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 독고설란의 가출! (16/111)

 16. 독고설란의 가출!

 밤은 소리없이 세상을 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북검회의 각 전각에서는 여전히 마도정벌의  결정과 추인으로 인해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고 내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러니 경비무사들마저, 경계가 느슨해져 있었다. 파천은 수화전으로 접근해 가고 있었다. 여전히  이곳만은 경비가 삼엄했고 매복도 여전했다. 그러나 파천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독고설란은 가벼운 경장차림으로 준비를 서둘고 있었다. 간단한 옷가지와 패물들을 챙기고  있었고 읽던 서책도 몇권인가 챙겨놓고 있었다. 시간은 해시(亥時)를 넘어 자시(子時)로 가 고 있었다. 북검회의 다른 전각에서는 먹고 마시고 노는 소리로 왁자했지만 수화전 근처만 은 너무나 조용했다. 수화전이 넓은 곳이었으나 시비4명과 환사가 전부였다. 그 이외에는  이곳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1년이 지나도 몇 번정도 아버지가 다녀갈까? 다른 사 람의 방문이나 접근은 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이곳만큼 경비가 삼엄한곳은 없었다.

 "접니다. 소저."

 "들어와요. 환사"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네......"

 "정말 떠나실 생각인가 보군요."

 "네 그래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없이 여길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저도 모르겠어요. 그 분을 믿어 봐야 겠지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군요. 소저의 안목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 든 생면부지의 외부인인데...... 그리고 과연 이곳을 어떻게 빠져 나갈지도 걱정입니다. 소저 가 없어진 것을 알면 이곳 개봉부전체에 천라지망이 펼쳐질텐데......"

 "환사가 걱정하는 것이 무언지 알아요.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잘되리라 믿어요."

 여전히 환사는 복면을 한 채였다. 그녀의 푸른눈은 말하고 있었다. 제가 지켜드릴께요. 라 고......

 '아니 이것 뭐야? 환사라는 계집한테도 얘기했다는 말이잖아?'

 -그것봐라. 일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그냥 빠져 나가라.

 '그것은 안 될일! 이미 약속을 했는데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는 없지! 그래도 명색 이 대장부이지 않은가?'

 -너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쟤가 예뻐서 미련이 남아서 그러는 거지!

 '그래 그렇다 왜? 천마! 너 한마디만 더 하면, 알지? ...... 요즘 너무 풀어 줬더니 기고만장 이야......'

 찍소리도 못하는 천마! 참으로 불쌍한 신세였다.

 "근데 공자께서 왜 이리 안오시는지 모르겠네?"

 "이자가 괜히 큰소리 쳤다가 겁이 나니 안오는 것 아닙니까?"

 "내가 넌 줄 아냐?"

 환사의 몸이 빠르게 돌아서고 있었다.

 "호, 그래도 동작은 재빠르군."

 '이, 이럴수가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도록 몰랐단 말인가?'

 환사의 놀라움은 너무나 큰것이었다.

 '저자 어디서 한번 본자 같은데......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

 이때였다. 환사의 두 눈을 쳐다보던 파천도 같은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보았더라?'

 "너!"

 "당. 당신은......바로 그!"

 "비마(飛馬)?"

 "그 멍청한 사람?"

 "뭐야?"

 파천이 눈에 쌍심지를 켠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그 흑마를 타고 소란 피우던 계집이었군?"

 "뭐라고?......쳇 은근히 기대를 했더니 그 비루먹은 말을 타고 장난질치던 개구쟁이였어"

 "너......!!"

 "왜 내 말이 틀렸어요?"

 "쳇 내가 참아야지. 아녀자와 투닥거릴 시간이 없다. 소저 빨리 따라 나오시오."

 "네? 네!"

 파천이 앞장서자 설란이 보따리를 들고 나온다. 그녀를 돌아보며 하는 말.

 "지금 소풍가는 줄 착각하는 것 아니요? 그 보따리는 뭡니까?"

 "네? 이......이것은 옷가지 조금하고......패물이랑......뭐 그런건데요"

 "다 놔두고 몸만 따라 나와요. 나중에 필요한 것은 내가 마련해 줄테니"

 "네? 그래도...... 너무 미안해서"

 "가기 싫으면 말고...... 나 혼자 나가겠소"

 "알았어요"

 그녀는 다급해지자 보따리를 뒤로 던져버리고 있었다. 다시 그가 발검음을 옮겨가자, 환사 가 설란과 함께 뒤를 따른다. 그 모습을 보고

 "설마...... 너도 가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나도 간다."

 "뭐라고?...... 정말이요 소저?"

 "네...... 왜 안되나요?"

