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그들은 어디에?
그가 일어나 가볍게 허리를 숙이자 장내에 있는 이룡중 하나인 풍운비룡 청운학이함께 일어 나 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했다.
"사숙조를 뵙습니다."
이것은 파천에게 있어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도 했다. 소림은 여전히 무림의태산북두 였다. 그들의 세력이 강성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그들의 인맥은 무림의도처에 산재해 있고 몇다리 건너면 무림인치고 소림과 연관이 없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그들이 정도에서 차지하 는 비중은 그 만큼 대단한것이었다. 언제나 마음한켠에 자리하는 고향처럼 소림은 무림인들 에게 영원한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이런 소림의 공식적인 최고배분자로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과연 누가 있어 그의앞에서 허리를 빳빳이 세우겠는가?
"주군, 경하드립니다."
개왕 풍천호였다. 그가 거들고 나서자 장내는 묘한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었다.소림의 방장 과 개방의 태상방주가 고개를 숙이는 인물이라니! 그것은 신선한충격으로 그들 모두에게 새 롭게 각인되고 있었다.
"되었다. 그만 예를 거두도록!"
파천의 그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개왕과 지우의 허리가 펴졌고 청운학도 몸을일으켜 세웠 다. 지우는 소림의 방장이기에 아무리 사숙조라도 절까지는 하지않는다. 그러나 청운학은 달랐다. 소림의 속가제자의 신분인 한은 그가 파천을대할때는 극경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 다. 장내의 인물들의 시선에는 파천에 대한의미모를 흠모의 념이 가득했다. 이것은 은연중 에 쌓이기 시작한 맹주에 대한불신이 빚어내는 결과이기도 했다.
"하하하하 대협 축하드립니다. 아무래도 무림맹도 대협에게는 비좁아 보이니 제청이 실례가 됨은 아닌지 염려가 되는 군요."
머리를 굴리는데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독고한천이었다. 그가 장내의 분위기가무엇을 뜻하는 지 모를리 없었고 그것을 만회해 보고자 파천의 확답을 얻어 두려는것이었다. 이런 것을 또 한 머리좋은 파천이 모를리 없었고 은근슬쩍 말을 돌린다.
"그나저나 맹주의 따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독고설란의 행방에 대해서 묻는 것이었다. 순간 독고한천의 얼굴이 참혹하게일그러져버렸 다. 그가 계획하고 추진하던 일중에 유일하다 할 정도로 자신의 뜻대로되지 않은 것이 있다 면 독고설란의 혼사였다. 파천이 그녀의 안부를 묻자독고한천의 얼굴은 침착함을 가장해 보 려 했으나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지고푸들거리기까지 했다. 결국 속내를 많은 사람앞에 서 드러내고야 만 것이었다. 하긴그 일로 인해 남도맹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끈 을 놓친것이나 다름없지않은가?
"그...... 아이는...... 아직 행방이 묘연합니다.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 봤으나소용이 없었지요.
모두 내가 부덕하여 일어난 일이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제가 괜히 아픈 상처를 건든 것은 아닌지?"
"아닙니다. 모두 잊었습니다. 자자 모두 한잔씩들 듭시다. 무림의 새로운 역사를위하여!"
"위하여"
"쨍"
"쨍"
그의 돌연한 행동에 장내의 인물들이 호응을 하기는 했으나 어색함을 만회하지는못했다.
"아무래도 제가 사령대의 대령사를 맡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듯 하군요. 조금 더생각할 시간 을 주십시오."
결정적으로 그 말이 파천에게서 나오자 독고한천의 표정은 절망으로 물들어 버렸다.
'이런 호로자식이, 한번 내 뱉었으면 그만이지. 저 녀석을 밑에 두게 되면 여러모로도움이 많이 될터인데..... 안되지. 여기서 너를 놓칠수는 없다. 잘못하면은 다른놈들이 맹주자리마 저 저 놈에게 주어야 한다고 설칠지도 모르니......'
