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광마존(狂魔尊)
파천의 몸은 빠르게 흩어지며 천마잠형술을 펼친다. 상대의 검강은 쉴 새 없이 그의 흔적을 따라 붙었고 천마잠형술로 기운마저 차단한 파천을 어김없이 찾아낸다. 광마존은 천마동상 의 어깨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술호로병이 들려 있었고 그는 장난처럼 손을 떨 치고 있다. 그 모습을 포착한 파천은 한순간에 거리를 좁히며 광마존의 검강에 맞서갔다. 3 장이나 되는 검강이 쭈욱 상대에게 뻗쳐간다.
"하하하하 애송이는 아니었군"
이형환위를 펼치며 광마존은 어느새 파천의 배후로 접근한다. 이미 그의 움직임을 예상한터 라 파천은 곧 바로 어검술로 공격했다. 광마존이 파천의 배후에 나타나고 파천이 어검술로 그 공간을 찔러든 것은 거의 동시의 순간이었다.
쾅
검강의 부딪힘으로 석실이 진동을 하고 있었다. 광마존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제서야 상 대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자각하였나 보다. 그의 눈빛엔 더 이상 장난스러움은 떠올라 있지 않았고 자신의 다른 한손에 들려 있던 석자의 검을 어검술로 쏘아낸다. 파천의 천마검 과 광마존의 검이 그들 사이에서 격돌한다.
쾅
쾅 쾅
두 검이 부딪혀 가는 속도는 채 그 형상을 나타내기전에 흩어질정도로 빠른 것이었고 검강 이 부딪힐때마다 불똥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광마존의 어검강은 장중하고 패도적이었다. 그 에 비해 파천의 어검강은 기민하고 신속했다. 초식이 거듭될수록 파천의 검이 뒤로 밀려난 다. 파천의 얼굴엔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지금 자신의 실력이라면 무림에서 상대가 없 으리라 생각했건만 광마존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파천의 검이 허 공에서 한바퀴 원을 그리며 광마존의 검을 쳐내면서 앞으로 진격해 들어가 보지만 어느새 광마존의 검이 되쳐온다. 수십합이 지났지만 승부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두 사람은 신중하 게 진기를 집중하여 어검술을 펼친다. 조금전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광마존에게서 더 이 상 볼수가 없었고 그는 깊이 몰두하는 기색이었다. 두 사람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검을 회 수한다. 그리고 서로를 노려볼뿐이었다.
'초마의 경지에 들어선자다. 더군다나 내공에서는 나를 앞서고 있다.'
파천의 내심은 착잡했다.
"하하 좋아. 아주 좋다. 내가 말년에 너 같은 고수를 만날 수 있었다니...... 하늘에 감사를 하고 싶군. 넌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대홍락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니 참으로 놀랍구 나"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요. 이제 더 이상 상대가 없으리라 여겼건만...... 세상은 참으로 넓다는 것을 실감하겠군"
"넌 대체 여기 무엇하러 들어왔느냐? 천마교의 늙은이들이 순순히 들여 보내 줬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구나. 넌 대체 누구지? 천마교도인가? 아니지...... 아니야. 너 정도의 고수를 키워낼 만큼 이곳이 대단한 곳이 아니지...... 안 그런가?"
그는 습관처럼 술호로병을 주둥이에 갖다 붙이고는 안의 내용물을 쓸어 넣고 있었다.
"후후 다시 한번 해봅시다."
"이미 서로가 비등하다는 것을 알았을텐데...... 상대의 목숨을 뺏으려면 자신도 그 만한 댓 가를 치러야 한다. 설마 그것을 원하는 건가?"
"당신은 내가 들은것과 많이 다른 사람이군. 그리고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무엇이든지......"
"당신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텐데 왜 나가지 않은것이요?"
사실이 그랬다. 조금전 그가 보여 준 초마의 어검술정도라면 한철정도는 가볍게 파괴할수 있었을거다.
"...... 흥미없다. 지금 나가 보았자...... 날 반겨주는이도 없을 것이고, 또 다시 내 손에 본교 의 사람들 피를 묻히기는 싫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것도 있고...... 넌 여기 무엇하러 들어온 거지?"
"난...... 천마환을 회수하러 왔소."
광마존은 그의 말에 그리 놀라지 않는 듯 했다. 이미 예상하던 답을 들었다는 모습이다.
"태상이 보냈나?"
"아니요!"
