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무적-262화 (263/301)

262. 천하제일궁

패애애애앵!

패패패패패패애애앵!

두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이번에도 역시 조신우의 철시가 무리를 이끌 듯 앞장섰다.

쒸에에에에엑!

쒸쒸쒸쒸쒸쒸에에엣!

가장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은 당연히 가장 막강한 힘을 지녔다.

길게 빛 꼬리를 이끌며 날아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날아가는 한 무더기의 화살 떼는 강기까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을 구름처럼 품고 있다.

적암곡을 새카맣게 메우며 날아드는 화살 떼!

여전히 아비규환 속에서 부상당한 동료들을 살피던 창궁단원들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귓가에 왕왕 울린다.

화살 떼가 쏟아지기도 전에 다시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입 밖으로 욕설을 쏟아내자 침방울이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막상 죽음을 앞두게 되자 부상당한 동료를 방패로 삼으려는 자들도 나타난다.

그 와중에도 축일공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침내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그의 화살이 마주쳐 날아오는 조신우의 화살과 조우한다!

키기기기이잉!

철시 두 자루가 서로를 할퀴며 지나친다.

허공에서 불꽃이 터지지만 속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기 싸움.

둘 중 하나에 담긴 강기가 상대보다 약하면 궤적을 이탈할 것이다.

마침내 화살 두 자루가 서로 지나치면서 각각의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다.

축일공의 화살은 흑궁단원들의 화살을 헤쳐 가며 곧장 조신우에게 날아갔다.

쒸에에에에엑!

조신우가 눈을 부릅떴다.

날아드는 철시가 회전하고 있다!

두 사람의 철시가 허공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고도 서로 할퀴며 지나갔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축일공!’

정말이지 신들린 솜씨다.

철시를 회전시켜 자신의 화살을 튕겨내려고 한 것이다.

위기를 느낀 조신우가 얼른 몸을 비틀었다.

스파앗!

철시는 그의 머리카락과 이마를 아슬아슬하게 베어내며 뒤로 날아갔다.

퍼억!

“커억!”

콰앙!

마침 조신우 뒤에 대기하고 있던 궁수 한 명이 철시에 맞아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그는 즉사했고, 가슴을 관통해 날아간 철시는 폭음과 함께 붉은 바위에 작렬했다.

바위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걸 보면서 흑궁단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들로서는 조신우가 신이었다.

세상에 조신우보다 활을 잘 다루는 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한데 저 축일공이라는 자!

과연 신궁이라는 별호로 불릴 만하지 않은가?

무림맹 무인들은 실력에 비해 허명이 많다고 여겼건만.

같은 순간, 축일공 역시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드는 철시를 보고는 빠르게 몸을 돌렸다.

피츄웃!

어깨를 스치며 날아간 철시가 뒤쪽 바닥에 박히면서 머금었던 강기를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크아악!”

그를 노린 화살이 엉뚱한 단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크흠!”

축일공은 굳은 표정으로 왼쪽 어깨를 매만졌다.

그의 손이 붉은 핏물로 흥건하게 젖었다.

이번 대결은 조신우의 승리다.

‘조신우……! 과연 궁귀. 흑천사왕에 들 만하구나!’

오래전부터 그와 일전을 겪어보고 싶었다.

한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일단 이번 대결에서는 축일공이 불리한 면이 있었다.

앞선 기습으로 인해 오른팔에 부상을 입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활을 쏘는 입장에서는 양팔이 눈 다음으로 중요하다.

한데 오른팔이 제 기능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니 활을 쏠 때 아무래도 지장이 생긴다.

그 바람에 자신이 쏜 화살은 상대의 이마를 스쳤고, 반면 조신우의 화살은 그의 왼쪽 어깨를 찢었다.

조신우에 비해 부상의 정도가 더 깊기도 하지만, 심장과 더 가까운 거리라는 점에서도 완패한 셈.

문제는 지금부터다.

양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으니 활로 대결한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그런데 축일공의 눈에 묘한 장면이 들어왔다.

‘으음? 퇴각인가?’

당문을 휩쓸다시피 일방적으로 공격해오던 흑천련 무인들이 갑자기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본 단을 보고 일단 몸을 사리겠단 건가?’

언뜻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것 말고는 해석할 도리가 없다.

그의 생각대로 사예린이 이끄는 무인들은 모두 퇴각 중이었다.

사예린은 퇴로를 막는 당문 무인들을 베어내고는 소리쳤다.

“두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모두 퇴각해!”

“존명!”

월희계 무인들은 한 명이라도 더 베겠다는 듯 퇴각로에 걸린 당문 무인들을 가차 없이 베었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기습.

때문에 당 문주는 눈이 뒤집혀 소리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하느냐! 어림없다!”

노호성을 터뜨린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허공으로 가득 흩뿌렸다.

촤촤촤촤촤아아악!

적암곡의 허공을 가득 메우며 떠오른 것들이 석양을 받아 빛나니 마치 붉은 꽃잎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예린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꽃잎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천화우(萬天花雨)!’

당문의 비전절기 중에서도 암기술의 으뜸으로 꼽는 절공이 아닌가!

“모두 조심해!”

앙칼지게 외친 그녀가 재빨리 흑월아를 뿌렸다.

샤라라라라랑!

다섯 자루의 흑월아가 허공으로 떠오른 순간, 하늘에서 붉게 물든 꽃잎이 인정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아!

티티티티티티잉!

흑월아가 허공을 떠돌며 쏟아져 내리는 꽃잎들을 쳐냈지만, 무수히 많은 암기를 모두 막아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크아악!”