"대협, 왜 이러십니까? 부령사의 말 때문이라면 염려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해서든지 대협 을......"
"맹주님! 대체 그 말씀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라니요? 전 분명히우리뜻 을......"
"부령사 곽운성"
"네......"
"자네 지금 하는 행동! 하극상임은 알고 있나? 대소문파의 연합체라고는 하나엄연히 지휘계 통이 존재하는 법이거늘, 자네의 이런 행동은 개인뿐만 아니라 자네가속한 조직에도 누가 되는 행동임을 알고서 하는 행동인가? 당장 자리로 돌아가지못하나?"
"물론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차라리 탈맹을 할지언정 맹주님의 일방적인지명은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이왕이면은 우리들도 납득이 가는 인물을 수장으로모시고 싶다는데 그것이 잘못된것입니까?"
"뭐야?...... 그렇다면 자네 말은 문대협이 자격에 미달된다는 말인가?"
"그것이 아니잖습니까? 제 개인의 뜻 보다는 500사령 전체의 뜻으로 검증받고싶다는 것입 니다. 한번 결정되면 우리의 생명마저 바쳐야 할 분을 우리 전체의 합의하에 뽑겠다는 것이 그리도 잘못입니까?"
"허...... 어이가 없군."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지고 드는 그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헛웃음을 흘리고 만다.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잠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생각 같아서는 늘씬하게패주고 싶었으나 보 는 눈들이 많은데다가 가뜩이나 자신에 대한 평판이 좋지 못한때에 그들의 손을 들어 줄수 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은 맹주의 체면에도 불구하고그에게 저자세를 보이고 마는 독고한천 이었다.
"자네들의 뜻은 충분히 알았으니 그만하게. 더 이상 말대꾸를 하면 하극상으로 엄히다스리 겠네."
곽운성은 팩 돌아서더니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장내의 인물들 중 몇몇의얼굴에는 비웃 음이 서려 있기 까지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조직이군. 이것이 정도의 맹점인가? 단일 문파일때는 존장에대하여 비교 적 엄격하다지만 여러 문파가 연합할 경우에는 의외로 빈틈이 크게벌어진다. 말로만 맹주이 지 자신의 뜻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후후 이런 무림맹은 그저 준다고 해도 싫다. 어차피 적당히 이용만 할 바에는 깊이관여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맹주, 노여움을 푸십시오. 제 딴에는 스스로 진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도리어화근이 되었 군요. 맹주의 뜻대로 따르지요."
마지못한 듯 파천이 승낙을 하자 독고한천은 그것만 해도 어디냐는 듯이반가워한다.
'이자식 두고보자. 오늘의 수모는 반드시 갚아주마.'
누구에 대한 생각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 이곳은 무림맹 장로원주의 처소였다. 그 곳에 몇몇의 인사들이 모여 있었고 그중에는 파천 도 끼어 있었다.
"대협께서는 무조건 사양만 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건 장차 무림의 안위와도 직결된것입니 다. 현맹주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정도의 운명쯤 어떻게 되어도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무슨 뜻인지는 아나,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군요. 저는 무림맹을 도와주러 온사람이지 결코 맹주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고 가당치도 않습니다. 왜여러분들이 제게 이런 말씀들 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로서는 생각할 여지조차없는 말씀이군요."
"사숙조. 이것은 단지 개인이나 한 문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아실는지모르지만 어쨌 든 맹주의 권한은 명분으로나마 정도무림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막강한것입니다. 구정 련과 오련회, 그리고 상당수의 문파가 이미 맹주에게서 등을돌렸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북검회 위주로 판을 짜고 있으며 상계의 독점에만 혈안이되어 있습 니다.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마도 정벌이라는 거대한 기치를내걸고 그가 한것이 라고는 그들 뒷꽁무니나 좇아 다니거나 그도 아니면 무림맹의세력판도 장악에만 관심이 있 는 사람을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맹주로 믿고 따라야할지 걱정입니다."
"그것하고는 별개의 문제야. 내가 배분상 그런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나, 명분이없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맹주직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야."
