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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신혼초야(新婚初夜)! (44/111)

 44. 신혼초야(新婚初夜)!

 구령진 장로가 도착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천향옥봉이 나타났다. 그녀 주위로는 몇명의 시 비와 호위무사가 뒤따르고 있었고 여전히 면사로 용모를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던 귀빈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한다.

 "여러 귀빈들을 모신 자리에 소녀가 경망되이 시간을 지체한 점 너그럽게 용서를바랍니다."

 그 말을 하는 천향옥봉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고 현숙한 여인으로 보이나 그녀의실체를 알고  있는 파천은 속으로 역겨움을 애써 달래야만 했다.

 "이것 너무 하는 것 아니오?"

 파천의 그 말에 천향옥봉이 고개를 살짝 돌리는데 그 모습에도 고아함이 묻어나올정도였다.

 '저자가 옥면신룡! 명호대로 용모만은 천하제일이겠구나. 저자가 정도를 실제적으로움직이는  자라고?'

 "공자께서는 제게 하문하실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대체 그 태도가 뭡니까? 우리가 자청한 일도 아니고 귀맹에서 무림에 공표하고결정한 사실 인데 이리도 지연함은 다른 의도가 있음이 아닌지 묻고 싶소. 더군다나혼인을 치를 사람이  면사를 쓰고 있음은 무슨 경우요?"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 말에 장내의 무림맹고수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맹주가 모습조차 보이지 않음도 납득할 수가 없소이다. 맹주가 주관하지않고 추인 하지 않는 후계 결정이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는 것이아니겠소? 지금 당장  맹주가 나오시지 않으면 우리는 귀맹의 처사에 따를 수없소이다."

 파천의 강경한 말에 구령진 장로는 당황하는 기색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은근히기뻐하는 표정 이기도 했다. 파천의 말에도 천향옥봉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보였다. 하긴 얼굴을 면사로  가리고 있으니 그녀의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는일이었다.

 "공자의 말씀대로 따르고 싶지만 그 또한 제 소관밖의 일이라...... 어쩔 도리가없습니다. 면 사야 지금 당장이라도 벗지요."

 그리고는 서슴없이 면사를 벗는다. 그러자 그녀의 용모가 일목요연하게 대중들 앞에그 모습 을 드러냈다.

 "오"

 "음"

 그녀의 진면목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의 감탄성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흔히 미인에도 일정한 조건이 있으니 그 첫째가 오발선빈(烏髮蟬 )이라 하여까마귀처럼 검 은 머리와 매미 날개 같이 옅은 귀밑머리를 말한다. 두 번째가아미청대(蛾眉靑黛)라 하였으 니 누에의 나방에 붙어 있는 촉수와 같이 가늘고 긴눈썹을 이른다.

 그 다음이 명모유반(明眸流盼)이라 하여 맑은 눈과 색감이 도는 눈빛을 말한다. 이외에도  주순호치(朱脣皓齒), 옥지소완(玉指素腕), 세요설부(細腰雪膚),기향패훈(肌香佩薰)등이 있어  붉은 입술에 이가 가지런하고 희어야 하며 옥같은손가락에 팔이 희어야 한다. 허리가 잘록 하고 피부가 눈처럼 희어야 하고 피부에은은한 향기가 서려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무림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예를 들면연보소말(蓮 步小襪)이란 전족을 하여 작게 한 발을 뜻하는 것이기에 무림인들치고전족을 하는 여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미의 기준들은 사실상 그자체로 반복되거나 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있었으니 명모유반에서 유반이란 말은흘겨보는 눈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겠으나 재수없다(!)고 생각할 수도있을 것 이고 피부에서 향기가 날정도라는 것은 향낭을 지니면 해결되는 것이었다.그리고 사실상 피 부를 많이 드러내 놓지 않고 다니니 그 속살이 흰지 검은지,누리끼리한지는 그냥 외견으로  보아서는 알수 없음에도 그것이 당당히 여러번반복되고 있다.

 어쨌든 천향옥봉은 이러한 기준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었고 특히 명모유반은 아예딱이었다. 

