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중원으로
지난 한달간 천마교는 너무나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각 조직별로 기강을 세우고훈련을 하는가 하면 무공증진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광마존에 의한 동의마고수이상에 대한 훈련은 지독했다. 모두 이를 바드득 갈아 붙일 정도였으며 어떤은의마 고수는 우리정도의 고수가 이런 혹독한 훈련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며항의하다 사지가 모두 부러지는 수모를 당하 기도 했다.
나중에는 천마고수만을 제외하고 지마와 인마고수들까지 이 훈련에 가담시켰고그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지마고수들중 가장 서열이 높은 혈마존마저 아이처럼대하니 다른 사람들의 고충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광마존은 그들 모두를 혹독하게다루었고 그 만큼 그들의 실력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되어 갔다.
기본적인 실전훈련뿐만 아니라 가상전, 검학의 상승이론, 각종 마공들의 장단점,자신에게 맞 는 마공수련법까지 그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손대기 시작했고 한사람,한사람을 직접 상대하 였다. 그것은 혈마존을 비롯한 4마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모두에게는 특히 천마비고의 각종영약이 지급되어 하루가 다르게 내공이 증진되었고무공수위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에 깊어지고 정묘해지고 있었다.
마황각의 전청에서는 천마교의 50위까지의 수뇌부들이 모여 있다. 천마 파천은 이제그들에 게 중요한 선언을 하려하고 있었으니.
"모두 잘들어라. 내일 나는...... 중원으로 떠난다."
......
"내가 이곳 천마교에 온지도 벌써 삼개월이 지났다. 이제 본교는 몰라보게달라졌다. 아마 도...... 중원과 직접 맞상대를 하여도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전면전은 피할 생각이다. 아무도 모르게 그들이느낄 사이도 없이 장악하는 것, 그것이 나의 방법이다. 먼저 내가 중원으로 가서사전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 이후에 본대가 점차적으로 증원될 것이다. 그때까지 전 교도들은 한치의소홀함도 없이 무공증진에 박차를 가하도록...... 이번 중원행에는 단 3인만대동한다. 광마존 담대추광, 무영 존 북궁환주 그리고 단장화 담대무린이다. 나머지사람들은 태상호법의 지휘아래 훈련에 열 중하도록...... 이상이다. 질문있나?"
파천이 항상 말미에 붙이는 말이었지만 누구하나 질문하지 않는다. 상명하복에길들여져 있 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파천의 권위에 눌려 정작 하고싶은 얘기를망설이게 된다는 점이었다.
"모두 해산!"
마치 군대의 병졸들을 다루는듯한 말이었으나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때였다.태상호법이 일어나더니 이제야 생각이 난 듯 한마디를 꺼낸다.
"지존!"
"왜 그러나?"
"중원으로 가시기 전에 한가지 하실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지?"
"대대로 교주들께서는 훈련소를 퇴소하는 아이들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무공을 선물하고 병기를 하사하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한 아이가 가장출중한 성적으로 퇴 소를 하였는바! 그 일을 지존께서 해 주셨으면......"
"그래? 그런것이라면 해야겠지. 장차 천마교를 이끌어갈 동량이라면 그를 격려하는것은 천 마지존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그 애를 부르시오."
파천의 말에 일어서려던 자들이 다시 주저앉는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흥미가교차한다.
수석퇴소생이란 명예는 그야말로 스스로의 생애에 있어서 최대의영광일뿐만 아니라 장차 핵 심고수로 성장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 중에서도 광마존이나 혈마 존, 적양마, 무영존등 거의 절반 이상이수석퇴소생의 영예를 지닌 경험들이 있다. 그들에게 는 특별한 관심과 혜택이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것이다.
한다경쯤 되었을까? 한명의 아이가 들어온다. 이제 16세가 된 아이라고 보기엔굉장히 성숙 된 듯 보였으며 그리고 그는 예상외로 남자 아이가 아닌 여아였다.청의를 걸치고 긴 생머리 를 찰랑거리며 걸어 들어온다. 교내의 최고 수뇌고수들이모여 있는 곳임에도 그녀는 긴장의 빛도 보이지 않았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걸음을딛고 있다. 여자아이였으나 이마에 건을 둘 렀고 약간은 헐렁한 청포를 걸치고 있어몸매는 알수 없었다. 두 눈이 너무나 맑고 또한 컸 다. 입을 야무지게 물고 있는모습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귀여웠고 잘생긴 남자 아이를 보는 듯도 했다.
"인사드리거라. 지존이시다."
"소녀! 천마지존을 뵙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도 기품이 있고 절도가 있었다.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하나 범상한 아이는 아니었다.
