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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야행인을 쫓아서! (13/111)

 13. 야행인을 쫓아서!

 군웅들이 속속 흩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저녁에 있을 정도연합의 투 표결과에 모아지고 있었다. 단상위에서는 정도4세의 수뇌부들과 다른 정파 문파 대표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의견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다. 남궁혁련이 파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공자 이제 그만 갑시다. 공연이 끝났으니 다음 공연을 기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쳇 시시하군...... 뭐가 이래? 난 또 무림의 대회의라고 하길래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더 니......"

 "특별한것이요?"

 "그렇소. 이를테면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사람과 무공대결을 펼친다던가, 왜 그런 것 있잖 소?"

 "하하 무림인이라고 그렇게 무지막지하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군요."

 숙소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파천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문파 대표들끼리 비무를 해서 결정하면 될 것을 말이외다. 어차피 마도련과 대결을 하려면  정도연합의 수뇌도 선출해야하지 않소? 그러니 제일 센놈이 대가리하고 나머지는 쫄따구하 고...... 뭐 이정도는 돼야, 무림인 답지 않소? 왜 내 말이 틀렸소?"

 물론 그가 지금 하는 말들은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솔직한 그의 심정을 말한 것이기도 했다. 

 무인을 상징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힘이다. 정도니 마도니 패도니 하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이다. 별반 다를게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거늘, 무엇이 옳고 그르 고 하겠는가? 그래서 역사는 늘상 힘있는 자들에게 휘둘려 오지 않았는가? 그들이 항상 광 명정대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야비하고 정도에 어긋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권을 잡고 역사의 주도세력이 되면은 그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치의 척도는 뒤집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것이 옳고 그른 문제는 차후의 일이었다. 단지  현실이 있을 뿐이었다. 마도가 무림을 평정하면 그들이 곧 정도이다. 단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잡음을 없애는가 하는 정도의 차이에 의해서 그들에 대한 후대의 관점이 틀려 지 는 것이었다. 그래보았자 그것은 먼먼 미래의 일, 당장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콩  한쪽보다도 의미없고 무가치한 것이다. 파천의 생각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숙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이 능력이 없고 힘이 없었기에 숙 부에게 밀려 났고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빈각에 돌아와서도 그는 내내 자신이 하여야 할 일을 곰곰이 짚어보고 있었다. 먼저 그는  세력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자신은 몇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가 원래의 신분인  건문제 윤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의미없는 신분이었고 감추어야 할 신분이었다. 두  번째가 천마서생 파천이다. 그는 천마서생으로서 마도를 통일할 생각이다. 물론 그 전에 선 행되어야 할것이 바로 천마가 세운 천마교의 후예들을 찾는 일일 것이다. 그는 여기서 나가 는 즉시 그 일을 실행 할 계획이었다. 세 번째가 옥면신룡 문윤이다. 옥면신룡으로서는 개 방이나 이들 오련회, 구정련, 쌍노가 준비해 놓은 비밀세력까지 자신의 권한에 두어야 한다. 

 천마서생으로 화신할때는 천마교와 장차 마도련까지 손아귀에 넣을 생각이었다 여기에다 해 외삼세 중 두곳인 북해빙궁, 청해사황성까지 수하로 둘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 다. 그 힘을 바탕으로 무림을 제패하는거다. 보이지 않는 지배, 군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림역사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무림제국을 건설하는거다.

 파천은 꿈에 부풀고 있었다.

 휘익

 '응?'

 미세한 소리가 난다.

 '고도의 경신술이군. 근데 소리로 봐서는 극히 조심스러운 몸짓인 것 같은데?"

 그는 호기심이 동하고 있었다. 이곳은 북검회의 심처인 내원의 한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사 람들의 눈길을 피해가며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의 몸은 곧장 침대에 누운채로 연기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가 방에서 사라진지 반각정도 되었을까? 남궁혁련과 남궁아연이 그의 방으로 들어서고 있 었다. 그들은 파천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어디 가셨지?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왔더니? 아연아 가자. 이따 연회에서나 뵈어야 겠구나 "

 '칫 어디 간거야? 이대로 놔두면 불안해서 안되겠어. 빨리 내 사람으로 만들어 놔야 안심이  될 것 같애.'

 남궁아연의 야무진 계획이었다

 '호 고것 보통이 아닌데? 전각이 잇대어져 있는 그늘만을 택해 교묘히 움직이는군. 저 정도 면은 소면살검보다도 강하겠는데?'