 "안 될 것은 없지만...... 이봐 검은 보자기, 너까지 내가 책임질수 없으니 민폐끼치지 않으려 면 죽으라고 따라 와라. 알았냐? 너 때문에 만약 발각되는 일이 있다면...... 네 엉덩이는 남 아 나지 않을줄 알아라. 내가 볼기를 죽을때까지 쳐 줄테니"

 "이...... 이이"

 그러나 환사도 할말이 없었다. 바로 뒤에 다가설때까지 자신이 몰랐다는 것은 엄청난 고수 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어디 실패만 해 봐라! 그때도 그렇게 당당한지 한번 보마'

 은근히 실패할 것을 바라는 것 같이 되어 버리자 속으로 어처구니 없어지는 환사. 계속 파 천이 앞장서서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를 불러 세운다.

 "이것봐요. 고수 양반. 이렇게 아무 대책없이 나가면 어쩌자는 거예요?"

 "대책? 무슨 대책? 그냥 나가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이런...... 당신과 나는 괜찮겠지만 우리 소저는 무공을 모른단 말이야"

 "그런가? 그래도 상관은 없어. 내가 안고 나가면 되니깐......"

 "소저를 안고 다른곳이라면 모르지만 수화원 근처의 매복을 따돌릴수는 없어! 설마 그걸 모 르지는 않겠지?"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는 파천이다.

 '하긴 위험부담이 있겠어.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무공도 모르는 저애를 안고 나가자면 어떤  기척이라도 있기 마련이고...... 게다가 이곳 주위에 있는 것들은 그래도 명색이 고수란 말이 야."

 "좋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설란낭자! 이리 와 봐요"

 "왜요?"

 "글세 와보라면 와요!"

 "네...... 공자."

 자신 앞에 선 독고설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데...... 아무런 행동도 심지어 말도 없이 자 신의 얼굴만 살피자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독고설란 이었다.

 [천마, 될 것 같냐?]

 -물론이다! 대신 일각밖에는 지속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봐 순진한 아가씨!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 잘들어. 그리고 너 환사! 너도 잘들어"

 아니 저게 언제부터 봤다고 반말이야. 더군다나 소저한테도...... 독고설란은 그러나 싫지 않 은 표정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너의 얼굴을 바꿔주겠다."

 "뭐라고?"

 "듣기나 해"

 그가 고함을 빽 지르자 두 사람다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환사는 혹시라도 시비들이나 밖 의 경비무사들이 들었을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해진다.

 "환사! 염려마라. 이 방에서 나는 소리는 지금 완전히 차단되어 있으니깐"

 '이 녀석이 고수인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줄이야......'

 "내가 너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꿔 줄테니 환사와 둘이서 그냥 태연하게 나가! 알 겠지? 그 다음에 여기를 벗어나면 곧 바로 내가 안고 뛰는거다. 작전지시 끝! 질문있나?"

 "얼굴을 바꾼다구요?"

 "그래!"

 "그것이 가능하냐?"

 "가능하니깐 말하는거지 이 바보야!"

 '저, 저게'

 "얼굴이 바뀌는 것은 싫어요"

 설란이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하는 말이었다.

 "염려마! 일각뒤면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니깐......"

 "너 설마 변체역용술(변체易容術)을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냐? 바로 그거지"

 "이봐 소저는 무공을 못한다니깐?...... 너 그 표정은?"

 "가서 시비중 아무나 하나 복도로 잠깐 불러라! 내가 걔 얼굴을 좀 보아야 하니깐. 뭐 하고  섰어? 빨리 못 움직여?"

 그제서야 후닥닥 뛰어가는 환사!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무일 없을테니"

 그의 손이 설란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색이 보였지만 그를 향해  짐짓 어색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연이어 그의 몸이 바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는 가? 그녀는 놀라고 있었다. 가끔 환사가 이런 것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처럼 깜쪽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치 흙위에다 그림을 그려놓고 싸악 문지른 것 같았다.

 복도에서는 자던 시비를 깨워 놓고 환사가 뭐라고 나무라고 있었다. 에이구 불쌍한 종니언,

 [됐다. 그만하면]

 그는 독고설란의 얼굴을 계속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자 시작한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 금방 끝날테니깐......"

 스스스스

 그의 손에서 황금빛서기가 물결치고 있었다. 그것은 독고설란의 얼굴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모공을 통하여 끊임없이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의 얼굴을 문지른 것은  모공을 통한 진기유입이 용이하게끔 만들기 위함이었다.

 스스스스

 약 일각정도를 설란의 얼굴위에서 머물렀을까?

 "아...... 이 이럴수가?"

 환사의 소리였다. 완벽한 금앵의 모습이었다. 조금전 그가 불러내 나무랬던 아이였다. 얼굴 이 길쭉했고 눈이 위로 치켜져 있어 성격이 보통은 넘을 듯 했다. 이제 나이가 스물다섯 정 도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감탄할 시간 없어! 빨리 나가라! 환사 뭐하냐? 소저 데리고 빨리 나가지 않고......"

 "아.....알았다. 어서 가시죠. 소저"

 둘은 황급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천의 자취도 사라지고 있었다.

 둘은 수화전밖을 태연스럽게 걸어 나가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수상교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거리는 30장! 꽤나 먼거리였다. 그들이 걸어가는 동안에도 신경을 쓰서인지 걸음 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특히 시비가 심했다.

