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천마교에 침투하다.
결국 그는 바닥까지 이르고 있었다. 바닥이라고 할수도 없는 것이 다른 지류로 이어지고 있 었고 비틀려진 채 다른 산으로 또 다시 단애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해 승리 봉에서 시작된 단애는 끝이 난것이었다.
"제기랄, 이젠 어쩌지? 뒤져 볼만큼은 한 것 같은데...... 여기도 없다는 말인가?"
-그만 포기하고 가자. 하긴 그 녀석들이 아직 어딘가에 있다면 250년이란 시간이면 충분한 힘을 키웠을 것이고, 또 다시 무림에 출도 했겠지.
"여기서 포기하기엔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아깝다. 좋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훑어 보자 "
파천의 집념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저 눈만 없어도...... 찾기가 어렵지......!!!! 바로 그거다."
-무슨 소리냐? 갑자기,
=아미타불 시주의 생각을 알수 있을 것 같군요.
"하하 좋았어. 한번 해보자"
그는 곧장 위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단애의 중간정도나 될까? 그는 거기에서 신형을 정지 시킨다. 그리고 그는 전 내공력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허리를 뒤로 반쯤 젖혔다가 앞으로 튕긴다.
"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
그의 입에서는 하늘도 놀라 주저앉을 정도의 장소성이 토해지고 있었다. 온산이 허물어 질 듯한 위력이었다. 그의 외침의 메아리가 산을 넘어 휘돌고 있었다.
우르르르 쿠르르르릉
무너지고 있었다. 산을 온통 새하얗게 뒤덮고 있던 눈이 허물어 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애 의 벽면에 붙어 있던 눈들이라 그의 장소성에 균열을 일으키며 거대한 눈사태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태산마저 가득 덮어 버릴 양의 눈덩이들이 아래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릉
끊임없이 떨어진다. 눈사태는 더욱 큰 규모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떨어지고 있었고 아래쪽엔 거대한 설산이 하나 생겨난 듯 했다.
그는 아래에서부터 다시한번 훑어가기 시작했다. 지그재그로 날아 오르며 꼼꼼히 살펴가고 있었다. 벽면의 모양이 그대로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기에 멀리서도 보일 것 같았지만 그는 행여나 빠뜨릴까봐 꼼꼼히 살펴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눈에 하나의 동혈이 들어온 것은 그가 재조사를 시작한지, 반시진 정도가 되었을 때였다. 승리봉에서 50장정도의 아래에 3장 정도의 동혈이 뻥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너무나 반가워 그곳으로 급히 들어갔다. 그 리고 주변을 세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입구는 천연동굴의 모습그대로였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안으로 더 들어가 보았다. 처음으로 그의 눈에 이채가 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동혈안으 로 200장이나 들어간 뒤였다. 그가 생각하는 곳보다 더욱 크고 넓은 동혈은 구불구불했으 며 그래서 조금만 들어가자 훈훈한 온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호, 이것봐라. 이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곳이다."
그가 만지는 벽면은 매끄럽게 깎여 있었고 받침대로 쓰였을 듯한 옴폭 파인 홈이 있었다.
그는 계속 들어갔다. 3장 간격으로 그런 홈들은 계속되고 있었고 더 들어가자 바닥이 깨끗 하게 닦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3장정도이던 것이 점차로 넓어지고 있었다. 막다른 곳에 다 다르자 무려 20장이 넘는 광장으로 넓어져 있었다. 주위를 세심히 살펴가는 그의 눈에 의문 의 기운이 번지더니 이내 실망의 기색이 퍼져간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사람의 흔적이 있건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살았을 만한 흔적이나 냄새. 기구등도 하나 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벽면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특이한 것이 없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 고 만다. 이제는 정말로 지친 것이다.
-후후 이제 포기하는 거냐?
"그래 포기한다. 포기해! 자식들이 한곳에 진득하니 있을 것이지, 또 어디로 간거야?"
그는 천마의 후예들이 이곳을 떠난 것으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마의 이어지는 말은 그런 그에게 새힘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 찾아 와 놓고 이제와서 포기한다고?