 시야가 점차 어둑해지고 있었다. 가을이 끝날 무렵이라서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인영 은 검은 무복차림에 같은 색깔의 복면을 한자였다. 그는 점점 북검회 심처로 들어가고 있었 고, 이대로라면 신검각까지 갈 것 같았다. 신검각의 위용이 보이고 있었다. 무림에는 신검이 라는 외호를 쓰는 사람이 두명이 있었다. 그 하나는 오련회의 현 회주인 창천신검 남궁휘였 고 또 하나는 이곳 신검각의 주인이자 북검회의 회주인 무상신검(無上神劍) 독고한천(獨孤 恨天)이었다. 그를 일컬어 일부 무림인들은 검황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의 나이  이제 52세! 정도4세의 수장들 중에는 가장 젊다. 전대 회주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잠룡대제(潛龍大帝) 독고정(獨孤貞)의 뒤를 이어받아 제3대 회주가 된 것이 20년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무림의 기린아로 강호무림을 휩쓸며 온갖 신화를 만들어 나갔다. 천번의  비무를 승리로 이끈 그의 이력은 무림사 초유의 일일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태상회주인 잠 룡대제 독고정이 아직도 어딘가에 생존해 있으며 독고한천의 아들이자 자신의 유일한 손자 이기도 한 천룡비검(天龍飛劍) 독고무(獨孤霧)를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스슥

 신검각이 지척에 보이는 곳에 작은 인공 호수가 있었고 그 중앙에는 수상전각이 그림처럼  지어져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북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인 수화전(水花殿)이 었다. 북검회주의 장중보옥인 혜미인(慧美人) 독고설란(獨孤雪蘭)의 처소였다. 그녀 나이 이 제 19세, 나이 7세에 황궁의 대학사와 경문을 논했다고 알려진 천고의 재녀였다. 용모또한  출중하여 강호기남자들의 흠모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셈이다. 

 배경과 재능과 미모까지,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들이 있지만 혜미인 독고설란처럼 모든 면 에서 완벽한 여자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 얘기 하기를 좋아하는 무림의 호사가 들은 그녀와 구정련의 무당의 속가제자이자 제갈가의 후예인 부운상미(浮雲常美) 제갈초홍 (諸葛草紅)과 함께 무림이미라고 칭송하였다.

 이런 사실을 알턱이 없는 파천은 야행인의 뒤를 열심히 쫓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그의 눈에 잡히고 있었다. 이곳 호수주변에는 그가 감지하기에도 수십명의 매복인들이 있었 고 그들은 호수 근처의 덤불이나 나무위, 땅밑, 심지어 호수 안에 잠복해 있기도 했다. 그런 데 야행인은 그들이 보란 듯이 무력답수(無力踏水)에 등평도수(登萍渡水)의 경신법을 발휘해  빠르게 호수위를 뛰어가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이것, 그렇다면...... 내부 인물? 잘못하다가는 침입자로 오인받겠는데? 그냥 돌아가?...... 아 니지 예까지 쫓아온 보람도 없이 그냥 갈수는 없지. 대체 어떤 놈인가만 보고 가자."

 그는 천마잠형술을 극성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강호출도한 이후에 천마잠형술을  극성으로 전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4갑자에 육박하는 그의 내공력이 전부 발휘된 천 마잠형술이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곳이든 미세한 틈만 있으면 그곳을 통하 여 어디든 이동이 가능 할뿐더러 전혀 기척도 없다. 두눈멀쩡히 뜨고 있어도 바로 눈앞을  지나친다 해도 알아 볼수 없는 것이다. 그 보다 내공이 강한 초강자라 하더라도 보지 못하 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단지 그런자가 있다면 기운을 느낄 뿐이리라. 그는 곧장 허공에 몸 을 띄우고는 직선으로 가로질러 갔다. 야행인이 사라진 곳으로 그 또한 빨려 들어가고 있었 다.

 촤악

 촤악

 ......

 물 끼얹는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있었다.

 "환사(幻死)?"

 "네 소저!"

 잠시 뒤 욕실의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있었고 머리와 온몸을 수건으로 두른 여자가 아직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옷차림을 수습도 하지 않고 의자에  가서 앉는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았고 그 바람에 상대에게 은밀한 곳을 내비치고 있었 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죠?"

