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검의 도리
파천의 시선은 고요한 가운데 더욱 침잠해 들어가고, 다수의 위용을 자랑해야 할9명의 공자 들은 불안과 초조, 그래서 급박한 심장의 고동소리를 귀로 들으며 더욱흔들려가는 시선을 붙잡아 두려 애쓴다. 검을 쓰는 자는 검을 꽈악 쥐어가고 손을쓰는 자는 손바닥에 땀이 맺 혀간다.
이번에는 그들도 섣불리 도발하지는 않는다. 이미 호되게 당해 본 터라 쉽사리제압하거나 이길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판단된 것이다. 이런 그들의 심경의 변화는동일하게 그들 모두 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강자를 만났다는 묘한흥분감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한번에 끝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이 한번의 공격에 짜 내어야한다. 전 혀 서로의 공격에 의지하여 상승의 효과를 보지 못하게끔, 광풍같이 몰아붙여야 한다. 길게 끌면 그 만큼 나에게는 손해다. 더군다나 이들은 어쨌든 수하로삼을 자들! 죽거나 크게 다 쳐서도 아니된다. 그렇기에 투기자체를 꺽어버려야한다.'
파천의 이런 내심은 곧 바로 현실에 적용되어 가고 있다. 그는 암암리에 공력을끌어 모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그들은 한번도 진법을 짜며 공격을해본 경험들이 없었기에 조직적인 공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그들이 그런것 마저 뛰어넘을 만큼의 고수라 는 점이 문제였지만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무영존과 귀랑, 흑면신수가 널부러져 있는 지금, 그들의 진용은 월영이 중심축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음공은 파천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에 손에든피리를 검처럼 사용한다.
월영이 손을 치켜들자 그들의 위치가 새로이 변화를 주고있었다.
월영을 중심으로 해서 좌로는 사미륵, 수라검마, 구루사귀, 추혼마영이 한조를이루고, 우로 는 옥기린, 고루혈살, 생사검, 경혼귀영이 한조를 이룬다. 참으로절묘한 배합이었다. 장법이 나 강기공이 주무기인 자와 검, 신법이 특기인자를교묘히 한조로 묶어둔 진형이었다.
이것으로 보아 이미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했다. 월영의 손이 앞을 가리킨다. 척살의명이 떨 어진 것이다. 제일 먼저 튀어나간 것은 생사검과 수라검마였고 그들의검에서는 보기에도 섬 뜩한 검강이 공기를 사르며 파천의 전신요혈을 노린다. 그뒤를 옥기린과 사미륵이 받쳐가며 다음 수를 준비하고 경혼귀영과 추혼마영은 빠른신법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린다.
이렇게 되고 보니 실제 공격을 가한 것은 두명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6명을 한꺼번에신경쓰 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더군다나 나머지 세명은 그들이 격퇴되어후퇴할때를 대비하고 있 으니,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공격법이라 할만 했다.
파천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곧바로 어검강을 시전했다. 천마검과 간장검이 내뿜는검강이 전 면을 통째로 쓸어간다. 검을 날리고는 그 자신도 그 뒤를 따르며천마군림보를 밟아간다. 순 식간에 12신으로 늘어나 버리자, 상대들은 일순공격지점을 놓쳐 버리고 그 순간, 파천의 어 검강은 그들 사이를 누빈다.
"어억"
"물러서지마"
생사검과 수라검마가 최후의 진력까지 짜내어 파천의 검들을 상대해보지만역부족이다. 결국 그들은 신음을 삼키며 뒤로 밀려나고, 옥기린과 사미륵은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곧 바로 파천에게 돌진하며 청살마공과 미륵살공을 펼친다.옥기린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색된 채 그 의 손에서는 그것보다 배는 시퍼런 강기가빛살처럼 뻗어간다. 사미륵도 이에 뒤질세라 두손 이 벌겋게 달아 오르며 주욱늘어나더니 파천에게로 접근한다.
파천은 이미 양의 분심공으로 어검광과 천마군림보를 동시에 쓰고 있었다. 12신으로분신한 상태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두검을 암암리에 조정하며 손에서는 천마의절전절학인 아수라멸 천장이 뻗어나간다. 12신의 손에서는 저마다 사람머리통 만한아수라가 시커먼 기류에 쌓인 채 그들을 핍박해가고 괴이한 소음까지 동반하니모골이 송연해 진다.
