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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실마리 (32/111)

 32. 실마리

 밤은 소리없이 몰려온다. 모든 인간의 추악함을 감추어 주려 어두움을 몰고 오는것이다. 밤 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진다. 밤에는 슬픔과 아픔이 영글고 힘있음과없음의 대비를 더욱 극명 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힘없는 자는 힘을 쥐기위해 밤과야합하고 힘있는 자들은 밤의 어둠 을 빌려 자신의 추악함을 감춘다. 항주의 밤은특별하다. 술과, 여자, 폭력, 욕망 이 네가지가  항주의 밤을 지배하는 단어였다.

 파천과 광마존, 무영존 이렇게 세명은 별채를 나와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겨가고있다. 그 들이 밖으로 나온 것은 술을 마시기 위함이었다. 물론 내원의 별채에서도술을 마실수 있었 으나 아무래도 무린과 소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수없다.

 그래서 그들은 상원에서 술을 마시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이 2층주루로올라서자  상원 원주 포대인이란자가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이미 단단히 언질을받은터라 파천일행에  대한 그들의 접대는 도가 지나친 바가 있었다. 그들이안내되어 간곳은 5등급으로 나누어진  상원의 방들중에 최고등급인자죽실(紫竹室)이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명주(名酒)두가지와 27종의 진미(眞味), 금을 타는 아이하나와춤을 선보 이는 아이, 술을 따르는 기녀 두명이 공급된다. 이외에는 별도로 돈을 더지불하고 가져오게  해야 한다. 파천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최상급으로 갖추어지고 있었 다. 이미 금와전장에서 손을 써 두었기 때문임을 그는알고 있었다.

 "첫잔은 첫사랑이 그리워 마시고, 둘째잔은 삶의 아픔을 되씹으며 마신다.셋째잔부터는 자신 을 포기하는 서글픔과, 그럼에도 끝끝내 부여잡고 있는 스스로에대한 연민을 위로하며 마시 는 것이다."

 파천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주절대며 술을 들이킨다.

 "술속에 인생이 있느니, 희노애락이 담겨 있느니 하는 말들은 다 개소리다.술은...... 망각하 기 위해서 마신다. 마시면 취하거든...... 그 순간만은 삶의버거움에서 해방 될 수 있으니...... 

 그래서 마시는 거다. 그렇지 않나? 소화! 넌왜 술을 마시느냐?"

 "...... 전 이것이 일이기 때문에 마신답니다."

 "하하하하 정답이구나."

 파천의 옆에는 소화라는 이름을 지닌 아리따운 기녀가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채우고있다. 

 비오는 밤에 촉촉이 젖은 얼굴을 숙이고 있는 한송이 장미와도 같은아이였다. 겉으로 드러 난 모습은 화사하고 아름다우나 그 이면에 슬픔을 간직한,그래서 꼭 다물린 꽃잎을 아직 터 뜨리지 않은 그런 아이였다. 광마존과 무영존의옆에는 각기 스물을 갓 넘긴 기녀들을 앉힌  반면 파천의 옆에 앉은 아이는 아직기적에 그 이름을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기를 앉힌  것이다. 나이는 많이봐줘도 열아홉을 넘기지 않았을 듯 했다.

 광마존은 지금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지존앞이라 조심하는 듯 했으나 시간이지나면서 그 는 흐트러지고 있었고 그의 손은 미림이라는 아이의 가슴팍을들락거리기 바빴다. 저런 위인 이 어떻게 무공에만 정진하고 살았는지 참으로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환주, 추광, 자 한 잔씩들 들어라."

 "네, 지존!"

 엉겁결에 튀어 나온 말이었다. 광마존 담대추광은 스스로의 실책을 깨닫고는아차하는 표정 이었고 무영존은 느긋하게 술을 비운다. 파천도 별다른 기색이없었다.

