 필요를 느낀 나는 부끄러워하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처음에는 바동거리던 강아지도 이내 내 팔에 목을 두르고 키스에 응해왔다.
역시나 강아지와의 키스는 뜨겁고 쾌감을 느끼게 했지만 동시에 뭔가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게 해 더더욱 녀석의 입술을 탐하게 만든다.
천천히 녀석의 부드러운 목덜미 쪽으로 입술을 떨어 트렷다. 오늘 흘린 땀 때문에 약간 짭짜름한 맛이 났지만 그것조차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치 사탕이라도 되는 냥 녀석의 목덜미를 맛보았다.
잔뜩 긴장을 하고도 열에 들떠 내게 매달리는 녀석의 목덜미에 내 것이라는 영역표시를 진하게 새기고서야 나는 뻐근해지는
아랫배를 애써 무시하고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멍하게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는 모습은 귀엽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여 마지막으로 녀석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한 후 고양이를 향해 확실한 엄포를 놓았다.
물론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느낌이 심상치 않은 자칭 친구라는 여우에게도 내 것을 건들지 말라는 어느 정도의 경고가 은연히 담겨있었다.
지운이와 여우가 방에서 나가자 꼬맹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같잖은 발톱을 들이 내밀며 털을 곤두 새운다.
‘당신 같은 남자랑 지운이형이 사귄다니 절대 안돼! 몸은 묶어 둘 수 있겠지만 형의 마음까지 어떻게 하진 못하겠지.’
훗~ 난 내 것을 놓쳐본 적이 없단다, 꼬마야. 내가 원한다면 녀석의 몸도 마음도 모두 내 것이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내가 지운이형에게 다가가는 걸 방해 하지 마. 당신에게서 지운이형을 뺐어오겠어.’
물론 보내줄 생각도 없지만 뺐길 생각도 없다. 하물며 아직 녀석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당치도 않는 소리를 내뱉으며 내게 선전포고를 하는 고양이에게 가볍게 웃어주며 어디 해보려면 해라는 투로 대꾸해줬다.
그런 내 행동에 고양이는 더더욱 열을 받았는지 나를 향해 씩씩거리며 쏘아보고 있는데 마침 화장실에 갔던 둘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행을 가자니...... 무슨 꿍꿍인지.....
강아지의 애처로운 눈빛에 마지못해 허락은 했지만 뭔가 영 기분이 찝찝하고 깨름직 했다.
펄펄뛰는 혜린이에게 돌아오면 잔소리 단단히 들을 각오로 간신히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 내 욕을 신나게 하며 일을 하고 있겠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돌아 갈 때 선물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쿵저러쿵 짜증나는 분위기 속에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괜찮은 분위기에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회도 맛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원한 바다가 마음을 무척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얘들처럼 신발을 벗고 파도와 놀며 즐거워하는 강아지의 모습 역시 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파도에 밀려 넘어졌을 때는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서둘러 내 재킷을 둘러주고 별장으로 돌아가려는데.....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걷는 게 영 시원치 않자 답답한 마음에 녀석을 어깨에 걸쳐 메고 욕실까지 데려왔다.
손의 상처 때문에 혼자 씻지 못하는 녀석을 내가 직접 씻겨줄 심산으로 이 수줍어하는 강아지의 옷을 벗기는데.........
왜 고양이랑 여우가 더 펄펄 뛰는지 모르겠다.
둘을 내쫒은 후 반항하는 강아지의 옷을 가볍게 벗기자 황급히 몸을 가리는데...... 왜 이리 앙증맞냐, 너.......
거기다 되지는 않는 변명을 해가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은 내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정말 이 강아지를 만나고부터는 웃음이 너무 잦아진 것 같군.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는 녀석의 옷과 붕대를 모두 벗기고 욕조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천천히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대로의 군살 없는 매끈한 몸을 씻기고 있자니 점점 아랫배가 뻐근해 오는 걸 느낀다.
이 내가 한낱 강아지의 맨몸 좀 봤다고 몸이 달아오르다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 곳에서 당장 녀석을 가질 수 있겠지만...... 첫 키스도 이제야 한 강아지를 이런 식으로 가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욕망을 꾹 참아 눌렀다.
강아지 또한 내 손길에 흥분을 했는지 발기한 중심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는데........
그런 녀석이 귀여워 난 손을 녀석의 중심을 잡고 살살 애무를 해주며 녀석에게 키스를 했다. 녀석의 신음소리는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색스러웠다
결국 내 손에 사정을 한 녀석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무릎사이에 파묻고 얼굴을 들 줄 몰랐고 난 그런 녀석이 귀여워 머리에 살짝 키스를 해준 후
녀석의 몸을 깨끗이 씻겨주었다.
인간 한 준혁.... 지금껏 이토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욕구도 참고 목욕 시중이나 들고 있다니..... 정말 웃기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싫지 않다는 점이겠지.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머리를 말려주는데 녀석이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고개가 앞으로 힘없이 끄덕여 지는 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머리를 완전히 말린 후 녀석을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힌 뒤 이불을 덮어주었다.
마치 아기 같은 얼굴에 이마에 키스를 해주니 잠결에 느꼈는지 녀석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난 또 그 모습을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녀석의 손을 치료하고 붕대를 감아준 뒤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저녁때가 다 되어갈 쯤 녀석을 슬슬 깨워야겠다 싶은데 갑자기 녀석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급히 올라가 봤더니 녀석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씩씩거리며 서있었고 그 앞에는 고양이가 기분 나쁜 얼굴로 녀석을 훑어보고 있었다.
나와 내 뒤를 따라온 여우를 보자 강아지는 또 한 차례 비명을 지르고 이불 속으로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이 놈들에게 보일 거 다 보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급속도록 불쾌해졌다.
