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 혈마교(血魔敎)? (43/111)

 43. 혈마교(血魔敎)?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우승자가 옥면신룡이라는 자의 수하라고?"

 "네, 그렇습니다. 이제 20대후반의 나이에 속하가 보기에도 그 무공의 깊이를가늠하기가 어 려운 자였습니다."

 "음...... 그 바보같은 놈은...... 그런 놈 하나 못잡고 뭐 했다는 거냐? 그 잘난척하는 상판때 기가 궁금해 지는군."

 "저...... 그것이...... 장공자님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뭐라고?"

 벌떡 몸을 일으킨 천향옥봉은 현기증이 난다는 듯이 머리를 짚고는 다시 자리에털썩 주저  앉는다.

 "자세히 얘기 해 봐라."

 그녀의 음성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심하게 떨려 나왔다.

 "4룡중 독수혈룡의 참가는 이미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었고 역시 예상대로장공자님께서 어렵 지 않게 이기셨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옥면신룡이 자신의 부하를 장공자께  도전시켰고 누가 보아도 그자의 행색이나기도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장도일은 그래도 명색이...... 대총사의 이제자가 아니었더냐? 그런데도......무림오천도 아 닌...... 그자의 수하에게 생명을 잃었다고?"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장공자는 마지막 순간에 혈마환살검을 쓰시고도......"

 이번에는 그녀도 놀라지는 않는 눈치였다. 이미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예감하고 있 었던 사실이었다.

 "사우, 넌...... 본천의 3대마공을 누를 수 있는 무공이 중원에 존재한다고 믿나?"

 "단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내가 알기로도 중원의 그 어떠한 무공으로도 본천의 3대마공만은 파훼할수 없다. 

 기껏해야 전통의 거대문파인 소림과 무당의 무공정도나 간신히 비교될 수있겠지. 아무리 혈 마환살검이 3대마공중 최하위의 무공이고...... 장공자가 그것을대성하지 못했다고는 해도 이 렇게 쉽게 꺾여질 무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

 "옥면신룡이란자! 소림의 사람이라 했는가?"

 "듣기로는 육조 혜능의 진전을 이었다 합니다."

 "음...... 그라면 차라리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의 수하가 장공자를이길정도의 고수라는 데 있다. 아무래도 의심이 가는자다. 불길해....."

 "실은 저번에 이총사께서 그자에 대해서 언급하신적이 있었습니다."

 "이총사가?"

 "네"

 "뭐라 시더냐?"

 "어떠한 경우에도 옥면신룡과는 부딪히지 말라고......"

 "뭐야? 흥! 그 여우같은 자가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군. 옥면신룡이 지금 여기에와 있음은  알고 있나?"

 "모르실겁니다."

 "흥! 옥면신룡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져도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명령은 명령이니따르긴  하겠다만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총사에게 있는 것이다...... 천주의 출관에대해서는 전해진  바가 없었나?"

 "아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출관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조만간 출관하시겠지. 그때 모든 것이 결정된다. 중원 정복의총책임자격인 대총사 나 한축을 담당하는 이총사나 나, 그 외에 본천의 고수들에대한 공과가 그 분이 출관하심으 로 가려지게 되겠지. 그런데...... 우리는 해 놓은것이 없으니......"

 "그렇지 않습니다. 영주가 아니시라면 남도맹을 이정도로 쉽게 장악하지는 못했을것입니다."

 "다 차려놓은 밥상을 엉뚱한 놈에게 바치게 생겼으니 하는 말이다. 안돼. 그것만은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 사우!"

 "네, 영주"

 "넌, 지금부터 옥면신룡이란자를 면밀히 살펴보아라. 수상한 점이나 특이할 만한것이 있으면  빠짐없이 보고하고...... 그들의 정체와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알겠습니다."

 "그만 가 봐라."

 "그럼 쉬십시오."

