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궁지에 몰린 독고한천!
추궁과혈이 끝나자 파천은 두 사람을 앉혔다. 그들의 등뒤 명문혈에 장심을 갖다대고는 혈 도로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서기가 세사람의 몸을 감싸버렸다.
★ 두 사람의 안색은 조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는 듯도 했다. 은은히 제혈색을되찾았고 심장 의 기복도 일정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안도감이 스쳤다.
"천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시작인가? 솔직히 나도 걱정이 앞서는군.
=시주께서는 먼저 가부좌를 틀고 마음을 가라 앉히십시오. 그런 다음 모든 잡념을떨치고 최 대한 몸을 이완시키십시오. 절대로 내공을 끌어 올리시거나 하시면안됩니다. 또한 잡생각이 들어서도 안됩니다. 두 사람의 백회혈에 장심을갖다대고만 있으시면 됩니다.
-만약 파천 네가 잡념을 떠올리거나 심신의 안정이 깨어지면 우리들뿐만 아니라,너도 상당 히 위험해 질 수 있다. 시간은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준비를 하거라.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군. 잡념을 없애라고? 알았다. 한번 해보지."
파천은 두 사람의 머리맡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자더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생각들마저그의 머릿속을 헤 집고 다녔다.
★ 반시진이 지나고 있었건만 그의 마음은 진정이 안 되었다. 스스로도 생각하기에이렇게 잡념 이 많았던가 싶었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인 것 같다."
=시주, 억지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지 말고 상념의 단상을 좇아 가십시오. 그러다보면 그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이 스며들지 않고 점차로 무념의 상태에까지 이를 수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 같은 득도한 고승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냐?
=만인이 부처이니, 모든 사람에게는 불성(佛性)이 존재합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할뿐이지요.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마음의 집착을 벗고 때를 벗기시어 만생의회귀함을 깨달으십시오.
마음의 묶음은 집착에서 나오니 마음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흔들림이 없지요.
형(形)은 공(空)하고 상(像)은 허(虛)하니 무릇 모든 세상의 이치가 이에서벗어남이 없구나.
사물은 본디 그 자리를 지키나 인간의 마음은 욕(慾)에 따라 사물을 투영함이다르니 그 변 역이 서로 다르다.
사물은 하나요, 삶도 하나요, 죽음도 하나니 모든 것이 공에서 왔다가 공으로 간다. 공은 허 하나 충만하고 어느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으나 어디에도 있다. 아(我)를 구별함이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에 집착하니 형이 생기고 욕을 갖게 된다.
욕은 마음을 사로잡아 뜻을 세우게 하고 뜻은 몸을 세워 이를 따르게 하니 이에서고(苦)가 생겨나는도다. 그러므로 마음을 버리면 아가 사라지고 아가 사라지니 욕도 없어지고 고가 생겨나지않는다.
욕을 여의고 념(念)을 여의고 상을 여의고 아를 여의면 이에 더 이상 흔들림이 없고굳건하 여 의문이 없으며 나아갈 바도 물러설 바도 없으니 홀로 존재하게 된다. 이를 정(定)에 든 다 하고 이를 또한 도에 든다고도 하니 인간의 가장 큰 사명과지복은 이에 있음이다.
'벗어버리라고? 무엇을? 내가 집착하는 것. 그것이 무얼까? 살아가는 이유? 글쎄,왜 나는 살 아가지?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이리도 치열하게 살아가는가?제길...... 그것을 알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역시 나는 안 돼. 이 따위 공염불이나외우고 있어 보았자, 아무것도 해결 되는 것도 없잖아? 그래 차라리 천부경이나외우고 있자.'
파천은 천부경을 외웠다. 그렇게도 무섭게 치솟던 잡념들이 그 순간 소멸되고마음이 차분하 게 가라앉았다. 파천은 그런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특별히 그것을해석하려 하지도 않았고 억지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저 외우고 있을뿐이었다.
'일시무시일, 석삼극 무진본,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일적십거 무궤화삼......본심본태양앙명,
인중천지일, 일종무종일.'
