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 천마안(天魔眼)의 위력. (45/111)

 45. 천마안(天魔眼)의 위력.

 광마존의 설공은 가히 그 위력이 대단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훑어가는 그위력에 혼백이 나마 제대로 간직할 여자가 몇이나 되랴? 마지막 부여잡고 있던의식의 끈마저 놓쳐버린 천 향옥봉! 어제까지는 숯놈을 먹어치우는 암사마귀였는지는모르나 지금의 천향옥봉은 그야말 로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에 지나지않았다.

 광마존은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으나 한번도 시전해 보지 않은 것이라그 위력 이 어떨까를 걱정하였는데 한번 해보니 가히 엄청나지 않은가? 어쩌면광마존의 때늦은 깨달 음이 중원에 색마를 한 마리 등장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심려가 들 정도였다.

 '후후 이제는 되었다. 이제 주군께서 가르쳐 주신 을 쓸 차례다.'

 파천이 그에게 이것을 가르쳐주며 한 말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광마존, 이것은 여타의 섭혼술과는 다르다. 오로지 소녀환락천묘경과 짝을 이루는것으로  절정의 순간에 이지가 흩어졌을 때 써야만 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상대가 저항을 하 더라도 이미 시작된 이상에는 빠져 나오지 못한다. 한가지약점이라면 자신보다 내공이 강한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지.]

 파천의 마지막 말은 광마존의 지금 상황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얘기였다.

 '지존의 말씀으로는 천마조사께서 창안한것이라 했으니...... 천마조사께서도상당히 색을 밝히 시는 분이었던가 보군'

 하긴 그가 어떻게 알랴만은 천마는 한때 황제의 궁녀마저 이것으로 유혹한적이있었고 그녀 가 죽을때까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상당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천향옥봉, 날 봐라]

 천향옥봉은 갑자기 들려온 전음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그녀의 눈 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천향옥봉 따라하라. 나는 너의 주인이다.]

 광마존의 눈에서는 기분 나쁜 어두움이 넘실대고 있었고 가운데 작은 씨앗과도 같은백점이  떠 있었다.

 "나는 너의......주.....인.....이.....다"

 엥? 이것이 아니잖아?

 [미안하다 정정하마. 당신은 저의 주인이십니다. 따라해라]

 "당신은 저의 주인이십니다"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영원히...... 충......"

 그녀의 의지가 강한 저항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의지로 버텨내고 있었던것이다. 보 기보다 강단이 있는 여자였다. 광마존은 더욱 내공을 끌어 올렸고 그의손길은 더욱 세밀하 게 그녀의 곳곳을 누볐다.

 "영원히...... 충성 하겠습니다"

 [됐다.]

 "됐다."

 그는 천마안을 풀었다. 그리고 이미 맛이 가버린 천향옥봉을 마음껏 유린하기시작했다.

 ★ 한편 이 시간 파천은 사자도왕의 침실로 스며들어 갔다. 주위로는 상당한 숫자의감시인원이  있었으나 파천이 보는 관점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수준들이었다.

 [사자도왕 내가 왔소이다. 아, 그대로 누워 있으시오. 내가 당신에게 지금부터내공을 일시 적으로 불어 넣어 주겠소. 이미 천향옥봉은 이변이 없는한 내 수하에게몸으로나 마음으로  포로가 되어 있을 것이오. 지금 당신의 중독을 완전히치유하기는 힘이 드오. 일시적으로 내 공을 살려 줄테니...... 가만히만 있으면되오]

 파천의 손이 엎드려 있는 사자도왕의 명문혈로 진기를 불어 넣었다. 그의 내공은힘찬 노도 와 같이 밀려 갔고 그것은 이내 억제되고 소멸된 내공을 일으켜 세우고있었다. 막혀 있던  혈도들이 풀려나가고 경맥에 힘이 넘치나기 시작했다.

 일각정도가 지나자 단전에 미세하나마 힘이 느껴졌고 파천은 그것을 인도하여일주천 시켰 다. 반시진이 지나자 파천이 내공을 거두어 들이고서도 스스로 운기가되었다. 그래봐야 일 갑자 미만의 미미한 내공력에 불과 했으나 그것만으로도충분했다.

 [자세를 풀지말고 전음으로만 말하시오.]

 [은공. 정말 감사합니다. 은공이 아니셨다면 남도맹은 괴수의 집단에 의해 무림의공적으로  이용당하다 멸망하였을 것입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됐소. 어차피 우리 일은 서로간의 계약이니 고마워 할 것도 없소. 이들의 정체가무엇이며, 

 남도맹에 침투해 있는 세력은 어느정도요?]