'아...... 지존께서 저 정도의 성취를 이루셨다니? 비고에서와는 또 다른 경지인 것같으니......
대체 저 분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광마존이 부상자를 돌보며 감탄에 젖어 멍하게 격전장을 쳐다본다.
생사검과 수라마검은 연신 뒤로 물러 서고 있었고 파천의 아수라멸천장은 옥기린과사미륵,
그리고 기회만 엿보고 있던 추혼마영과 경혼귀영까지 한번에 쓸어버린다.구유사귀와 고루혈 살이 허공중에 있는 파천의 두 검을 상대하던, 생사검과수라마검을 지원하고, 월영은 옥기 린등을 지원한다. 한 순간에 두 힘이 두지점에서부딪히며 땅이 뒤집어지고 흙먼지가 온통 시야를 가릴정도의 굉음이 일어난다.
쾅
쾅
"어어억"
"울컥"
"으......"
"말, 말도 안돼......"
파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옥기린의 청살마공은 그 위력이 대단한 것이었다.손목과 어깨까지 찌릿찌릿해 온다. 그리고 무리한 내기운용으로 입안이 비릿해지고있었다. 이에 반 해 마공자들의 낭패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경혼귀영과 추혼마영은 무릎을 꿇고 연신 피를 토해내고 월영의 피리는 산산조각이나 그 파 편에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생사검은 옆구리가 한 뭉텅이나 패여있었고 수라마검은 비 교적 멀쩡한 듯 했으나 그 또한 역류하는 기류를 간신히억제하고 있었다.
사미륵의 손목은 부러졌는지 덜렁거리고 구유사귀는 저 멀리까지 날아가 쳐박혀있으며 고루 혈살은 한팔이 잘려나가 있었다. 비교적 상처가 적은 사람이라면옥기린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으로 봐서는 그리 가볍지 않은내상을 입은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으니, 파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사이를 헤집는다.간신히 옥기 린이 앞을 막아보지만 파천의 입에서는 굉량한 외침이 토해지고,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탄(彈)"
"경세천하(驚世天下) 흡(翕)"
"혈세천하(血世天下) 무(無)"
파천수라장의 삼장이 연이어 옥기린과 뒤늦게 합류한 수라마검과 생사검을 후려쳐버린다.
그들은 막고자시고 할틈도 없이 뒤로 4장이나 날려가고 있었다. 이미옥기린은 피를 토해내 며 의식을 잃었고 수라마검과 생사검도 저항불능상태였다.완벽한 패배였다.
그러나 그들은 끈질겼다. 생명을 잃을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초인적이었다. 사미 륵은 양손이 부러져 덜렁거리면서도 가까이 다가오고 고루혈살은잘려나간 팔을 지혈하고는 눈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공격해 온다. 구유사귀와경혼귀영등도 간신히 몸을 다시 일으키고 들 있으니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짐작이 간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파천은 진실로 감탄했다.
'진정한 무사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자들이다. 마음을 굴복시키지 않는 한저들을 얻 을 수는 없다.'
그는 눈을 감았다. 천마검과 간장검이 검극을 하늘로 한 채 허공중에 똑바로 서있었다. 달 려 들어오던 두 사람도 그 모습에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며 잠시 걸음을멈추고, 이미 기절 한 옥기린을 제외한 11명의 마공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파천에게집중된다. 흑면신수는 팔과 등짝이 작살났으면서도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지켜보고 있었고 저뒤로 멀찌감치 날 려가 쳐 박혀 있던 자들도 얼굴을 들고 있었다.
파천의 검은 그 상태로 허공중에 떠 있더니 검극에서 붉고 흰기류가 흘러나오기시작했다.
그것은 일반의 검기가 아니었다. 직선적인 강함은 없었고 오히려 향을피워놓은 듯 끊임없이 안개같은 것이 흘러 나온다. 모든 이들은 자신들의 주변을감싸는 그 안개를 쳐다보고만 있 었다. 이미 장내를 자욱하게 뒤 덮어버린지라,신비감마저 들게 한다. 저것이 무엇이란 말인 가? 모두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사람, 광마존만은 입을 벌린채 다물줄을 모른다.
'서..... 설마 저것이?'