"너?...... 대체 무슨 소리냐?"
-저것 안 보이나?
"뭐? 어디, 뭐가 있는데?"
-좌로, 그렇지 위로 응 거기 튀어나온 돌있지 그 아래에 봐라
"저건? 무슨 문양인 것 같은데......"
-내 표식이다. 천마의 후예들이면 다 아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래 용케도 제대로 찾아 온 것이다. 아마도 그 주변 일장내에 기관장치가 있을 거다.
"기관이라고?"
-그래. 잘 살펴봐라. 아 저기있다.
"어디, 어디,어디."
작은 선이 일곱 개가 무질서하게 쭉쭉 그어져 있고 그 가운데에 동그란 만월이 그려져 있었 다. 선의 길이는 각각 다른 것이었다.
-선들중에 제일 좌측, 그리고 맨 우측, 세 번째, 다섯 번째, 네 번째, 두 번째, 여섯 번째 이 렇게 누르고 나서 중앙의 반월을 눌러야 한다. 순서가 틀리면 안되니 신중하게 해라.
"대체 이것이 뭔데?"
-그냥 시키는대로 해라. 선의 길이로 순서를 정해 놓은 것이다. 넌 보아도 알수가 없다. 여 기엔 복잡한 신호가 있어. 천마교 사람들이 아니면 절대 모르는 것이다.
"알았다. 내공없이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되는거지?"
-그래
그의 말대로 파천은 7개의 선과 만월 그림을 차례대로 눌렀다.
우르르르릉
참으로 대단한 기관이었다. 벽면 전체가 그대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계단이 아래를 향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망설일 것도 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드디어 천마교의 본거지를 찾은 것이다. 과연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은 미지수였다.
"대체 누가 이길까?"
청의를 입은 귀여운 소녀가 불타는 홍의를 입은 소녀에게 하는 말이었다.
"몰라. 누가 이겨도 어차피 적양마 어르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까? 이미 세력으로는 기울어 진 것 같으니......"
"그것은 아직 모르는 거야. 태상(太上)을 비롯한 세분 호법(護法)이나 장로원의 일곱 장로님 이 어느쪽의 손을 들어 줄지는 모르는 거잖아? 거기다가 4후(四后)와 4화(四花)도 아직 미 지수고, 본교의 최고의 후기지수들인 12명의 마공자(魔公子)들도 적양마(赤陽魔)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아니거든......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아마도 이번에 이기는 사람에게 그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튼 난 적양마 어르신이 이겨서 이 갑갑한 곳에서 나갔으면 좋겠어"
"소화! 너도 그렇니? 하긴 우리같은 젊은 층들은 대부분 적양마어르신이 이겼으면 바라지만 어디 혈마(血魔) 어르신이 보통분이니?"
"그래 나도 그것이 걱정이야. 혈마 어르신이 이겨서 또 다시 중원진출이 좌절된다면...... 아 마도 우리가 할머니가 되어서야 다시 기회가 올거야. 그렇지?"
두 소녀는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대단한 고수같이 보이는 소녀들이었다.
이제 열여덟, 아홉이나 되었을까?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청의소녀는 마치 꿈꾸는 듯한 표정 을 짓고 있었다.
"아. 옥기린(玉麒麟) 공자와 함께 강호를 활보할수만 있다면......"
"칫. 너도니?"
"그럼 너도?"
"하긴 본교에서 옥기린 공자를 흠모하지 않는 여자는 몇 명되지 않을거야"
두사람이 빨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파천이었다.
'참으로 놀랍구나. 지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그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여러번 놀라야만 했다. 도무지 끝을 알수 없는 깊음에 놀랐고 그럼에도 정교하게 이어진 통로의 견고함에 또 한번 놀라야 했으며 마지막으로 계단이 끝나 는 지점에 다다라서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야만 했다. 계단의 끝은 또 다른 절벽 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태고의 원시림같은 울창한 숲이 자리하고 있었고 남방의 열대림에 온 듯 후덥지근한 날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절벽아래의 열대림 의 크기는 20리정도가 되었고 그 가운데에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는 거대한 궁이 보 이고 있었다.