 벌써 여러병의 술이 비워졌고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고 있다. 무영존 북궁환주는평소와는 달 리 기분이 좋은지 연신 히죽거렸고 광마존은 옆에 앉은 아이에 대한탐사에 열중이었다. 파 천도 오늘만은 이것저것 잡다한 생각들을 떨쳐버리려는 듯술을 마시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술을 채우는 소화라는 아이의 손이 무척이나곱다고 여겨졌다.

 "넌,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가느냐?"

 뜬금없이 던져진 말이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흘려낸 말이었으나 상대는 그렇지않았다.

 "낙이라 하시면...... 바라는 것이 있어야 즐거움이 있지요. 삶에 대한 기대가없으니 낙도 없 답니다."

 너무나 처연한 말이었고 스물도 안된 소녀의 입에서 나옴직한 말은 아니었다. 괜히물었다  생각되었다. 괜히 멋쩍어지자 파천은 애꿎은 술만 작살낸다. 무영존의 옆에앉은 아이는 연 신 그에게 음식을 넣어주거나 술을 따르며 그의 몸에 밀착해오고,무영존의 단단한 근육질의  몸에 매료된 듯 호감어린 추파를 던진다. 무영존과광마존은 그럭저럭 황홀한 밤을 보내고  있는 셈이었다.

 '자식들, 지들만 신이 나서는.....'

 못 마땅했다. 그러니 자연 술을 비우는 속도도 빨라졌고 소화라는 아이는 묵묵히술만을 따 를 뿐이었다.

 "우하하하 추앵 그새 예뻐졌구나. 이리 오너라"

 밖에서 들려 오는 소리였다. 반시진전에 옆방에 들어온 일단의 무리들이 떠들어대는소리였 다.

 '제기랄......'

 마치 혼자 된 기분이다. 옆에 있는 소화라는 아이는 여염집의 아낙처럼 예의 바르게행동했 고 은근히 질펀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파천으로서는 낭패도 이런 낭패가없었다. 사실 그는  기루가 처음이었다. 황제시절에야 널린게 궁녀들이었으나황제라고 해서 아무나 찝적댈수 있 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수 많은눈들이 있기에 적당한 품위를 늘상 유지해야 하 기 때문이다.

 "야! 마시자 마셔. 술은 취해야 제맛이거든...... 근데 이것 술 맞어? 먹어도취하지가 않으 니...... 제기랄."

 그가 투덜대자 그제서야 광마존과 무영존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광마존의 손은 언제그랬느 냐 싶게 동굴탐사를 끝내고 있었고 무영존도 비비적대는 재미를 더 이상느낄수 없었다.

 "응? 왜들 그러냐? 자 마셔."

 파천이 권하자 두 사람은 잽싸게 잔을 비운다. 분위기가 요상하게 돌아가자기녀들도 어색해  한다.

 "너희들도 한잔씩들 해라."

 파천이 술잔을 들어 보이자 세 명의 기녀들도 입속으로 술을 탈탈 털어 넣는다.

 "세상에 두가지 잡것이 있다. 잘 들어라. 그 하나는 쫄따구가 상전의 음식에 손대는것. 또  하나는 더 나쁜 놈인데...... 쫄따구가, 상전은 굶고 있는데 지 혼자 배때기불리는 것. 추광  넌 어떻게 생각하나?"

 "네? 그런 놈은......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그럼. 그런 놈은 사지..... 아니지 오지를 찢어 버려야지. 왜들 그래? 왜그렇게 긴장 들은 하고 그러지? 자 마셔"

 이때 밖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우당탕탕 기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누군가 가 얻어 맞는 소리들이 복합적으로 선율을 선사한다.

 가만히 얼굴을 찡그리는 파천! 그 모습에 광마존이 나섬은 당연한 일

 "속하가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가 결연히 외치는 소리를 듣고 파천은 고개를 젓는다.

 "그냥 술이나 마셔라. 술집에서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이것도 삶의모습......"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와지끈

 파천등이 술을 마시는 방의 문이, 소리도 요란하게 박살이 나고 누군가가 튕겨져들어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야 이새끼야, 저기 있잖아. 소화! 너 이리와."