 스스스스

 사라져가는 사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천향옥봉은 깊은 수심에 잠겨들었다. 자신의청춘을 바 쳐 이룩해 놓은 아름다운 유리성이 깨어지려 하고 있었다. 태양아래눈부시게 빛날 날만을  기다려 왔건만 어느곳에서부턴가 금이 가고 있었다.

 '본천이 지금껏 무림정벌을 미뤄 왔던 것은 조사들의 금령때문이었다. 천마교가무림에 남아  있는 한, 숨죽이고 있으라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조직은그들뿐이라 여겼건만...... 그래서  이제는 훨훨 날아 볼 수 있으리라여겼건만...... 난데 없이 수상한자가 나타나다니...... 혹시  사사혈교나, 천황부의고수가 아닐까? 차라리 그들이라면 그리 걱정 할 것이 없겠으나...... 

 만일 제3의세력이라면 일은 심각해 진다.'

 그녀의 감은 눈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외모였다.

 ★ 밤이 깊어가는 데도 불이 꺼지지 않은 방이 있었다. 그곳의 주인은 옥면신룡이라불리기도  하고 천마서생이라고도 불리는 천마지존 파천이었다. 그는 가부좌를틀고서는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 중으로는 무슨 소식이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는 없다. 이들의 정체는 뭘까? 정말로 혈마교라는 문파의후예들인가? 아니면...... 사패 중 사사혈교나 천황부? 그도 아니면 세외삼세중한곳? 모르겠군. 기다려 보면 알겠지. 이들 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움직인다.'

 [천마. 네가 아까 하려다 만 얘기를 마저 해 봐라]

 -혈마교 말이냐?

 [그래]

 -음...... 그들의 역사는 사실 상당히 오래 되었다. 나의 무공의 근간은 천축이다.천축의 바라 밀교의 무공과 중원의 고대마교인 섭천교의 무공이 바탕이 되었다.두곳다 세간에는 그리 알 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맥되었지. 나에게도 사부가한분 계셨다. 그 분이 유일한 바라 밀교의 전승자셨다.

 20년간을 그분 밑에서 수행을 쌓으며 어느정도의 무학의 기틀을 쌓을 수 있었어. 그다음부 터는 닥치는대로 무공을 섭렵했다. 정도의 무공이든 마공이든 사교의괴공이든 가리지 않았 다. 그 모든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학을 완성할 수 있었다.그리고 천마교를 만들고 제자 들 넷을 거두었다.

 그러고 10년인가가 지난 뒤였지. 내 셋째 제자가 어느날 찾아와서는 혈마교라는괴이한 집단 이 있다고 하더군. 그때만 해도 온통 세상을 피로 적시던 시절이었지.스스로의 마공의 힘에  타고난 살성까지 더해져서 패도만을 고집하던 시절이었다.제자의 얘기를 듣고 나는 그들을  멸망시키기로 작정했다.

 첫 번째는 그들이 우리 천마교와 비슷한 문파명을 지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않았고 그들의  무공자체가 우리 천마교를 위협할 만큼 심오막측하다는 것이 마음에걸렸다. 당장에는 문제 가 없겠지만 내 후대에 가서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거의 전멸시켰다. 그때 죽인자만  3500명이 넘는다.

 [하루저녁에 멸망할 정도라면 그들의 저력이 그다지 별볼일 없다는 것이 아니냐?]

 -천만에...... 그들에게는 삼대마공이라는 것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자체가 원체 익 히기 까다롭고 난해하여 5성이상을 익히는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의교주녀석도 겨우 8성수 준이었다. 더군다나 그 녀석은 3대마공중 하나를 익히고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아까 탈명마룡이 쓰던 검법인가?]

 -맞어. 그 당시의 나의 무공수준은 내공이 12갑자 정도에 이기어검의 심어검정도의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녀석을 죽이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문제는 그무공 자체의 위력 이다. 난 느낄 수 있었다. 그 혈마 뭐라고 하는 검법을 대성하면적어도 무형검의 위력이 나 타남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이대마공은 교주조차익히지 못하고 있었다니...... 위력이 엄 청나겠지.