"천마교 사상 여자아이가 수석퇴소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특히검술에 깊은 심득이 있어 장차 장래가 유망한 아이입니다."
"음...... 그런가? 네 이름은 뭐냐?"
파천의 물음에 고개를 들더니 파천과 눈을 마주치고 또박또박 말을 한다. 입을꼬물거리며 말할 때 마다 보조개가 살짝 패인다.
"북궁소군(北宮小君)이라 합니다."
"북궁소군! 호 이름도 예쁘구나. 그래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
"없습니다."
야무지고 당당한 말이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느냐?"
"최고의 검사가 되고 싶습니다."
여자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최고의 검사? 하하하하 참으로 당돌한 아이로군. 네가 보기에 최고의 검사는 어떤사람이 지?"
"검으로 자연마저 극복하는 사람입니다."
"뭐?"
파천은 놀라고 있었다. 물론 소군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얘기했다고는 볼수 없으나그 말이 상징하는 바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기대밖의 답이 나오자 파천은흐뭇해졌다.
"내 너에게 세가지 선물을 주겠다."
웅성 웅성
듣고 있던 장내의 인물들은 파천의 그 말에 동요를 일으킨다. 기껏해야무공비급이나 하나 던져주고 천마비고의 검들중에 하나를 가져오라고 할줄 알았는데직접 선물을, 그것도 세가 지나 준다지 않는가? 천마지존인 파천이 주는 선물이 어디보통의 선물이겠는가? 장내의 인 물들의 시선에는 숨길 수 없는 부러움이 떠 오른다.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소군 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고개를 들어라!...... 이리로 오너라."
소군이 일어서더니 파천에게로 다가온다.
"첫번째 선물은 이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에 매여 있는 간장검을 그녀에게 쥐어준다. 금새 장내에는소란이 일어 난다.
"지......지존..... 그것은 아이에게 너무 과분한....."
"되었다. 이녀석은 충분히 이검을 지닐만한 자격이 있다. 어떠냐 마음에 드느냐?한번 빼어 보아라."
그 말에 또 다시 웅성거리는 사람들! 천마지존앞에서 검을 빼 든다는 것은 하극상에해당하 는 중죄이며 천참만륙을 내어도 부족하다. 소군은 망설임없이 검을 빼들더니그 휘황한 빛에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본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 했다.
"아아"
아이의 입에서는 감탄성이 발해지고 있었다.
"하하 마음에 드느냐?"
"예"
똑바로 지존을 마주보고 대답하는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낯이 찌푸려진다.아마도 그녀를 훈련시켰던 교관은 이후에 엄청 깨질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돌한 그모습에 파천은 연신 기 분좋은 웃음을 흘린다.
"두번째 선물은...... 너를 내 제자로 삼겠다."
쿠웅
......
!!!!!!
전혀 생각지 못한 파천의 파격적인 말에 모두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한다.광마존에게서 듣기로도 파천의 지금 검의 경지는 광마존조차 상상하지 못할정도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파천에게 일초반식의 검이라도 배울수 있다면 아마도태상호법마저 체면이고 뭐고 다 때려치 고 덤벼 들 것이다. 그런데 제자라니?천마지존의 제자가 됨은 끝없는 신분상승을 의미한다.
충격도 이런 충격이 있을까?
"왜 싫으냐?"
"아닙니다. 그럼 지존께서 제 스승이 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녀는 빤히 파천을 쳐다보더니 뒤로 몇발자국을 물러선다.
"제자 북궁소군이 사부님을 뵙습니다."
그녀는 구배의 배사지례(拜師之禮)를 올리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녀석 그래도 할 것은 다 하는구나."
진정 흐뭇한 모습이었다. 그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제 모든 사람의 관심은 세번째 선 물이 과연 무엇일까에 집중된다.
"세번째는...... 이번 중원행에 너를 데려 가겠다."
"네?...... 정말요?"
"녀석 그렇게 좋으냐?"
제자를 삼겠다는것에도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던 북궁소군이 활짝 웃음을짓는다. 너 무나 상큼한 웃음이었다. 보조개가 더욱 깊이 패인다.
'아! 중원, 그곳을 가 보게 되다니......'
북궁소군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만 간다. 얘기만 들었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항상 꿈속에 서만 가 볼수 있었던 곳을 직접 가 볼수 있게 된 것이다. 파천의 말에의해 평범한 16세 소 녀가 금새 천마교에서 최고의 행운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마오늘은 그녀 평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행운의 날로 기억 될 것이다.
"자, 이제 모든 일이 끝났으니 그만 해산들 하도록! 그리고 광마존은 내일 떠나는데차질이 없도록 모든 준비를 해 놓도록, 자 모두 해산."