아니리라. 그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무형검도 시전하지 못하는 파천이 자연검의오의를 깨달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무학의 상리에 벗어나는 것이지 않는가?
한동한 멍하니 있던 사미륵이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는 쓴 웃음과 함께 몸을 솟구쳐...... 이 런 왜 이러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혈도가 제압된것도 아니고 진기의 유통이 막힌것도 아닌데몸이 움 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즉각 다른 자들에게 전음을 보낸다. 그의 전음에야그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다, 즉시 몸을 움직여 본다. 마찬가지였다. 몸이 말을안듣는다. 꼼짝도 할수 없었다.
진기의 유통이 원활하고 전음을 사용할수도 있건만몸은 그들의 의지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것이 무슨 괴사란 말인가? 거미줄에 걸린가여운 먹이와도 같이 그들은 모든 동작을 포기해 야만 했다.
'저자는...... 우리가 어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무영존의 생각이었다. 정체모를 안개의 위력임을 그는 깨닫고 있었고 그것은12마공자가 동 일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허공에 떠 있던 검이 갑자기 진동을 보이고 있다. 부르르 진저리를 치며 떨더니주위 20장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빨려 들고 있었다. 일각정도가 흐르자말끔히 걷혀진 안개! 언제 그랬나 싶게 몸이 자유로웠다. 그러나 누구하나 파천을공격하는 이가 없었다.
"날좀 일으켜 주시겠소?"
무영존의 목소리였다. 광마존은 무영존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고 그는 광마존에의지하여 걸음을 떼고 있다. 파천은 아직까지 두 눈을 꼭감고 있었으며 두 발은땅을 짓누르며 철탑처 럼 흔들림이 없다. 진정 거인의 기도였다. 어찌 사람이 저리도거대하게 보인단 말인가? 누 구하나 말을 하는 이가 없었으며 그들의 시선은 힘겹게움직여 가는 무영존에게 머물러 있 다.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선배!"
무영존의 말에 광마존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혼자 서 있기가 힘이 드는지 그는연신 두 다리를 가늘게 떨고 있다.
"당신이 누구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천마지존의 실전된 무학을 사용하시는것으로 봐서 는, 그 분과 무관하지 않으신 듯 하니...... 이미 두가지 조건이 모두갖추어 진 셈이군요. 비 록 보잘 것 없고 미천한 자에 불과하나...... 신의를목숨처럼 여겨 왔습니다. 지금...... 이 시 간부로...... 저를 비롯한 천마교12마공자들은...... 당신의 수하가 되었음을 천지신명께 고하 고...... 이후 죽음이우리를 갈라 놓기 전까지는 몸과 뜻과 정성을 다 하여...... 지존으로섬기 겠습니다...... 지존 절 받으십시오."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사나이의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나이로 태어나한세상 기개와 의기만을 지니고 살아가리라 생각했건만 이제는 자신을 포기해야만한다. 누군가의 수하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군의 의지로 세상을살아가겠다는 맹세! 그것을 알기에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일게다.
그가 힘겹게 무릎을 땅에 대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공자들의 눈에서도같은 성질 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역시 사나이였고 무사였다.저마다 자신이 있 는 위치에서 무릎을 꿇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하늘을 울리고있었다.
"주군!"
"지존!"
눈물을 흘릴지언정 그 목소리들에는 진심과 충정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되었다.'
파천은 조용히 눈을 뜨고 있었고 자랑스러운 무사들을 한사람, 한사람씩 쳐다본다.
'이제는......되었다'
쓰러진다. 거인이 쓰러지고 있었다. 파천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고그의 몸을 받쳐든 이는 광마존이었다.
"지존!"
"주군"
쓰러지는 파천의 입가엔 싱그런 미소가 꿈결처럼 매달려 있었다.
여전히 옥기린은 혼절해 있다.
★ 호법전의 침상에는 파천이 누워 있었다. 이미 3시진이 흘러가고 있지만 그는 일어날생각을 않는다. 그 주위를 세명의 호법과 광마존이 지키고 있었다.
"어찌 그리 무모한 일을 하신단 말인가?"
태상의 얼굴은 수심으로 젖어 간다.
"자네는 대체 뭘 했기에, 주군이 이리 되실 때까지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좌호법 금면불마가 광마존을 나무란다.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원체 뜻이 완고하셔서......"
