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마도련은 어디에?
선과 악이라는 분명한 개념의 차이도 없이 의식은 나를 명료하지 못한곳에서 이끌어내어 확 연한 욕망의 언덕으로 내 던졌다.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제기된 물음이라기보다는 고립된 하 나의 심상이었고 내 안에 있는 어떤것이라기 보다는 바로, 나자신이었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내 안의 자아를 천마와 혜능이라는 존재의 이입으로확연히 깨닫 게 되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무책임할지도 모르나 그것은 또한 부인 할수 없는 사실이었음에 야. 눈 앞의 남도맹주는 80평생을 살아오며 무엇을 갈구하며분투하였는지 내 알바 아니나 지금 그의 눈빛은 지난 세월의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새로운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안 에는 나를 향한 존경과 고마움의 부피도상당한 듯 했다.
"장차 무림은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무게로 휘몰아 칠것입니다. 모든 무림의문파들이 여기 에서 제외되지는 못할것이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취하게 될 것 같군요. 정,
마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법칙만이 강호를지배하겠지요."
내 말에 그의 눈빛은 심한 동요와 불안과 의미모를 착잡함으로 떨고 있었다. 그는그것을 애 써 감추기 위해서 말을 꺼냈다.
"제가 지금껏 지켜온 것은 정도와 명분이었습니다. 그 모든 가치가 한낱 더 강한힘앞에 무 너짐을 보고 제가 얼마나 허상에 몸부림치고 있었나를 알게 되었지요.힘없는 자의 정의는 그들의 야망보다 우월하지 못했습니다."
의노에 의해 예전의 건강을 되찾은 사자도왕의 모습에는 일파종사로서의 위엄과권위가 흘러 나왔으나 그것은 이내 파천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소멸되어 갔다. 그스스로도 파천에 대 해 일종의 외경심을 지니고 있음으로 그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자연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눈앞에 있는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혀끝을 감도는 내음이 한참을 머물다사라져갔으며 그것은 새로운 느낌으로 자극을 일깨웠고 이내 순간의 아늑함과평안을 주는 근거모를 쾌락 을 선사했다. 한모금의 차에서도 내가 살아 있음을느끼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주 의하여 집중해 보아도 이내 그것은 내안으로 들어와 내 일부가 되고 같이 묻어 들어온 자기 만의 색깔을 내게 선사해 주는것이었다.
찻잔을 내려 놓으며 내 동작을 유심히 쳐다보는 사자도왕을 마주 바라 보았다.
"맹주께서는 제가 어떤 요청을 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알게 되겠지요."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다면 그때는 어쩌시겠습니까?"
"무리한 부탁이라...... 허허 이미 생명마저 포기했던 사람에게 무리한 부탁이란것이 있겠습 니까? 이미 모든 욕심을 버렸음이니 어떤 요구도 상관이 없겠지요. 설사무림의 공적이 된다 하여도 말입니다."
그 말은 어딘가 스스로 오류에 빠지는 말이기도 했다. 그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끊지 않고 버티어 온 이유가 지난 세월을 통해 지켜온 가치와 명예를 더럽히지 않기위함이었건만 이제 새롭게 회생한 지금에 와서 생명의 집착에 대한 동기마저퇴색시켜버리는 발언이지 않은가?
그의 내심도 나처럼, 무림의 상황처럼, 아니면인간의 본연의 성정처럼 혼재되어 있는 것인 가? 어느것을 선택할지 채 입장이정리되지 않은 자의 몸부림은 주위를 불안하게 하고 그것 은 그 자체로도 위험을내포하고 있다.
"전 이제 곧 남도맹을 떠날겁니다. 그들의 세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하기에아직은 그들을 건드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느꼈습니다. 죄송하지만 아직은 이 상태로지내 주십시오.
그러나 예전과는 많이 다를겁니다. 이미 천향옥봉이 우리쪽 사람이되었고 그녀가 맹주를 많 이 도와 드릴겁니다. 아드님에 대한 치료가 끝나는 데로떠나겠습니다."
"그럼 전, 극의 배우처럼 연기만 하면 되겠군요. 그들의 눈을 속이는거야 어려울것이 없으 나...... 제가 궁금한 것은 대협의 정체입니다. 아니 의도라고 말해두죠.조금전에도 언급했다 시피 저는 은공이 시키시는 일은 뭐든지 합니다. 제 생각을말씀 드리자면은 은공은 단순히 소림의 진전만을 이은 분으로는 생각되지 않는군요.그렇다고 제가 소림의 저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왠지 그런 느낌이 듭니다.제게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수는 없는지요."