 살짝 치켜진 눈매에 어딘가 색정이 감도는 눈빛에 보는 사람을 홀리는미소까지, 한마디로  타고난 요부의 미색이었다. 남자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헤매고있었음에도 파천은 아무런 감 흥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긴 이미 중원이미를 모두 보았고 그 중에 하나는 몇 번이나 만져보고 안아보았으니 천향 옥봉이 눈에 차겠는가만은 파천의 성격자체가 눈에 보기 좋다고 해서혹하는 성질이 아니었 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여자에 달관한 사람이라는 말은아니다. 그는 지금껏 초인적인 인내 력으로 자신을 눌러 놓고 있었다. 언제 그것이폭발할지는 그 조차 알 수 없었다.

 "맹주를 오게 할 수 없다면 만나게는 할 수 있을 것 아니오? 그에게서 직접 확답을듣기 전 에는 귀맹의 뜻에 따를 수 없소이다."

 파천이 워낙에 강경한 입장이라 장내가 급속히 냉랭해지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있는 자들은  남도맹 소속이 태반이고 외부인들은 30명이 조금넘지 않은가? 이런분위기에서 파천처럼 당 당하게 자신의 뜻을 피력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것이었다.

 '고녀석 보통 깐깐한게 아니군. 참...... 탐나는 녀석이야. 저런 녀석이 내 곁에있어주면 세상 이 부럽지 않을텐데......'

 천향옥봉은 홀로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이것 보시오. 소저"

 파천의 그 말에야 퍼뜩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었다. 잠시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는언제 그랬 느냐 싶게 냉정을 찾아간다.

 "공자의 말씀은 잘 알겠으나......"

 "내 조건은 모두 말했으니 양단간에 결정을 하시오. 맹주를 만나게 해 주던가?아니면 남도 맹이 전무림을 향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자인하던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거물이다.더군다나 이  자리엔 무림맹의 대표자격으로 온 군사와 팽가주까지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녀가 망설이고 있을 때 파천의 말이 그녀의 결심을굳혀주고 있 었다.

 "혹시...... 귀맹주의 신변에 변고라도 발생한 것 아니오?"

 "뭐라고요?"

 그녀가 발끈하여 외치자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의혹이 증폭된다. 그것을 느낀천향옥봉은 일 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더군다나 구장로조차 의혹의 눈길을보냄에야......

 '잘못하면 모든 것이 묵사발 날지도 모른다. 이런 개자식. 어디서 저런 것이튀어나와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나.'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포옥하고 쉰다.

 "좋아요. 대신...... 문공자와...... 담대공자님만 뵐 수가 있어요. 다른 분들은죄송하지만 기다 려 주셔야 겠어요."

 "좋소이다. 갑시다."

 '성격도 급하기도 하지. 그나저나 괜찮을까 몰라. 하긴 겉으로 보기에는 알 수없으니 그 늙 은이가 헛소리만 하지 않으면 별일은 없을거다.'

 "그래요. 오해를 풀려면 그 길밖에는 없겠군요."

 이렇게 해서 상황은 점점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사자도왕(獅子刀王) 진여해(眞餘海)는 파천을 따사롭게 맞아 주었다. 그는 겉으로보기에는  멀쩡해 보였고 파천이 그의 사정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은 감쪽같이속을 뻔 했을 것이 다.

 "허허허허 이렇게 무림오천의 일인을 만나게 되니 본좌도 흡족하군요. 더군다나상대가 이리 도 재기충만한 젊은 분이시니 몇 년은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자도왕의 눈가에는 짙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서천향옥봉이  둘을 감시라도 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의 안타까움은 더욱컸다.

 '아, 참으로 이런 기회가 또 올것인가? 맹의 암운을 걷어줄 수 있는 귀인을만났음에도 아무 런 내색도 할 수 없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현재의 상황을 털어 놓는 순간, 남도맹이 산산조각나는순간임을, 

 더군다나 아무리 오천중의 일인이라도 하나 그 혼자의 힘만으로는 저들세력을 막아내지는  못함을 알기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어떻게 해서라도 현상황을 알리 고 싶어 애가 탔고 속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있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맹주님이야 말로 일세를 협의 하나만으로 사셨으니후배에게 귀감 이 되시는 분이죠."

 "당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후배라니요? 아무리 대협께서 나이가 어리시다 하더라도배분으로  보면 저보다도 위이신데 그 말씀은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하하 아무튼 기우에 불과 했던가 봅니다. 맹주께서 이렇게 건녕하시니 남도맹의앞날에 먹 구름같은 것은 없을 듯 하군요."