 [그럼 그 후예들이 나타났다는 말이고, 그들이 이미 중원에 침투하여 암약하고있다는 말인 데......]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천마! 네 생각에는 그 삼대마공이라는 것을 대성하게 되면 어느정도 일거라고생각하나?]

 -모르겠다. 그렇지만 미루어 짐작해보면...... 우리 천마교의 무공에 뒤떨어지지는않을 것이 다.

 [그런가? 일이 점점 심각해지는군. 천향옥봉의 말에 의하면 대총사라는 놈이 있고그자가 혈 마교주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상당한 세력마저 지닌 것 같으니..... 제대로된 적수가 될 수도  있겠어.]

 -아예 그 계집을 족쳐보지 그러냐?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필요는 없겠지. 그들은 중원의 힘으로 깨부순다. 나머지세력도 마찬 가지고...... 어떠한 경우든 서로 충돌케 하여 상잔케 만드는 것이 내방법이다. 그리고 그 약 화된 세력을 본교의 힘으로 눌러 버리는 거지. 그래서 내가이렇게 힘든 길을 걷고 있지 않 냐?]

 -힘든 길? 뭐가 힘들다는 거지? 온갖 황송한 대접에 칙사대접을 받는 것도 힘든일이냐? 하 긴 힘들기도 하겠지. 왼 종일 모가지에 힘주는 일이 보통 일이냐?

 천마가 파천을 비꼬자 피식 웃는다.

 [마도련과 무림맹, 그리고 이 놈들, 그 외에 사사혈교, 천황부, 세외삼세의북해빙궁, 청해사 황성, 현재는 이정도의 세력이 꼬여 있다. 드러난 세력들 보다는감춰진 세력이 무서운 법, 

 일단은 모조리 드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천마교에대해서 알고 있는 곳은 사사혈교뿐이 다.

 그들또한 본교가 금제때문에 중원에 진출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결국은 끝 까지 숨어 있어도 우리를 먼저 건들 놈들은 없다는 거지. 서로 피튀기게싸움을 붙여 놓고는 

 나는 살짝 빠졌다가 지쳤을 때 한꺼번에 친다. 후후 생각만해도 재미있겠군.]

 천마교는 교주가 없는 한 중원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단목가 직계의 단맥으로현실적으 로는 천마교는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세력이었다. 사사혈교도 그렇게 알고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좋다. 어차피 세상은 힘있는 자가 차지하는 것, 적수가 없다는 것은어쩌면 따분 한 일일 수도 있겠지. 모두 덤벼라. 너희들이 지금껏 준비한 것을마음껏 쏟아 부어 봐라. 한 바탕 피바람이 불고 나면 누군가는 무림의 주인이 될 수있겠지. 그것이 내가 되든...... 다른  누가 되든, 후후후]

 -솔직히 지금 본교의 힘과 네 개인적인 세력만으로도 다른 세력들과 능히 자웅을겨룰 수  있지 않느냐? 그런데도 굳이 이리 힘든 길을 우회하는 이유를 솔직히......나는 모르겠다.

 [천마! 세력이라는 것,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보다 객관적인전력이 10 배나 강하다해도 10번의 작은 싸움에서 패하면 거의 같아지고 그때는 단한번의 패배로도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난 ......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으음......

 천마는 알고 있었다. 지금 파천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숙부에게 황위를 빼앗길 수밖에 없 었던 아픈기억을 또 다시 되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천마, 넌 죽어보았으니 알 것 아닌가? 죽는 기분은 어떤 것이냐?]

 파천의 질문의 내용은 너무나 느닷없는 것이었고 천마로서도 의외였다.

 -죽음? 후후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와마찬가지로 죽음의  순간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이후에는 살아 있을때의의식에 여분의 의식이 더해진 다. 그것을 근거로 해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난 누가와서 날 데려가는 줄 알았지만 그것 은 아니더군...... 저절로 내 의식이 시키는곳으로 난 가고 있었고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더  자세한 것은 말할 수가 없다.약속은 약속이니......

