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독고한천의 비밀!
아래쪽 급경사로 이어진 계단은 상당히 좁았고 음침했다. 몇장 간격으로 작은야명주가 박혀 있었음에도 공간의 대부분은 어둠으로 묻혀 있었다. 파천은 거의직단으로 아래로 떨어져 내 려가다시피 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의 눈 앞에독고한천의 추악한 비밀이 드러나자 조금은 흥분이 되기도 했다.
'음침하고 욕심많은 인간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지 애비와 아들마저 가두어 두었단말인가?
대체 왜? 아니지...... 아직은 속단할 것이 못된다. 그럼 환사도 여기에있겠군.'
순식간에 바닥에 이르고 있었고 꽤나 널찍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둥그렇게 서있는 벽 과 전면에 작은 철문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거무튀튀한 것이 흑오철이분명해 보였다. 파천 은 그곳을 노려 보았다.
'분명히 안에는 지키는 놈들이 있을거란 말이야. 신중하게 잠입을 할 것인가?아니면 정면으 로 치고 들어갈까? 하긴 어차피 독고한천이 알게 될일 신속하게처리하는 것이 우선이겠군.
적어도 그 녀석이 오기전에는 이곳을 나가야 하니말이다.'
파천의 손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그 손으로 철문에 갖다 대었다.
치지직
순식간에 철문에 구멍이 생겨났다. 바로 그때였다. 철문이 슬며시 열리는 것이아닌가?
'이런 제길. 문이 열려 있었던 거야?'
좀 머쓱했다. 안으로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기다란 복도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그리고 저 앞쪽에는 또 하나의 철문이 보였다.
'속전속결이다.'
파천은 곧 바로 천마잠형술을 펼치더니 문으로 돌진해 갔다.
콰앙
파천의 몸이 그대로 철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들어갔고 그 소리는 지하전체에 진동을가져올 만큼 크게 울렸다.
'이 정도면 몰려들 오겠지?'
내부는 자그마한 광장이었고 사방으로 몇 개의 통로가 연결된 것이 보였다. 그 중에한 곳에 서 놀라 뛰어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켁
파천의 손이 상대의 목을 움켜쥐었다.
"여기 모두 몇 명이나 웅크리고 있느냐?"
"누, 누구?"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에도 누군가 자신의 목을 움켜 쥐었고 그 상대가말을 한다 고 생각되자 그 사내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만다.
"니들 모두 몇 명이냐고?"
더 이상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사방에서 흑의인들이 몰려 나왔기 때문이다.
'한 놈만 살려두고 모조리 죽인다.'
광장으로 몰려 들어온 흑의인들은 족히 30명은 될 것 같았다. 그들 중 수뇌인듯한자가 고래 고래 고함을 질렀다.
"대체 어떤 놈이 침입한거냐?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조사해 봐라."
"네."
바로 그때 제일 앞에 있는 놈이 옆으로 쓰러진다. 그 모습을 본 수뇌는 폭갈을터트린다.
"모두 멈춰라."
그 말에 사방으로 흩어져 가던 흑의인들의 동작이 한꺼번에 멈추어 버리고,
"누구냐? 이미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히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것인지는모르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어이없는 말이었다. 그 사내는 말을 하는 와중에 한명의 수하를 쳐다보며 눈짓을했다. 그러 자 그 사내는 복도중 한곳으로 뛰어들어간다. 파천이 그것을 놓칠리없었다.
켁
쓰러지는 사내의 뒤통수에는 사발 만한 구멍이 뻥뚫려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절명 해 버렸다. 바로 그때였다. 장내에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흑의인들은 사방을 경 계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듯 했다.
"모두 주위를 경계해......컥"
수뇌인 듯한 자는 말을 하다가 입을 벌린 채로 뒤로 넘어갔다. 그의 이마에는 작은혈흔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장내의 인물들에게서는 오로지공포의 기색만 이 넘쳐났다.
"모두 움직이지마라. 움직이는 놈은 먼저 보내주겠다"
공간 중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듣기에도 거북한 탁하고 음침한 목소리였다.
"웃기는 소리, 모두 옥에 있는 것들을 죽여......켁"
한명의 흑의인이 내 지른 외침을 신호로 나머지 흑의인들이 복도로 뛰어들어간다.그 순간 장내에는 기이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허공중에 한자크기의 아수라들이 떠 돌기 시작하더니 복도로 막 접어들어가던흑의인들을 휩 쓸어 버렸다.
"으악"
"컥"
"이, 이게 무엇 켁"
저마다 비명을 질러대며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진득한 혈향만이 넘쳐나는 광장에는서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그들이 흘려 낸 피가 바닥을 어지럽게 흘러다닐뿐이었다.