 파천의 그 말을 듣고 있던 천향옥봉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흘렀다.

 "그건 그렇고 제 수하가 이번의 우승자가 되었는데 정말로 귀맹의 후계로 삼으실셈입니까?"

 [맹주, 내색은 하지 마시고 듣기만 하시오]

 파천은 말을 하며 남도맹주에게 동시에 전음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보여도 아주 대단한 녀석입니다."

 [이미 맹주의 상태를 모두 알고 있소. 내게 도움을 청하실 요량이라면 헛기침을 두번만 해 보십시오.]

 사자도왕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고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 본래의모습 그 대로였다.

 "험 험, 하하 내가 보기에도 대협의 수하가 아주 대단해 보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부족하고 미천한 제가 남도맹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걱정이  앞서는군요."

 광마존이 말하는 사이에 또 다시 전음을 보냈다.

 [좋습니다. 오늘 내일 중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 주겠소. 대신...... 내가요구하는 조건을  언제든 한번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들어 준다고 약속할 수 있겠소?]

 "험 험, 그런 걱정은 마시게, 내가 무엇이든지 못들어 주겠는가? 무엇이든 말만하게. 장차  우리 남도맹을 이끌어 갈 소맹주라면 본맹의 후계뿐만 아니라 내 생명도내 놓을 수가 있으 니......그러니 그런 걱정은 말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면되는거야"

 사자도왕의 그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광마존의 대답에 답하는 것으로 보였으나실제로는 파 천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었다. 지금 그의 내심은 날아 갈 듯 가벼웠다.모든 근심이 한꺼번 에 날아 가는 듯 했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줄기 희망의 끈을잡은 것이었다. 그것으로 족했 다.

 지금껏 그가 이런 수치를 당하면서까지 목숨줄을 부여 잡고 있었던 것은 지난세월에대한 안 타까움과 자신이 죽은 이후에 평생을 통해 이뤄낸 세력이 한낱 괴집단의소모품으로 전락하 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는 욕심을 모두 버렸다.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껏  쌓아온 명예를 지키고 후계를 선택하여 잘 물려주는것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파천의 제의 는 지리한 장마중에 내린 한줄기 소낙비와같이 반가운 것이었다.

 "자, 그럼 맹주님은 쉬고 계십시오. 이렇게 맹주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의 의 혹과 근심이 말끔하게 걷어지는 것 같습니다."

 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또 한번 전음을 보냈다.

 [오늘 밤, 찾아 오겠소. 자세한 얘기는 이따 듣겠습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파천과 광마존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자도왕도 함께 일어섰다. 그리고 그들은 두손을 마주 잡으며 서로를 배웅했다. 천향옥봉은 그들의 그런 모습들가운데서도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파천과 천향옥봉이 나간 뒤에도 사자도왕은 흥분으로 몸의 경련을 멈출 수 가없었다.

 '진정 하늘의 돌보심이 계셨구나. 어찌 이리도 공교롭단 말인가? 마지막 희망마저다 떨쳐버 리니 도움의 손길이 오다니...... 보아하니 옥면신룡뿐만 아니라 그수하된자도 상상 할 수 없 는 고수들이다. 사필귀정이라 했으니 결국은 정의가이기게 되어 있었던 거야'

 인간은 이처럼 단순한 존재다. 눈에 보이고 자신이 체험한 범위 이내에서만판단하고 저울질 한다.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진실을 볼수 있는 눈은 함부로누구나 가질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사자도왕은 알까? 자신의 선택으로늑대에게 도망쳐 나갈수 있을지는 모르나  호랑이에게 목을 내어 놓게되었음을......

 천향옥봉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광마존은 그녀가 어떤 여자라는 것을 이 순간만은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까까지의 생각은 꼬리를 말고 도망쳐 버렸고 그녀를 향한욕정이 대가리를  스물거리며 쳐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그의 표정으로드러나고 있었으니......

 이렇게 해서 서로의 속내를 감춘 결혼식이 조촐하게나마 치러지고 있었다. 어쨌든두 사람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부부가 된것이었다. 그들이 실제로는 어떤 관계로지내든 두 사람이 부 부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 두 사람은 신혼초야를 치르기 위해 합방의 의식을 거행(!)했다. 광마존의 얼굴에는미소가 떠 날 줄을 몰랐고 천향옥봉은 내심이야 어떻든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광마존은 파천의  마지막 전음을 떠 올려 보았다.