 [약속? 누구와?]

 -알려고 하지 마라. 어차피 알게 될테니깐.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나나, 혜능이나스스로의 힘 으로 온 것은 아니라는 거다. 소혼전영대법인가 하는 것이 저승의영혼을 불러 올 만큼 전능 의 법술은 아니니깐......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군. 그럼 너희는 누군가가 너희를 여기로 보냈다는 말을 하고싶은거 냐?]

 -음......

 =시주께서 무엇을 궁금해 하시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영계의비밀이므로 함부 로 발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루어진것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 겠군요. 아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런 비밀을 알게되면 이 땅은 진정한 낙원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권한이아니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 주에게 일어난 일이 우연이 아니라는사실입니다.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 군. 너희들 내 곁을 떠나고 싶어서 그러는거라면 언제든지보내 주 겠다.]

 -아직 넌 우리를 너에게서 해방시켜줄 만큼의 깨달음이 없지 않느냐? 차후에 네가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는 따를 수밖에

 [그런데 천마...... 으응? 이 놈은 또 뭐야? 훗 이제보니 천향옥봉인가 하는 계집이보낸 녀석 인가 보군.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야.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모를거라생각하는 저 멍청한 머 리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속을 갈라 확인 해 보고싶군]

 파천은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머물고 있는 방근처로 사람의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각의 지붕과 방의 천장사이에는 공간이 있었고 그곳을향해 다가서는 자 가 있었다.

 [광마존! 자느냐? 광마존]

 파천이 옆방에 있을 광마존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지존, 부르셨습니까?]

 [그래. 넌 지금부터 무영존과 함께......]

 ★ 광마존이 무영존의 방을 찾아 온 것은 인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다. 온 세상이잠에 취해  있을 시간이었건만 무영존은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 늦은 새벽에광마존이 그를 찾아오자  의아함을 나타냈지만 광마존의 전음을 듣고서야 어떻게 된상황인지를 깨닫는다.

 "기분이 어떤가?"

 무영존이 광마존에게 묻는 소리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영존이 나이가 더들어보였기에 어 쩔 수 없었으나 하대를 들어야 하는 광마존으로서는 보통 고역이아니었다.

 "형님도...... 참, 지금 제 심정이 어떤지 아십니까? 이큰 세력이 앞으로 내차지가된다고 생각 하니 잠이 오지 않는군요. 더군다나 이봉중 하나인 천향옥봉이 내계집이 된다니 모든 것이  꿈만 같군요."

 광마존의 천연덕스런 연기에 무영존은 내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찌 저리자연스럽게 연기 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주군을 잘 둔 덕분이지. 세상은 모를꺼야. 우리 주군이 어떤신분인지를 말이 다."

 "그렇겠지요. 장차 정도를 이끌어 가실 분이시니...... 근데 형님! 그것 아십니까?"

 "뭘 말인가?"

 "무당의 장삼봉진인이 주군께 그러셨다는군요. 장차 이 땅의 마도를 다스릴 분은대협뿐이 니...... 장차 닥칠 혈난에서 무림을 구해 달라고요."

 "그래? 하긴 우리 주군이 아니시면 무당신선이라는 그 분이 그런 부탁인들하셨겠는가?"

 "이미 구정련의 실제적인 주인이 되셨고, 오련회마저 장악하시고, 남도맹도차지하셨으니 힘 은 갖추어진 셈이죠. 사실 무림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무림맹주가모든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 로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하기는 맹주도이런 사실을 모르니...... 감히 누가  우리 주군의 행사를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마도련과도 사실상 협력관계이니 겉으로야 서로 생사대적인양 싸우지만 이 모든것이 세외의  세력과 난세의 주역들을 끌어 들이기 위함이 아닙니까? 참으로 주군의계책은 놀랍습니다. 

 앞으로 6개월만 지나면 새로운 세력이 보강되니 그때가 되면은다른 세력들 전부가 덤벼든 다고 해도 우리를 당할 수는 없을 겁니다.더군다나...... 그만 자야 되겠군."