 촤악

 물이 갈라지고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호수  안에 은잠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물에서 나왔는데도 그들의 옷은 젖어 있지 않았다. 아 무래도 특별히 제작된 잠수복인가보다.

 "이 늦은 시각에 어딜 가십니까?"

 그는 환사에게 정중히 질문하고 있었다. 수화전에서만은 환사의 명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주변경비는 환사도 그들에게 협조해야할 처지였다. 그들은 정확히 환사가 누구인지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굉장한 고수이고 상당한 지위에 있는 자일것이라고 짐작만 할뿐이었다.

 "어디 좀 갈데가 있다. 소저의 명이니 비켜라"

 "자시이후에는 이곳은 통제가 되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그래서 못 비키겠다는 것이냐?"

 "그것이 아니오라...... 규칙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빨리 비켜야 빨리 돌아올 것 아닌가? 소저에게 무슨일이 생긴다면 너희가 책임을 지겠느 냐?"

 추상같은 소리였다.

 "죄송합니다. 지나가십시오. 대신 앞으로...... 또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알았다. 내 기억해 두지"

 그들이 경비무사들을 지나쳐 가고 있을때였다. 둘중에 하나가 금앵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 다.

 [금앵아! 내일 나 비번이니...... 알지? 그곳으로 나와라. 선물사놓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덜컥!

 가슴이 떨어져 내리는 줄 알았다. 갑자기 누군가의 전음이 자신의 귀에 들렸기 때문이다. 

 너무 긴장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전음이 들려 왔으니...... 그런데 금앵이하고 저 경비무사하 고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가 보다. 그런데 그런 그마저 감쪽같이 속고 있으니......

 그들이 저 멀리 사라져가자 둘중에 하나가 하는 말이 들리고 있었다.

 "이상한데......"

 "뭐가?"

 "금앵이 엉덩이가 언제 저렇게 예뻤었지?"

 "짜식이? 네 눈에 뭔들 안 예쁘게 보이겠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교대할 준비나 하자. 

 오늘은 유난히 몸상태가 안좋군......"

 "후유"

 절로 한숨이 나오고 있었다.

 [그대로 걸어가!]

 환사가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돌려본다.

 [날찾으려 하지 말고 앞에 큰 나무 뒤로 가라! 어서!]

 그들이 나무를 돌아서자

 스스스스

 귀신처럼 나타난다.

 '참으로 대단한 자다. 어쩌면 회주님 정도의 고수일지도 모른다'

 "자 시간이 없다. 환사 너는 알아서 나올수 있으니 내가 먼저 가마"

 그 말을 끝으로 독고설란을 품속에 넣더니 하늘로 솟구쳐간다. 거의 직선으로 하늘로 솟구 치는듯하지 않은가? 환사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휘익

 휘익

 설란은 눈을 꼭감고 그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사내의 체취가 느껴진다. 눈을 떠 보지 않아 도 그가 얼마나 높이 그리고 빠르게 날아가는지를 알수 있을 것 같았다. 늦가을의 밤공기라  너무 차갑다. 그녀는 더욱 파천의 품속을 파고 든다.

 북검회가 멀리 보이는 구릉이었다. 이미 독고설란의 용모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 옆 에서는 숨을 고르고 있는 환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환사는 정말 죽을 힘을 다 하여 쫓 아 왔지만 파천이 도착한 후에도 한참이나 있다 도착한 것이다.

 "잘 들어! 지금부터 한치의 착오도 있어선 안된다. 난 다시 들어가 봐야 하니 너희 둘은 지 금 즉시 개봉부 외곽의 관제묘인 개방총단으로 찾아가라. 그리고 내가 찾아갈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태상방주를 찾아가서 옥면신룡이 보내서 왔다고 그러고 사정얘기를 하면 너희 있을  곳을 마련해 줄게야. 답답하겠지만 쥐죽은 듯이 숨어 있어라. 알겠지?"

 "같이 가는 것이 아니었던 가요?"

 "내가 없어지면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음을 미리 알아 두어야 나중에 호 광성을 벗어나기도 쉽지. 나도 곧 뒤따라 갈테니 먼저들 가"

 그가 같이 가지 않는다는 말에 설란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것은 환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이런 변화에 그녀는 흠칫 놀라고 있었다.

 "자 어서 가봐라. 조금만 있으면 너희가 사라진 것이 알려질게다. 환사 네가 다시 들어가면  모를까? 어쩌면 지금쯤 벌써 없어진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지. 어서 가라니깐. 난 내일이나  모래쯤 갈테니깐 알겠냐?"

 "네"

 설란이 얌전하게 대답을 한다. 그녀에 반해 환사는

 "쳇 오든가 말든가. 어서 가요. 소저!"

 둘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파천은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배어문다.

 "자 이제 다시 돌아가서 회주의 얼굴이 어떻게 구겨지는지 감상이나 해 볼까?"

 스스스스

 제 목:[연재] 황제의 검 17.신비각 지하의 괴인 관련자료:없음 [59081]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5 00:10 조회:2004

 -황제(皇帝)의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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