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천마비고(天魔秘庫)!
천마비고(天魔秘庫)!
천마를 비롯한 역대 천마교 교주들의 무공과 심득뿐만 아니라 천마교가 지난1700년간 습득 한 무림 각문파들의 진산절예들을 모아 둔곳이다. 뿐만아니라한시대를 풍미할만한 병기들과 각종 영약, 기물, 보옥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곳이기도 했다. 이곳이야말로 천마교의 최심처 이자 그들의 1700년의 저력이고스란히 집중된 보고였다. 이런 이유로 천마비고는 교주나 소교주, 장로급 이상이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했고 교주나 태상호법의 재가가 없이는 역시 들 어가지 못하는곳이었다. 50년전의 광마존의 혈사가 있고 난 뒤로 이곳은 내부에서도 폐쇄되 어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광마존이 다시 나올 것을 우려해 만년한철로덮어놓았다. 무 진장의 보물이 땅속에 묻힌 채 빛도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이들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마도 광마존이 죽었으리라 확신이들기 전에는 비고를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입니다."
태상의 안내로 들어간 곳은 호법전 지하의 통로였다. 전면은 원래는 문이었던곳을한철로 덮 어 씌어 놓았다. 외견상으로는 그 두께가 얼마나 될지 짐작이 가지 않을정도였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자그마치 두께가다섯자가 넘는 것이기 때문에 한철을 제거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걸릴것입니다."
"이것 생각보다 들어가기가 쉽지 않겠는데...... 틈이라도 있다면 잠형술로들어갈수도 있겠으 나 이것은 아예 통으로 막아 놓았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한것이요?"
"광마존이 다시 밖으로 나오려면 문과 한철을 부수는데 약간의 소음이라도 있을것이고 그것 을 신호로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좋은 생각이긴 하나, 지금에 와서 다시 들어가기가 난감하구료. 다른곳으로들어가는 비밀통 로 같은 곳은 없소?"
"없습니다. 천마비고는 본교에서도 가장 중요시 하는 곳인지라, 이곳 지대자체가암석층으로 되어 있는데다 비고자체를 한철로 만들어 놓아 다른 곳을 뚫는다는 것은더욱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이곳을 뚫어야 한단 말인데...... 이것 참 난감하군"
-할수 없지 않냐? 결국 가장 무식한 방법을 쓸 수밖에
"무식한 방법이라?"
-그나마 다행인 것이 문뒤에는 공간이 비어 있기에 시간이 좀 걸릴뿐이지, 그다지힘든 작업 은 아니다.
"쳇, 결국은 그 방법밖에는 없겠군. 태상!"
"네, 지존"
"여기는 나한테 맡겨두고 건량이나 벽곡단을 좀 갖다 주시오. 그리고 이곳을나가시거든 아 무도 들어 올수 없게 경비를 부탁하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참이신지요."
"어쩌겠소. 검으로 뚫어보는 수 밖에......"
"네?...... 상당한 시간과 공력소모가 있을 텐데, 차라리 폭탄을 사용하시는 것이낫지 않겠습 니까?"
"어디 광고 할 일 있소? 폭발의 진동에 아마도 천마교 내의 모든 사람이 알게될거고 이래저 래 복잡해지지 않겠소? 그냥 조용히 혼자서 해결해 보겠소."
"만약 뚫은 직후에 광마존이 기습을 한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미 상당한내력손실 뒤 라 상대하기에 벅차실텐데......"
"그것도 내 운이겠지. 자 그럼 시작할 참이니, 태상은 건량과 물, 그리고 벽곡단을좀 준비해 주시오. 입구쪽에다 놓아두기만 하면 되오.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테니......"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몸 조심하십시오."
파천은 태상이 나가고 다시 음식들을 안에다 밀어 넣어 준 뒤에도 한참이나 한철을뚫어지게 쳐다본다.
"두께가 다섯자라면 최소한 하루정도는 걸리겠지? 더군다나 여러겹을 겹쳐 놓았다니뚫기가 만만찮겠어."
그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천마심법을 전개하며 천마검을 뽑아들었다. 천마검은일반의 검 보다 훨씬 장검(長劍)이었다. 길이가 무려 넉자 다섯치나 되었고 형태도일반적인 검보다는 도와 같이 넓고 두꺼웠다. 거무튀튀한 검신에 날이 붉은 기운이스며있는 것이 검에 대해서 모르는 자가 보아도 보통의 검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보검을 한철이나 제거하는데 쓰게 될줄이야!