 천장에서 누군가가 사라져 감을 느낀 광마존은 씨익 미소지었고 무영존도 웃음을참지 못하 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비교적 파천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한 셈이었다.

 ★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광마존이 장가가는 날이었다. 나이 137세에 첫장가를 가는것이니 축 하 해주어야 마땅하나 그의 얼굴 표정을 봐서는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않는다. 새신랑의  얼굴이 활짝 피어나도 모자란 판에 죽을 상을 하고 있으니 그가장가를 가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맞으러 가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남도맹은 결혼식을 참관하기 위해 맹내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서둘러 내보내기시작했다. 그 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주인이 점잖게 돌아가시라는데 객이 무슨말을 하겠는가? 그들은  결혼식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듯 눈물을 머금고떠나갔다.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들이랑, 축포등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되었다. 그리 고 무림맹에서 온 몇몇 고수들만이 축하 하객으로 남아 있는상황이었으니 어딘가 썰렁한 감 이 없지 않았다.

 남도맹의 대전에는 남도맹고수 300여명과 무림맹에서 온 20여명, 파천의 일행,남도혁련등 의 10명이 곧 벌어질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령진 장로는 오늘의예식의 주관자가 되 었고 그 옆에는 파천을 비롯해 무림명숙10여명이 자리해 있었다.

 "구장로님, 왜 이리 식이 더딥니까? 빨리 시작하시죠."

 기다리다 못한 무림맹 군사 소천악이 재촉하는 말을 던졌다. 하기는 벌써 식이시작되기만을  기다린 것이 반시진이나 지났으니 저런말이 나올법도 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맹주님과 천향옥봉소저가 나오셔야 식이 거행될것이아닙니까?"

 그도 어찌된 연유인지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기에 답답했다.

 "내총관, 가서 어찌된 연유인지를 알아 보아라."

 "네 알겠습니다."

 내총관 추우삼이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던 장내의 귀빈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않고 그대 로 드러내고 있었다. 남도맹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축하해주기 위해 남아 있던 무림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것도 모자라 귀빈으로 초청한자신들 을 이리도 기다리게 하다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추우삼이 돌아왔다.

 "맹주님은 몸이 불편하셔서 참가하지 못한다고 하셨고 주소저는 아직 준비가 끝나지않아 좀 더 기다리시라고......"

 "뭐요? 이것 너무한 것 아니오? 사람들을 초청해 놓고 이런 법이 어딨소? 그래도우리는 명 색이 무림맹을 대표하여 온 사람들이거늘, 처음부터 맹주가 나오지 않은것은 그렇다쳐도 이 런 자리에까지 나오지 않겠다는 것은 무림맹을 깔보는 처사가아니외까?"

 삼안천뇌 소천악이 까탈스런 성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기는 지금까지참은것만 해 도 그로서는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 구령진인지라그의 마음도 무겁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로서도 맹주님을 못뵌지가 반년이 넘어가니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으나  자리가 자리인지라 일단은 숙이고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특히 문대협과 소군사, 그리고 팽가주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맹주님이  칩거하신지 꽤나 오래 되셨는지라......"

 "그것이 사실이오? 그런데도 무슨 연유인지 전혀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말씀이외까?"

 팽가주의 그 말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남도맹주를 잘 알고 있었다.그의 담 백한 성품과 강직한 면을 알기에 이런 무례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던것이다. 더군다나 하 나뿐인 수양딸의 결혼식과 장차 남도맹을 이어갈 후계자를선포하는 자리임에야!

 파천이 짐짓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나야 뭐 무명소졸이니 그렇다 쳐도...... 무림맹의 귀빈들을 이리도 홀대하시면장차 남도맹 이 어찌 대우받으려고 이러시오? 더군다나 내 수하가 소맹주가 되는자리이거늘...... 상당히  기분이 언짢구려."