 [광마존, 할 수만 있다면 천향옥봉을 네 사람으로 만들어라. 무슨 뜻인지는 알것이다. 그렇 게만 된다면 우리는 미지의 적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될뿐만 아니라힘들이지 않고도 남 도맹을 장악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을경우에는 그녀를 죽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켜보겠다.]

 마지막 말이 광마존의 심장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지존이 수하로서의 능력을보시겠다는 말 이었기에 그의 지금 심정은 좋아 죽겠다는 심정 반, 묵직한 쇳덩이를어깨에 메어놓은 듯한  의무감 반, 그리고 약간의 흥미와 기대 정도였다.

 '까짓거 쪽팔리는 일이지만 본교의 방중비술이라도 쓸 수 밖에......'

 천마교의 무공중에는 별의 별 희한한 것이 많았다. 이를테면 고문술이라든가,섭혼술, 미혼 술, 투도술, 사기술, 암기제조술, 시독, 용독술, 강시제조술,기관지학, 진법지학, 그리고 방중 술! 물론 이 모든 것이 강호상에서 일반적으로익혀지고 알려진 분야들이지만 천마교의 것은  좀 특이하고 기발했다.

 이것을 무공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자들도 있으나 정도의 정인군자(?)들이야이런 것  없어도 한세상 살아 갈 수 있는지는 몰라도 천마교도들은 이런무지막지하고 천시받는 것들 을 모조리 익힌다해도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었고 할수만 있다면 각종 기예를 배우고 익히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인다.

 그들이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중에 두드러진 것은 생존술이다. 어떠한 환경속에서도살아 남 는법!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 천시받는 무공이란 없다. 모든 것을 익혀놓으면 결국에 가서는  그것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생각이야 말로 천마교를 극강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헤헤 네가 아무리 속에 여우 수십마리를 키우고 있다해도 나한테 걸린 이상 어림도없다. 

 내가 비록 본신의 힘으로는 널 만족(!)시켜 주지 못하나 본교의방중비술이라면 어떤 계집이 라도 하룻밤이면...... 흐흐흐흐 기대해도 좋을것이다.'

 광마존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천향옥봉에게 다가갔다. 한편 천향옥봉의 속마음은어떤지  살짝 엿본다면,

 '흥, 일단은 이렇게 된 것 저녀석을 내 치마폭에 넣어놓고 이용하는 방법을 써야되겠어. 나  아니면 못살게끔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호호 넌 영원히 내곁을 떠나지 못할 것 이다. 장차 옥면신룡의 가슴에 칼을 박아놓게 만들어 주마.'

 두 사람의 생각은 이처럼 엄청난 격차로 벌어져 있었음에도 여느 신혼부부의 방과별반 다를 게 없었다. 넋이 나가서 침을 꿀꺽 삼키는 광마존의 표정까지 판에 박은듯 했다.

 "음, 소저 우리가 비록 서로에 대해서 모른다 할지라도 엄연히 부부의 연으로만났으니 백년 해로 하며 행복하게 삽시다."

 '어이구 낯간지러워......'

 백년해로? 지금 광마존의 나이가 137세이니, 100년이면, 에라이 도둑놈아......

 '흥, 한다는 소리하고는...... 이래서 정파애들은 짜증난다니깐? 말이야번드러러하지 어디 쓸 만한 놈들이 있어야지.'

 그들의 앞에는 각종요리와 술이 거하게 차려진 주안상이 있었으나 그쪽으로는 눈길한번 보 내지 않았다.

 "소저, 이리 오시오"

 광마존은 슬며시 손을 디밀었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의심장은 터지 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보였는데 제대로 해 낼지 의문이었다.

 왜 이다지도 멀단 말인가? 바로 지척에 있음에도 손길이 가는 것이 만리는 떨어진것 같다.

 '뭐하는거야 지금? 하려면 빨랑 빨랑 하던가?'

 그의 손이 천향옥봉의 어딘가를 덥썩 쥐었다. 손이었다.

 "소저의 손은 비단결같이 매끄럽구료."

 '이짓도 못해 먹겠군. 주군의 명이니 하긴 한다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아니거든......'