천마검에서는 불그스름한 기운이 더욱 짙어지더니 길이가 삼장이나 되는 거대한빛줄기가 뻗 친다. 점차 그것은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붉은 기운을 띄고 있어 참으로신비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검강(劍剛)이란 검기가 응축된 형태로 푸르스름한빛을 띄기 마련이었지만 파천 이 쏘아내는 검강은 일반적인 검강과는 빛깔도다를뿐만아니라 더 크고 정밀했다.
츠츠츠츠
검강에서는 뇌전이 뻗치는 듯한 소음을 동반하였으며 이리 저리 공기를 가를때마다'슈웅'하 는 기괴한 소리들이 났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한철의 중단을 향해직격했다.
콰앙
복도가 찌르르 울렸다.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찔러 갔으며 한 지점을 집중적으로노렸다.
처음에는 반치정도 흠집이 났던 것이 점차로 깊고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표시도 안 날정도였지만......
일반적으로 검강(일반 무림인들이 말하는 검기의 형태를 띈 검강이 아닌 순수하고정밀한 검 강)을 사용하려면 3갑자 이상의 내공력이 필요하고 내공력이 있다고 해도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흉내내는 정도에 불과하다. 파천같이 자유롭게 검강을시전하려면 내공뿐만 아니라 검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그런 고수가 한번의 타격으로 부술수 있는 한철의 두께는 두치(6cm)정도이다.그러나 지금과 같은 여러겹의 한철이 겹쳐져 있는 경우에는 반치를 뚫는다는것도상당히 어렵다. 그것을 알기에 파천은 한곳을 집중적으로 뚫 었고 그 깊이를가늠해가며 쉬엄쉬엄했다. 태상의 말대로 그가 한철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 광마존과격돌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로서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지리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똑같은 반복적인 작업이란 인간의 신경을 느슨하게만들고 권태감과 무료함을 주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내력소모가 많은 검강을연속적으로 시전한다는 것은 파천으로서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벌써 세시진이흘러 가고 있었고 한철은 겨우 한자정도가 패여 있을 뿐이었다. 그는 지쳤는지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에 집중 한다.
요근래 그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중에 하나가 운기행공을 하면 경맥을 흐르던진기가 그 의 특별한 의식의 집중이 없이도 저절로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일반적으로 운기를 하는 자 는 그 공력의 깊음과 얕음에 상관없이 단전에서 축기한내공을 임독양맥을 비롯한 12경맥으 로 주천하는 대주천반운(大周天搬運)을 행하기마련인데 파천의 경우에는 경락자체에서 발원 된 진기가 단전에서 뿐만 아니라 각혈도에서 각기 다른 출행을 하여 저절로 상합하며 해저 (海底:회음혈)에서충맥(衝脈)을 통해 이환궁(泥丸宮:백회혈)까지 일천하는 현상을 종종 보이 고있었다. 이미 파천은 쌍노의 노력과 천마, 혜능과의 합일로 오기조원(五氣朝元),삼화취정 (三花聚頂)의 단계는 이미 처음부터 극복된 상태였으며 진기가 순수해지는노화순청(爐火純 淸)과 무림인들이 꿈에서도 바라마지 않는 생사현관(生死玄關)을타통하고 환골탈태(換骨奪 胎), 반박귀진(返樸歸眞)의 경지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운기행공을 하면 자리에서 세치정 도가 떠 오르는 부공삼매(浮空三昧)의 현상이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파천은 그런 일반적인 내공의 증진의 단계를상식적으로 뛰어넘고 있었다. 굳이 일반적 범주에서 설 명하자면 백맥(百脈)이타통되고 일천세맥(一千細脈)을 뚫어가는 단계라고나 할까? 이미 내공 이 몇갑자니하는 의미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는 것이었고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도몇 단계를 훌쩍 뛰어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차원의 무공이 그의 의지대로 펼쳐진다.마치 산마 루에서 굴린 작은 눈덩이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더욱 커지고 단단해지는것과 같이 똑같이 한 바퀴를 구르지만 더욱 큰 진전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 파천의내공은 6갑자를 상회하고 있었 고 신인지경에 다다르고 있었다. 물론 천마가 말한자연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기어검의 목어검을 펼칠 정도는 되었다.