 [이들의 본진의 세력이 어느정도이고 정체가 무엇인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한가지 분명 한 사실은 수십년동안 무림에 대한 야욕을 키워왔고 사전공작을 실행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제 생각이긴 하나 무림의 도처에 이들의 세력이 심어져 있지않은 곳은 별로 없을 듯 합니 다.

 본맹에도 이들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맹의 제자만도 수뇌급에만 10여명이나 되고18도대중 에서도 12개도대가 이들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맹에서암약하는 인원만도  500명이 넘으며 가까운 외부에 약2000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 고 누군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림맹에도 수뇌급 인물이거기에 가담하고 있는 걸로 추정됩 니다.]

 [참으로 대단한 놈들이군. 좋소. 내가 처치해야할 인물과 포섭할 인물을 구체적으로얘기해  주시오]

 [먼저......]

 ★ 햇살이 얼굴을 간질이고 풋풋한 살내음이 마음을 아늑하게 했다. 광마존은 정말간만에 깊은  단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눈을 뜨자 시야가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응? 이게 뭐지?'

 눈 앞에 있는 것은 천향옥봉의 육봉이었다. 그제서야 어젯밤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배어 물었다. 그가 몸을 살며시 빼내자천향옥봉이 무심결에 팔을 휘 두르며 광마존의 목을 감싼다. 그리고는 자신의가슴으로 이끌어 가지 않는가?

 광마존은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숨이 막히는 고통에서도 얌전히 있더니 쩝쩝 하는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구두야. 광마존은 그 순간에도 천향옥봉의 가슴을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광마존이 가슴을 빨아대자 천향옥봉이 눈을 떴다.

 "으아함. 잘잤다."

 그녀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다 옆에 있는 광마존을 보더니 생긋 미소짓는다.

 "잘 주무셨어요?"

 세상에 그녀가 정말 천향옥봉이 맞단 말인가? 아무래도 무늬만 천향옥봉?그녀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가리지도 않고 일어나 앉았고 광마존의 시선은 그녀의가슴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밤새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천향옥봉이 아니라 천향육봉이라 불러야 되겠어.'

 저런 보물을 천으로 동여매고 다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손을내밀어 가슴 을 잡아가자 그녀는 살며시 몸을 빼냈다.

 "아이, 그만 일어나세요.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리고 인사도 하고 그래야잖아요. 어서  일어나세요."

 그녀는 침상옆에 서서는 광마존을 침상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마지못한 듯일어나지만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 두 사람이 나란히 식당으로 들어오자 파천일행은 놀람이 가득한 시선으로쳐다보았다. 천향 옥봉은 파천을 보자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낭랑하고 영롱한 소리가울려 퍼졌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 모습을 쳐다보고는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다. 이내 그의 시선은 광마존을찾는다.

 [성공인가?]

 [네. 지존. 속하가 다행히도 지존의 명을 완수하게 되었습니다.]

 [허 참 나도 이정도의 위력일 줄은 예상 못했는데?]

 천마안의 섭혼술은 그 사람의 기억이나 습관등은 건들지 않고 시전자에 대한 끝없는충성과  호감만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광마존이 지존을 앞으로 하늘 대하듯이하라고 한마디 한  것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식사내내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 지금 모두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도그럴것이  천향옥봉이 광마존에게 음식을 다정스럽게 먹여 주는 모습이라니! 누가 저모습속에 예전의  천향옥봉을 찾을 수 있겠는가?

 "아. 하세요"

 "아~~"

 입을 찢어져라 벌리는 광마존의 입을 정말이지 찢어 놓고 싶었다. 파천은 그런 두사람을 쳐 다보며 속이 매스껍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무영존또한 별반 다를것이없었으나 단장화는 표정 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소군은 킥킥대며 웃었다. 이런분위기고 보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함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두 사람만의 연회가 끝나고 나자 자리를 파천이 머무는 처소로 옮겼다. 파천은천리지청술을  전개해 주위 동정을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몇몇 시비들이 오가는  소리들이 들리긴 했으나 의심스러운 점은 없었다. 그는 곧장내공으로 방의 소리가 새어나가 지 않도록 음파를 차단했다.

 "광마존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지존."

 "천향옥봉?"

 "네"

 "내가 누구지?"

 "남편의 지존이시면 제게도 지존이십니다."

 "호 그래? 그럼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겠는가?"

 "네"

 망설임없이 터져 나오는 소리에 파천 왈.