그것은 자신이 하는일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부여받고 싶은 몸부림의확인이었다. 굳이 이런 그에게 진실을 알게 하여 괴롭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그저 안심시켜주는 것으로 족 하다.
"제가 혜능조사의 진전을 이은 것도 사실이고 맹주가 지적한대로 다른 또 하나의신분이 있 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세력을 지니고 있는것도 부인할 수없는 사실입니다. 맹 주를 치료해 준 사람이 금와전장의 장주라면 대답이되겠습니까?"
이정도면은 많이 보여준 셈이다. 이것 하나로도 그는 나름대로의 견해를 정리할근거로 삼을 것이며 그것은 나를 새롭게 인식시켜 줄 것이다. 금와전장이라면상계의 거대세력이니 다른 의심이나 추론등은 하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의 마음에안정감을 주어 이후 나의 지시에 의심 없이 따르게 될 것이다.
내가 수하를 두는 것은 분명히 일정한 기준선상이 있다.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전적인 충성 심으로 따르게 하는 부류가 있고, 내 모습의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그의재능이나 위치나 세 력을 적당히 이용할 부류가 있다. 아직까지는 전자가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는 후자가 더 많 아 질 것이다. 그들은 내가 보여주는 부분만보기에 나름대로 나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이 다 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나에게 하등 상관이 없다. 내가 그들을 통해 얻고자 하 는 것만 얻어내면 그만인것이다. 사자도왕은 그런면에서 첫 번째 후자에 든 수하일것이다.
남도맹을 떠나는 파천 일행들은 금응을 타고 남도맹이 바둑판의 작은 바둑알처럼작아 졌을 때에도, 무창의 시진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 작은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을느낀 이후에도, 까 마득히 높은 하늘위에서 사람의 흔적과 인공의 느낌이 완전히사라졌을때까지도 아무런 말도 없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가끔씩 토해내는 소군의 탄성과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을 동여매는단장화의 몸짓 이 없었다면은 누구도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만큼 자기만의생각들에 몰입되어 있었 다. 이것이 단지 나만의 생각인지 모두의 느낌인지는 모르나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느끼 는 것을 그들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적을 해후한 당황스러움이 그들의 내심을흔들었고 좀더 뚜렷하게 앞으로의 혈전을 예감하기 시작한것에 지나지 않으나이것이 그다지 큰 부담 으로 작용되지도 않으리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아닌어쩌면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그것을 촉발시키는것인지도 모른다.
장강의 위용은 몸속을 흘러가는 혈맥의 요동만큼이나 선명하게 인식되었다.서쪽으로 이어져 있는 강의 부분들에는 저마다 인생이 있고 그 속에는 작은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어느곳 에선가는 혈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고 또어떤곳에서는 자신의 나약함을 한탄하며 숨을 거두 는 이의 한스런 비명소리가울릴지도, 지금 마악 보이기 시작한 동정호의 저 푸르름의 지하 에는 상처받은가슴을 달래며 복수를 꿈꾸는 열혈의 마도인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동정호는 상강(湘江), 자수(資水), 원강(沅江), 예하(澧河)의 물이 흘러 들어오는중원 이대호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나 한량, 공자대부, 강호인들이즐겨 찾는 곳이었으며 동 정호의 우측 위에 자리하는 악양(岳陽)의 북동쪽을 통해장강으로 흘러든다. 그 넓이가 워낙 에 방대하여 호수라고 하기 보다는 바다를 보는듯 했다.
동정호의 군산에 있는 동정18채가 마도련의 소속이었기에 처음에는 무림맹의 감시가심했었 으나 그들또한 마도련 총단처럼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므로지금에 와서는 무 림맹 악양지부에서 형식적으로 감시할 뿐 특별한 주시는 없었다.설마하니 이곳 지하에 마도 련의 총단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일이었다.
의노만 금응을 타고 떠나 갔을 뿐 나머지는 모두 동정호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제갈초홍 의 말을 미루어 짐작컨대 이곳 일대에는 그들의 눈과 귀가 숨겨져 있을것이고 그들에 의해 우리의 인상착의가 상부에 보고 될 것이었다. 그러면 어떤식으로든 그들이 먼저 접근 해 오 지 않겠는가?