 40대초반 정도의 중년인이었고 그의 허리엔 검이 달려 있었다. 그 소동에도 묵묵히앉아 있 던 파천이 얼굴을 찡그린다. 이때 상원의 원주라는 자의 목소리가 등뒤에서들려온다.

 "아이구, 무사님 왜 이러십니까? 저애는 이미 좌석이 지정되어......"

 퍽

 "억"

 콧잔등을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는 포대인의 손틈으로는 새빨간 피가 연신 흘러내린다.

 "내가 그랬지. 소화 저년은 내가 머리 틀어 올려 준다고...... 내가 그랬어 안그랬어? 그런데  네 놈이 감히 딴 놈 자리에 앉혀?"

 "나리......"

 "좋아. 그럴수도 있겠지. 쟤 다시 불러서 내 자리에 앉혀라. 그럼 없었던 일로하마."

 순 억지였다. 그러나 상원원주인 포대인은 상대를 두려워 하는 듯 했다. 그의 말에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다. 이쯤이면파천이 나설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묵묵히 술을 들고만 있다. 파천이 이러니광마존과 무영존이 어쩌지 못하고 엉 덩이를 붙이고 있을 밖에......

 상원원주는 돈이냐, 힘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듯 했다. 한명은 금와전장을 등에 업고있는 자 였고 또 한사람은 항주무림의 거물들을 배경으로 둔자였다. 그가 망설이는듯 하자 그 사내 는 또 다시 주먹을 움켜쥐고 흔들어 보인다. 금새 자라목이 된포대인은 결국 당장의 어려움 은 피하고 보자는 심산인 듯 파천등에게 다가선다. 그모습을 뒤에서 팔짱을 끼고 쳐다보는  사내!

 "저...... 공자!...... 죄송하오나 다른 아이로 들여보내 드리겠습니다. 이 아이말고도 훨씬 아 름다운......"

 "뭐야. 새꺄?"

 광마존의 음성이었다. 그는 화가나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파천은 술을 쭈욱들이키더니 빈 잔을 소리나게 내려 놓는다.

 "네가 결정해라.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가지 않겠어요."

 조용하나 단호한 한마디가 흘러나오고도 한참이나, 포대인은 그 말을 이해하지못하고 멍청 해져 있다.

 "들었나? 이 아이는 가지 않겠다고 하니 이만 이 방에서 나가줘야 되겠군. 자네땜에 술자리 가 엉망이 되면 그 책임을 질것인가?"

 참으로 점잖은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광마존과 무영존이 멍청해져 간다. 평소파천의 모습은  절대로 저렇지 않았다.

 "이런 썩을 놈이! 뭐라고 주절대는거냐? 이봐 비켜봐."

 중년무사가 딸기코를 찡긋하며 포대인을 밀친다.

 "좋은말 할때, 소화를 이리 넘겨라. 네가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가 본데......네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마."

 '어이구, 저 화상. 죽고 싶어서 아예 발광을 하는구나'

 광마존은 파천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도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가기대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으려나 보다.

 "...... 한 마디만 하지. 널린게 계집이니..... 그냥 아무나 골라서 적당히 엎어져자라."

 "뭐야? 이새끼가?"

 챙

 그가 검을 뽑아들자 포대인의 얼굴은 울상이 되고 소화도 놀란 빛이 역력하다. 단지광마존 과 무영존은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을 억지로 관리하고 있다. 파천이 그들을쏘아보자 움찔한 다.

 "하나 더 추가하지. 쫄따구가 상전의 곤란을 보고 즐기거나 비웃는 놈은 더 나쁜놈이니 천 참만륙을 내어도 부족하다."

 파천의 그 말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오로지 두 사람만 알리라.중년무사는 뚱딴 지 같은 파천의 말에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검을 그의목에 갖다대고 있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 봐라. 뭐가 어쨌다고?...... 소화를 내 놓고 잘못을 빈다면생명은 건지겠지 만 거부하면 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죽....."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한다.