[이곳이 천마교는 맞는 것 같은데...... 천마 네 소감은 어떠냐?]
-후후 역시 내 후예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이런 곳에 이렇게 멋진 총단을 보유하고 있 을 줄이야. 본교의 저력이 대단하지 않냐?
[저 소녀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당한 숫자가 있는 것 같고...... 중원진출을 위한 결정 때문에 진통을 겪는것도 같구나]
-자식들 같으니라고, 몇 번 실패했다고 몸을 사리다니, 한심한 놈들 같으니라고
[후후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한번 움직여 볼까?]
"호호호호, 적양마가 진다고 해도 이미 모든 것은 결정난 것이다. 네 말대로라면 12마공자 가 승자편을 들것이라는 말이냐? 하긴 그들이 가세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 그러니 적양 마가 무조건 이겨야만 잡음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야."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요사한 아름다움이었으며 감히 마주보기가 두려운 아 름다움이었다. 금단의 미를 마음껏 뽐내며 이제 스물 대여섯이나 되었을까 싶은 여자는 풍 만한 몸을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서른이 넘어 보이는 장한이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보고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염후(炎后) 야율영령(耶律英靈)이었다. 이곳 천마교에는 다섯 성씨의 사람들 만 존재했다. 그 첫째가 초대 천마의 성이기도 한 단목(端木)이었고 그 다음이 천마의 네명 의 제자들의 성을 이은 북궁(北宮), 야율(耶律), 담대(澹臺), 구양(歐陽)이었다. 이 중에 단목 은 희귀하여 몇 명되지 않았고 가장 많은 것이 북궁이었고 그 다음이 야율, 담대, 구양순이 었다. 스물 대여섯 밖에 안되어 보이는 이여자는 이곳 천마교의 사마후중 하나인 염후였다.
그리고 그녀의 실제 나이는 60이 넘어 있었지만 주안술을 익혀 젊게 보이는 것이었다.
"어차피 북궁의 적양마가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되어 있다. 우리 야율이 뒤를 받쳐 주는 이상 에는 말이다. 더군다나 담대가와 구양가는 그리 친밀하지도 않지. 결국엔 북궁가가 모든 것 을 장악하는것이지."
"속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넌 가서 혼천마(魂千魔) 오라버니한테 이렇게 말해라.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될것이라고......"
"네 알겠습니다. 염후"
그리고는 그는 곧장 일어서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잠깐......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속하의 이름은...... 야율정운(耶律政運)이라 합니다."
"그래? 정자 돌림이라면 내 조카뻘이네..... 이리 와서 고모 다리나 좀 주물러라."
"네?......저 그것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마존께서......"
"아, 괜찮아. 오래비한테는 내가 말해 둘테니...... 어서!"
"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결코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아서 떠는 것이 아님은 쉽게 알수 있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서 흘러내리고 있었고 손바닥도 금새 흥건히 젖어 가고 있 었다. 그는 땀으로 축축해진 손바닥으로 염후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치워라...... 에잉, 쓸모없는 것 같으니라고...... 사내대장부가 아녀자 다리하나 주무른다고 손바닥이 축축해 지도록 땀을 흘려? 요즘것들은 쓸만한 것들이 없다니깐...... 꼴보기 싫으니 어서 가봐라"
"네. 염후. 그럼 속하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는 연신 비오듯이 땀을 흘리며 총총 걸음으로 대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병신."
"나는 어떻소?"
"응? 누구냐?"
"나요!"
스스스스
"으응? 아니! 호호호호, 본교에 너처럼 잘생긴 인간이 있었단 말이더냐? 너는 옥기린 보다도 더 잘생긴 것 같구나"
"그렇소?"
"음? 그런데 너는 어디 소속이지. 이름은 뭐고?"
"다리 하나 주무르는데 이름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호호호호 하긴 그렇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자 어서 이리와서 주 물러 봐라"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0.염후의 수난. 관련자료:없음 [59228]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7 00:14 조회:1875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