 "소저! 그......그것이......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환사답지 않게 왜 그리 뜸을 들이는 거죠? 한치의 숨김도 없이 모두 말씀해 보세요"

 아! 왜 이리 음성이 곱단 말인가?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린들 이런 소리가 날까? 금쟁반에  다이아몬드 구슬을 굴린들 이런 소리는...... 무조건 안난다.(도르륵 소리만 나겠지......) 어쨌 든 너무나 청아하고 상큼하기까지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목소리 만큼이나 아름다웠고 특 히 그녀의 눈을 보라! 모든 빛을 빨아들일것만 같이 아름답게 빛나는 눈빛, 슬픔에 잠겨 금 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것만 같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 눈을 보고 있자면 어떤 것이라 도 들어줘야만 할 것 같은 마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왜 그렇게 뜸을 들이죠? 역시 소문대로...... 인가요?"

 "네...... 소저!"

 상대는 무릎을 꿇고 있지 않았다.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 섬약해 보이는 모습에 두  눈만 빼꼼이 내 놓은 모습이 암울해 보인다. 특이하게도 그 눈은 푸른색 벽안이었다. 얼굴 은 알수 없으나 아무런 감정도 묻어 있지 않은 절제된 음성, 그리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자 세, 여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강한 고수였다. 그녀의 이름은 환사! 따지고 보면 그녀의 존재 는 북검회내에서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고 오로지 독고일가만 그녀를 알뿐이었다. 엄밀히  말해 그녀와는 주종간이 아니었다. 전대회주인 잠룡대제가 특별히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의  안위를 위해 길러낸 자였다. 그녀의 무공수위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녀의 사부나  진배없는 잠룡대제조차 그녀의 현재의 무공수위가 어느정도인지는 알지 못한다. 한때 그녀 를 두고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다. "만약 네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림을 진동하는 대고수 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주저함이 없이 너를 내 손녀딸과 짝지워 주었을 게야" 그처 럼 극찬을 받은 자가 환사였다.

 환사의 대답에 혜미인 독고설란은 몸을 뒤로 젖히며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엔 이 유모를 슬픔이 가득 차 오르고 있었다.

 "소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녀는 웬만해서는 독고설란에게 질문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여는 경우 란 극히 드물었다.

 "어떻게 하겠어요?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된 일인데....."

 독고설란의 말이 방안을 나지막하게 흘러다니다 환사를 아프게 때린다.

 .......

 환사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섣 부른 위로따위는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줄수 있나요?"

 망설임 없이 터져 나오는 설명!

 "그자는...... 한마디로 망나니였습니다. 주색잡기에 능하고 온갖 추잡한 짓은 다 저지르고 다 닐뿐만 아니라, 심지어 겁간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 자였습니다. 

 자신의 친구의 여자를 건드는가 하면, 잠자리에서도...... 돈으로 산 여자를 학대하는 것을  즐기는 ...... 그런 자였습니다. 지금까지 그자에 의해 자살을 하거나 피살되거나 신세를 망 친 여자들은 무수히 많았고 무창뿐만 아니라 인근 작은 동네에까지 그에 대한 원성이 자자 했습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남도맹의 세력을 두려워 하여 아무런 탄원조차 올리지 못하 고 있었습니다......그리고"

 "됐어요...... 그만하면......알겠어요"

 ......

 "그만 가서 쉬어요. 환사"

 인사를 꾸벅하고는 뒤로 돌아나간다.

 "환사"

 그녀의 부름에 환사의 걸음은 멈추고 있었지만 몸을 돌려세우지는 않았다.

 "만약...... 그대가 나라면...... 어쩌겠어요?"

 ......

 "내가 소저라면...... 난...... 거부하겠어요. 그렇지만 소저는 내가 아니잖아요?"

 그랬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집을 나간다면...... 날 도와 줄수 있나요?"

 ......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환사는 너무나 쉽게 대답하고 있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내 임무는 소저를 보호하는 것이니......당연히 소저곁에는 내가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환사"

 환사는 알고 있었다. 결국 마음 여린 저 소녀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서라도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픈 환사였다.

 환사가 방에서 모습을 거두자, 그녀는 깊은 시름에 잠겨 들기 시작했다 촉촉이 젖어 있는  머리의 물기를 닦아낼 생각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소리.

 "흑흑...... 흑...... 어머니......"

