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무림출도
눈을 떴다 아마도 아침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깊은 동혈속! 그런 것을 느낄만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실내는 어두웠지만 윤문의 눈에는 대낮처럼 모든 사물의 윤곽이 확연 하게 투영되고 있었다 환노와 의노의 규칙적인 호흡소리만이 들릴뿐이었다 아마도 많이 피 곤했으리라! 그의 눈은 예전의 선량하고 순수한 빛이 아니었다 무슨일인가를 벌일것만 같은 악동의 호기심어린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일어나자 마자 쌍노를 쳐다본다
후후 아직도 자는군 온 몸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이 기분이라니! 좋아 아주 좋아 무슨일도 가능할 것 같은 이 기분! 썩 나쁘지가 않단 말이야! 무림이라는곳은 어떤 곳일까? 천마의 기억대로라면 아주 신나는 곳이고...... 혜능의 기억은? 아주 골치 아픈 곳이군! 뭐 어느쪽이 어도 상관은 없겠지 앞으로의 무림은 내가 만들어 갈꺼니깐...... 후후후 그런데 두 사람의 기억이 아직 완전히 수습이 안 되었단 말이야! 차차 되겠지
-이봐 멍청하게 왜 한곳만 쳐다보고 있냐?
"무슨 소리냐?"
-왜 초점이 한곳에만 멈추어 있냐고? 답답하잖아
"응? 그럼 너도 보고 있다는 말이냐?"
-멍청한 놈! 너와 우리들은 이미 한몸이다 아니지 한몸을 공유한단 말이다 물론 네 의지대 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도 느낄수가 있다
=사실입니다 시주! 시주가 보는 것을 우리도 보고 시주가 느끼는 것은 우리도 느낍니다
"그래? 허참 신기하군 야 그런데 천마 네 무공 말이다 정말 이론대로 되는거 맞냐?"
-뭐야? 너 지금 내 무공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딴 소리냐?
"좋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에가서 시험한번 해 보자"
-좋으실대로 그런데 네 내공이 아직 미미한것이어서 완전하게 시전하기는 어려울거다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저벅 저벅
그는 동혈의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아니지 아예 여기서부터 시전을 해보는거야 지금부터는 무예의 생활화를 이루어야 해 모든 것은 무예로 통한다! 빠른 시일내에 두사람의 무공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 돼
그는 단전에 모여 있는 내공을 온몸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것은 천마의 독특한 내공심법으로 천마심법(天魔心法)으로 불리는 것이었다 좌공(坐功)뿐만 아니라 입공(立功), 와공(臥功)까지 가능했으며 심지어 자면서까지 운기행공(運氣行功)이 가능했다 이미 그의 단전에는 쌍노(雙 老)에 의해 주입된 각종의 영약이 고스란히 용해되어 내공으로 승화되어 있었다 석문, 기해 에서 출발한 내기가 거궐, 중정, 옥당, 인당을 거쳐 백회혈까지 치솟았고 이미 임독 양맥이 타통되어 있는 관계로 독맥의 뇌호, 영대, 명문을 거쳐 장강으로 치닫고 있었다 뜨거운 불 덩이가 점점 커지고 거세지는 것이 나중에는 도저히 의지로 제어가 안될 지경이었다 몇바퀴 를 쉬임없이 휘돌더니 이번에는 오히려 역으로 돌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천마를 천마이게한 천마심법만의 묘용이었으니 일반적인 내공심법과는 달리 일정한 내공의 경로가 없었다 전신 의 365개 혈도를 종으로 횡으로 치닫지만 또한 막힘이 없고 서로 상응하고 상합하여 엄청 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발바닥인 용천혈까지 손목의 양지와 손바닥의 노궁혈까지 내 공은 쉬임없이 몰려오고 몰려간다 처음에는 찌릿하고 은은한 통증까지 느껴지던 것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시원하게 느껴지고 변비가 뻥뚫어진듯한 상쾌함까지 느낄수 있었다 그의 몸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바닥에서 한자정도가 떠 올랐을까
쉬익
무릎도 구부리지 않은채 선자세 그대로 튀어나가니 이것이야말로 천마비행술의 초절한 경신 법이었다 어떤 자세로도 시전이 가능하며 근력의 힘은 배제한채 오로지 내공만으로 몸을 자 유로이 움직인다 급히 휘어진 동혈의 암도를 아슬하게 꺾어나가는 윤문의 이마에는 송글송 글 땀이 맺혀 있었다 초보운전(?)이라 아직은 미숙한 점이 보였지만 그는 천마의 기억에 의 지해 점차로 익숙하게 운신하고 있었다
쇄액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동혈을 울리고 있었다 동혈은 생각보다 길었다
"억"
드디어 밖으로 나온 그의 몸은 순간 흠칫하고 있었다 갑자기 외부로 나오자 겁이 덜컥 난것이었다 동혈은 절벽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의 몸은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머뭇거림으로 순간 진기가 흩어지고 있었다
"어......어...어어"
슈앙
곧장 아래로 곤두박칠치는 윤문!