 퍽

 "억"

 뭐가 왔다갔는지는 알수 없었다. 단지 번개불이 번쩍 했을 뿐인데 그의 코가 주저앉아 있 다. 그제서야 고통이 밀려 오고 사내는 비명을 질러 보지만 고통이가라앉지는 않는다. 그  앞에는 30대중반의 냉막한 인상의 소유자가 버티고 서있었으니

 "이런 새끼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검을 갖다대고 지랄이냐? 귀엽다 귀엽다 하니깐세상물 정을 모르고 깝죽대는구나."

 광마존이 나선 것이다. 저런 허접쓰레기를 상대하기엔 자신의 무공이 아깝지만 감히지존의  목에다 검을 갖다대는 것을 보고 있을 광마존이 아니었다. 만약 함부로살인을 하지 말라는  파천의 엄명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면은 이미 상대는 구천을헤매고 있으리라. 파천은 중원으 로 들어오면서 자신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함부로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엄명을 내린적이  있었다. 그것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던것이다.

 "이......이이......감히 이 새끼가, 우악 죽어라"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만고의 진리임이 또 한번 실증되는 장면이었다.중년사내는 무자 비하게 검을 치켜들고 용감하게 치고 들어 왔고 제법 빠른 쾌검을구사한다.

 "놀고있네"

 광마존은 그런 그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대의 검이 자신을 찔러오기를 기다렸 다가 검극을 손가락으로 잡아 버린다.

 "응?"

 그제서야 상대가 무림의 초절정 고수임을 알아 본 중년사내!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음에야.

 광마존은 상대의 검극을 통해 진기를 주입했고 그것은 뇌전처럼 온몸을 훑어버린다.

 "우아아아아아악"

 비명이 길기도 했다. 상대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심하게 요동치다 축늘어지고만다. 미세한  호흡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의술에대해 문외한인 포대인 이 보기에도 일각을 못 넘기고 숨이 끊어질것이 분명해보였다.

 어쨌든 광마존은 파천의 명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죽이지만 말라고 했으니,나중에 제 놈 이 나가서 죽는거야 생명에 대한 의지가 약해서 죽는것이니 누굴탓하겠는가? 나름대로의 훌 륭한 견해를 정리한 채 그는 파천의 앞자리에 다시 털썩주저 앉는다. 광마존의 표정은 하늘 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자신감을띠고서 빛나고 있었다.

 '어이구, 저 살신(殺神)들을 데리고 중원에 들어 온 내가 미친 놈이지. 앞으로하여야 할 일 이 태산인데...... 저것들이 초를 치지나 않을지 불안하단 말이야.'

 이미 세 사람의 관심은 중년사내에게서 떠난지 오래였다. 또 다시 술을 들이키고있는 파천 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그 또한 광마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것이다. 단지 스 스로만 그것을 모른다.

 포대인은 얼굴이 울상이 되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적어도자신이 보 는 관점에서는 쓰러져 있는 중년사내는 자신이 건들 수 있는, 또는 자신이책임자로 있는 강 남제일루의 상원에서 죽어나가서는 안될 거물이었다. 중년사내자체는 날건달에 불과 했으나  그의 뒤에는 엄청난 무림의 거물들이 버티고 있었던것이다.

 "아이고, 공자! 대체 이 일을...... 이 자를 이렇게 해 놓으시면 저희들이 뒷수습을어찌 하라 고....."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요. 저뿐만 아니라, 공자일행도 무사히 항주를벗어나기는 틀렸 습니다."

 "응? 자세히 말해 보라."

 파천이 호기심을 띠고 묻는다.

 "이 자는 별거 없는 날건달이오나, 이 자의 뒤에는 무시할수 없는 무림의 고수들이뒤를 봐 주고 있습지요. 더군다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도련과도 관련이있다는......"

 "뭐? 마도련?...... 호 그래?"

 "이 일을 어쩐단 말입니까요?"

 "넌 걱정할 것 없다. 당장 이렇게 소문을 내라. 내원의 별채를 통째로 빌린자들이이 녀석을  죽였다고...... 알았는가?"