★ 아침이 되자 전 천마교 2만교도들이 마정각 앞에 있는 대연무장에 모여 있었고파천일행이 떠날 차비를 마치고 서 있다.
"아니 대체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냐?"
"후후 지존! 우리 천마교에는 대대로 교주님들만이 사용하시는 영물이 있사옵니다.바로 독수 리입니다."
"독수리?"
"그렇습니다. 천년도 더 된것인데, 형체는 독수리이나 오히려 붕조에 가깝지요.금두신응(金 頭神鷹)이라고 하는 것인데 날개 길이까지 하면 무려 10장이 넘는것입니다. 오로지 천마환 만이 이 영물을 부르고 부릴수 있습니다."
"그런가? 천마 사실인가?"
-사실이다. 근데 그녀석이 아직 살아 있을라나 모르겠군. 새끼때부터 내가 키우던것인데......
이제는 나이가 꽤 많을 텐데......
"가장 최근에 나타났던 것이 얼마나 되었나?"
"기록에는...... 7차정마대전 이전이라 했으니 270년 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뭐라?...... 허참, 그럼 죽었거나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을 것 아닌가?......천마 그녀석을 부르는 방법은?"
-반지에 진기를 주입하면 반지 표면의 아수라상이 하늘로 솟구친다. 그것을일각정도 유지하 다 보면 그 녀석이 스스로 감응하여 찾아오는 거다. 그 녀석이살아만 있다면 분명히 온다.
"죽었을수도 있겠군."
파천은 천마의 말대로 반지에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말대로 넓이3장 정도 의 아수라상이 허공 10장까지 뻗쳐 간다. 참으로 놀라운 전경이었다.
......
일각이 지나고 있다.
......
감감 무소식이다.
"쳇 그냥 가자! 그녀석이 없는 듯 하니......"
파천이 진기를 거두어 버린다. 바로 그때였다.
"꾸웩"
솨아아아아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 저편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날개를 활짝펼치고는 천마교의 상공을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독수리였는데 정말거대했다. 그 이름처 럼 머리가 금빛으로 번쩍이는 모습이었다. 파천이 그 모습을보고는 다시한번 천마환에다 진 기를 주입한다.
아수라상이 허공중에 새겨지자 그 독수리(?)는 땅으로 급강하 하고 그러자,하늘에서 갑자기 돌풍이 몰아치는 듯 했다. 천마교도들은 급격히 뒤로 물러서기바쁘다. 금두신응이 땅으로 내려서자 정말 커도 엄청나게 컸다. 발의크기만도 석자는 될 것 같았고 머리까지의 높이가 3장도 더 되어 보였다. 그녀석은땅에 내려서자마자 파천에게 부리를 갖다대며 비빈다.
-하하 녀석! 살아 있었구나. 금응아, 나다 나야.
천마의 소리를 들을리 만무였다. 그런데도 그 녀석은 마치 천마의 영혼의 소리를듣고 있는 듯이 파천을 반갑게 비벼댔고 눈에서 눈물마저 흘리고 있지 않은가?그것으로 보아 천마와 영적인 감응을 하는 것도 같았다. 이것만 보아도 진정 영물은영물이었다. 그 녀석은 곧장 머리를 숙여 위로 타라는 시늉을한다.
"등판이 넓어서 족히 10여명은 태우고도 남겠군. 자 태상 그럼 교내의 일을잘부탁하오. 어 서들 타라."
"네"
"네"
대답들은 하지만 역시 그들도 망설이고 있었다. 저큰 독수리를 타고 하늘을날은다는것은 그 들같은 고수에게도 망설여 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다섯명이 모두 타자 천마교도들의 입에서 함성이 토해진다.
"천마교주님 만세"
"지존, 잘 지내십시오."
"광마존님 지존 잘 모시세요."
"축하합니다. 무영존 형님! 중원을 다 구경하고......"
별의 별 인사들이 서로 오가고 파천이 손을 위로 쳐든다.
푸득
금응이 한번 날개짓을 하자 흙먼지가 10여장까지 치솟는다. 금응은 다섯명을 태운채쏜살같 이 하늘로 솟구쳐간다. 참으로 엄청난 속도였다. 금새 천마교를 떠나오자 저밑으로 천산산 맥의 웅장한 형세가 보이더니 금새 희미해져 간다. 천마교는 참으로교묘한곳에 위치하고 있 었던 것이다. 금응은 점점 하늘로 솟구치더니 금방 구름을뚫어 버린다. 이제는 아무것도 보 이지 않았다. 오로지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만이보일뿐이었고 눈부시도록 밝은 햇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금응, 중원이다. 중원으로 가자!"
제 목:[연재] 황제의 검 31.제일보는 항주로! 관련자료:없음 [59673]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1-01-02 00:36 조회:2334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