파천은 계속 그것만을 되뇌었다. 머릿속은 여든한자로 가득차버렸고 점차로그것마저 사라져 가며 아무런 생각도 떠 오르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글자가 서로춤을 추는 듯 하더니 서 로 어울려 글자를 만들고 또 다시 찢어지며 다른 글자를새긴다. 그런가 했더니 어느새 모든 글자는 파자되어 점점이 흩어져 갔다.
이 밤에 개봉부의 하늘 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오로지 하늘만알고 그 당자들만 알 뿐이었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고 어두움은 천지를 감쌌다.새로운 광명이 밤 의 장막을 찢고 쏟아졌을때에도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이 제자리를지키고 있었다.
★ 여전히 여느날과 다름없는 날이었지만 무림맹으로서는 특별한 날이었다. 무림맹이창설된 이 후, 매달 첫째날은 무림맹에서 정도대연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갖게되었다. 이날만은 외부 에 있는 지부에서도 대표를 파견해야 하고 각대문파의장문인들도 무림맹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림맹의 간부들도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평 소에 무림맹을 떠나있던나머지 장로들도 모습을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정도대연의 날만 되 면 아침부터분주하기는 했으나 오늘은 더욱 그 정도가 심했다. 뿐만아니라 사람들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굳어 있었다.
"대체 그것이 무슨 말이냐?"
독고한천은 군사 소천악의 보고에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기습이라, 아무런 방도도 취하지 못하고 전멸했다는보고입니다. 다른 지 부에서 지원을 갔을때는 이미 그들이 종적을 감춘 이후였다합니다."
"신안전에서는 무엇을 했기에 그들의 움직임도 몰랐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그들에게서 전서구는 한 마리도 보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만보아도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신속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허허 이것 참, 말도 되지 않는군. 하나도 아니고, 8개의 지부가 전멸을 당해?"
"그것도 대부분, 호광성의 남부지역과 절강성에 있는 지부들이고...... 공교롭게도지부장이 모 두 우리 북검회소속이라 합니다."
"뭐야? 그럼 항주지부도 거기에 속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2000명이 넘는 인원중 살아난자는 채 백명도 되지 않는다 했습니다."
"지부중 가장 강한 항주지부가 그 정도라면은 다른곳은 볼 것도 없겠군."
"거의 전멸입니다."
"그들의 이후 움직임은?"
"종적이 묘연합니다."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군."
"지금 태의전에 전간부들이 모여있고 저마다 이일을 가지고 말들이 많습니다."
"또 한바탕 퍼부어 대겠군. 더군다나 정도대연으로 참석한 각문의 장문인들까지가세한다 면......"
"때가 안 좋습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빌어먹을...... 이래저래 오늘은 최악의 날이겠군. 좋아 가자. 그래보았자,저희들이 뭘 어떻 게 할것인가? 이것도 따지고 보면 맹의 단결이 부족해서 생긴일.그들도 뭔가 느끼는게 있겠 지."
참으로 뻔뻔한 말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염려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당당한모습이라 니......
★ 태의전은 빈자리하나 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상석에도 이미 부맹주와 장로원주의모습들이 보이고 있었으나 파천은 보이지 않았다. 상석 바로 아래쪽에는 정도대연때문에 맹에 들어 온 구정련의 8파의 장문인과 오련회의 5대세가중 4대세가주,남도맹의 구령진 수석장로의 모습도 보였다.
맹주가 군사와 함께 실내로 들어서자 몇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모두북검회의 고 수들이었다. 그 외에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그것을 본 독고한천 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의 자리에 가서는 앉지도 않고 서서좌중을 쓸어보았다.
"흐흠...... 오늘도 정도대연으로 이렇게 맹을 찾아주신 여러분들과 맹의간부들에게 부족한 제가 맹주로서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이미...... 8개지부의괴멸에 대해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마도련은 결코 숨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를기다리며 정도타도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오. 이런때일수록 우리정도문파들이 합심하여......"
"맹주!"
독고한천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자신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고할지라 도 엄연히 현재는 맹주의 신분이거늘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말을 끊고끼여드는 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도전적인 어조로!
"왜, 그러시오? 화산 장문인"
그의 좋지 않은 심기가 그대로 담긴 목소리였다. 화산장문인이라 불린 자는 이제60세 정도 된 나이에 청수한 인상의 인물이었다. 그가 바로 매화일검이라 불리는화산제일검이었다. 뿐 만아니라 7기중 일인이기도 했다.