고양이를 끌고 나가면서도....... 강아지의 몸을 본 고양이에게인지...... 아니면 고양이에게 몸을 보인 강아지에게 화가 난건지 판가름을 내리고 못했다.
거기다 아까부터 귀찮게 내 옆에 붙어있는 여우는 여우 나름대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아마 그래서 녀석이 옷을 입고 내려왔을 때 퉁명스럽게 녀석을 대한 것이겠지.
고양이가 강아지에게 쌈을 먹여주려는 것을 보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가뜩이나 아까의 불쾌한 일 때문에 둘이 곱게 안 보이는 판국이었는데 내 앞에서 그런 기분 나뿐 행각을 벌이려 하다니.....절대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성인도 되지 않은 꼬맹이를 상대로 유치찬란한 쌈싸움으로 벌이다니!!!
그렇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저녁식사를 간신히 끝내자 고양이가 와인을 가져왔다. 제법 괜찮은 와인인지라 부드럽고 달콤하게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그런데 저 강아지가 계속 홀짝거리며 몇 잔을 비우는 폼이 영 불안하다. 술을 잘 마시는 건가?
원래 와인이라는 것이 맛은 포도 주스 같지만 역시 술은 술 인거다. 오히려 멋모르고 마셨다가 더 취할 가능성이 높고 뒤끝이 안 좋을 수 있는 술이 와인인 것이다.
점점 홍조를 띠어가며 눈이 풀리는 녀석을 보자 내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릴까 하다..... 나도 있는데다가 녀석의 술 취한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여 그냥 두고만 보고 있는데......
기분 나쁜 여우가 자꾸 내게 달라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여기 와서 내내 은근슬쩍 내게 붙는 여우를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술을 핑계로 아주 제대로 달라붙는다.
일단은 강아지의 친구라니까 최대한 인내를 발휘해 여우를 밀어내려고 하는데.........
강아지가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온다.
두 눈이 풀리고 반쯤 감긴 거 보니 제대로 취했군.
강아지가 어떤 행동을 하나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
내게 붙어있는 여우를 확 밀어내고 내 무릎위에 앉는 강아지라니!
그것도 모자라 녀석이 직접 내 목에 팔을 감고 키스를 해오다니!!
이 강아지는 나를 숨 막혀 죽이려는 것이 틀림없다. 왜 이렇게 귀여운 것이냐! (은근히 녀석에게 자주 술을 마시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의 거친 키스에 몸이 점점 달아오르며 아랫배가 뻐근해온다.
하지만 이 강아지는 끝끝내 날 시험하는지 여우에게 뭐라 한마디 내뱉더니 그냥 내 품 안에서 뻗어버렸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은 후 녀석을 안아 올렸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이 녀석 참 많이도 안아 드는구나. 영광으로 알아라, 지운아.
녀석을 안고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표독스런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여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일단은 이 녀석 친구라니까 그냥 보고 있는데.... 이 녀석 함부로 건들지 마라. 난 누군가 내 껄 건드리는 걸 아주 싫어하거든.”
여우에게 적당히 충고를 해주고 방으로 올라와 녀석을 눕힌 후 나 역시 녀석의 옆에 몸을 뉘었다.
같은 침대에서 자기는 처음이군. 강아지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슬며시 내 팔 위에 강아지의 머리를 얹히고 녀석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강아지가 순순히 끌려와 내 가슴에 머리를 묻고 몸을 밀착시키자 녀석의 체온이 내 몸에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지며 뭔가 꽉 찬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기분에 고개를 숙이고 녀석의 입술을 살짝 훔쳤다.
아직 와인 맛이 도는 녀석의 입술이 너무 달콤하게 유혹을 해와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좀더 깊게 녀석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으음...’
잠결에 숨이 막혔는지 작게 칭얼대는 강아지의 소리가 들려 마지못해 녀석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왠지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입술을 녀석의 턱을 지나 목덜미로 떨어트려 녀석의 달콤한 피부를 맛보았다. 그리고 손을 천천히 녀석의 셔츠 안으로 넣어 매끄럽고 단단한 녀석의 복부를 쓸었다.
손을 조금 더 위로 움직이니 앙증맞은 녀석의 가슴돌기가 느껴졌다. 강아지를 좀더 맞보고 싶다는 욕구에 녀석의 셔츠를 머리 위로 벗겨버렸다.
벗기는 도중 녀석이 작게 칭얼거렸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완전히 드러난 녀석의 상체는 달빛을 받아 너무 아름다워 천천히 녀석의 가슴과 배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녀석의 몸을 다른 놈들에게 보였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함부로 몸을 보인 이 녀석이 괘씸해 가슴돌기를 살짝 비틀었다.
‘으음...’
아픔에서 나오는 소린지 쾌감에서 나오는 소린지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오자 나는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녀석의 돌기를 입에 물었다.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양쪽 돌기를 번갈아가며 입에 머문 후 천천히 아래쪽으로 입술을 떨어트렸다.
배꼽 주위를 혀로 지분거리자 잠결에 느끼는 건지 녀석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입술은 여전히 녀석의 몸을 맛보며 천천히 손을 바지 쪽으로 가지고 가 단단하게 일어선 녀석의 중심이 살살 쓸었다.
‘으으음~ 준.....혀...ㄱ....하아~’
!!!!
순간 내 손길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녀석의 열에 들뜬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고서야 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녀석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성을 잃고 자는 녀석을 덮칠 뻔한 자신을 질책하며 다시 녀석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내 품속으로 끌어당기니........
작게 웅얼거리며 내 품에 파고드는 녀석 때문에 난 낮게 한 숨을 내쉬었다.
뻐근한 아랫도리를 느끼며 아주 길고 괴로운 밤이 될 듯 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