-정신차려 멍청아! 의식을 집중하고 진기를 붙잡으란 말이야
그의 말 때문이었을까? 순식간에 30장이나 떨어지던 그의 몸이 서서히 멈추고 있었다 여전 히 거꾸로인채 그는 아래를 보았다 얼마나 높은 곳인지 숲이 가물거리며 작게 보인다
-바보 같으니...... 내 천마심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기가 끊어지지 않는것인데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지 못해
"끙 알았다...... 제길 처음인데 그럴수도 있지 너는 그러면 처음부터 천마였냐?"
-하여튼 입은 살아가지고
"뭐야?"
무림인들이 보았다면은 기가찰일이었다 어찌 공중에 몸을 정지시킨채 말을 한단 말인가? 물 론 무림에도 이런 허공답보의 상승절예는 존재하고 그런 고수들도 있지만 이제 갓 무예에 입문한 사람이 그런 초절한 절기를 구사한다면 그 누가 믿을 것인가?
어쨌든 윤문의 무예 실습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먼저 검공을 시전해봐야 겠다 그런데 검이 없어서 어떡해 하지?"
그는 바닥에 내려서 있었다 주변은 나지막한 각종 기이한 나무들과 암석만이 보일뿐 이렇다 할 생명체의 움직임은 없었다
-멍청하긴 나뭇가지를 쓰면 되잖아 아니면 손으로 대신하던가?
"너 무슨 불만 있냐? 어감이 상당히 거슬리는데"
-야 내가 무슨 불만이 있겠냐? 그냥 그렇다는거지
자식 까불고 있어 넌 임마 나한테 완전히 잡힌거야 근데 땡중은 자나? 왜 아무런 말이 없 지?
"혜능 자냐?"
=아니오 시주 장차 시주의 행도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 좀 하느라고......
"네가 왜 그런 것을 신경쓰고 그러냐? 자식 주제넘게"
-야 원래 그 녀석 직업이 그런데 새삼스럽게 뭘 그러냐?
어쭈 이녀석 봐라 은근히 그러면서 친한척하려고 하네 게다가 혜능을 왕따시키려고 하는것 도 같고...... 짜식 잔머리 굴리기는
-빨리 시전 안해 볼거야?
"쳇 그래도 역사적인 순간인데 말이야 관전하는 사람 하나 없고 이것 시시하잖아"
-놀고 있네
으이구 저걸 그냥 한번더 천부경을 읊어 버려 아냐 관두자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오늘만 날인가? 언제 날 한번 잡지 뭐
"자 좋아 그럼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다가"
그가 손을 펼치자 10장너머에 있던 솔가지 하나가 꺾어지더니 그에게로 날아온다 그가 가 지를 훑어내리자 손길이 닿기도 전에 우수수 떨어지는 잔가지들! 그는 그것을 잡고 짐짓 엄 숙한 표정을 지어본다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기수식이었다 발은 어깨넓이보다 좁아 보였고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천마삼검(天魔三劍)제일식(第一式) 천마현신(天魔現身)섬(閃)"
슈아아아악
쾅
뜨악 그의 입은 절로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는 눈 앞의 전경과 손에 쥐어진 막대기를 번갈 아 쳐다보며 멍청해져 있었다
"흐흐흐...... 이..... 이것이 내 손에서 펼쳐진 것이란 말이지"
그의 눈 앞을 보라 숲의 가운데로 길을 닦아 놓은 듯 흔적도 없이 치워져 있고 그것도 모자 라 땅이 석자 깊이로 움푹패여 있었다
-짜식 그것가지고 놀라기는
=아미타불
"좋아 아주 좋아 천마 네 무공 마음에 든다"
-히히 너도 인정하는구나
"일식이 이정도면 나머지 이식은 엄청나겠는데? 좋아 시작한김에 모조리 뽑아볼까? 하앗"
그는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공중으로 도약하고
"천마삼검 이식 천마앙복(天魔仰伏) 변(變)"
쿠와와와앙
"천마삼검 삼식 파천황(破天荒)"
쿠쿠쿠쿠쿠쿵
"으하하하하 이번엔 장법이다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탄(彈)"
푸앙
"경세천하(驚世天下) 흡(翕)"
"혈세천하(血世天下) 무(無)"
"우하하하하 파천혈옥지(破天血玉指)"
"회선무류강(回旋無流剛)"
......