"지금 이 자리가 그런 얘기나 듣자고 모인 자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부가 기습을당하여 괴멸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겠소? 전에부터 지적하려 하던 것을 지금 말해야겠소이다. 대체 맹주는 무림인이 시오? 아니면 상인이시오?"
"하하하하"
"껄껄껄걸"
장내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으나 북검회 고수들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고있었다. 이 것은 엄연히 조롱이었다.
"매일 들리는 소리라고는 상계의 세력을 엎어버리고, 표국을 인수하고, 기루를차리고 뭐 그 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서 말이오. 설마 맹주께서는 그 자리가 돈이나벌라고 시켜준 자리 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오?"
"말이 지나칩니다. 화산장문인"
"오, 군사인가? 하긴, 자네는 북검회 출신이니 듣기가 민망하겠군. 그렇지만 할말은하고 넘 어가야겠네. 맹주 어떻게 생각하시오?"
"으......음, 내 잘못을 인정하오만 조금은 지나친 언사이구료. 그래도 명색이무림맹주......"
"그렇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엔 오련회의 팽가주인 붕산신권 팽호우였다. 평소에도 독고한천이라면 이를가는 사람이 었으니 이처럼 좋은 기회에 빠질 위인은 아니었다.
"맹주는 명색이 무림맹주일뿐...... 실제적으로 맹을 수습하고 장악할 능력은없다는 것이오.
오늘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것도 따지고 보면 맹주의 무능함때문이아니겠소?"
"팽가주 언사가 너무 지나치지 않소?"
이번엔 철혈당의 철혈검객이었다. 그 또한 북검회의 고수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소이다. 우리 솔직하게 얘기합시다. 대체 무림맹이 결성된이후, 맹주 가 한일이 뭐가 있소이까? 장사해서 돈 번 것, 그것말고 한 일이 있소?그리고 말이 나왔으 니 마저 하겠소. 상계의 세력들을 꿀꺽하고 세력을 넗히는 것까지는 그래도 이해 할 수도 있소. 그야 무림맹이라는 큰 덩치를 이끌어 가자면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백번 양보해도 말 이오. 대체 그 모든 수익은 어디로돌아가는 거요? 혼자서 독식하고자 무림맹을 결성했소이 까?"
팽가주의 그말은 결정적으로 독고한천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금껏 그나마 평정을유지하려고 노력했건만 그도 인간인지라 끓어오르는 노화를 참을 수는 없었던것이다.
"팽호우! 말을 함부로 하지마라."
웅성 웅성
"하하하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당신은 원래 소인배에다 자신의사리사욕에만 관심 이 있던 자였지, 결코 무림맹주의 그릇은 아니었다. 북검회의세력을 키우기까지의 과정도 참으로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을 많이 썼더군. 그런당신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무림맹주를 꿰차고는 지금껏 버틴 것도 사실 따지고보면 기적이지."
"이......이이, 말이면 다 말인줄 아는가? 맹주의 권한으로 네 놈을 당장장로직에서 파면할 것 이며 무림맹에서도 팽가는 제명하겠다."
"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군. 나는 네가 끝까지 양의 탈을 쓰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했는 데...... 이렇게 빨리 본색을 드러내 주시는군."
"철혈당주!"
"네, 맹주님!"
"저자를 무림맹주의 이름으로 체포하라."
"존명"
"흥! 누구 마음대로 체포한단 말인가?"
그 소리는 독고한천의 앞에서가 아니라 옆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바로 오련회주인남궁휘 였다.
"부맹주!"
"독고한천, 이제 그만 가면을 벗어라. 네가 설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아미타불! 독고시주의 비열하고 추악한 음모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거늘 아직도하늘을 우 러르고 있소이까?"
지우까지 거들고 나섰다.
"하하하하 너희들이 드디어 날 밀어내려고 작당을 했구나. 맹주로 뽑아놓고지금까지 이만큼 조직을 정비해 놓았더니 이제 나를 밀어내려고 해? 그것이 너희들마음대로 될 것 같은가?"
"까불지마라."