"아니라고? 태상이 아니면 누가 너같은 고수를 보낼 수 있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군! 넌 대체 누구냐?"
그것이 그렇게 궁금했나 보다. 하긴 갑자기 하늘에서 뚝떨어진 존재같이 광마존에게는 이해 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눈 앞의 젊은이였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스물다섯이 넘지 않은 나 이에 대홍락의 입신의 경지에 들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가 알기에 태상이라도 파천같은 고 수를 수하로 두기엔 벅찰것이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난...... 천마지존이요"
"......!!!"
잠시동안 광마존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급하게 술을 한모금 들이킨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뭐라고?"
"난 천마지존이외다"
"천......마......지......존? 우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웃으시오?"
"하하하하하하"
뚝
갑자기 웃음을 거치자 그제서야 석실의 진동이 멈춘다.
"네가 고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더군다나 네 만한 나이에 그 정도의 성취를 이룬 사람 은 고금에 처음 있는 일일거다. 그러나...... 천마지존이라는 말은 함부로 뱉어낼말이 아니다.
꼬마야"
광마존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에도 파천은 그저 싱긋 웃기만 했다.
"웃어? 흐흐흐 배짱이 큰 놈이군! 아주 마음에 드는 놈이야. 그렇지 않소? 천마조사님!"
그의 시선은 천마의 동상에 가서 못박힌 듯 떼어질줄 모른다.
"지금껏 천마교에서는...... 천마대종사로 불린 역대교주들은 있었을지언정, 천마지존이라고 불린 분은 단 한분 밖에 없었다. 그만큼 천마조사는 우리 천마교도들에게는 신과 다름없는 분이다. 그런데 네가 감히 그 성스러운 외호를 함부로 갖다 붙인단 말이냐? 하는짓이 귀여 워 내버려 두려 했지만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그의 손에서 술병이 떨어지며 바닥을 때린다.
텅
쇠로 만들어진 것이라 그 소음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두 사람의 심경을 압박한다.
광마존은 두 손으로 검자루를 움켜쥐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붉은색 기류가 휘몰아치기 시 작했다. 그것은 이내 광풍으로 변해 석실을 휩쓸고 있었다. 그가 분노한 나머지 전 내공력 을 끌어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저녀석...... 정말 대단하다. 이것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는데?'
파천도 긴장했다. 이미 상대의 실력은 익히 아는터,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뺏어갈 것이다.
파천도 전공력을 끌어 모으며 광마존의 공격에 대비했다.
"꼬마야, 조심해라."
슈웅
광마존의 검에서 쏟아진 검강은 지금까지와는 기세부터 달랐다. 어검의 경지에 이른자가 시 전하는 검강은 그 파괴력이나 빠르기에서 차이가 난다. 어검술로 검을 날려 검강을 시전하 든 손에 검을 잡고 시전하든 위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근거리에서는 어검강보다 직 접 검을 들고 검강을 시전하는 것이 변화와 정밀함에서 앞선다. 순식간에 광마존의 검강이 파천을 쪼개온다.
쾅
턱턱턱
"어억"
파천은 튀어나오는 신음을 삼키며 뒤로 비칠거리며 물러선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 했다. 광마존의 검에서는 눈을 떠지 못할정도의 빛무리가 계속 흘러나오며 파천의 전신요혈 을 압박하였고 일검 뒤에 이검 다시 삼검...... 이런 식으로 검강은 계속 중첩되고 있었다.
쾅
콰콰쾅
광마존의 검강은 모조리 파천에게 막히는 듯 했으나 파천이 받는 충격은 결코 작은 것이 아 니었다. 광마존의 검강은 점차로 빨라지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그는 연신 현란한 보법을 밟 아가며 파천의 허점을 노렸고 아예 변초를 무시한 강맹(强猛) 일변도의 공격이었다.
'이......이것...... 맞받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이런식이라면 일각도 지나지 않아 낭패를 면키 어렵다'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한다. 계속 광마존의 검강을 받아내며 틈을 노렸다. 바로 그 순간 이었다.
"천마군림보"
전후좌우 12신으로 불어난 파천의 분신들은 제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며 광마존에게로 뛰어 든다. 그의 손에 들린 천마검에서는 다소 위력이 감소된 검강이 쏘아져 들어 왔으나 그 숫 자가 많은 관계로 위력은 오히려 더했다. 광마존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찌 저놈이 천마조사의 독문보법을 시전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저검은......? 천마검!'