스스스스
파천의 모습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드러났다. 그의 옆구리에는 한명의흑의인이 끼워져 있었다. 그는 혼절한 듯 두 눈을 감고 축 늘어져있었다. 파천은복도로 빠르게 접어 들었다. 복도 양쪽에는 철창으로 된 감옥들이 주욱 늘어서있었다. 파천은 빠르게 복도를 지 나치며 안을 살펴보았다. 옥들은 텅텅 비어 있을뿐 사람그림자라고는 눈을 씻고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몇 개의 복도를 훑어 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파천이 마 지막 복도로 접어 들었을 때였다. 그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철창이 아닌두꺼운 철문으로 막 혀 있었고 복도 양편으로 10여개 정도는 되어 보였다. 철문의위쪽에는 작은 쪽문이 달려 있 어 내부를 살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나 하나확인해 가던 파천의 걸음이 멈춘 것은 다섯 번째 철문 앞이었다.
안에는 분명히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것이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미세한꿈틀거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살아 있기는 했다. 파천은 곧 바로 천리지청술을발휘했다. 살아 있는 생 명체의 호흡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다른 두곳에서 인간의기척이 느껴졌다. 하나는 너무나 미세하여 살아 있는 사람의 것으로 여겨지지않았고 또 하나는 비교적 정상인의 호흡이었다.
조금은 빠른듯도 여겨졌다.
'후후 역시 이곳에 있었군.'
파천은 망설임없이 문을 부수었다. 안은 칙칙했다. 그리고 아주 고약한 악취가풍겨나왔다.
벽면에는 산발한 괴인이 고개를 숙이고 묶여 있었다.
"당신이 잠룡대제요?"
비교적 노인이라 판단한 파천의 물음이었다.노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파천이 그에게로 다가섰다. 악취는 참으로 대단했다. 이곳에 한시진만 있으면 코가썩어들어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파천은 노인을 묶고 있는 쇠고랑를부셔버렸다. 맥 없이 터져버리는 쇠조각을 보며 파천은 노인을 안아 들었다.광장으로 그를 데려와서 한쪽에 다 눕혀두고는 다시 다른 옥으로 들어갔다.
또 한사람은 훨씬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비교적 젊은 사내였으나 이미 그 용모를분간하기 힘들정도로 손상이 가 있었고 왼쪽 팔이 어깨에서부터 잘려나가 흉측했다.제대로 상처를 치 료받지 못해 심하게 썩어들어갔고 고름으로 인해 악취마저 풍겼다.이 상태로 살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적같아 보였다. 미세하게 맥은 뛰고 있지만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파천은 급해졌다. 먼저 두 사람의 상태가 위중함을 깨닫고는 품속에서 환단을꺼내었다. 이 것이야말로 의노가 평생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속성대환단이었다. 작은병속에는 단지 열알 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갖고 다닌 것이이럴 때 도움이 될줄이야? 그 는 두사람의 입을 벌려 환단을 밀어 넣고는 진기를이용해 환단을 녹였으며 이후 내장까지 이를 수 있도록 유도해 갔다. 어느정도의시간이 흘러가자 그들의 안색이 조금은 붉어지는 듯도 했다.
'어차피 의노에게 보여야 그나마 살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겠군.'
파천은 비교적 정상인의 호흡을 보이고 있는 마지막 인물이 있을 석실 앞으로다가갔다.
'이 안에 환사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호흡소리로 봐서는 비교적 건강한가 보군.'
쾅
철문이 박살나며 석실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단 내부는 다른곳과는 달리밝았다.
그리고 깨끗했으며 탁자와 의자, 침상도 보였다. 그 침상에는 한 사람이누워 있었다. 벽안의 미녀! 환사였다. 침상에 누운채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리고잠들어 있었다. 문이 박살이 나는 소리에도 일어나지 않다니? 사실 파천이 환사의얼굴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항상 복면으 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파천이 본것은 그녀의 두 눈 뿐이었다. 그 눈은 지금 감겨져 있 어 보이지 않았다.
'음...... 참으로 신비로운 용모로군. 이국의 여자인 것은 알았지만 이리도아름답다니?'
파천은 그녀의 얼굴을 꿈에 취한 듯 쳐다보았다. 중원의 여자들과는 달리 하얗다못해 분홍 빛까지 감도는 피부에 매끄럽게 그지없어 보였고 코는 조금 높다싶을정도로 오똑했다. 입술 은 너무나 육감적으로 선이 뚜렷했고 머릿결은 짙은갈색이었다.