'진기(眞氣)란 호흡이며 영기(靈氣)이다. 자체적으로 영성을 띄며 저절로 그렇게되는 것이다.
꽃잎이 피고 지는 것도 기운의 조화이며 사람이 병이 드는것도 기운의조화가 깨어짐이요,
늙어가는 것도 기운이 쇠하는 것이다. 기운이란 우주를움직이는 법칙이며 질서이다. 인간의 몸은 소우주이니 진기의 흐름또한 자연스럽게저절로 그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부러 진기 를 가두어 둠도 잘못이요. 억지로의지대로 움직임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한가지로 나아가지 않고 여러 가지 방편으로행하니 그것이 전부 진리이다. 초식이란 형과 틀에 매인것이니 진 기가 자연스럽지못하고 일정한 형식이 없음도 방만하다. 진기의 참된 다스림이란 더하지도 덜하지도않은 중도(中道)의 조정이니 검이 행할 길을 저절로 알아 행하고 마음이 가는 길을 억지로 막지 않음이다. 마음을 일으켜 뜻을 세우고 뜻을 세워 기를 움직이니마음속에 형 (形)이 있고, 식(式)이 있고 강(剛)이 있으며 유(柔)가 있고, 변(變)과무(無)가 있음이다. 가고 가고, 오고 오니 그것이 도리행(道理行)이다.'
파천의 몸이 가부좌에서 풀어지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흘러다닌다. 자신도 의식하지못하는 중에 그는 반듯이 누운 채 두 손을 배꼽아래에 포갠채 허공중에 둥둥떠다니고 있었다. 그의 모공에서는 희뿌연 안개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점차 짙어져 그의 몸을 완전히 감추 어 버린다. 점차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잠깐의 휴식을 위해 시작한 운기행공이 하루를 훌 쩍 넘겼으나 그는 여전히 허공에머물고 있었고 그의 온 몸을 감싸던 희뿌연 안개는 점차로 엷어지더니 투명한광막(光膜)처럼 변하고 만다. 그가 운기행공을 시작한지 14시진 삼각이 되었을때였다. 그의 몸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더니 그의 두 눈이 번쩍 떠지고 있었다.그가 몸을 일으키자 천마의 웃음소리가 맨먼저 들려온다.
-하하하하하 축하한다. 파천.
"후후 글쎄 축하하고 출하받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위로를 해 주면모를까?"
=시주 그것이 무슨 말인지요?
"난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 버린 것 같군. 내가 지닌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건지를......
확연하지 않지만 보일 듯 말 듯 하는 넓은 세계를 직감해 버린거지.처음에 솔직히...... 천마 의 말에 코방귀를 뀌었었는데...... 이제 그것이 사실임을알아 버린거다. 제길!...... 차라리 아 무것도 모르고 혼자 잘난맛에 살던때가좋았는데......"
-하하하하 그것도 축복이다. 무림인으로서 심도(心道)로 들어선다는 것 만큼 축복이어디 있 겠는가? 그래 네 말대로 이제 시작이지. 그러나 너라면 어쩌면 무학의 끝을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끝이란 없다 천마!...... 저 우주가 끝도 없이 광대한 것처럼 우리 마음이무한정으로 확장 가 능한 것처럼 그것은 끝이 없는 것이다. 단지 가고 가고 가다보면거기까지가 내 몫인거다."
그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깊은 현기마저 담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어딘가 허허 로움과 슬픔도 함께 느껴지는 눈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내 삶이...... 내가 이루려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내 노력들이한낱 허무한 것으로 여겨질까봐...... 나는 그것이 두렵다."
=아미타불!
"자!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무엇인가를 해야하는거다"
파천은 내부가 텅비어 있는 듯 가벼웠다. 예전의 터질듯한 진기의 충만함을 전혀느낄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은 얼마전의 자신이아님을......
그의 시선은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검을 쳐다본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검이저절로 허공으로 떠 오르고 있었고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한다. 그것은 순식간에동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고 검신을 온통 투명하며 붉은 막으로 덮어씌운다. 그것은아무런 떨림도 없었고 그저 떠 있을 뿐이었다. 파천은 고요한 시선으로 눈 앞의한철을 쳐다보았다.