그제서야 그것을 알아본 것이다. 그렇다고 한 눈 팔 여유가 없었다. 이미 파천의 검강은 자 신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천마군림보는 여타의 분신보법(分身步法)과는 달리 모든 것이 실 상이며 각기 다른 공격이 또한 실초이다. 그러나 그 위력은 다소 감소된다. 그렇지만 12명 의 파천이 공격하는 것과 진배없기에 그 위력은 엄청난 것이다.
"검막"
콰광
이번에는 광마존이 뒤로 물러선다. 태어나서 최초로 일대일 대결에서 낭패를 본 것이다. 그 는 흥분하고 있었다. 잠시전 갖고 있던 천마검과 천마군림보에 대한 생각은 이미 천리밖으 로 달아나 버렸다.
"이얏."
광마존의 검은 곧장, 공간을 선회하며 검강을 쏘아내고 있었고 심지어 변초를 섞어가며 휘 어가거나 뒤로 돌아가 배후를 노리기도 한다. 파천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형환위와 천마 군림보로 광마존의 공격을 무위로 돌리며 뒤로 물러나고 간격을 넓혔다. 그리고 곧장 천마 검과 간장검을 동시에 공중으로 띄운다. 여지껏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것을 최초로 시전해보 는 것이었다. 파천은 양의분심공으로 두 검을 교묘히 조종해가기 시작한다. 약간의 시간차 를 두고 어검강을 시전하고 때로는 동시에 양쪽에서 공격해 가기도 한다. 점차로 광마존의 검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가 공격해 들어오니 정신이 어지러웠 다. 결국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검을 회수하여 손에 잡는다. 파천의 검은 집요했다. 천하 의 신검인 천마검과 간장검이 어검강에 휩싸인채 공중을 선회하는 것은 일대 장관이었다.
연신 뒤로 물러서기 바쁜 광마존! 얼굴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져 그의 내심의 처참함이 어 떤지를 보여준다. 양의분심공으로 두검을 동시에 쓰기시작한지 일각도 되지 않아 천마검이 광마존의 허벅지를 훑고 지나간다.
"억"
호신강기마저 찢어발기며 살들을 추려낸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상처가 났지만 열기에 타 버려 피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의 몸놀림은 현저히 둔화되고 검강의 위력도 약화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합이 지나지 않아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할 듯 했다. 광마존의 얼굴엔 절망이 빠르게 엄습하고 있었다. 자신이 진 것이다. 그러나 분하지는 않았다. 질만한 사람에게 졌다는 생각과 어쩌면 정말로 천마지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쓔웅
쾅
천마검이 광마존의 가슴중간에 있는 옥당혈을 노리자 광마존이 쳐내고, 바로 그 순간 간장 검이 옆에서 막아가는 광마존의 검을 쳐올린다. 광마존은 검을 손에서 놓치고 만다. 어이없 는 패배였다. 무사가 검을 떨어뜨리는 것 만큼 치욕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멍하니 날아가 는 검을 쳐다보며 회수할 생각도 없이 죽음을 기다렸다. 눈마저 지그시 감아 버리지 않는 가?
..........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의 검이 찔러들어오지 않자 그는 슬그머니 눈을 떠 보고 있었다.
"후후 아직도 내가 천마지존임을 믿지 못하겠소?"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파천이 눈까지 찡긋하며 묻는다. 어안이 벙벙한 광마존!
"이것 섭섭한데...... 아무리 형편없는 놈이라도 명색이 2대천마지존인데...... 천마교도에게도 무시를 당하다니......"
파천이 짐짓 서글퍼다는 표정을 짓자 광마존의 얼굴엔 그제서야 씁쓸한 미소가 떠 오른다.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정말 천마지존이십니까?"
"그렇소. 내가 바로 2대천마지존인 파천이요!"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남에게 결코 굽혀지지 않을 것 같던 광마존의 무릎이 서서 히 꺾여지고 그의 머리도 바닥에 닿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
"천마지존을 뵙습니다"
★ "그게 무슨 말이요?"
이미 파천에게서 모든 연유를 듣고 난 뒤라 광마존이 파천을 대하는 것은 극경의 자세였다.