파천이 그녀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환사! 환사! 그만 일어나라."
파천의 부름에도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기이한 일이었 다. 파천이 그녀의 맥을 짚어보기 위해 이불을 걷어 내었다.
'이......이런......'
그녀는 어이없게도 나신이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서는 두 손을 가슴에 올리고있었다.
파천은 그녀의 맥을 잡아 보았다. 정상이었다.
"환사"
파천이 그녀의 혈도를 치자 그제서야 몸을 꿈틀댄다. 혼혈이 짚어져 있었던 것도아니건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녀의 눈이 가벼운 떨림가운데 열려갔다. 완전히열려진 그녀의 눈 은 푸른빛이 가득했으나 결코 예전의 생기발랄함은 찾아 볼 수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파천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상황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듯도 했다.
"나다. 옥면신룡 문윤이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파천의 다급한 물음에 환사는 눈을 깜빡거렸다.
"옥......면......문윤"
"그래. 나다. 정신이 드느냐?"
"옥면......문......윤"
그 말만을 반복하여 되뇌었다. 그녀의 눈은 공허했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않은 백치 그 자체였다.
"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파천의 심정이 착잡해져 왔다. 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녀의 옷을 찾기위함이었다. 어느 곳에도 옷은 보이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대충 어떤 꼴을 당해 왔는지...... 알 것 같구나......'
파천은 이유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껴야 했다. 자신도 남의 불행에 이리민감하게 반 응할 수 있음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서 일어나라."
파천이 환사의 손을 끌어당기며 몸을 일으켰다.
"문......윤"
그녀의 음성은 꿈결속에 있는 듯 달콩하게 울려 왔으며 오직 그 말만을 반복하여되뇌었다.
파천은 그녀를 일으켜 안았다. 파천의 품속에 묻혀가는 그녀의 얼굴에는어떠한 표정도 떠 올라 있지 않지만 그녀의 두 눈에는 반짝 이슬이 맺힌다. 그러나파천은 그것을 보지 못했 다.
밖으로 발길을 돌려가던 파천의 눈에 무엇인가가 띄었다. 조금전까지 환사가 누워있었던 침 상의 머리맡에는 차주전자와 작은 옥병이 하나 보였고 마개가 열려있었다.
파천이 그것을 침상에다 쏟아 보았다. 알약이었다.
'이......이것은?'
"천마, 틀림없지?"
-그렇다. 천향옥봉이 지니고 있던 바로 그 알약이다.
"그렇다면은?!"
충격이었다. 파천은 심하게 동요를 일으키고 있었다. 파천은 그 알약들을 병에넣어서 품속 에 갈무리 했다. 그리고 광장으로 나온 파천은 나머지 두사람의 옷도벗긴뒤에 죽어 있는 자 들중에 비교적 깨끗한 옷을 골라서 세사람에게 입혔다.한쪽에 던져 놓았던 흑의인을 슬쩍 쳐다보았다.
"이제 놈이 돌아올 시간이 채 반시진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큰일이군."
-무엇이 말이냐?
"세명을 동시에 데려갈 수는 없다. 더군다나 저들과 함께 신검각 주위를빠져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체 어떻게 하지?"
-너는 그러면 그런것도 생각지 않고 들어 왔단 말이냐?
"설마 상태가 이 정도일줄이야 몰랐지."
-그럼 할 수 없네. 데려 갈 수 있는 사람만 데려갈밖에
=아미타불
"한사람만 데려 가자고? 누구를?"
-그야 네 마음이지. 솔직히 여자애만 데려가고 싶지?
"환사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사람만 데려가야 한다면 잠룡대제를 데려간다."
-엥? 그건 또 왜지?
"그야 두 사람보다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지. 독고한천을 물먹이려면말이다."
-그야. 그렇군...... 참으로 웃기는 경우군. 세상 살만큼 산 노인은 데려가 살리고새파란 것 들, 더군다나 저렇게 예쁜 아이를 버리고 가야 하다니.
"빌어먹을,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것은 그렇고 대체 독고한천 그 놈의 정체가뭐야? 천향옥 봉이 지녔던 알약을 지니고 있다면?...... 역시 혈마천의 패거린가?"
-그렇지 않겠느냐?
"독고한천 스스로가 혈마천에 가입을 한거야? 아니면 그로 변장하고 있는가짜인가?"
-그것은 누구도 모르지.
"뭐가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건지 모르겠군. 하나같이 쉬운데가 없군."
-파천, 빨리 결정해라. 시간이 없다.
