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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적-39화 (40/301)

39. 타올라라, 호가여!

“사십오만! 사십오만! 자, 사십오만 냥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천상단 삼등품 한 개, 사십오만 냥! 사십오만 냥!”

진행자가 거의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묵검을 보았다.

덩달아 하천웅도 묵검이 있는 곳을 힐끔 보았다.

‘포기해라! 그만! 포기하라고! 이 개새끼야!’

이제 하천웅에게는 이성을 잡아먹은 오기와 독기밖에 남지 않았다.

마침내 묵검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포기 선언이었다.

하천웅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저 녀석이 포기했다! 내가 이겼어! 날 무시하던 새끼가 꼬리를 내렸다고! 으하하하!”

[축하드립니다, 주군.]

하천웅이 만대균을 휙 돌아보았다.

“하하하! 내가 이겼소! 만 당주! 당신이 저지른 일을 이 내가 마무리했단 말이오! 이제 천상단을 가져갈 수 있게 됐소!”

아니, 더 망쳤어. 이 병신아.

만대균이 어금니를 꾹 깨물고는 하천웅을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이런 멍청한 놈을 밀어주고 있었다니.

하긴.

저 멍청한 놈을 밀어준 건 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가주를 세우고 실권을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하지만 이래서야 허수아비가 아니라 제멋대로 설치는 망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통제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만대균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분명히 말렸습니다.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은 공자께서 지십시오.”

“뭔 책임을 지란 거요?”

하천웅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자! 천상단 삼등품 한 개, 사십오만 냥에 낙찰됐습니다!”

진행자가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땅! 땅! 땅!

그 순간 하천웅은 누군가에게 망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마치 낙찰 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종의 신호라도 된 것처럼.

은신해서 지켜보던 적비연이 눈을 가늘게 여몄다.

‘술법이 풀린 건가?’

하천웅이 잠깐 눈을 끔뻑이더니 멍한 표정으로 진행자를 돌아보았다.

“잠깐…… 낙찰이라고? 정말로?”

그러거나 말거나 진행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천상단 삼등품 하나가 사십오만 냥에 낙찰되면서 현재까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낙찰받으신 분께 축하의 말씀드립니다! 낙찰자분은 저희 금룡장 대납실로 오셔서 물건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어어…….”

하천웅은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를 힐끔거린 만대균이 내심 혀를 찼다.

‘멍청한……! 이제야 제정신이 들었단 말인가? 아무리 한심하단 소릴 듣고 자랐어도 이 정도로 망가질 줄은 몰랐건만.’

한편 진행자는 혹여 낙찰자가 마음을 바꿀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것인지 이례적으로 주의사항을 장황하게 알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저희 금룡장은 강호인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낙찰자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실 경우에는 낙찰가의 팔 할에 해당되는 위약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물론, 낙찰가보다는 적지만 위약금을 내고 빈손으로 돌아가셔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마십시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사십오만 냥이라니?

언제 이렇게 호가가 올라간 거지?

하천웅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움을 바라는 눈치로 고개를 돌렸지만 만대균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시선을 외면할 뿐이었다.

하천웅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진행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진행자가 마치 하천웅에게 들으라는 듯 말을 이었다.

“아울러 본 금룡장은 무림맹과 무당파, 제갈세가, 그리고 무한 제일의 창신문(昌新門)에서 공식 후원해 주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로 본인이 낙찰 받아놓고 다른 소리를 했다가는 강호에서 매장당할 각오를 하란 뜻.

하천웅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젠장…… 사십오만 냥이라니!

천상단 한 알에 사십오만 냥이라니!

그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만 당주. 본가가 이번 경매에서 번 수익이 총 얼마요?”

“수수료를 제하면 이십만 냥 정도 됩니다.”

“제길!”

하천웅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제 본가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뭐라고 한단 말인가?

돈을 벌고, 헐값에 천상단을 매입해오라고 하셨는데.