 "그럼 죽어라"

 "지존"

 광마존이 놀라서 파천을 불러 보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의 시선은여전히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천향옥봉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천령개로 가져가더니 곧바로 두개골을 깨트려 가고 있었다. 그녀의손이 멈춘  것은 목표지점에서 한치앞이었다. 파천이 멈추게 한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의심할 바가 없 음을 알게된 파천이 조용히 음성을 토해낸다.

 "너의 소속과 직급은 어떻게 되나?"

 "전, 혈마천 산하 천주의 세 번째 제자입니다."

 "혈마천?"

 "천주라고?"

 그들의 놀람의 소리가 이어지고 여전히 냉정한 파천의 음성이 이어진다.

 "너의 서열은?"

 "제, 위로는 천주와 2명의 사형, 그리고 대총사. 이총사가 있습니다. 그리고호법3분과 스무 명의 장로들이 계십니다."

 "그럼 뭐야? 스물여덟이나 있다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너희들의 인원은?"

 "총3만4000명입니다."

 "뭐?"

 "음......"

 "엄청나군."

 "중원에 나와있는 자는, 얼마나 되지?"

 "강남에 3000명, 강북에 5000명, 총인원 8000명입니다."

 "대총사와 이총사에 대해서 얘기해 봐라."

 "대총사는 중원침공의 사령관이나 진배없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모릅니다. 한번 도 본래의 얼굴을 본적이 없는지라...... 그는 이총사와 함께 천주의사제인걸로 알고 있습니 다. 이총사또한 강북의 책임자로 와 있다는 사실만 알뿐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런가? 천주에 대해서 얘기해봐라."

 "천주님은 저의 사부이시지만...... 혈마천에서는 거의 신과 다름없는 분이십니다.이미 10년 째 폐관에 들어가 있어 근래에 한번도 뵌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만간출관하실꺼고 그때 는 중원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것입니다."

 "천주의 무공정도는?"

 "알 수 없습니다. 본천의 3대마공을 극성으로 익히기 위해 폐관하셨으니 아마도대성하게 되 면 세상에서 천주님을 당해낼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가? 좋아. 대단한 놈인가 보군. 천마안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존칭을잊지 않 는다는 건가?"

 "지존. 섣불리 건들 수 있는 녀석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계획에 전면수정을 해야 겠는데?"

 "얘는 어떻게 하죠? 이대로 두면은 적에게 의심을 살텐데?"

 "교육을 잘 시키면 상관은 없을 거다. 일단은 이 상태로 두도록, 네 말마따나갑자기 남도맹 이 바뀌어 지면 저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일단은이 상태를 유지한다. 

 단, 남도맹주의 무공을 회복시키고 얘와 함께 연계하여 세력을유지한다. 그런 다음에 적절 한 시기가 오면 써먹을 데가 있겠지."

 "네"

 "왜 아쉬운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지니 마음이 쓰이는가 보군"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 까 해서요."

 "죽인다는 말은 안 했다. 적당히 이용한다는 말이지. 그리고 행여나 마음따위를 줄생각은 하 지마라."

 "존명!"

 "맹주의 병세를 완전 치유하려면 의노가 필요하다. 지금즉시 무영존은 금응을타고가서 의노 를 데려 오도록,"

 "존명,"

 ★ 무영존이 사라지고 나자 광마존은 천향옥봉을 데리고 거처로 돌아갔다. 단장화도 제방에 틀 어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파천은 소군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이제는 많은 맹내 의 무사들이 파천을 알아 보고 인사를 하는 모습들이 보이곤 했다.그들의 인사를 형식적으 로 흘리며 소군에게 말했다.

 "너는 내가 가르친 검법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잘 익히고 있겠지?"

 "네"

 "어렵거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언제든지 질문을 하거라."

 "사부님!"

 "왜, 그러느냐?"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결혼하고 애기낳고 그렇게 사는 이유가 뭐죠?"

 그녀의 질문은 당돌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그녀가 중원에서의 짧은 견문으로 보고느낀 바를  솔직히 질문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도 대답에 골몰했다.

 "솔직히 나로서도 뭐라고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는 못할 것 같구나. 남자와 여자, 즉사람도  동물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인간은 일반적인 동물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그것은 바로......"

 "......"

 "사랑을 한다는 거지."

 그 말을 해놓고 보니 그 말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요?"

 "그래,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확인되고 공인된 사이로발전되기를 원 하고 그것이 바로 결혼이다. 당연히 그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후손이태어나게 되고 이렇게  해서 인간들의 사회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되는거지."

 "사랑을 하지 않아도 2세는 생기는 거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잖아요.그런데 왜  굳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러는거죠?"