"되었다. 모두 지난 일!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건만 대체 왜? 안 깨어나시는지를모르겠 군."
태상의 말에 광마존이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광마존이 137세나 되었고 전4마존중의 일인 이었다고 하나, 호법들만은 그도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가장 나이가적은 우호법만해도 152 세나 되니 그가 어려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군다나태상은 그가 막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때부터 호법이었으니, 그를 대함은 그에게도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아마도 무리하게 검공을 시전하시느라 기혈이 역류하신 듯 합니다."
"아니 초마에 드신 분이 기혈이 역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나조차 그 성취를가늠하기 힘들건만...... 아무리 12마공자가 뛰어난 애들이라고 해도, 기혈이역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것이 아니오라, 일종의 심마에 빠지신 것입니다.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은상태에서 확연하 지 않은 것을 시전하느라......"
"대체 무엇을 하시다가 이렇게 되셨다는 말이냐?"
"...... 자연검을 시전하신 것 같습니다."
"?"
"자연검이 무엇이지?"
"...... 저도 잘은 모르오나...... 무형검의 단계를 넘어서 있는 것이라들었습니다."
"뭐라고?"
"그런 것이 있단 말이냐?"
그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좌, 우 호법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고...... 태상도미심쩍은 눈 빛이다. 할수 없이 광마존은 늙은이들에게 파천이 펼쳤던 검에 대해서설명을 한다. 그들은 눈만 멀뚱거리고 있었고 완전히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음...... 그래서 네 말대로라면 그냥 내 버려 두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지?"
"네...... 이미 초마의 정(定)에 들어가시는 중이시기 때문에 어떠한 상세도 스스로치유할 뿐 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벽을 허물어 가시는 것입니다."
"그런가?...... 보아하니 너도......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여튼 주군은 대단하신 분이시다. 저 젊은 나이에 초마의 단계를넘어서시다니...... 무림역 사에 아마도 처음있는 일일게다."
"그렇습니다. 장차 본교는 지존으로 인해 무한한 영광을 누릴것입니다."
"그렇겠지....."
★ 파천의 눈앞에는 시커먼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그가 선 곳은 작은 바위 위였고사방이 바 다로 가로막혀 있다. 아무리 멀리 내다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득한수평선뿐이었다. 이 제 여기서 꼼짝없이 죽게 생긴 것이다.
"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그리고 왜 내가 이런 곳에 와 있는 것이지?"
그는 허리를 내려다 보았다. 천마검과 간장검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발가벗고 이런 곳에 서 있는 자신이한심했고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바닷물의 색깔은 시커먼 것이 한치 아래도보이지가 않았다. 저 바 다의 넓이가 어느정도인지도 모르기에 그의 두려움은 더욱컸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큰소리로 누군가를 불러 보지만 대답이 있을리 없다.망망대해에 벌 거벗겨진 채 바위섬에 갇혀버린 파천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는바다를 가만히 쳐다보 았다. 강이나 호수라면 헤엄쳐서 갈수 있겠지만 바다라면얘기가 틀려진다. 그는 이대로 누 군가의 구조를 기다릴 것인가와 아니면 바다에뛰어 들어 살길을 찾을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그는 망설였다.
"에라이..... 가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겠지. 이곳에 있다가는 아무것도못하니 일단 은 가 보는 거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이런! 그런데 바다가 쫘악 갈라지지않는가? 아니 갈라진다기 보다는 말라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리라. 그가뛰어든곳은 물이 말라서 바닥을 드러낸다. 그가 걸음을 딛자 점점 땅이 확장되고있었다. 그는 신이 났다.
"하하하하하"
파천은 벌거벗은 채 부끄러움도 모르고 바다를 향해 뛰었다.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않았던 것이다.
★ -파천
=시주
-파천, 내말 들리나? 파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눈을 뜬다는 것이 이리도 힘이 든 일인지? 옛날에는몰랐던 사실 이다. 그의 눈에 무엇인가가 잡히는 모습이 왜 그리 반갑고 안심이되는지...... 천장을 물끄 러미 바라 보는 그의 시선에는 조금전의 전경이 떠 올라있었다.