이래서야 헐값은커녕 웃돈을 주고 사온 게 아닌가?

제대로 덤터기를 썼다.

이게 전부 그 빌어먹을 새끼 때문이다!

순간 하천웅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일 층을 내려다보았다.

한데 그 자리에 더 이상 묵검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시선을 돌려도 묵검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벽력적가에서 고용한 바람잡이?’

이 개 같은 벽력적가가 수작질을!

잔뜩 화가 난 하천웅이 고개를 휙 돌려 벽력적가가 있는 특등석을 보았다.

마침 단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단휘가 웃으며 포권했다.

천상단을 고가에 사줘서 감사하다는 인사였다.

‘저 개새끼……! 나를 약 올리려고 일부러……!’

정말이지 화가 나서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중년인이 바람잡이라고 해도 뭐라고 탓할 수는 없다.

금룡장에서 바람잡이를 내세우면 안 된다는 규율 같은 건 없으니까.

오히려 바람잡이는 금룡장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역할을 하지 않는가?

게다가 바람잡이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자칫 바람잡이가 낙찰받게 되면 출품자는 어이 없이 수수료만 물게 되는 꼴이니.

만대균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몸을 돌렸다.

“볼일은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지요.”

어차피 여기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뭔가를 더 구매하고 싶어도 당장 돈이 없다.

경매로 번 돈에 원래 가지고 있는 돈을 합해도 천상단 한 알 값이 안 되는 실정이다.

당장 전장에서 전표부터 찾아야 했다.

하천웅이 애써 정신 승리를 표현했다.

“그, 그래도 천상단은 한 알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하니 희소성은 있지 않소? 그 점을 아버지께 잘 말씀드린다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실 수도…….”

아니, 이해 못 해. 병신아.

진짜 자기 자식이었으면 한 대 때리고도 남았으리라.

어디 한 대뿐이랴?

‘반쯤 죽여놨겠지.’

만대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끝이다.

하불범은 더 이상 하천웅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다.

하천웅이 개망나니인 것을 생각하면 하불범은 정말 기회를 많이 준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큰 실수다.

그리 어려운 임무도 아니었다.

한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하긴, 애초에 자신이 엉뚱한 약을 훔쳐온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슬슬 나도 살 궁리를 해야겠군.’

이대로 하천웅과 한배를 타는 건 위험하다.

최소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때.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동안에도 하천웅은 정신 승리를 계속 이어갔다.

“그래, 희소성! 물건의 가치를 매기기에 그보다 더 훌륭한 단어도 없지 않은가? 천상단은 희소성이 있으니…….”

하지만 이어진 진행자의 목소리에 그 마지막 남은 희망조차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자, 그럼 천상원에서 가져온 두 번째 천상단 삼등품을 계속해서 입찰 진행하겠습니다! 앞서 호가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이번에는 삼만 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호가 단위는 천 냥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하천웅은 물론 만대균도 흠칫거리고는 진행자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

그래, 많이 양보해서 천상단이 한 개라면 사십오만 냥의 실수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덮어줄 수도 있으리라.

한데? 뭐?

천상단이 또 있다고?

“뭐야! 어째서 천상단이 또 있는 거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천웅이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는 사이 경매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앞서 사십오만 냥의 위엄(?) 덕분인지 두 번째 천상단은 십팔만 냥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 판매됐다.

그리고 두 번째 천상단 삼등품이 나오고, 세 번째 천상단 삼등품이 나왔다.

그리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마침내 천상단 이등품이 나오더니, 일등품에 이어 특등품까지 나왔다.

만대균의 표정이 흙빛으로 굳어버렸고, 하천웅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천상단 특등품의 가격은 오십만 냥.

무한 최대 문파인 창신문의 손에 들어갔다.

삼등품을 사십오만 냥에 샀던 하천웅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목구멍을 타고 자꾸만 신물이 올라오면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편 만대균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벽력적가 쪽을 노려보았다.