파천의 이런 생각은 처음부터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었으니 동정호가 좀 넓은곳이었던가?
하루가 지나가도록 마도련의 접근은 없었다. 그들은 할 수 없이악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 었다. 객점에 여장을 풀고서도, 저녁식사를 하면서도,이후에 간단하게 술을 들면서도 주위를 놓치지 않으려 했건만 특별한 점은 그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갈초홍과 헤어지며 분명하게 그곳을 찾는 방법을 알아 두지 않은 것이 못내후회되었다.
이런 것을 짐작치 못할 아둔한 여자가 아니겠건만 대체 무슨 연유로그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느새 파천은 천마서생으로 변해 있었고 다른 일행들은 본래의 용모로 돌아가있었다. 이들 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특별해 보였는지 가끔씩의미없는 시선들이 머물렀다 가곤 했다. 이제는 면역이 되었을 법도 한데 여전히주위의 관심이 신경이 쓰이는 일행들이 었다.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광마존의 물음에 파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가볍게 대답했다.
"기다려 봐야지. 아니면 이 일대를 샅샅이 살펴보거나 그도 아니면 지나는 무림인들중에 마 도인으로 보이는 자들을 잡아 보던가? 무슨 수가 생기겠지."
분명히 제갈초홍이 이런 번거러운 방법을 쓰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어차피나중에 알게 될 일을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봐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뭘 말인가?"
"이번 무창에서 있은 남도맹의 비무소식 말일세"
"아, 그거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비교적 무창과 가까운 지역이어서인지 이곳에는 남도맹의 소식이 소상히 전해져있었고, 무 림인들의 관심은 온통 그 얘기에 쏠려 있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지않으려 해도 자신들에 관 한 것이니 귀로 쏙쏙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객이 옥면신룡의 수하라니, 그러면 어떻게 되는건가?"
"아, 어떻게 되기는 뭐가 어떻게 돼? 남도맹이 옥면신룡의 품안으로 들어간거지."
"4룡은 졸지에 2룡이 되어 버렸구만."
"그러니 천하를 울리는 명성도 필요 없는 거라고, 따지고 보면 개죽음 아닌가?아직은 젊은 나이에 요절 했으니 차라리 우리처럼 구석에 처박혀서 죽은 듯이지내는 것이 장수의 첩경이 야."
"그래도 나는 그들이 부럽구만. 우리같은 무명소졸들의 삶은 넌덜머리가 나.하루라도 좋으니 천하에 이름을 날려 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하긴 풍진강호에 몸을 실었으면 풍운을 한번쯤 일으켜 보아야 장부라 할만하겠지."
"다 쓸데 없는 소리지.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명문 출신이기를 하냐, 뚜렷한 사승이있나? 그 렇다고 재물이 많아 명문대파에 줄을 댈 수가 있나? 누구처럼 기연을 얻어상승비급이라도 얻는다면 모를까? 일찌감치 냉수먹고 속차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도이로울걸세."
"쳇, 이놈의 세상, 확 안 뒤집어 지나? 그래야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같은 놈들도기회라도 한 번 잡아 볼 것 아닌가?"
"그런 소리 말게. 곽삼이 지난달 표국의 표사로 들어가지 않았나? 우리가 술먹이고축하해 준 것이 어저께 같은데...... 그저께 가니깐 첫 표행에 나섰다가 비운에갔다지 않은가? 지금 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외쪽은 살벌하다고 하더구만.서장이고 북해, 천축, 달단, 청해고 할 것 없이 세력을 규합하고 난리가 아니래.더군다나 사천쪽에서는 벌써 여러군데에서 괴사 가 벌어지니 그 모든 것이 혈난의징조가 아니겠는가?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혈세천하가 되면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이제일 먼저 죽어 나가는 거야. 알고나 그런 소리를 하는겐가?"
"아, 그거야. 무림맹이나 특정한 소속이 있는 무림인들이나 해당사항이 있지우리같은 무소속 의 3류인생들이야 무슨 상관인가?"
"그저, 속 편하게 집안 단속이나 하고 맘편하게 사는 게 장땡이야."
"하긴 그래."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얘기들 속에는 현 무림의 정세가 자세하지는 않으나포괄적으 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객점이나 주루야 말로 민심이나 무림정세를습득하는데 가장 용이 한 장소였다.