"일단 저 녀석을 깨워보고 몇 가지를 확인한 후 결정한다."
파천으로서는 상당히 망설여지는 경우였다. 누구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독고설란의 가족이고, 또 하나는 그녀를 옆에서 가장충실하게 도와 준 여자 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환사하고는 안면도 있고, 이런 저런생각으로 갈등하는 것은 당연했 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파천이 그들에 대한 무게를 저울질 하는 기준이 독고설란의관점에서 바 라보았다는 점일거다. 그의 이런 점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했다. 그러나 정작 한 사람만 택해야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잠룡대제를 데리고갈 것이다. 그것이 또한 파천이 었다.
파천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흑의인을 깨웠다. 처음에는 멍청하게 눈만 멀뚱거리던사내는 사태가 어찌 된 연유인지를 깨닫고는 이내 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작은광장에는 시체 가 즐비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눈 앞에는 젊은 사내와 세명의인질들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당......당신은 누구요?"
"나? 그런 것은 알거 없고, 여기와서 앉아봐라. 허튼짓하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해 준다."
이미 상대는 자신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고 있는 흑의사내였으나그렇다고 순 순히 그의 말을 들을 수도 없었다. 그가 받은 교육대로라면 자신은 모든책임을 지고 자결해 야 한다. 더 이상 적에게 이로운 짓을 한다면 그 보다 수치는없을 것이다.
'제길, 죽자.'
그가 이빨을 앙 다물었다.
"미련한 놈! 이미 독단은 제거했다."
파천의 손에서는 작은 독단이 들려 있었다. 어느새 그런 것까지 신경 쓴 파천의세심함이 놀 랍기만 하다.
"그렇다고 못 죽을 줄 아냐?"
다시 이빨을 다물어가는 그의 입밖으로는 혀가 길게 내 물려 있었다.
"미련한 놈!"
피슉
파천이 흑의사내를 격공점혈 하는 순간이었다.
"그 상태로 잘 들어라. 내가 너를 그렇게 쉽게 죽게 내 버려 둘 것 같은가? 너는죽고 싶어 도 죽을 수도 없다. 내가 묻는 말에 충실하게 대답을 해 준다면 고통없는죽음을 약속하마.
그렇지 않을 경우...... 네 상상에 맡기지."
파천이 손을 펼치자 사내는 손 안으로 딸려 들어오고 아직 혀를 밖으로 내어 물고있었다.
참으로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파천은 그의 입을 벌리고는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엇인 가를 잡아 당겼다. 그의 손에서는 예리한 수강이 번쩍하고감돌았다가는 사라졌다.
"혈도를 풀어야겠지."
혈도를 풀어주자 사내는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했다.
"으으으으 이"
파천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세상에! 파천이라는 놈은 정말 잔인한 놈이었다.어이없게도 그 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흑의 사내의 이빨들이었다. 파천은 수강을운용하여 이빨들을 잇몸 에서 모두 분리해버린 것이다. 혀를 깨물어 자결하는 것을방지하고 사내에게 자신의 잔인함 을 보여주려는 두가지 목적에서 행한 짓이었다.파천은 손에 있는 이빨들을 벽면으로 휙하고 던졌다.
퍽
퍼 퍽
그것은 놀랍게도 벽면에 흔적도 없이 박혀 들어 가 버렸다.
"한번 더 말하마. 너는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도 죽을 수 없다. 아, 물론 숨을멈추고 죽는다 면 그것이야 내가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라도 죽어보던가?"
상대의 눈은 살기와 원독에 물들어 있었으나 그 보다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이로인한 절망 감이 더욱 큰 것 같았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라. 입을 놀리기가 고통스러우면 전음을사용하던가? 먼 저, 너! 혈마천 어디소속이지?"
상대는 움찔 놀라는 눈치였다. 파천의 넘겨 짚기는 성공한 셈이었다.
"빨리 대답해라."
상대가 대답이 없자.
"후유, 할 수 없군. 네가 날 악역으로 만들어주니 나도 역할에 충실하는 수 밖에.얼마든지 견디어 봐라. 지금부터 내가 시전하는 것은 분근착골이나단근참맥술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 운 투살진기라는 것이다. 네 온몸을 휘저으며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조금씩 터트리며 찢 어가는 것이지. 인간의 인내력으로이것을 1각이상 견디어 낸다면 널 존경해 주지."
파천의 말에 상대는 무엇인지는 모르나 굉장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고그 상상 이 주는 고통만 해도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파천의 손이 새파랗게 물들어갔다. 그는 손을 대어 사내의 일곱군데의 혈도를 통해투살진기를 각기 주입시켰고 그러고 나서는 손을 떼어 버렸다. 파천은 사내의 반응을 살폈다.