"전 여기에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낱 우물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말입 니다. 이곳에는 지존께서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천마조사님의 비급과 심득, 그리고 그 분 이 소장하고 계시던 유품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전 처음에는 조사님이 남기신 비급, 물론 거기에 천마군림보와 아수라멸천장, 천마삼검의 마지막 절초인 파천황은 없었으나, 그것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소비하였지요. 정말 제게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때 천마환의 마기를 이기지 못해 심마에 든적도 있었으나 나름대로는 제 무공에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천마조사님의 무공을 대하자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지더군요. 도저히 인간의 무 학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것 마저 그분의 최후심득이 아니라는 사실에 전, 무 학의 길이 얼마나 넓고 큰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지요. 곧 바로 천마환을 빼놓고 조사의 무 공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 분이 쓰신 글을 하나 읽게 되었지요. 그곳에는 제가 상상할수 없는 글귀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저는 모든 야망을 접고 이곳에서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데 그러시오?"
파천은 호기심이 일었다. 광마존은 천마동상의 유리관 앞으로 가더니 책자 한권을 꺼내갔고 온다. 양피지의 색이 바래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천년이 넘은 것으로 보였다.
"바로 이것입니다. 조사님께 물어보시는 것이 빠를테지요. 사실 이것은 단편적인 것 뿐이 라...... 오로지 지존의 안에 계시는 조사님만이 확실하게 답을 주실수가 있을겁니다."
파천은 책을 받아 들었다. 첫장을 넘기자 조금은 조악스러운 글자체가 드러난다. 내용으로 봐서는 일기인 듯 했다.
"천마! 이것 네가 쓴거냐?"
파천이 천마조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스럽게 여겨지던 광마존도 이제는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맞다. 내가 100살이 넘었을때부터 쓴것이지.
"대체 광마존이 한 말이 무슨 말이냐? 일일이 보기 귀찮으니 네가 요점만 간추려 얘기 해 봐라"
-후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을 또 다시 떠올려야 하는군
'대체 무엇이길래 끝간데 없이 잘난놈이 한숨을 다 쉬나 그래?'
-잘 들어라. 충격은 받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그 일기를 적었던 때만 해도 내 무공은 12갑 자가 조금 넘었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내가 제일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바로 그 자체였으니...... 초마를 넘어서고 정(定)의 단계마저 넘어서자 더 이상의 진전이 없더구나. 그 때부터는 마음의 공부였다. 무학의 이치를 따지기 보다는 마음으로 우 주의 진리를 더듬어가는 것이다. 사람의 몸자체가 소우주이기 때문에 마음공부를 통한 깨달 음이 없이는 더 이상의 성취는 불가능했다. 검의 경지가 이미 무형검의 단계에 들어서 있었 기에 더 이상은 없을 거라 생각을 하던 때였다. 바로 그때! 그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냐? 인간이 아니라니?"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신선들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때 내 나이 100세가 훌쩍 넘어 있었 는데도 그들은 나를 어린아이 대하듯이 했다. 나의 무형검은 그들이 장난으로 휘젓는 손짓 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더군. 그들은 한귀절의 문장을 보여주더니 이 뜻을 알겠느냐고 물 었다. 무슨 말인지 조차 불분명한 문장이 적혀 있더군. 나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지. 그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내가 죽기전에 다시 한번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때 받은 충격은 엄청났지. 마치 꿈인듯도 했고...... 아니 꿈이길 바랬다. 내가 이룬 것이 모 두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지던 기분이라니...... 그리고 나는 과감히 천마교를 떠났다. 여기저 기 헤매지 않은곳이 없었다. 점차 내 무학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지. 그러나 기쁘지가 않았어. 초마를 넘어서서 정경, 진경, 공경의 초입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무형검 이후에 자 연검의 경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공경에 제대로 발을 들여 놓 은것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그것은 몇백년의 수련이 없이는 넘지 못할 벽이 었다. 그래서 절망하게 되고 내 나이 어느덧 150세가 넘어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았는지는 모르나 그때 그들이 다시 찾아 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이제 는 깨달았느냐?" 그 한마디 뿐이었다. 난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혼 잣말로 이렇게 말하더군. "역시 인간의 세월로는 이것을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신인이 나오시겠는가? 역시 무림인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인가 보군." 내가 그들에게 당신들의 나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이 뭐라 했는지 아는가?
"뭐......뭐라고 했는데?"
파천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처음 아버지 표에게서 강호기인들에 대해 들었을때의 어 린 윤문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를 잊어 먹은지가 오래 되었구나" 하는 것 있지. 참 얼마나 황당했는지. 그래서 당신 들은 얼마나 오래 삽니까? 라고 또 물었다. 그랬더니 "한...... 천년정도는 산다" 그러더구나.