 소군은 사실 그것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중원에 나온지 이제 며칠지나지 않았 으나 그녀의 눈에는 그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띄었고 그것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묘해지는  자신을 느낀 것이다. 소군은 그 기분이 너무나 이질적이라낯설었고 그래서 싫었다. 어떤 식 으로든 정리해 놓고 싶어서 사부에게 질문을 던진것이었다.

 "그것은 사랑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면 결혼은 그 사랑을 형식으로 발전시키고 싶은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인정도다. 물론 어떻게 보면 그것은 소유의 개념이고감정선을 넘어서서 의지 적인 결단과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보면은되겠지. 누구나 다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다 결혼을 하는것도 아니란다.특히 우리같은 무인들에게는 사랑은 때 로는 독약과도 같은 것일 수가 있다."

 파천의 그 말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이며 애써 주입시키려 하는생각이기도 했다. 

 요근래 들어 독고설란의 얼굴이 가끔식이나마 떠 오를때가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일부러 냉 정하게 대한다. 자신이 가는길에 그 무엇으로도방해 받고 싶지 않은 최소한의 방어적 태도 였던 것이다.

 "하앗, 으라차"

 "하하하하 이것은 어떠냐?"

 "흥"

 챙

 챙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군이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파천이 말릴새도 없이그녀가 소 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몇 명의 젊은이들이비무를 하고 있었다. 그 들은 바로 남궁혁련의 일행들이었다. 파천과 소군이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그들은  모두 제 자리에서 포권을 취해 보였다.

 "대협, 어서 오십시오"

 남궁혁련과 그의 동생인 남궁혜미가 비무를 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들은 검을한손에 잡고  있었다. 사실 다른 문파를 방문한자들이 이렇게 비무를 벌인다는 것은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수도 있었으나 그들은 그런 것은 개의치를 않았다. 그들은장차 무림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 고자 쉴새 없이 무공증진에만 박차를 가하는중이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무공의 성취도를 좀더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다.

 "나는 개의치 말고 계속 비무를 해 보시오."

 "네, 그럼."

 파천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남궁혜미의 검이 더욱 민활하게 움직여 갔다.남궁가의 검법은  정묘함으로 유명했다. 그들이 오련회의 주축이 될 수 있었던 것도초식의 정묘함과 여기에  변과 쾌의 적절한 운용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남궁혜미의검법은 가문의 이러한 특징을 살 린 익히 들어 온 검법의 형태를 띄고 있었으나남궁혁련의 검법은 조금은 다른 것 같았다.

 검의 형태가 넓고 컸으며 검날도 두꺼웠다. 쾌보다는 중과 강을 위주로 한검법이었다. 남궁 가의 검법중에 저런 검법이 있음은 금시초문이었다. 원래 다른문파의 고수들이 보는 자리에 서는 초식명을 밝히지 아니하고 절초로 생각하는초식은 일부러 펼치지 않는 법이었다. 그들 또한 은연중에 이러한 생각들을 지니고있는 듯 했다.

 "하앗"

 남궁혜미의 검이 중단을 찌르며 검화를 만들어 내자 남궁혁련의 검이 곧장 사선으로쳐낸다, 

 그리고 연이어 견정혈을 노리고 세 번의 변식을 넣어 찌르자 금방 혜미의자세가 흐트러지고  호흡이 가빠왔다.

 남궁혁련은 뒤로 물러서는 혜미를 따라 붙으며 검기를 뻗쳐오는데 그 끝이 갈라짐이심히 독 사의 혓바닥처럼 예리했다. 일검마다 힘이 있고 절도가 있으면서도 상대의허점만을 노리고  있으니 금방 혜미가 수세에 몰리고 만다.

 둘의 비무를 지켜보던 소군은 어딘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하긴 그녀가 보아왔던검법과는  너무나 상이한 것이었으니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그녀가익힌 검법은 파천이  가르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인을 위한 실전위주의 검이어서화려함과 기교보다는 힘과  빠름, 그리고 날카로움을 주로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변식이 적고 한번 펼쳐지면은 연환 되어 초식이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가 막기 곤란해진다.

 어느덧 비무는 끝이 나 있었다. 이런 친인들간의 비무는 상대를 격패시킴에 있는것이 아니 라 자신의 초식을 보여주고 상대의 대응을 살피고 서로 비견해 보는그야말로 비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즉 소군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보였을 수도 있었다.

 "무림맹에는 언제 가실건지요?"

 "모르겠소. 아직은 이곳저곳 다녀볼데가 있어 놔서......"

