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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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귀여운 얼굴 하고 있으면 더 괴롭히게 된다고~ 

여기저기 들이 내미는 옷 속에 파묻혀 질린 얼굴로 내게 SOS 신호를 보내왔지만 난 애써 웃음을 참고 그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척했다. 

오히려 내 입에서 입어보라는 말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점원들이 강아지를 질질 끌고 탈의실로 밀어 넣는 것을 즐겁게 구경했다. 

어색한 포즈로 엉거주춤 탈의실에서 나오는 녀석을 보자 순간 아랫도리가 뻐금해지는 것을 느껴야했다. 

약간 말랐지만 근육이 적당하게 자리 잡아 매끈하게 뻗은 녀석의 몸매가 여실히 돋보이자 언제나 딱딱하게만 느꼈던 

정장이 이런 섹시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하는 녀석을 다시 탈의실로 들여보냈다. 

한 벌 두 벌 갈아입을수록 내 몸 안의 열기가 점점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순간 내 눈에 심히 불쾌한 장면이 포착됐다. 

여점원들이 감탄을 터트리며 지운의 몸을 더듬고 있는 것이다! 

지금 누구 걸 함부로 만져대는 거야! 나 외에는 아무도 녀석을 건드릴 수 없어! 당장이라도 달려가 녀석을 만지는 저 손을 다 부러트리고 싶다! 

지금껏 내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 들 끊는 독점욕과 소유욕에 깜짝 놀랐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어떡해서든 저 기분 나쁜 여자들의 손길을 지운이에게서 때어놔야 했다. 

바보 같은 녀석은 왜 확실히 뿌리치지 못하고 얼굴만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건데! 

불쾌함과 짜증이 뒤얽혀 아까의 즐거움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쩔쩔매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팔을 확 잡아당기니 갑작스러워서인지 힘없이 끌려와 내 가슴에 부딪쳐왔다. 

녀석은 놀란 얼굴을 들어 나인 것을 확인하자 눈에 띄게 안도하더니 몸에 힘을 빼고 내게 살짝 기대어왔다. 

그 바람에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걸로 내 기분이 풀어지지는 않았다. 

주문해둔 내 옷과 지운이 입어봤던 옷들 중 제일 괜찮았던 것을 골라 포장을 부탁했다. 

내 심경의 변화를 알아챈 건지 아니면 얼굴에 티가 많이 나는지 여점원들의 태도가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지운이 녀석 역시 내 눈치를 보며 계산하는 내 옆에 서있다 점원이 건네는 짐을 받아 들었다. 

아니, 저 무거운 걸 왜 저 녀석에게 주는 거야! (준혁의 살벌한 기운에 점원은 차마 그에게 짐을 건넬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직 몸도 완전하지 못한 녀석인데! 

이래저래 맘에 안 드는 일뿐이라 나는 퉁명스럽게 녀석의 손에서 짐 보따리를 빼앗아 먼저 매장을 나와 버렸다. 

뒤이어 녀석이 허둥지둥 쫓아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차 뒷문을 열고 옷가방들을 넣고 있는데 녀석이 ‘쿡쿡’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왜 웃는 거야? 

차문을 닫은 뒤 몸을 돌려 인상을 쓰고 아직도 웃고 있는 지운을 바라보자 녀석이 눈에 웃음기를 가득 담고 날 향해 예쁘게 미소 지었다. 

순간 봄에 눈 녹듯 아까까지의 불쾌함이 사르륵 하고 녹아 사라지는 걸 느꼈지만 난 일부로 무뚝뚝하게 ‘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지운이 ‘옷 고마워요. 잘 입을게요’ 라고 쑥스러운 듯 말하더니 발꿈치를 들어올려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내 뺨에다 입술을 찍고 차안으로 도망을 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멍하니 있다 곧 상황을 인식한 나는 결국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아~ 저 미치도록 앙증맞고 귀여운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웃음을 가라앉히고 운전석에 올라타자 창피해서 그러는 건지 강아지가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내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빨갛게 달궈진 귀가 보이자 다시 ‘풋’ 하고 웃음이 세어 나왔다. 

그러자 목덜미까지 붉히며 고개를 수그리는 녀석 때문에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손을 뻗어 녀석의 뒤통수를 감싸고 내 쪽으로 잡아 당겼다. 

놀란 녀석이 뭐라 말을 꺼내려했지만 그 전에 내 입술이 녀석의 입술을 막았다. 

‘으읍’ 하고 신음을 흘리며 반항을 시도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몸부림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녀석의 달콤한 입술을 가르고 따뜻한 입안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혀를 내 혀로 감쌌다. 

착 감겨오는 녀석의 혀와 엉켜들었고 아무리 탐해도 질리지 않을 깊고 만족스러운 키스를 나눴다. 

아~ 리셉션이고 뭐고 이대로 침대로 직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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