그러니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 어찌 인간이 천년을 산단 말인가? 그들은 내 앞에서 한참동 안 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더군. 그 중에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몇단어가 "천외천" "현생인류" "마신"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다다.
"그 사람들은 누구지? 정말 이 세상에...... 그런 자들이 존재한단 말이냐? 믿을 수가 없 군...... 참 천마 그들이 너에게 보여 주었다는 문장이 뭐였는데?"
천마는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고함을 빽 지르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임마!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처음 네 몸에 들어올때는 어쩌면 공경의 단계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기대로 흥분되었었지. 그런데 그 놈들! 쌍노라는 놈들이 주절대는 소리를 듣 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벌렁거리는군......
"무슨 말이야?"
-그들이 읊어 댄 문장이 바로! 으이구! 야 그 뭣이냐? 혜능! 네가 가르쳐준 것 말이다. 그 주술같은 것 있잖아!
=아! 천부경 말씀 하시는겁니까?
-그래! 그거...... 쳇 그것을 다시 듣게 될줄이야.
"그......그럼 그것이 그들이 네게 보여주었다는 문장이란 말이냐?
-그래.
파천은 놀람을 금치 못한다. 그도 천부경을 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런 것을 묻고 다니는거지?"
-낸들 아냐?
"혜능! 천부경이라는 것, 넌 어떻게 알게 된거지?"
=우연히 알게 된것입니다. 달마께서 남기신 비록중에 천부경을 적어 놓고 파자(破字)를 하 다 중지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문장의 분명한 뜻은 모르나, 그것 자체가 항마의 능 력이 있음을 알게 된것이죠.
-달마에게도 그 사람들이 찾아갔다니...... 달마라는 애가 적어 놓은 것이겠지. 그 녀석도 머 리꽤나 빠졌겠군......
"중이 빠질 머리가 어디 있다고?"
-그런가?...... 난 사실 일치감치 포기 했었지. 그런 것은 취미가 없거든.
"그들이 누굴까? 무지하게 궁금해지는데......"
-너도 신경 끊고 사는게 편할거다. 그것 생각하면 열받아서 아무것도 못한다. 생각을 해 봐 라. 대홍락의 공경이상을 넘어서 있는 자들이 한둘도 아니고 무더기로 있다 생각해 봐라.
그리고 그들이 천년씩을 사는 인간 아니 신선이라면 열 안 받겠냐? 그냥 뱀꼬리일망정 무림 에서 무상의 권세나 휘두르고 사는게 장땡이다. 진작에 내가 이런 깨달음이 있었다면 말년 이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텐데...... 보아하니 저 자식도 내가 써 놓은 일기 보고 충격먹 었나 본데...... 자부심이 강한 놈들일수록 충격이 심하지. 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 다.
"아니다."
-뭐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만약에 말이다. 그들이...... 내가 평생을 이뤄 놓은 터전을 하루 아 침에 난장판으로 쓸어 버릴 수 있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은 비록 그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 러내지 않는다 해도...... 그런 놈들이 있다는 자체가 기분 나쁜거야. 하루하루를 불안으로 살바에는 머리가 터지는 한이 있어도......"
-있어도? 어떻게 할건데......
"쓸어버린다."
-너 미쳤니? 야 걔네들은 인간이 아니라니깐...... 하긴 열 낼 일도 아니네. 그들이 인세의 일에 관여할 일은 없을 테니...... 아직 쟤가 그들을 못 만나봐서 그런다...... 아이고 불쌍한 놈! 하긴 네 놈이 공경의 경지가 뭔지나 알겠냐? 이제 초마에 한발을 들여 놓은 주제에......
"비록...... 내가 지금은 그들에 비하면 어린애에 불과 하다지만 만약에...... 내 일에 방해를 하거나 간섭을 한다면 공경아니라 신선할애비라도 모두 쓸어버린다. 평생이 걸리는 일이라 도...... 그 어떤 일에고 이제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는다."
광마존은 그런 파천의 모습에 몸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 파천의 배후에서 피어나는 무서운 마기를 보았던 것이다. 초마의 경지에 들어선자가 마기를 뿜어내다니?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4.수하로 거두겠다. 관련자료:없음 [59472]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30 00:09 조회:2021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