슈웅
쾅
검은 무려 두자나 박혀 있었고 그 주위는 금새 녹아든다.
"검폭"
콰앙
한철에 박힌 채 검(劍)은, 빛을 폭사하고 유리벽이 깨어지듯이 균열을 일으키며너무나 맥없 이 떨어져 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파천은 메마른 웃음을 흘린다. 그러나 여전히 두자의 한철이 남아있지 않은 가? 이제 한번의 출수로 천마비고는 비밀의 장막을 낱낱이 파천에게드러낼 것이다. 검은 여 전히 한철의 벽에 붙은 채 허공에 정지해 있었고 뒤로물러서지도 않고 그대로 두자의 두께 를 뚫는다.
"검폭"
낭랑한 파천의 목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자 그렇게도 견고하게 파천의 앞길을막아섰던 한 철의 벽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는 조각들의일부는 벌겋게 달아올라 녹아들고 있었다.
[과연 대단하구나! 천마비고라 해서 예상은 했었지만 이리도 넓을줄은 예상밖이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광마존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그런 그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무런 움직임도 생명체의 기운도 느껴지지않았던 것이다.
[이 놈이 어디에 있나?]
그는 점차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마비고는 총 6실로 구분되어 있었다.제1실이 일반 의 무공비급을 모아 놓은 곳이었고 어림잡아 3000권 이상의 서책이소장되어 있었다. 거기 엔 무공비급뿐만 아니라 갑골문으로 된 고대문서로부터 최근100년전까지의 여러방면의 서 책들도 눈에 띈다. 그는 대충 서고들을 훑어가며제목들을 지나쳐간다. 특별히 그의 흥미를 끌만한 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책들의 가치가 떨어지느냐? 그것은 아니었다. 이 중에 삼분의 이는 무공비급이었고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일반무림인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 들만한절예들이었다. 그런데도 파천은 제목을 슬쩍 슬쩍 보았을 뿐 특별한 관심은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제2실은 역대의 천마교 장로급 이상의 고수들이 창작하거나 기존의 것을 변형, 발전시킨 무 공 비급들이 소장되어 있었고 하나같이 제목만 보아도 마기가 풀풀 날릴만한것들이었다. 그 는 거기도 그냥 지나쳐 갔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광마존과 천마환에있었기 때문이기도 했 으나 무공의 수준이 이미 심도에 들어선 파천에게 전혀 어떠한감흥조차 불러 일으키지 못하 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제3실은 영약실이었다. 예전에 태산의 쌍노도 무지하게 많은 영약들을 지니고있었으나 여기 에 비하니 조족지혈이었다. 약 50평정도의 약실에 1000여종의 약재가쌓여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그가 좋아하는 술도 20여종이나 되었다.
'여기는 나중에 다시 한번 들러야 겠군. 아무래도 수하들의 무공증진에 상당한도움이 되겠 어.'
제4실은 병기실이었다. 18반 병기뿐만 아니라 그 형태만을 봐서는 어떻게 쓰는지도모르는 무기들이 벽면을 새까맣게 덮어씌우고 있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은 천마교전체를 새롭게 무 장시키고도 남을 정도였으며 그 중에는 천마검과 간장검만큼이나보기(寶氣)를 내 뿜는 것들 도 있다. 조금 특별나다 싶은 것은 병기 하단에 간단한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병기의 유 래와 사용법, 특징, 사용자의 신상명세가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것을 보며 그는 몇 번이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미소를 배어물기까지 했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무기가 많았다.