“으아악!”

흑천련 무인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집어갔다.

그들의 몸은 고슴도치처럼 미세한 암기로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이익……! 당 문주우웃!”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이 허망하게 죽어나가자 사예린의 눈이 허옇게 뒤집혔다.

그녀가 이를 빠득 갈면서 자신에게 되돌아온 흑월아를 낚아채고는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주군! 안 됩니다!”

호신위 월혼이 얼른 나서며 그녀를 말렸다.

“비켜!”

“주군! 퇴각하셔야 합니다! 이성을 되찾으십시오!”

월혼이 다시 한번 소리치자 곁에서 적을 한 명 베어낸 괴독자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전주님, 지금은 위험합니다. 복수는 다음 기회로. 하필 당문 녀석들이라 저도 힘이 되어드리지 못합니다.”

괴독자가 아무리 독에 있어서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지만, 당 문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나서서 말리자 사예린도 더는 고집 피우지 못하고 이를 뿌득 갈았다.

“당 문주! 오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수하들을 이끌고 달려가자, 당 문주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딜 달아나느냐! 흥! 겁쟁이 같은 계집년이로군! 네년의 수하들은 안타까운 줄 알면서 내 수하들은 죽어 마땅하다더냐?”

씨근거리며 말을 뱉은 그가 착잡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마지막으로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바람에 흑천련 무인 중에도 상당수 사상자가 생겼다.

하나 당문의 사상자가 두 배 이상.

그런데…….

“왜 달아난 거지?”

기습을 당한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만약 계속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면 당문은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을 터였다.

창궁단이 나타난 것을 보고 달아난 것인가?

그럴 리가.

창궁단은 흑궁단이 선제공격을 가하지 않았던가?

설마 천림인들 때문에?

하지만 자신들이 훨씬 일찍 출발했으니 천림인이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을 텐데.

적어도 해가 저물어야 오지 않겠나?

‘설마…… 그들의 경지가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건가?’

만약 그렇다면 흑궁단은 왜 퇴각하지 않는 걸까?

당 문주는 고개를 들어 적암곡 언덕 위로 시선을 던졌다.

하나 그의 생각은 틀렸다.

원래라면 흑궁단도 퇴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닿는 그 어디쯤에 위치한 조신우는 만통지의 부탁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단 한 발이다! 한 발만 더 쏜다면……!’

분명 왼쪽 어깨를 찢었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쏜다면 축일공은 다신 활을 들지 못하리라.

천하에서 궁으로 자신에게 견줄 자는 없다.

“단주님. 퇴각하지…….”

“한 번 더.”

“예?”

부단주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만통지는 분명 두 번째 화살을 쏜 후 곧장 퇴각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한 번만 더 하면 축일공이 다신 활을 잡지 못할 것이다.”

“……!”

부단주가 흠칫거리고는 창궁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궁단의 상황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두 번의 기습으로 거의 오 할에 가까운 전력 손실을 입은 듯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공격을 한다면?

저들도 대비를 할 테니 사상자는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꽤나 치명타를 주게 될 것이다.

게다가 무림오절 축일공을 무림맹 전력에서 제외할 수 있다면!

부단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조신우 역시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살을 시위에 재웠다.

빼애애애액……!

흑궁단원들도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일순 조신우의 눈빛이 번쩍 빛을 뿜어냈다.

‘끝낸다!’

패애애애앵!

패패패패패패패애앵!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소리로 천지가 격동했다.

축일공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 쓴 미소가 머물렀다.

적암곡을 가득 메우며 날아드는 철시들!

죽음의 비가 곧 자신과 창궁단을 덮칠 터였다.

‘여기까지인가?’

보고 피하면 늦을 터.

처음에는 전신이 멀쩡해서 오른팔을 희생해 막아냈고, 두 번째는 화살로 궤도를 틀어서 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고 피하기엔 늦다.

궁귀 조신우가 쏜 화살이다.

당연히 이기어시(以氣馭矢)일 것이다.

“뭐, 그대라면 자격이 충분하군.”

씁쓸하게 중얼거린 그가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화살을 두 눈 뜨고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강기를 가득 머금은 철시가 축일공의 이마를 뚫었다.

아니, 뚫어야 했다.

그런데…….

후우우웅!

콰악!

한 줄기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철시가 미간에서 딱 멈추는 게 아닌가?

놀랍게도 빛살처럼 날아드는 철시를 맨손으로 낚아챈 자가 있었다.

곧이어,

파파파파아앗!

갑자기 한 무리의 그림자가 새카맣게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사방으로 권각을 뿌려대는 것이 아닌가?

팡! 파파파파파아앙!

시커먼 새떼처럼 날아들던 화살이 전부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축일공은 꿈이라도 꾸는 기분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네는……!”

철시를 맨손으로 낚아챈 묘청운이 히죽 웃었다.

“뭘 그리 멀뚱히 서서 죽으려고 합니까?”

“천림…… 인가……?”

넋을 놓고 물어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천림이 자신들을 뒤쫓아 추격에 나섰다고 해도 이제 절반은 따라왔을까?

한데 이렇게 빠르다고?

도대체 이들의 무공 경지는…….

‘설마 천해경인가!’

당황한 축일공을 뒤로하고는 묘청운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우둑 꺾었다.

“이제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두시지요.”

묘청운의 시선이 적암곡에 몸을 숨긴 조신우에게 정확하게 향했다.

조신우는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 어떻게 내 화살을……! 저들이 천림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