 "그러십니까? 언제든 오시게 되면 꼭 우리를 찾아 주십시오. 저희는 점심이후에바로 떠날  것 같습니다."

 "무림맹으로 같이 떠나는 거요?"

 "네, 앞으로 저희들도 무림맹에서 생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마도련과의생사대전도  있고 또한 세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각문파에서 증원이 불가피한실정입니다. 특히 여태 껏 한명도 보내지 않았던 구정련의 무당과 소림에서도고수들이 증원된다고 하니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그 동안 즐거웠소."

 "오히려 저희들이 대협과 동행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맹에서 뵙겠습니다."

 남궁아연의 눈빛이 애틋한 마음을 담고 파천쪽을 바라 보았으나 그는 눈길 한번주지 않았 다. 파천이 발길을 돌려 사라져가자 남궁혁련이 한숨을 쉰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나이에 저런 초극고수가 될 수 있다니...... 항상느끼는 거지 만 참으로 부끄럽군요. 4룡의 비무를 보며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제가얼마나 보잘 것 없는  무공에 으스대 왔는지를......"

 남궁혁련의 그 말은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는 그래도남궁혁련이 제일  고수라 할 수 있었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하니 모두의 얼굴이붉어졌다.

 파천과 소군이 다시 처소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래 조금전 비무를 보고 무얼 느꼈느냐?"

 "중원의 무학이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보았다면 잘못 본 것이다. 중원의 정파의 무공들은 하나같이 긴세월을연공하였을  때 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비록 아직 저들의 초식이 정묘하지못하고 힘이 딸리는 것은  사실이나 저들이 꾸준히 정진하는한 30년뒤쯤이면은 모두초극고수가 되어 있을게다.

 네가 배운것들은 빠른 성취는 있을 지언정 극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들이지.추광과 무린에 게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라. 그들의 검은 오히려 저들 정파의 무공과흡사하단다. 결국에  가서는 하나로 이르는거지, 초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검의도리를 알아야 하고 그것은 초식 으로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차차 알게되겠지. 앞으로도 내가 가르쳐 준 검법만을  익히거라. 다른 것은 모두 버리고그것만 죽으라고 반복하고 또 반복해라. 하다보면 깨달아  지는 것이 있을 거다."

 아직 소군은 파천이 가르쳐준 검이 얼마나 대단한 묘용을 지닌 것인지는 깨닫지못하고 있었 다. 단 세가지의 초식에 지나지 않으나 하나가 24개의 연환초식으로이루어져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펼치면 72식을 펼침과도 다름 없었다.

 ★ 무영존이 의노를 데리고 온 것은 무림맹 고수들이 떠나고도 한시진이 지난 뒤였다.

 파천은 천향옥봉에게 명하여 주변의 감시병력을 일시 철수시키게 했고 비밀리에의노와 함께  맹주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동안 천향옥봉은 사우를 데리고혈마천의 강남지부세력을  시찰하기 위해 남도맹바깥으로 나갔다.

 "그래 어떤가?"

 "독이 골수에까지 침범하여 이대로 두면은 영영 무공을 회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정상인의  생활도 불가능합니다. 이대로 한달을 넘기면 점차 척추마비가 오고 모든장기의 기능이 현저 하게 떨어지게 되어 죽음을 면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 치료는 될 것 같은가?"

 "네, 다행히 아직은 원기까지 상하지는 않은 관계로 시침을 하고 보양을 한 뒤에환단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주군께서 넣어주신 내공이있어 치료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자도왕은 이제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리라 생각하다 대수롭지않게 의 노가 말하자 구름위를 나는 듯 했다.

 "그럼 치료를 시작해라. 필요한 것은 없나?"

 "없습니다. 한시진정도 주변의 경계를 철저히 해 주시면 됩니다."

 "알았네. 그럼 수고하게."

 [광마존]

 [네. 지존.]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해라, 이미 천향옥봉이 지시를 내려 놓았다고는 하나 혹시모르니......]

 [존명]

 --------------------------------------------------

 이제야 오늘분의 연재 분량을 마쳤습니다.

 어제 한편도 쓰지 못하는 바람에 오늘만 세편을 쓰는군요.

 이 두편의 글은 조금은 야하고 적나라할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울였지만그렇다고 빼먹고 지 나가기도 그렇고 고심한 끝에 약간은 코믹하게 터치하려고노력했지만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거부감을 느끼시거나 심의(!)에걸릴정도여서 삭제 내지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 지......

 지금까지는 화자의 쓸데없는 소리였습니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것이 좋은 것 같군요.

 아름다운 눈(雪)도 지나치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극단이란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우리모두 서로 사랑하며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