 "어......어쩌시려고? 그러다 공자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금와전장에 뭐라고합니까?"

 이곳 강남제일루 역시 금와전장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융통해 쓰고 있었다. 그런이유로 그 들의 비위를 건들면 득될것이 없었다. 지금 포대인은 그것을 묻고 있는것이다.

 "그건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나 강남제일루에는 손톱만큼의 피해도없을테니 내가  시키는대로 하거라. 야 그만가자."

 파천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광마존과 무영존은 아쉬움에 쉽게 몸을 일으키지못하고 어물 거린다. 그들의 속마음을 모르지 않는 파천인지라 그들에게 전음을보낸다.

 [내 알아서 그 계집들을 들여 보내 줄터이니 적당히 즐기거라.]

 금방 그들의 얼굴에는 활짝 꽃들이 만개하고 입은 찢어져 귀에 걸린다. 무영존은금새 침이 라도 흘릴 기세였다.

 ★ 내원으로 돌아온 파천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과연 그들이 아직 이곳에 있을까? 내 예상대로라면 그들은 분명히 이곳에 있다.등하불명(燈 下不明)이라 했으니 이곳 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수십년간 쌓아온 터전 이기에 그들의 눈과 귀는 사방에 숨겨져 있을 터! 그들이은신하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없겠 지. 단지...... 주력부대가 있는가. 일부가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파천은 확신하고 있었다. 마도련이 이곳 항주 어딘가에 세력을 숨겨 두었을거라고......

 '문제는 아까 그 놈이 정말로 마도련과 연관이 있겠는가 하는것과 어느정도의 선을지니고  있느냐지......그놈 하는짓을 봐서는 허풍을 치고 다녔을 가능성도 있다.응? 누구지? 벌써 소 식이 오지는 않았을거고......'

 "사부님!"

 소군이었다.

 "네가 이 시간에는 웬일이냐?"

 "그냥 심심해서 와 봤어요! 주무시지 않으면 들어가도 되죠?"

 "......그래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의자에 앉는 기척이 들린다.

 "뭐 하세요?"

 "...... 씻고 있다."

 "아하. 목욕하시는구나. 등밀어 드릴까요?"

 천진난만한 소리가 전혀 아무런 어색함이 없이 들려온다.

 '이런!'

 "아......아니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 잠도 자지 않고 쏘다니는 거냐?"

 파천은 짐짓 나무라는 투로 말한다.

 "광마존 할아버지도 그렇고, 무영존 아저씨도 문을 꼭꼭 걸으잠그고 열어 주지도않잖아요. 

 무린 언니는 무공수련을 하느라 정신없으니...... 내가 갈데가사부님밖에 더 있어요?"

 "그, 그랬냐? 잠깐만 기다려라. 금방 나갈테니......"

 "근데 이상한 것 있죠? 사부님하고 나갔다 와서는 광마존 할아버지도 무영존아저씨도 어딘 가 아픈가 봐요."

 "그건 무슨 소리냐?"

 "안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거든요. 소군이 걱정이 되어서 문을열어달라고 해도  열어주지도 않고, 아무래도 큰 병이 나신 것 같아요."

 '아이구 두야, 그 녀석들은 좀 조심하지 않고...... 저 녀석이 그것을 들었나본데...... 저녀석! 

 앞으로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겠어.'

 그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킨다. 군살하나 없는 미끈한 몸매가 드러나고 물방울들이몸의 굴곡 을 타고 떨어진다.

 '아차!'

 파천은 당황하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별로 놀랄 것 같지 않던 파천의 눈이어쩔 줄 모 르고 떨리고 있다.

 이제 보니 옷을 방에다 벗어 놓고 들어 온 것이다. 더군다나 수건도 가지고들어오지 않았으 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제 목:[연재] 황제의 검 33.개망신! 관련자료:없음 [59740]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1-01-03 00:06 조회:2420

 -황제(皇帝)의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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