"사숙조!"
"대협, 이미 보셨지 않습니까? 곽운성 부령사가 맹주에게 대드는 것을 말입니다.이미 팽배해 있는 불만을 그런식으로 표현한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 젊은층들사이에서는 이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심지어 비밀결사를 만들기 까지 했 으니...... 그들이 추대하는 인물이 누구인지아십니까? 바로 대협이십니다."
"허...... 이것 참"
"아마도 대령사에 오를 수도 없을 겁니다. 그들은 사숙조의 취임을 끝까지 반대할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사숙조를 맹주로 추대하기 위함입니다. 이미 절반 이상의인물들이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사숙조만 승낙하시면......"
"글쎄 그것은 아니 될 말이라는데 그러는군, 방장도 알다시피 내가 맹주위에 오르게되면 이 미 기존의 맹주의 세력들은 맹에서 이탈될거야. 과연 그 세력만으로마도련을 견제하고 해외 세력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겠나? 지금은 누가 맹주가되는가 보다는 하나로 뭉쳐야 할때 야."
"주군의 말씀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차라리 곪을 상처라면 지금 잘라내는 것이현명하지 않 겠습니까?"
"풍개까지?...... 잘 들으시오. 난 맹주위에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지금은 시기도좋지 않소. 차 라리 좀더 지켜보고 정말로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때는 그대들의 뜻을따르겠소."
파천의 그 말에 오련회주와 구정련주 그리고 개왕의 얼굴에 안도의 감정이 떠올랐다. 어쨌 든 반 승낙은 받아 놓은 셈이었다. 이곳은 개왕의 처소였다. 그들은다짜고짜 이곳으로 파천 을 데려왔고 벌써 한시진동안이나 파천을 달달 볶고 있었다.
[풍개. 이모든 일이 저절로 이렇게 된것이냐? 아니면 획책한것인가?]
[이미 저들의 불만은 도를 넘어서 있습니다. 지존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맹주는바뀔 수 있 습니다.]
-파천! 네뜻대로 모든 것이 되어 가는 것 같구나. 적당한 때에 독고한천을 밀어내면만사 끝 이겠는데?
[천만에! 될 수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 하는게 좋겠지. 아무래도 해외세력이 만만치않거든.
이들의 힘이 그들을 최대한 막아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체 분열로생기는 피해가 전력에 차질이 있을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그나저나, 혹시 이곳에 감옥같은 곳은 없소?"
"감옥 말입니까? 글쎄요. 없지야 않지만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이곳을 세밀하게 조사해 봐야 겠소. 개왕이 얘기해라."
"네, 주군! 사실 지금까지 우리 개방이 조사한바에 의하면 잠룡대제와 손자녀석은이곳 북검 회를 빠져 나온적이 없네."
"선배님의 말씀은?"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단 말이지. 더군다나...... 이곳에 그것을조사하기 위해 들 어 온 아이마저 실종되었으니...."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네."
"참으로 알 수 없군요. 아버지와 아들을 가두어 둘리는 없고......"
지우방장과 남궁회주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물결치고 특히 남궁휘의 얼굴은 드디어기회를 잡 았다는 듯한 기대까지 드러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독고한천을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파천이 그의 말을 이었다.
"아마도 비밀공간같은 곳이 있을게요. 외부인은 결코 알 수 없는 그런곳 말이오."
"그렇다면 단서를 포착하기도 쉽지는 않겠군요?"
"저들이 감추고자 하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어허 참 이런일이."
개왕과 지우가 파천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남궁휘도 혼자만의 생각에 골몰했다.일시지 간 좌중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어차피 그리 쉽게 발견할 수는 없을테니...... 일단은 의심이 가는곳을 알아서살펴보시오. 그 렇다고 그들이 자극받을 정도로 드러내 놓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네, 주군."
"알겠습니다. 사숙조."