저런 병기들은 왜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자모침 (子母針)이라는 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였는데 이것은 모침에 미세한 구멍을뚫어 자침을 끼 워서 쓰는 것으로 남자의 성기에 삽일할 수 있게 고안되었다. 이것을끼고 여자와 정사를 하 면 정액이 사정되면서 자침이 함께 쏘아져 상대의 내부로들어가 내장기관을 파괴하는 암기 였다. 물론 당장에 죽는 것이 아니라 자침이서서히 돌아다니면서 장기를 찢어 놓으며 약두 시진이 지나면 저절로 내부에서용해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암기의 유래가 참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이것은 송시대의 진양이라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그는 굉장한 부자였다 고 한다.그에게는 정실 외에도 7명의 첩이 더 있었고 틈만 나면 예쁘고 젊은 여자들을첩으 로 들여 앉히려고 했다. 그래서 보다못한 부인이 하루는 황실의 고관이었던친정 오빠를 집 으로 불러 들여 남편에게 엄포를 놓았으니 또 다시 첩을 들이면재산을 처가댁에 모두 기증 한다는 각서를 쓰게 하였다. 대신 거기에 '부인이 살아있을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였다. 부인 의 생각에는 자신이 죽은 뒤야 남편이 첩질을하든 첩들에게 재산을 모두 나눠줘 거지가 되 든 상관이 없다는 계산에서였으리라.제버릇 개 주겠는가? 마침 그곳에 유명한 기생이 하나 새로이 오게 되고 그의미색은 온 천지를 떠들썩 하게 할 정도였다. 진양은 스스로를 달래보 고 자제를 해보았지만 어느새 그 기생에게로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후에 도비밀리에 그 기생과 통정을 하였고 진양이 낙양에서도 이름난 부자라는 사실에그기생은 자신을 첩으로 들여 줄 것을 요구한다. 진양또한 그녀를 8번째 첩으로들이고는 싶었지만 처 남과 한 약조와 각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망설인다. 그에게는 오랜 친구가 있 었으니 그가 바로 이 자모침을 만든 장공이라는자였다. 그는 대륙에서도 이름난 장인이었고 그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을 정도로손재주가 뛰어난 자였다. 장공은 친구 진양의 고민을 듣고 부인을 암살하자고 제의하고 그것을 진양은 흔쾌히 승낙을 한다. 문제는 처남이 황실 의 고관인 권력자라는데에 있었다. 자신의 처가 의문사하게 되면 분명히 사인을 조사하게 될것이고 만약타살의 증거가 드러난다면 불문곡직하고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처형할것 이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장공이 한달 열흘을 연구하여 이 자모침을 만들게 되었으니물론 진양의 부인은 당연히 다음날 시체가 되었지만 검시한 어떤 의원도 타살의흔적을 발견하지 는 못했다. 이러한 유래가 자모침을 담아 놓은 통 밑에 빼곡하게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5실은 조사실(祖師室)이었다. 역대 천마교 교주들의 전신 크기의 동상과 그들의무공, 심득 (心得)이 남겨져 있었으며 다음대 교주로 내정된자는 이곳에서 3년간을의무적으로 지내야만 한다.
'이제 한곳만 남았다. 태상의 말에 의하면 마지막 육실이 천마실이라고 했다.천마의 유품과 비급들이 소장되어 있는곳이다. 그럼 그곳에 광마존이 있겠군.'
파천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태상의 말대로라면 상대또한 대단한고수인 것이 다. 그 당시에 이미 극마(克魔)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지금쯤초마(超魔)의 경지에 도달해 있 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마도에도 일정한 경지가 있음이니 절정의 경지를 마경(魔境)이라 부르며 이때에야비로소 마 신(魔身)을 이루게 된다. 같은 내공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마신을이루게 되면 마성(魔性)
때문에 정도의 고수들보다 반갑자 정도의 내공력이 앞서는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것은 자 매판(紫枚瓣)과 황화예(黃化詣)의 단계를 넘어서서백연탄(白筵綻)의 초입에 들어가는 것이며 일반적인 마공의 정수를 맛보게 된다.흔히 절정의 단계라고 불린다.
그 다음이 마의 진신(眞身)을 이루는 극마지체(克魔之體)의 경지가 있으니 마를완전히 초월 함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에 종속됨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마기를내뿜기도 하지만 마 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검예의 경우에 대비한다면 마경에서는검강을 자유로이 시전하지만 극마지경에서는 어검술도 가능하다. 물론 수어검의경지를 말함이다. 이것은 백연탄의 말미 에서 대홍락(大紅落) 이전까지를 이른다.