개왕의 말이었다.
"네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불던 호시절은 이제 모두 지나갔다. 차라리생명을 구 걸하거라. 아직도 네가 살아날길이 있다고 믿는거냐?"
그들의 이런 태도에 북검회 고수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언제든 출수할 준비들을하고 있었 다. 그들 외에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전혀 당황하는 빛이없었다. 오히려 두눈에 경멸만이 가득했다.
"하하 개왕선배. 너무 하는구료. 그래도 당신은 내 아버님의 친구분이라 날 이해해주리라 여 겼건만......"
"놀고있군"
이번에는 입구 쪽이었다. 그는 바로 파천이었다. 그가 들어서자 독고한천의 얼굴이홱 돌아 가며 원독의 광망이 물결쳤다.
"네가 아직도 독고한천이라 우길테냐?"
"무......무슨 소리냐? 후후후 네가 모든 것을 뒤에서 조작한 줄 알고 있다. 네놈이 맹주자리 에 욕심이 나서 정도무림을 갈갈이 찢어 놓는구나. 북검회의전고수들에게 알린다. 당장 이 놈들을 체포하라."
"존명"
"존명"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하하하하 이미 신검각 주위는 본 북검회의 고수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 이곳태의전으로 오르는 모든 통로 또한 이미 장악되었다. 너희들이 살아날 길은어디에도 없다. 너희들을 모 두 제거하고 다시 무림맹을 수습하겠다."
"꿈꾸고 있군. 그리고 네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미 북검회고수들이 이곳을포위하고 있다 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걸 어쩌지? 그들은 네 명을 듣지않을텐데 말이다. 물론 네 가 진짜 독고한천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파천이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독고한천이었다. 이미 그들옆에 있던 개왕등은 아래로 내려 서 있었고 소천악등은 독고한천쪽으로 옮겨가있었다. 그리고 태의전 이곳 저곳에는 북검회 고수들이 태의전을 포위하고 있었다.그런데도 파천을 비롯한 무림맹 의 간부들의 기색은 태연하기만 했다.
그리고 파천의 마지막 말은 소천악과 철혈검객등의 얼굴마저 변하게 만들었다.
"뭘 보고 섰느냐? 어서 놈들을 치지 않고......"
철혈검객이 손을 쳐들었다. 그가 손을 쳐들자 안그래도 파천의 말에 의구심을드러내던 북검 회 고수들은 일제히 다음동작을 취하지 못하고 멈추어 버렸다.
"문대협! 대체 무슨 의미로 한 말씀이오?"
"이런! 저런 적도의 말을 듣는단 말이오?"
독고한천이 고함을 쳐댔으나 철혈검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도 짚이는 바가있기 때문이 었다. 언제인가부터 회주가 너무 달라졌다 여겼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북검회고수들은 모두 들으시오. 저 놈은 북검회 회주인 독고한천대협이 아니오. 저놈은 그 분을 죽이고 그로 변장하고 있는 무림의 공적일 뿐이오. 게다가 전회주인잠룡대제와 손자까 지 잡아다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악마외다."
웅성 웅성
"시끄럽다. 모두 저 놈의 말을 들을 필요없다. 난, 북검회주다. 모두 내 명을들어라. 저 놈들 을 모두 죽여라."
그의 목소리는 찢어지고 있었고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협! 증거가 있소이까?"
철혈검객의 말이었다. 은연중 북검회고수들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원로였고, 그의평소의 신중함과 충정을 알기에 북검회 인물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사태의 추이를살피고 있었다.
어느새 철혈검객과 삼안천뇌는 독고한천의 옆을 떠나 군웅들쪽으로다가서 있었다.
"증거? 대제께서 나머지는 수습을 해주셔야 하겠소이다."
"허허허허 참으로 간악한 놈이구나. 이제 모든 것이 끝난 마당에도 끝까지 자신의잘못을 인 정하지 않다니!"
모여서 있는 사람들을 가르고 두 사람이 장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대제를 뵙습니다."
"대제를 뵙습니다."
북검회 고수들은 저마다 무릎을 꿇었다. 장내에 들어선 자들은 잠룡대제와 그의손자 독고 무, 그리고 독고설란이었다. 그들을 보자 독고한천은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야 말았다.