세명중 붉은 사마귀가 난 자가 고개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들려왔다.
"자네들, 그것 들었나?"
"뭐, 말인가?"
"무림맹에 옥면신룡이 가입하면 무림정세가 뒤바뀐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도는가보더라고.
이미 구정련이나 오련회가 그를 지지하고 있고 또한 남도맹마저 손아귀에쥐었으니 그 사람 들이 문대협을 맹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구만."
"뭐야? 아니 그러면 현 맹주는 어떻게 하고?"
"그러니 문제가 아닌가? 무상신검이 어디 보통 사람인가? 그가 두눈 멀쩡히 뜨고맹주직을 내 놓겠는가 말일세. 그러니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요즈음 무림맹의 돌아 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
"아니 그 사람들 제정신인가? 지금 이런 시점에 내부 분열이 있으면 외세의 침략을어떻게 막으려고?"
"그러니 하는 소리 아닌가? 하기는 문대협이 무림맹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그냥 넘어 가지는 않을 거야."
'나를 맹주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군.'
그 사람들의 말은 광마존등도 들었는지라 파천을 멀뚱거리며 쳐다본다.
"흠, 다 먹었으면은 그만 나가자."
파천이 나가려고 일어서자 그들도 따라 일어선다. 그들이 마악 밖으로사라져갈때였다.
"죽어라"
"으악"
"꺄악"
그들의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제일 안쪽에서한명이 도를 꼬나쥐고는 40대장한의 복부에 칼을 쑤셔박은 모습이 보이고 그옆에서는 20대초반의 여자 가 얼굴을 감싸쥐고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복부에칼을 박고 있는 자의 눈빛은 원독의 광망이 차올랐으나 이내 절명하고 말았다.
"아버지, 아악"
비단폭 찢어지는 비명과 주변의 두런거림과 살인을 한자의 괴소가 한데 어우러져묘한 장면 을 연출하고 있었다. 파천의 시선은 흘러내리는 피와 비명을 질러대는여자의 얼굴이 교차되 어 확대되고 그것은 어떤 전율감을 그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흐흐흐하하하 이놈, 너에게 이런 날이 올줄은 몰랐을 거다. 지금껏 잘도도망다녔다만 내가 이곳 악양에 있음은 몰랐더냐?"
"이, 악적 죽어라"
여자는 단검을 뽑아들고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자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그녀 의 그런 몸짓은 허망하게도 사내의 손길에 의해 제지되고 그의 우악스런손이 그녀의 완맥을 움켜쥐어 버린다.
챙강
바닥에 떨어지는 단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처연함으로 물들었고 다시 사내를쳐다보는 눈길에 사나운 살기가 뿜어졌다.
"우리 아버지를 해친 이유가 무엇이냐? 대체, 대체 왜?"
발악하듯 외치는 그녀의 고함소리는 장내를 떨어 울리고 있었다. 몇 명의무림인들이 그 모 습을 지켜보고는 있었으나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는 않았다. 단지유심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네, 아비가 어떤 인간인지 아느냐? 우리 어머니를 차지하려고 친구인 우리아버지를해친 인 간이 바로 네 애비다. 내가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하였는지 아는가?네 아버지 때문 에...... 우리...... 집안은 송두리째 파괴되었단 말이다. 어머니는목을 매시고 어린 나는 거리 를 방황해야만 했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라."
그녀는 그 말을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휘저어 보았으나 사내의 눈빛은 그모든 것이 사실임을 말하고 있었으니,
"부정하고 싶겠지. 그러나 사실이다. 네 애비가 구천에서도 가슴을 찢으며 후회하게널 사창 굴에 팔아 버려야 겠다. 어서 가자. 네 애비가 진 빚을 딸년이라도갚아야지."
그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는 질질 끌고 나갔다. 여자는 나가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을치고 있 었으나 사내의 힘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들의 주위에 있던 자들 중 한사람이그의 앞을 막아 선다.
"형장의 얘기는 잘 들었소. 이미 복수는 끝이 난 것. 아무것도 모르는 후손에게까지그 죄를 전가함은 부당한 것 같소이다."
20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풍기는 기도나 내뿜는 기운으로 봐서는 내가고수인 듯했고 말하 는 것이나 행동거지가 단정한 것으로 보아 명문의 제자인 듯 했다.