극마지경을 넘어서면 초마신(超魔身)의 경지가 열리니 겉으로 보기에도 전혀 마기가흘러 나 오지 않을뿐더러 심성도 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도의 무공경지에 굳이비교하자면 천인합 일(天人合一)하여 연기화신(煉氣化神)을 이룸과 진배없다.어검술의 목어검과 심어검을 사용 할 수 있게 되며 파천이 지금 이 단계에 올라있다. 그야말로 대홍락의 입신의 경지이며 이 또한 너무나 복잡하게 세분화할 수있을 정도로 단계의 층이 두텁다. 초마에서 다음으로 넘 어가기가 가장 어려우며시대의 절대자들이라 자부하는 자들도 대부분이 여기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마의 첫단계를 정(定)이라고 하며, 두 번째는 진(眞)이라 하며 세 번째는공(空)이며 그 다 음이 영(靈)이라한다. 이것은 정공, 마공의 구분이 있을수 없으며무림역사상 초마의 정경의 경지를 밟은 것으로 공인되는 사람이라고는 다섯을 넘지않으며 그들 중 대부분이 정경에 머 물렀다. 단지 천마만이 진경과 공경의중간정도가 아니었을까 짐작만 할뿐이다. 정도문파역 시 마찬가지여서 대홍락의정경의 단계에 들어간 사람이라야 일곱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정 설이었다. 정경의단계에 들면 무형검을 사용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심검을 사용함이 가능해진다. 진경의 단계는 무형검이 더욱 심화되어 어떠한 형태로도 무형검강을 시전할수 있으며 12개까지 무형검을 만들수가 있게 된다. 공경의 단계에서는 완전한금강불괴를 이루 어 어떠한 것으로도 몸을 파손할 수 없으며 오로지 영경의 단계인우주검만으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원영신(元孀身)을 만들어 공격을 하거나자연의 기에 무형검을 실을 수 있으 므로 그 형태나 양에 구애됨이 없다. 영경의단계는 그 누구도 설명이 불가능한 단계이다.
흔히 도사들사이에서도 공경을 신선이되는 경지라 하며 그 이상의 언급을 회피할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단지상상하기에 심검의 최고경지이자 인간이 이를 수 있는 무학의 마지 막 단계인우주검의 경지가 아닐까 상상해 볼뿐이다.
눈앞에 큼지막하게 들어오는 현판이 보인다. 제6실의 입구 상단에 자단목으로짠듯한 현판에 음각을 하여 주사로 칠을 덧입혔다.
天魔現身 萬魔仰伏 천마현신 만마앙복
단지 여덟글자에 불과 했으나 천마교의 1700년의 자부심이, 생동하는 맥박처럼 살아숨쉬는 글귀였다.
파천은 극도로 조심하며 안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심도의 첫단계라 할수있는 초 마, 즉 대홍락의 입신의 경지에 들어있었기에 그가 펼치는 천마잠형술은전혀 기운조차 느껴 지지 않는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먼저 보이는 것은 전면에 3장 높이로 설치되어 있는전신청동상이었 다. 아마도 그가 천마인가보다.
[천마! 너냐?]
-호, 용케도 내 모습을 그대로 복원시켜 놓았군.
[대단한데! 이들이 총단을 여러번 옮겼을터인데...... 새로 만든것인가? 하여튼대단한 정성이 다.]
모습은 30대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허리에 천마검을 차고 손에는옥선(玉扇)을 들 었다. 이마에 건(巾)을 둘러 긴머리를 정리했으며 두 눈은 또렷하니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청동상 앞에는 폭1장, 길이 5장정도의 유리관이 자리 해있고 주변에는 아무런 기물도 없었 다. 단지 넓었으며 바닥은 매끄러운흑강석(黑鋼石)바닥이었다.
파천은 그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자 의아했다. 광마존이 죽었다 하더라도어딘가에는 그 시체가 보여야 한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더니 실내의 이곳 저곳을뒤지고 다녔다. 유리관안 에는 천마의 유품들과 비급, 그림몇점이 전부였다. 그는발걸음을 돌린다. 혹시나 다른 곳에 서 그의 흔적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해서였다.
슈앙
등뒤였다. 그는 기척을 느낌과 동시에 재빨리 이형환위(以形換位)의 신법으로 좌로5장거리 를 단축해갔고 몸을 뒤로 뒤집었다. 더 이상의 소음은 없었다. 상대가발출한 검강은 오로지 그가 조금전까지 자리하던 그 공간만을 노리고 있었고 바닥은때리지도 않고 회수된것이었 다. 이것만 보아도 상대가 얼마나 고수인지를 알게 해준다.
"흐흐흐흐 이게 얼마만인가? 인간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이......"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3. 광마존. 관련자료:없음 [59408]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9 00:33 조회:2057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