 그녀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울음소리라도 흘러나갈새라 소리죽여 우는 모습이 더욱 가련하 다. 환사는 방문앞을 떠나지 않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복면 사이로 내비치는 눈 길에 안타까움이 물결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곳에 있기가 힘이 든지 발길을 복도  저편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환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누군가가 나타난다. 파천이었다. 그는 실내에서 벌어진 상 황을 모두 보았고 또한 들었다. 환사가 여자라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이곳이 북검회의 회주 의 장중보옥이 머무는 곳임에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는 동안 그는 여러 번을 더 놀라야만 했으니......

 '결국 그렇게 된 것이었군. 남도맹이 북검회를 지지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야. 참으로 무서운 곳이군, 무림이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는 딸의 행복쯤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인가? 후후 그 정도 수준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겠군. 좋아  나의 첫 장도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는다. 한 줄기 양심이라는  것이 나를 괴롭혔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 당당히 맞서서 쟁취하리라"

 스스스스

 그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까? 천마서생 파천이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독고설란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것이 스스로 마음을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동경 앞에 섰다. 늘씬한 키에 허리어림까지 치렁대는 머리, 빙기옥골 의 피부에 선명한 이목구비, 자신이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 오빠라도 있었으면...... 분명히 내 편을 들어 줄텐데......'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오빠와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지 알수 없었다. 아직 돌아오려면  6개월이나 더 남았다. 집을 떠난지 벌써 2년 6개월, 삼년간 깊은 심처에서 무공수련에만 전 념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나를 가장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었던 두분! 이것도 모두 내 운명 인가? 하필이면 그 두사람이 없을 때 그런 결정이 내려지다니!

 그녀의 손은 수건의 매듭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살짝 비틀자 맥없이 떨어지는 수건. 그녀는  맨몸이 되었다. 동경에 비치는 자신의 몸을 담아 두려는 듯이 다시한번 쳐다본다. 그녀의  눈에서 또 다시 차오르는 눈물! 맺히다가 흘러 내린다. 속절없이...... 차라리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면? 차라리......

 "흡"

 "?"

 홱

 돌아가는 독고설란의 고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긴 여기 에 들어 올 자는 환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동경 앞에 있는 등받침이 없는  자그마한 의자에 엉덩이를 실었다. 그리고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소리의 주인공은 파천이었다. 환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독고설란의 방으로 들 어왔고 마침 그녀가 나신으로 서 있었던 것이다. 무심결에 놀라 기성을 발하고야 만 것이 다. 아직도 벌렁거리는 가슴이 진정이 안되고 있었다.

 '아니 저것이 왜 홀라당 벗고 난리야? 근데...... 정말로...... 끝내준다. 꿀꺽...... 어이구 이제 는 아예...... 온갖 쇼를 다 보여 줄참인가?'

 그녀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느라고 탁탁 털자, 안 그래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파천에게, 적나라한 독고설란의 부위가 모두 보일뿐만 아니라 손의 흔들림에 따 라 같이 물결치는 율동! 그는 시선을 슬그머니 거두고 있었다.

 -야 파천 고개 안돌려?.......야 너 이자식, 나의 유일한 재미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박탈하는 건데? 응?......! 아. 아니다 그대로 있어라...... 흐미 좋은 것!

 =아미타불! 시주! 어서 이 방에서 나가시오. 군자의 풍모에 어긋나는 짓이외다.

 '이, 이런 하필이면......'

 혜능이 난리를 치고 천마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필 고개를 돌린다고 돌린 것이 침대  머리맡에 작은 동경이 하나 더 있었고 그곳을 통하여 독고설란의 정면의 모습이 그대로 일 목요연하게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생각없이 그것을 쳐다보는데...... 더 이상 고개를 돌 리거나 외면을 하지는 않았다.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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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대충 기초적인 터는 잡힌 것 같네요.

 파천은 저도 종잡을 수 없기에 정확한 행보를 미리 밝힐 수는 없구요. 그런 무리한 요구는  조금......

 그렇지만 이제 곧 마도와의 숨막히는 접전이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에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파천은 마도도 정도도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세력외에도 천외천이라 불리는 미증유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 답니다. 최소한 50회정도는 되어야 어느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네요.

 그럼 즐거운 연말 되시고요.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아, 그리고 김정호님의 끈질김에 제가 졌습니다.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구요.

 감사합니다.

 제 목:[연재] 황제의 검 14.뜻밖의 제안. 관련자료:없음 [58921]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3 00:22 조회:1813

 -황제(皇帝)의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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