"네 놈은 누구냐? 어서 비켜라. 관계없는 남의 일에 끼지 않음은 강호의 불문율임도모르 나?"
"힘이 곧 법임도 강호의 율법이지."
막아 선자의 일행인듯한 비슷한 나이의 사내가 일어서며 요지로 이를 쑤시고있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가죽으로 된 짧은 소매의 옷을 걸치고 있었고 피부가거무튀튀한 것이 강맹한 인 상을 주었다. 그 사람도 역시 보통의 기도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앞을 막자 사내는 한걸음 물러서는가 했더니 더욱 기세가등등하여 외치고 있었다.
"나는 무림맹 악양지부장인 경대인의 후광을 받고 있는 문공세가의 사위가 될사람이다."
그가 질러낸 소리는 이런 것이었다.
"뭐야? 그럼 결국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얘기잖아. 그리고 네가 무림맹의 간부라해도 하 등 상관이 없는 일이다. 어서 그 여자를 내려 놓고 꺼져라."
역시 입에 대나무젓가락을 잘라서 만든듯한 작은 요지를 물고 있는 사내가심드렁하게 뱉어 내는 말이었다.
"이, 이놈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느냐? 보아하니 떠돌이들 같은데감히 문공 세가의 일을 방해하다니...... 그 후환이 두렵지 않느냐?"
"후환이라...... 문공세가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까도 얘기했다시피무림맹의 간부라해도 우리가 하는일을 막을 수는 없다."
상대의 자신감 넘치는 소리는 사내를 주눅들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이내그 사내 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여자를 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팽개친다.
"두고 보아라 이놈들! 내가 너희들을 이대로 두면은 사내가 아니다."
그 말을 뱉고는 밖으로 발걸음을 떼어갔으며 그때까지 입구에 버티고 있던파천일행과 맞닥 뜨린다.
"비켜, 이놈들아."
그는 파천과 광마존의 사이를 지나치며 어깨를 부딪혔다.
그때였다. 아까 파천등의 옆에서 자기네들끼리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 중에 하나가두명의 젊 은이들에게 다가섰다.
"저, 소협들...... 보아하니 이곳이 처음인 타지사람들 같은데...... 괜히 이곳에어물쩡거리다가 는 봉변당하기 십상이오. 아까 그 녀석은 별것 아니나 문공세가는이곳 악양에서는 그래도 중견급의 무림세가요. 게다가 무림맹 악양지부장의적극적인 후원을 입고 있으니 이곳 악양 에서만은 아무도 건들지 못하는 곳입니다.그러니 곤란한 일 겪기 전에 어서 떠나십시오."
그의 말에 비교적 온화한 인상의 사내가 깍듯하게 포권을 취하며 부드러운 미소를짓는다.
"말씀은 고마우나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힘은 있으니 너무심려 마십 시오."
어디를 보나 영웅의 기개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자기아버지의 시체 앞에 가서 울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선다.
"소저, 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소이다. 우리가 함께 장례를 치러 줄테니그만 일어나 시오. 힘을 내야 복수를 하던 할 것 아닙니까?"
부드러운 음성에 그녀는 그제서야 일어나더니 감사의 인사를 할뿐 아무런 말도못했다.
"형님도 참, 우리도 그리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님은 아시겠지요? 장례를 치러 줄거면빨리 서 두릅시다."
"......소저 어서 일어나시오."
그제서야 여자가 일어나고 가죽옷의 사내가 시체를 사뿐히 들어 옆구리에다 낀다.그리고 장 내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잠깐동안이지만 파천 등을 지나치는 사내의 몸짓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그들이 밖으로사라지고 나서야 파천 일행도 투숙하고 있는 객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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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것 한편입니다.
하나는 오늘중으로 또 올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하루에 한편이나 두편을 올리겠으니 이점 양해바랍니다. 지 금까지는 정해진 시간에 올렸는데 이렇게 하니 저자신도 시간에 쫓겨부담이 되는 것을 어쩔 수 가 없군요.
저에게는 습작노트라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 이글이 공개된 습작노트인셈이죠. 읽는분들이 느끼셨는지 모르겠으나 제 글에는 시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의도적인장치이긴 하나 그것 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군요. 점점 좋아 지겠지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점점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몇분이 비평을보내주셨는데 그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몇번인가를 읽었습니다. 그 모든 것 이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기에 너무나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님들의 질책이 있다면 감사 히,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