그의 입에서는 연신 호탕한 웃음과 함께 천번지복할 가공한 힘들이 쏟아지니 고요한 숲이 절단나고 있었다
휘리리링
그는 멋진 자세로 땅에 내려서고는 자신이 저질러놓은 전경을 흐뭇한듯 쳐다본다 이미 숲은 온데 간데 없이 뒤집혀 있었고 절벽에 잇닿은 거암마저 가루가 되어 흩어져 있다 절벽하단 부분은 움푹꺼져 있는 곳이 상당수 보이고 여기저기 불길에 그을려 있기도 했다
"우하하하하 대단해 역시 천마의 무공은 엄청나구나 짜식 갑자기 존경심이 치미는데...... 이 것을 네가 다 만들었다는 것이냐?"
-아직 그런 말 할 단계는 아니지 내가 가진 무공의 최정수는 검공이다 네가 시전한 삼식 파천황은 이기어검(以氣馭劍)의 초입단계! 파천황의 오의를 완전히 펼칠수 있게 되면 수어 검(手馭劍)에서 목어검(目馭劍) 더 나아가서 심어검(心馭劍)의 진수를 펼칠 수 있게 된다 그 리고 나 조차 넘어서지 못한 자연검이나 우주검도 불가능하지는 않지 그 정도는 되어야 천 외천의 깝죽대는 것들이 끽소리도 못하지
"하하 내 인정하마 좋았어 앞으로 웬만큼 까불어도 내 너를 인정해 주마"
그는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되씹는데는 소홀하고 있었 다
=아미타불 근데 시주는 내 무공은 왜 펼쳐보지 않는것이요?
"에.... 그건 미안한 말이지만 네 무공은 천마의 무공과 비교했을 때...... 위력면에서 차이가 나거든 그렇다고 네 무공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고 차차 펼쳐보이지 뭐"
-하하 너 정말 안목이 있구나 그럼 그렇지 땡중들이 아무리 뛰어나 봐야 나한테 비기겠냐?
자식 조금만 치켜줘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날아다니는군 너무 기를 살려 주는 것 아냐? 그 래 오늘만 봐 준다 히히 대단해 그는 다시한번 주위를 훑어 보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을줄 모른다
"지금 내려 가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응"
"후유 주군의 장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너무 서두시는 것이 아닐지"
"칼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음의 결정이 내려진 지금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 없잖아?"
"주군 그럼 먼저 내려 가십시오 노신들은 조금 있다 내려가겠습니다"
"왜 할 일이라도 있어? 이왕이면 같이 내려가지"
"아닙니다 저희들은 주군을 위해서 따로이 준비할것이 있으니 먼저 가십시오 그리고 이것 황각의 패는 잘 간수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장차 주군께 요긴하게 쓰일것입니다"
"응 그래?"
"네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금와전장(金蛙錢場)에 가셔서 이것을 내미시면 필요하신만큼 돈을 줄것입니다 그리고 개봉에 들리시면 개방을 찾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곳의 전대 방 주인 개왕( 王) 풍천호(風千戶)에게 이것을 내미시면 그가 알아서 주군을 대할것입니다"
호 이것에 그런 묘용도 있었단 말이지 뭐 하긴 태조께서 얼마나 치밀하신분인데 이런 것 하 나 준비하지 않았을까? 이런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어? 아주 좋군 더 없어 쌍노? 있으면 숨기지 말고 다 주라고 흐흐
"알았네 내 요긴하게 쓰지"
그는 다시한번 황각의 패를 찬찬히 살펴본다 그리고는 목에다 걸어둔다 패의 상단에 구멍이 있었고 그곳에 금줄이 매여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중에 중원에서 보자고"
스스스스
"주. 주군"
"이런 예도 못 올렸는데 그냥 가시다니"
그들 눈 앞에서 윤문은 익숙한 천마잠영술(天魔潛形術)로 사라지고 있었다
무림이여! 그대는 아는가? 그대의 품에 시대를 뒤흔들 핵폭탄이 던져 졌음을!
제 목:[연재] 황제의 검 5.태산의 혈사! 관련자료:없음 [58628]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19 17:31 조회:2045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