벽력적가는 성황리에 천상단을 판매해서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언제 돌아온 것인지 묵검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묵검이 천상원주를 호위하느라 모습을 안 보인 것일 수도 있고, 그 정체불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을 수도 있겠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신들이 완전히 당했다.

그렇다면 셋 중 하나다.

‘우 총관이 간자라는 걸 들켰거나, 우 총관이 배신을 했거나, 내부에 간자가 있거나!’

이 부분을 잘 이용한다면 자신에게도 솟아오를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이대로 무너진 하늘에 깔릴 수는 없지!’

마침내 경매가 끝나고 만대균이 몸을 돌렸다.

* * *

“여봐라! 술…… 수를 가져오랑 마뤼다!”

혀가 꼬일 대로 꼬인 하천웅이 주정을 부렸다.

옆에 앉은 기녀가 애교를 부렸다.

“아이, 공자님. 이제 그만 드셔요. 너무 취하셨…….”

짜악!

“꺄악!”

손찌검을 당한 기녀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하천웅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칼을 뽑았다.

스르릉!

“살, 살려주세요! 공자님!”

하천웅이 눈을 부라렸다.

“뭐어? 취해? 어딜 봐서 내가 취해! 네년도 나를 개무쉬하는 거시냐앗!”

“살, 살려주세요! 공자님!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흥! 네년 따위는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뒈진다는 걸 알아야지!”

쉬이이익!

“꺄악!”

탁!

검봉이 기녀의 목을 찌르기 직전 누군가 하천웅의 손목을 잡았다.

적비연이었다.

하천웅이 눈을 치뜨고는 소리쳤다.

“뭐야? 안 놔? 이 새끼가…… 감히 주이늘 방애해?”

“취하셨습니다. 그만하십시오.”

“뭐? 이 개새끼……! 너도 날 무시하능 거시냐!”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술을 마실 게 아니라.”

“필요 없어! 대책은 무슨 대책! 다 끝났어!”

하천웅이 적비연의 손을 뿌리치고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탁탁탁!

적비연이 재빨리 훈혈을 점하자, 하천웅이 스르르 쓰러졌다.

적비연이 얼른 그를 부축했다.

마침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만대균이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만대균이 방 안을 훑어보더니 알 만하다는 듯 표정으로 혀를 찼다.

‘쯧, 개망나니 같은……!’

정말이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저런 망나니 옆에 있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허수아비로도 쓸모가 없다면 장작으로나 쓸 수밖에.

그가 몸을 휙 돌렸다.

“나는 먼저 장사로 돌아가겠네! 공자께서 깨어나면 그리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만대균이 문을 거칠게 닫고는 돌아나갔다.

적비연은 기녀를 내보내고는 하천웅을 침상으로 옮겼다.

그가 죽은 듯 누워 있는 하천웅을 보고는 희미하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나와도 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인영이 등 뒤에 스르르 나타났다.

적비연의 등 뒤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묵검이었다.

“오늘 수익은?”

“삼백사십만 냥 정도 됩니다. 수수료를 제외하면 조금 줄어들겠지만요.”

“그만하면 괜찮은 성과네.”

특등품이 생각보다 비싸게 팔리지 않은 게 아쉽긴 하지만 상관없다.

검증도 되지 않은 천상단이지 않던가?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자, 이건 상이야.”

“이건……?”

묵검이 흠칫거리고는 물었다.

“그래, 미리 챙겨둔 천상단 특등품이다. 복용해.”

“감사합니다, 주군!”

“그리고 이건 단휘와 예홍에게 하나씩 줘.”

천상단 일등품이다.

어차피 단휘와 예홍에게는 이 정도가 딱이다.

그 두 사람은 특등품을 소화할 능력이 아직 안 된다.

“녀석들도 기뻐할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주는 건데.”

적비연이 농담처럼 말하고는 마지막 특등품 하나를 보았다.

“그리고 이건 오늘 내가 먹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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