바다! 그것은 바다였다. 한 없이 말라가던 바다, 너무나 깊어 칠흑같이 어두웠건만그가 걸음 을 내 딛자 금새 말라 버린 바다!
-파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거냐?
벌떡!
그가 몸을 일으킨다.
-너, 괜찮냐?
천마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는 몸을 일으킨다. 한쪽에 걸린천마검과 간장 검이 보인다. 그는 시선을 다시 손으로 고정했다.
"천마! 검기와 검강은 무슨 차이가 있지? 단지 내공의 높고 낮음의 상관인가? 기의정밀함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 그도 아니면 발경의 경로의 차이? 대답해 봐라"
-검기란 내공을 검에 주입한 기운에 불과하고, 검강이란 그것도 마찬가지......내공의 차이지 만...... 검에 대한 이해......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천마가!
"아니다. 집중의 차이이다. 축기된 기를 발출하는 것은 내공의 높음과 낮음의상관이 없이 경 맥과 혈도를 지나치게 되고 그것을 검이란 매개체로 형상화한것에지나지 않는다.
무공의 증진에 따라 검이 없이도 수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기운을 다스리는집중력이 높 아 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욱 원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무리고수라도 내기를 사용 하여...... 그래 바로 그거다. 본능!
인간은 기운을 형성하고 축기를 하여 기를 사용하지만 육체의 본능에 따라 혈과육을 사용하 는 것이다. 순수한 기운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 근육과 관절을사용한다. 그것자체가 집중을 방해한다.
검을 사용한다 함은 그 검이 지니는 예기가 기를 발출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완전히 내 몸을 내 의지하에 둘수만 있다면 그래서 순수한 기만을 사용한다면,무형검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의지와 기를 일체화 시켜 온몸을 기화시키는 것이다. 그래! 저절로 그리되는 것,이것이 바로 무형검이자 심검의 심도이다. 기운과 의식이 일체화 되었기 때문에굳이 운기하지 않아도 저 절로 움직인다. 마치 우리 몸의 신경들이 저절로 몸을장악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이럴때 만이 의식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는 계속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주절거리며 바닥에 몸을 주저 앉히더니좌선명상에 들 어간다. 가부좌를 틀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조는 듯이 보였다.
'검에는 길이 있다. 검로는 공간에 매인다. 하나의 일정한 공간에 검로가 들어갈 수있는 것 이 만개라면 실제 사용하는 것은 그 십분지일도 되지 않는다.
초식이란 이것을 구체화해서 일정한 형식을 취한 것, 검로는 상대성이 따르고 동작,내기의 운행, 공력, 상대의 반응에 따라 각기 다른 검로를 취한다.
그러나 항상 검이 가장 원하는 검로는 있기 마련, 이것을 머리로 깨달아 시전함은이미 늦 다. 모든 것이 저절로 기와 검과 의지가 하나가 되어 그때 그때마다 가장바른 검로를 찾아 간다. ........................
무공은 어차피 힘과, 변화와 빠름의 적절한 변용, 힘이란 내공을 말함이요, 변화란변식, 즉 초식을 이른다. 빠름은 내공과 변식의 조화로 적절한 중도를 말한다. 가장느린 검이지만 검 로에 따라 가장 빠르고 적절한 것이 되는 것도 이러한 이치다.
심검이란 힘을 이르는 내공을 백맥과 세맥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유통하고, 변화를이르는 초 식의 정묘함이 가장 바른 검로를 찾아감이요, 이 모든 것이 의지하에서하나로 통일되는 것 이다. 정순한내공만으로......................................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 집착, 욕심, 두려움, 어리석음을 버려야심도에 오르고 그것은 저절로 그리 되는 것이다.'
그의 몸에서 변화가 일고 있었다. 투명한 기운이 그의 모공에서 뿜어지고 있었고그것은 그 저 그의 몸을 더욱 정밀하게 감쌀 뿐이었다. 그의 이마에서는 은은한서기가 맺혀 가고 백회 혈에서 붉은빛과 푸른빛이 천장으로 치솟더니 서로가 서로를애무하듯이 휘감으며 올라간다.
그것은 천장을 뚫고 계속 하늘로 올라가고있었는데, 그 높이가 무려 5장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호법전에서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눈여겨 본자들은 없었다.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7. 시작되는 비무 관련자료:없음 [59553]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31 00:36 조회:2195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