 참으로 뻔뻔한 광마존이었다. 주군의 핑계를 대지만 아마도 무영존에게 이 역할을맡겼다면  두고두고 욕먹을 뻔한 파천이었다.

 광마존의 손길이 천향옥봉의 옷을 벗겨가고 있었다. 그녀는 슬쩍 슬쩍 몸을비틀어주며 옷을  벗기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예의(!)까지 차린다. 하긴 그녀가 좀예의 바른가? 의붓아버지에  오빠까지 먹어버린 희대의 요녀였고 포식이후에는숯놈마저 삼켜버리는 암사마귀와 같은 여 자였다.

 이제 그녀의 몸에는 속곳하나와 가슴을 동여맨 천이 전부였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앉아 있 던 그녀는 어느새 침상에 눕혀져 있었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채 눈을 꼭감고 있었다. 저  모습만 보아서는 정말로, 진짜로 현숙한 여인네처럼 보이지않는가?

 여전히 미세한 떨림을 보이는 광마존의 손길이 가슴의 천을 살짝건드리자 그것은이내 끊어 지며 푸확하고 무엇인가가 치솟아 오른다. 두덩이의 유방은 어찌보면너무나 큰듯했으나 그  모양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이었고 사실은 아담하고소담스러웠고 중앙에는 부드러운  자줏빛 유실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광마존의손길이 연신 그 위에서 춤을 췄다.

 그때마다 천향옥봉은 묘한 신음소리를 발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의도적인 연출에지나지 않음 은 광마존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몸을가리고 있던 마지막 보루 마저 함락되자 그녀의 하얀 피붓결은 본연의 모습으로광마존에게 적나라함을 선사하고 그의  목 울대는 연신 오르락 내리락 하기 바빴다.

 소녀환락천묘경(燒女歡樂千妙經)의 구결을 외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의손에서는  은은한 분홍빛이 스며나왔으나 그것은 너무나 미세하여 자세히 보아도 알수 없을 지경이었 다. 그는 그 손을 그녀의 몸의 곳곳에 갖다 대었으며 부드럽게스다듬었다. 발끝에서 시작하 여 무릎으로, 손가락끝에서 가슴까지, 그의 손은 춤을추었고 그 춤은 너무나 느릿느릿하였 고 기묘했다.

 '내, 내몸이 왜 이러지?'

 그녀는 묘한 흥분이 저 가슴밑바닥에서 뜨겁게 일어남을 느꼈고 그의 손길이닿는곳은 마치  불을 지핀 것처럼 뜨거워져 갔다.

 "아 아"

 이번의 소리는 그녀가 연출하는 가식적인 소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토해내는감탄(?)의 소리 였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버렸다. 이것 저것계산하고 재보고 하던 생각은  천리밖으로 달아났고 온신경이 그의 손의 놀림에집중되었다. 그녀의 몸이 묘한 선율을 타고  꿈틀대기 시작한것도 이때부터였다.

 광마존의 손길은 도무지 멈출줄을 몰랐다. 이제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도되겠건만 여 전히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는 비경에 나와있던 서술대로 그대로 하고있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천향옥봉의 반응을 살폈고 이러다보니 자연즉 그녀를바라보는 시선이 무감각해지 기 시작했다. 불끈 치솟은 몸의 일부는 연신 흔들대며식혀 줄 것을 재촉했으나 이것은 어디 까지나 지존의 신성한 명을 수행하는 작업에지나지 않는다.

 "아, 아. 제발"

 그녀의 입에서 이런 항복의 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한지 2각이훨씬 지 나서였다. 천향옥봉의 그 소리를 기점으로 하여 새로운 동작으로 들어갔다.그는 소녀환락천 묘경의 설공(혀로 하는 공력)을 이용하여 그녀의 전신곳곳을 핥아갔다. 이번에도 이각이나  걸렸다. 광마존의 혀도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끝에서는 기묘한 기운이 스며나와 천향 옥봉의 모공으로 스며들어갔다.

 이제 그녀의 꿈틀거림은 거의 광란의 몸짓이었고 그녀의 손은 광마존의 목을부러져라 붙들 고 있었다. 그녀가 내지르는 소리는 마치 산고의 고통을 호소하는 듯했으니 듣는 이가 이상 한 상상을 할 수 도 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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