★ 파천의 숙소는 공교롭게도 독고설란의 처소였던 수빈각으로 정해졌다. 맹내에서가장 전망이 좋고 아름답게 꾸며진 수상전각이었고 독고설란의 가출이후에 비워져있었기에 그곳이 파천 에게 배정된 것은 그다지 이상스러울 것도 없었다. 아직은그의 소속이 분명하지 않았으므로 전각의 경비는 맹주의 친위대인 천검단에서 맡고있었다.
파천은 모처럼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때로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한 수하들도없으니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아도 되었다. 파천은 침상에 누웠다. 멀거니 천장을보고 있자니 독 고설란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파천은 눈을 감아버렸다. 더욱 선명하게 떠 오르는 모습! 그녀가 손짓하고 있었다. 온갖 교태로운몸짓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지 않 은가?
파천은 고개를 휘저었다. 벌써부터 그녀와의 하룻밤이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내고있었다. 파 천은 일부러 천마에게 말을 걸었다.
[천마. 환사를 찾아내야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
-맹주녀석의 뒤를 밟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그래도 명색이 무림맹주인데 내 접근을 모르겠느냐?]
-그것은 해보기전에는 알 수 없다.
[그런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직은 내 실체가 드러나서는안된다.]
=아이타불! 아무래도 그런 장소라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겠지요.
-응? 야, 웬일이냐? 간만에 똑 부러지는 소리를 하네.
[가장 가까운곳이라? 신검각? 대체 그곳에 그럴만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
-눈에 드러나지 않은곳, 그야 지하밖에 더 있냐? 원래 뒤가 구린놈들은 땅을 파게되어 있거 든.
[지하에 그런곳이 있다면......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았고......내부에서 지하로 통 할것이고, 그것도 자신의 처소에서......]
-그럼 9층에서 지하로 통하는 비밀기관이 있다는 말이다.
[미치겠군. 그럼 결국 그 놈에게 접근해야 한단 말이잖아?]
-결국에는 그 방법밖에는 없구나. 놈을 밖으로 유인해 내고 네가 침투할 수 있다면그만인 데......
[좋았어, 그 방법이 최고겠다. 그런데 무슨 구실로 그 놈을 밖으로 끌어내지?어이구 모르겠 다.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 아침이 되자 파천이 개왕의 처소를 찾았고 연 이어 지우방장과 남궁휘를 찾았다.그들에게 파천은 은밀한 말을 전했고 뒤 이어 그는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졸지에 무림맹의 당주나 단주들이상의 간부급들은 개방으로 몰려가게 되었다. 그도그럴것이 장로원의 원주이자 개방의 태상방주인 풍천호가 자신의 생일이라며무림맹주를 초대했고 간 부들도 한꺼번에 초대한 것이다. 원래는 이런 행사는 며칠의말미를 두고 통첩을 하는 것이 예의에도 어긋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개왕은당일에 급작스럽게 생일이라고 하더니 한사람도 예외없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고나선 것이다.
졸지에 생일을 맞게된 풍천호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개방에서는 이미태상방주의 지 시를 받아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봐야개고기에다 죽엽청이 전부였 으나 그것만해도 훌륭한 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개고기로 할 수 있는 모든 요 리가 선보여지고 있었다. 개고기 구이, 찜,탕, 무침, 육포, 수육, 튀김등 각종 기상천외한 개 고기 요리들이 선보였고대체적으로 맛이 있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왔던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반응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독고설란 이 이곳에 있음으로 그 부분을 특히 조심했고 연회가 한참 무르익어 갈때쯤이었다. 파천이 그들 가운데서 슬며시 사라진 것이다. 독고한천의 주위에는오늘따라 개왕과 지우와 남궁휘 가 그에게 서로 술들을 권하며 친밀도(!)를 자랑하고있었다. 그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개고기를 먹더니 저리사람이 달라 질 수 있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독 고한천도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연신 술을 들이켰고 파천이 어디에 갔는지를 몇 번 물었 으나 그다지 별다르게생각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천마잠형술을 극성으로 펼친 파천은 신검각 9층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신검각주위와 내부는 독고한천이 외출해 있어서인지 비교적 경비가 허술했다. 하긴 그들이눈에 불을 밝히고 있어 봐야 허수아비에 불과하지만......