"말......말도 안된다. 어찌 너희들이...... 이미 죽어 있어야 하거늘......"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러나 그의 놀람은 너무나극심하였는지라 그런 것을 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후후 이런 날이 올줄은 몰랐을거다. 너에게 내 아들을 잃고...... 피눈물을 삼키며모진 삶을 이어왔다. 언젠가...... 복수할 날만 기대하며 고통을 감내해 왔건만결국은 하늘은 이 늙은이 의 소원을 거절하지 않으셨구나."
"거짓말...... 저 놈들은 가짜다. 모두 속지마라. 북검회의 고수들은 나 독고한천의명을 받아 라. 놈들을 모두 죽이란 말이다."
철혈검객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대제를 수십년간 옆에서 보필해온 사람. 감히 내앞에서 그 따위 수작이통할것이라 생 각했나? 대체 너는 누구냐?"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안이었다. 철혈검객의 그말에 독고한천은 모든 것이틀어졌음을 깨달 았다. 그의 시선은 파천에게로 향해졌다.
"네 놈 때문에 내 평생의 꿈이 여기서 무너지는구나. 그러나 좋아하지마라.그렇다고 달라지 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지지 못하면 남도 가지지 못한다. 흑염수라"
스스스스
"네"
독고한천의 뒤에서 두명의 흑의인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이야 말로 천검단의단주와 부단 주였으며 독고한천과 함께 혈마천의 인물들이기도 했다.
"놈들을 모두 죽여라."
"존명!"
그들 뒤로는 천검단의 2000마인들이 점차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잠룡대 제가 명을 내렸다.
"철혈"
"네. 대제"
"북검회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잘못이니 북검회가 거둔다. 할 수 있겠나?"
"존명. 그 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북검회의 검사들이여! 악마의 주구들을 한놈도 살려두지 마라."
와 아
"쳐라."
양쪽의 세력이 부딪히고 있었다. 숫자에서는 북검회측이 휠씬 많았고 강하기는천검단이 더 강해 보였다.
"죽어라"
콰앙
실내는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검광이 난무하고 피가 허공을 수 놓는다.비명소리가 이곳이 전쟁터임을 실감시켜주었다. 바로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그들중으로 합류되었다. 그 들은?
"정도사령대의 힘을 보여주자. 모두 죽여라"
그들이야 말로 정도의 후기지수들인 정도사령대의 500사령들이었다. 그들은후기지수들중 최고수들답게 처음부터 대세의 흐름을 급박하게 바꾸어 버렸다.무림맹의 간부들은 한쪽에 물러서서 그들의 격전을 관전하고만 있었다. 이것은어디까지나 북검회가 뿌린 씨앗이므로 그들스스로 거둘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500사령들이 그 격전중에 참여를 하자 그들의 마음에조바심이 나 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들의 아들, 딸, 혹은 제자들의 모습이 보이자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 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야. 이놈들아 걔는 내 아들이다."
결국 팽가주의 외침을 시작으로 그들도 격전중에 참여하고야 만다. 그들이 참여한격전은 너 무나 일방적이었다. 북검회 최정예라 불리던 천검단이었으나 어찌 일문의종사들 수십명이 가세하고 정도무림의 최고후기지수들이 거드는 싸움에서 이길 수있으랴? 그들은 속절없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거나 몸이 양단되어 넘어가기 바빴다.
오로지 끝까지 격전에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은 잠룡대제와 그의 손자와손녀, 그리고 파천뿐이었다. 파천은 독고한천만 바라보고 있었다.
'야. 이놈아 뭐하냐? 빨리 도망가야지.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래?'
파천은 그가 도망가 주기를 빌었다. 그가 도망가는 곳이야말로 그들의 세력이포진되어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그 한놈 죽여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중원에나와 있는 그들의 세력을 끌어내고 알아 내는 것! 이것이 그에게는 더 중요한일이었던 것이다.
'옳지. 그래 빨리 도망가라.'
독고한천은 어느새 뒤로 물러서더니 슬그머니 혼란을 틈타 종적을 감추고 있었다.
'후후 개발에 땀나도록 도망가거라...... 후후 환노 부탁한다.'