 그 말은 위력이 있었다. 구령진 장로가 몇 번이나 파천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를하고는 자신 이 직접 내전으로 뛰어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 "구 장로님! 그것이 무슨 말씀이죠?"

 "아가씨, 아무래도 맹주님이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옥면신룡 문윤대협의 심기를건드림은  이래저래 좋지 않습니다. 장차 무림을 이끌어 갈만한 거물인지라, 이런무례는 합당치가......"

 "구장로님의 그 말씀은 아버님의 건강보다는 그자들의 체면이 더 중하다는말씀인가요?"

 "아가씨......"

 "그만 두세요. 아버님의 명이라 제 의지를 접어두고 혼인마저 결정했건만......"

 "......아가씨, 그럼 맹주님이라도 뵙게 해 주십시오. 일단 말씀이라도 드려보아야"

 "그만 두세요. 이미 아버님은 저이외에 그 누구도 만나지 않으신다는 것을모르세요? 괜히  아버님의 심기를 건드려 심화라도 일으키면 그때는 구장로님이책임질건가요?"

 매번 이런 식이었다. 맹내의 주요한 일이 발생하여 맹주의 재가를 얻어야 함에도천향옥봉의  선에서 마무리가 되고는 했던 것이다. 남도맹은 맹주의 권한이 절대적인곳이었다. 맹의 장 로들도 다른곳의 장로들과는 그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고말이 장로지 그들 임의대 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맹주 직속의 18도대가 맹주의 명에 의해 움직이고 그 이외의 잡다한 일만 내, 외총관이 도 맡아 처리했다. 몇 번인가 구장로가 고집을 부려 맹주를 뵈온적도있었으나 내실에는 들어가 지도 못하고 음성만을 듣거나 들어간다 해도 뒷모습을 본것이 고작이었다.

 "제가 곧 나가죠. 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이렇게 까지 완곡하게 거절하는대야 그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대체 맹주님이 왜 저러신단 말인가?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셨고더군다나  아예 모습조차 내 비치지 않으시니.....'

 구장로는 답답했다. 지금의 일이 어디 보통일인가? 이런 일을 맹주님이 직접주관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것도 부당한 일이건만 아예 만날 수도 없으니......

 "알겠습니다. 빨리 나오십시오. 더 이상 시간을 끌게 되면은 저도 그들을 달랠길이없습니 다."

 그 말을 뱉어내고는 몸을 휙 돌려 사라진다.

 "흥! 쓸모없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대체 어찌된 것이냐? 사우!"

 "......"

 "아직도 소식이 없더냐?"

 "어찌된 영문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대총사와 이총사에게 전서구를 보냈음에도연락이 없습니 다. 더군다나 이총사는 오늘 이곳을 찾아 오기로 하셨는데......"

 혼자 골몰하던 천향옥봉이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일단은 식을 올릴 수 밖에...... 더 이상 미적거리다가는 저들의 의심을 살지도모른다. 이후 에 대총사에게서 무슨 명이라도 있겠지. 가자."

 ★ 구령진 장로가 혼자 들어오자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소저께서 곧 오시겠다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이 다였다. 죄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을 닦달해 보아야무엇하겠는가?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기다릴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이놈의 집안구석도 문제가 많은 곳 이군.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후후 속이 타겠지! 천향옥봉! 너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가보낸 전서 구는 아쉽게도 내가 갖고 있으니 말이다.'

 파천은 두 장의 전서의 내용을 떠 올려 보았다.

 (대총사전, 일이 다급하게 되었습니다. 옥면신룡이란 자의 수하에 의해 장공자가 패하였고비 무도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대로 결혼식을 결행하고 비무의 우승자를 남도맹의후계로 공 표해야 하는지, 아니면 힘으로라도 맹을 수습하는 방법을 써야 할지신속한 명을 내려 주시 길천향.)

 (이총사전옥면신룡의 수하에게 장공자 피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감.지원바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강남지부의 2000검수 대기 중. 특별한 명이 있기전까지 대기하고 있겠음.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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