실내는 화려했다. 가구는 자단목이요, 기둥과 바닥은 운남의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벽에는 한시대에 하나정도 있을까 한 명인의 작품인 듯 여겨지는 서화가걸려 있다. 뿐인가?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용도도 불분명한 물품들이 즐비했고귀품스런 관상용 자기도 여러개가 눈에 띈다.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파사국의 것인듯 했고 천장에는 오색으로 빛나는 야광주가 박 혀 있었다. 이 방안의 것만내다팔아도 이런 신검각쯤 10개는 짓고도 남음이 있어 보였다.
'참으로 사치스런 녀석이군. 하긴 이러니 상계장악에 그리 열을 올리는지도모르겠군. 여기에 다 여색마저 밝히는 녀석이었으면 황제부럽지 않은 삶인데말이야.'
파천은 실내를 촘촘히 살펴가기 시작했다. 여기 어딘가 기관이 있을것이 틀림없다.이런 기 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마무리 지어야한다. 어차피 저녁이 나 되어야 끝이 날것이니 시간은 충분한 셈이었다.
벌써 한시진이 지나고 있었지만 파천은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파천은바닥에 누워 버렸다. 그가 찾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 보았으나 도무지 기관같은것은 눈을 씻고 보 아도 없었다.
'잘못 짚었단 말인가? 이럴 리가 없는데......'
-파천, 서둘지 말고 다시 한번 찾아봐라. 만약 너라면 어디에 비밀기관을 설치해놓겠느냐?
[나라면?......]
솔직히 나라면 이런짓도 하지 않는다. 숨겨놓고 어쩌고 하는 짓은 성미에 맞지않지.
'음...... 내가 살피지 않은곳은 없다. 벽면도 보았고 천장도 살펴보았다. 바닥도특이한점은 없었다.'
그는 옆으로 돌아 누웠다. 그의 전면으로는 화려한 침상이 보이고 있었다.
'혹시?'
파천은 침상으로 다가갔다. 윗면, 아랫면, 옆면을 모두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바닥도 별 다른 것이 없었다. 그는 지쳤는지 침상에 벌렁 누워 버렸다. 참으로푹신했다. 차라리 잠이라 도 자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벌떡 일어나는 파천의 눈에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침상의 머리쪽에는지팡이처 럼 생긴 것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용의 형상으로 조각되어 있었고 두 눈에자수정을 박아 놓았다. 파천은 그것을 쓰다듬어 보았다. 별다른 것이 느껴지지않았다.
'에이...... 자식이 대충 해 놓고 살지. 하여튼 머리는 무지하게 굴리는 놈이야.이정도 찾았으 면은 숨겨 놓은 머리카락도 찾아 냈겠다. 빌어먹을 자식!'
파천이 툴툴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두눈은 누군가의 시선에 머물러 있었다.용두지팡이의 눈 이었다.
'기분나쁜 눈이군'
-파천, 바로 그거다.
[뭐가?]
-그 눈!
[뭐야? 오, 그래......]
파천은 조심스럽게 침상에 달려 있는 한자정도의 용두 지팡이의 눈을 꾹 눌렀다.의외로 그 것은 안으로 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있었다.
[이런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바보같은 놈!
[뭐야?]
-두개를 동시에 눌러 보아라.
[두개를 동시에?]
파천은 조심스럽게 두 눈알을 동시에 눌렀다. 바로 그때였다.
빙글
침상이 휙하고 반바퀴 돌아가는 듯 하더니 그 사이로 작은 공간이 나타나고아래쪽으로 이어 진 계단이 보였다. 참으로 교묘한 장치였다. 침상과 바닥은 하나로잇대어져 있었고 그것이 함께 돌아가서야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파천은 망설임없이 그 안으로 발을 들였고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침상은 원래대로돌아가 버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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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습니다.
지금시간 새벽 1시가 넘었군요.
저도 이것 올리고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