"아, 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파천은 사내의 아혈마저 짚어 버렸다. 얼굴에는 핏줄이 불거지고 얼마나고통스러운지 자신 의 몸을 스스로 짓뜯어가고 있었다. 눈은 터질 듯이 빨개지고온몸의 모공에서는 미세한 양 이지만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반각도 되지않아 사내는 파천을 쳐다보고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말도 할 수 없으니 고개를흔들고 매달리고 난리였다. 파천은 조금더 기다렸 다. 아예 딴소리를 하지 못하게하기 위함이었다. 파천의 손이 그의 몸을 스치자 사내는 축 늘어졌다.
"헉 헉 으으으으 지......지독......한, 날 죽여 헉헉 주시오."
"대답만 잘 한다면 고통없이 죽여준다. 다시 묻겠다. 혈마천 어디 소속이지?"
"총사전 소속이오."
"총사전? 대총사나 이총사중 어디?"
사내는 파천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자 체념하는 눈빛이었다.
"이총사전입니다."
"독고한천이 이총사인가?"
"그것은 모릅니다."
"무슨 말이지?"
"그는 영주일 뿐 이총사가 어떤 분인지는 저희들로서도 모릅니다."
'이것들 하여튼 보통의 조직이 아니란 말이야. 모든 것이 점조직화 되어 있고상급자의 진정 한 신분도 모른다. 단지 명령을 하달하는자와 받는자가 있을뿐이구나. 어쨌든 독고한천이 혈마천 소속인 것은 확실하군.'
"좋다. 독고한천은 어떻게 했지?"
이것 또한 넘겨짚은 것이었다.
"그는 죽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그런가? 환사, 아니 저 여자는 왜 저런 상태인가?"
"걔는 영주에게 접근하다 잡혔소. 이후 이곳에 갇혀 있었으며 우리들의 노리개역할을 했소.
워낙에 완강하게 저항을 해서 약을 먹였소. 이제는 그 약이 없으면살아갈 수 도 없소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약의 양을 늘려서 이미 이지마저상실했을거요."
"그......랬나?"
파천은 속에서 시뻘건 불덩이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억지로 삼켰다.
"이 둘에게도 약을 먹였나?"
"그렇소. 그들은 지금 살아 있으나 살아 있다고도 할 수 없소. 오로지 약의기운으로 버티니 말이오. 그들은 곧 죽을 것이오."
이미 삶에 대한 모든 욕구를 체념해 버린 사내의 신색은 오히려 고요하기까지 했고평안이 묻어나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독고한천의 방으로밖에 통해져 있지 않나?"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렇소."
"후후 또 있었군."
파천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상대의 얼굴에서 약간의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너희들이 필요한 식량이나 생활물자를 저곳으로 공급받는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있다. 더 군다나 무림맹주의 처소를 오가기도 조심스럽지 않겠나? 분명히 다른출입구가 있을거야.
뭐,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파천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고 그의 손이 서서시 사내에게 다가갔다.
"으.....으으 말, 말 하겠소. 그러니 제발,"
고통이 얼마나 극심하면 애원을 할까?
"어디냐?"
"마지막 석실로 들어가면 벽에 감추어진 문이 있소. 그곳으로 계속 들어가면천연동굴로 통 하고 북검회 외부로 통해있소이다."
"후후 그렇게 자세히 가르쳐 줄거면서 발뺌을 하려하다니, 혹시 고통을 은근히즐기는 거 아 냐?"
"이, 이 잔인한...."
"잔인하다고? 그럴지도 모르지,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아니 내 필요에 의해잔인해 진거지. 그러나 알고보면 나도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냥 곱게 죽여 주려했는데 너희들이 한짓이 내 비위를 건드렸다. 고통을 즐기는것 같으니 고통 중에죽을 수 있는 축복을 선사하 마."
"이, 이..... 약속이 틀리......"
"난, 적과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나는 더욱 잔인해 질것이고 더욱 사악해 질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다. 잘가라."
파천의 손이 사내의 몸을 훑어 버렸다. 투살진기였다. 그리고 아혈을 짚어두는 것을잊지 않 았다. 파천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내를 내버려두고 복도로 사라져 버렸다.한쪽엔 환사를 끼고 또 한쪽엔 잠룡대제를 안았다. 그리고 그의 뒤, 허공중에는잠룡대제의 손자가 둥둥 떠 서 따라오고 있었다. 광장을 벗어나는 그의 입에서는연신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