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무적-0화 (1/301)

“크읍! 쿨럭! 쿠웨엑!”

정신을 잃을 뻔했다. 아니, 차라리 정신을 잃을 걸 그랬다.

그럼 이 지독한 고통도 모를 테니.

젠장, 너무 아프잖아!

진짜 지독하게 아프다.

어지간한 고통은 견딜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도저히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오장육부가 제멋대로 뒤틀리고, 뼈마디가 잘게 부서져 나가는 것만 같다.

“쿠웨에엑!”

피를 한 바가지 토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년……! 내, 내 반드시…… 이년을 다시 만나면…… 기필코 죽여 버릴……. 아아악!”

나는 다시 한 번 비명을 터뜨리면서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아, 차라리 죽고 싶다.

하지만 정말 고통스러울 때는 혀를 깨물 정신도, 힘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젠장! 애초에 그년 말을 믿는 게 아니었다.

얼굴 예쁘고 모르는 여자는 무조건 조심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뼈에 새겼어야 했다.

물론 외모를 보고 그년 말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그만큼 절실했을 뿐이다.

이 저주받은 몸을 치유하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었으니까.

아닌 말로 똥물도 퍼먹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안 되긴 한다.

나는 왜 그년 말을 믿었을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년의 사술에 걸린 게 아닐까?

어쨌거나 이제 와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이 지경이다.

나는 이제 곧 죽을 테고, 다시는 그년을 볼 수도 없겠지.

“쿠웨에에엑!”

또 한 번 핏덩이를 토하고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헉, 헉, 헉……!”

삼십 년도 채 살지 않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나, 적비연(赤飛鳶).

정말 멋진 인생을 살고 싶었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다.

가문도 든든했다.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이른 나이에 벽력적가주(霹靂赤家主)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물론 급한 성격과 다소 안하무인한 나의 행실 때문에 꼬장꼬장한 늙은이들이 몇 마디 하는 것 같았지만, 내 실력이 일취월장이니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절정에 올랐으니 말 다한 게 아닌가?

물론, 절정에도 열 단계가 있고, 초절정에도 열 단계, 그리고 전설의 경지인 천해경(天解境)과 만해경(萬解境)까지 생각한다면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젊다.

언젠가는 마교주든 혈교주든 전부 내 발 아래에 두겠노라 다짐하며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타고난 천재가 수련까지 열심히 하니 얼마나 대단했겠나?

그때까지만 해도 본가가 다시 한 번 강호 중심이 될 거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가주가 된 지 딱 일 년 만에 상황이 변했다.

빌어먹을.

내가 강호사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저주받은 체질이라니!

빌어먹을 공위지체(功萎之體)!

어느 순간부터 공력이 점차 말라가면서 종국에는 선천지기마저 고갈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몸.

근위증(筋萎症)과 마찬가지로 공위증 역시 원인불명에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다.

물론 어떠한 영약도 소용없었다.

내가 이 지랄 같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무림맹 신의(神醫)라 불리는 아상(阿常) 어르신, 그리고 내 호신위인 묵검(墨劍)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그저 그런 병을 얻어 조금 오래 앓는 줄만 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대략 일 년.

십 년도 아니고 일 년이라니!

그날부터 나는 모든 희망을 잃었고,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무기력하게 살았다.

가장이 어찌 돌아가는지 관심도 두지 않고, 오로지 삶에 대한 무모한 집착만 남았을 뿐.

그렇게 죽을 날이 점점 다가오던 내게 그녀가, 아니, 그년이 나타났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년!

저주받은 내 몸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무적불사의 몸을 만들 내공심법과 영약을 선물하겠다며 속삭이던 그년!

그렇게 이름조차 모를 내공심법 비서 한 권을 십만 냥, 재료도 모를 영약을 십만 냥, 도합 이십만 냥이나 받아 처먹고 사기 친 년!

아! 내가 왜 그년 말을 믿었을까?

하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마당이니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대가로 나는 이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는커녕 기혈이 온통 뒤틀리고, 내공이 제멋대로 날뛰는 중이다.

주화입마에 걸리기도 전에 죽을 판이다.

어떻게 죽든 비참했겠지만, 이건 내가 생각한 죽음과 너무 다르다.

내겐 아직 꿈이 있는데.

강호제일인이 되어 가문을 다시 한 번 부흥시킬 원대한 꿈!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했던 그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었건만.

“끄으윽……!”

마지막일 것만 같은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고통이 극에 달하니 이제는 오히려 아무런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벽력적가주만이 알고 있는 비동(秘洞).

나 이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이렇게 죽으면 가신들이 나를 찾느라 혈안이 될 테지.

가신들 중 묵검처럼 충성심이 강한 몇몇은 최대한 시간을 끌며 혼란을 막으려고 할 테지만 결국 내 시체조차 찾지 못한 채 실종 처리될 거다.

젠장.

한때는 강호를 호령했던 벽력적가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다니.

당장 우리 가문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만검세가(萬劍世家)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아, 이렇게 모든 꿈과 희망이 스러지는구나.

‘나쁜…… 년…….’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